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243
1243화 새로운 실험자
대요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물었다.
“그건 그렇고 부활시켜줄 수 있다는 그 말, 그게 사실이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어째서 당신은 부활하지 않는 게요?”
“전 아직 여기서 할 일이 남아있어서요. 그 얘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어떻게 된 건지 일단 얘기부터 해 보세요.”
“한 어린 교인이 당신의 초상화를 들고 다니며 당신을 찾고 있는 걸 보았소. 상당한 영성은 물론이고 은연중에 선천지기도 느껴지는 녀석이더군. 그래서 당신을 보았다고 속이고 유인해서 단약으로 만들어버릴 생각이었소. 그런데 겉보기엔 천진난만한 아이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지 뭐요.
그 녀석, 단노(丹爐) 안에서 내가 넣은 모든 단약 재료로 무시무시한 미향(迷香)을 만들어냈지 뭐요. 난 단순히 약에서 흘러나오는 향인 줄 알고 맡았는데, 이상한 낌새를 차렸을 땐 이미 너무 늦고 말았소.
그렇게 내가 기절하고 나자 그 녀석은 날 죽이고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걸 빼앗아갔소. 만약 당신만 아니었다면 내가 이렇게 비참하게 죽을 일도 없었을 게요!”
진양은 미간을 찌푸리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한참 뒤.
진양이 물었다.
“그걸 왜 저한테 와서 따지는 겁니까? 뭐, 동정심이라도 바라고 온 겁니까?”
진양은 순간 자신이 상대의 말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아니, 황당해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세상에 이렇게 낯짝 두껍게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당신이 그 어린 교인을 잘 데리고 다녔다면 애초에 이런 일도 없었을 것 아니오? 그 바람에 괜히 억울한 나만 죽게 되었잖소.”
대요는 전혀 부끄러움 없다는 듯 떳떳하고 덤덤하게 말했다.
상대의 논리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듣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미묘한 느낌이 늘면서 꽤 그럴싸한 논리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백리칠은 아직 누군가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어린아이다.
그러니 길을 잃으면 자신이 가장 믿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도 당연한 것.
하지만 논리와는 상관없이 대요에겐 일말의 동정심조차 들지 않았다.
한심한 놈!
선천적으로 타고난 혈맥만 믿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한심한 놈이 따로 없었다.
“그 아이는 선천지물을 지니고 있지도 않고, 예전에 선천지기와 잠깐 접촉했던 게 전부입니다. 설령 운 좋게 성공했다고 해도 절세 단약 같은 건 만들지도 못했을 거고요.
그리고 감히 장담하건대, 당신의 그 멍청한 행동 하나 때문에 최소 일곱에서 여덟은 되는 고수들의 심기를 건드리게 됐을 겁니다.
그나마 제가 물불 안 가리는 미치광이가 아닌 게 다행인 줄 아세요. 그게 아니었다면 당신은 또다시 죽게 되었을 겁니다.”
“난 이미 죽었는데.”
“……됐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복수를 할 생각입니까?”
“됐소. 내 스스로의 능력이 부족한 걸 탓해야지. 누굴 탓하겠소? 게다가 당신은 이미 죽었는데 무슨 복수를 한단 말이오?”
멍청한 건지, 아니면 태생적으로 단순한 건지.
상대는 순순히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마치 인생의 목적을 잃은 것처럼 표정이 잔뜩 어두워졌다.
순간 진양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방금 제가 부활은 물론이고 산 자의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다고 했잖아요 한번 해 보지 않을래요?”
“그걸 왜 나에게 해 보라는 게요? 난 하마터면 그 어린 교인을 단약으로 만들어버릴 뻔했던 나쁜 놈이잖소. 날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텐데?”
“이미 죽은 사람을 어떻게 또 죽여요?”
“아, 그렇군. 잠시 잊고 있었소.”
생각해 보니 굳이 거절할 것도 없었다.
이미 죽은 마당에 못 할 게 뭐가 있겠는가?
“그래서 그 방법이 무엇이오? 그리고 왜 날 도우려는 게요?”
“아직 방법이 확실하진 않아서 실험을 좀 해 봐야 하거든요. 게다가 전 아직 할 일이 남아있어서 당장 부활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어차피 죽은 마당에 무서울 게 뭐가 있겠어요? 그냥 제가 당신에게 보복한다고 생각하고 한번 시도나 해 보시죠.”
“좋소.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소?”
어차피 진양을 꺾지도 못할 테니 차라리 그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제가 진심이라는 걸 증명하는 셈 치고 생기부터 다시 살려드리도록 하죠.”
진양은 연기 구체를 하나 꺼내 상대의 몸에 흘려 넣었다.
“이럴 수가……! 정말로 생기가 되살아났소!”
몸속에 생기가 다시 불타오르는 느낌에 대요는 크게 기뻐했다.
“봐요.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니깐요.”
이어서 진양은 대략적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무슨 말인지는 대충 알겠소. 그러니까 그 뒤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태가 되어버린단 말이군. 맞소?’
“그렇습니다.”
“좋소. 그럼 시작하도록 하시오.”
진양은 속으로 몰래 웃으며 흑검을 꺼냈다.
“걱정할 것 없어요. 조금도 아프지 않을 테니까요. 아니, 오히려 아무 고통도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진양은 검을 휘두르기 전 마지막으로 물었다.
“혹시 그 교인을 마지막으로 본 곳이 어디죠?”
“해변이오.”
해변이라면 진양의 세력 범위 안이다.
그렇다면 진양의 부하들이 진양의 초상화를 들고 진양을 찾아다니는 백리칠을 발견하지 못했을 리 없다.
게다가 백리칠이 그곳에서 자신을 찾아다니는 것도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도 백리칠을 찾지 못했다는 건 그곳이 대황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뜻.
“원래 어디서 수련을 했었나요?”
“향계에서 했었소.”
진양은 연달아 상대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지만 전부 생소한 것들뿐이었다.
그래도 일단 향계라는 이름은 잘 기억해두기로 했다.
질문을 마친 진양은 흑검의 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상대를 베었다.
그의 몸엔 아무런 상처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머릿속에 있던 기억은 마치 봇물이 터지듯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 버렸다.
아까 베었던 뚱뚱한 사내는 첫 번째 실험자다.
진양은 그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거고 검증도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추측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녀석은 참고용이다.
무엇보다 녀석은 백리칠에게 큰 원한을 지고 있었으니 일단 기억을 깔끔하게 지우고 나서 역성불시켜 보기로 했다.
다른 기억은 전부 지우고 진양이 자신을 도운 기억만 남겼다.
기억을 모두 지우고 나니 그는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
이 상태로라면 설령 정말로 산 자의 세계로 돌아간다고 해도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일부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드넓은 산 자의 세계에서 그를 찾으려고 해도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기 때문에 확실하게 실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결과를 쉽게 확인하기 위해서라면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징표를 남겨놓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만약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산 자의 세계에서 그를 못 찾는다면 그의 추측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진양은 그의 등 뒤로 다가갔다.
몸에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징표를 남기려는 것이었다.
다만 어떻게 남겨야 할지가 문제였다.
앞서 먼저 보낸 실험자는 생기가 끊어지자마자 육신이 파괴되어버렸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남긴 흔적을 가지고 가는 건 불가능한 듯했다.
한참의 고민 끝에 진양은 소설책을 수정할 때 쓰는 붓을 꺼냈다.
그리고 그의 등에 큼직하게 글을 적었다.
‘장정의 바보.’
쓰고 보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이걸로는 부족하다.
진양은 고민 끝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진유덕은 나의 은인이다.’
글을 모두 다 적긴 했으나 여전히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이걸 그대로 가지고 돌아간다고 해도 등 뒤에 써 있는 글을 무슨 수로 발견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그에게 매일 상반신을 드러내고 다니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진양은 대요의 미간에 오직 자신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수한 부문을 남겼다.
이러면 녀석의 외모에도 큰 영향을 끼치지 않고, 또 식별하기에도 편해진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속이는 것도 가능하다.
보통, 미간에 부문을 가진 이들은 대부분 엄청난 힘을 가진 고수들뿐이니까.
“완벽하군!”
진양은 검을 뽑아 대요의 생기를 거두었다.
그리고 왼손을 뻗어 대요를 역성불시켰다.
모든 동작은 마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이대로 가만히 놔두자니 놈이 한 일을 생각하면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죽이자니 이미 죽은 사람을 또 죽일 수도 없었다.
그래서 참고용 실험자로 삼기로 한 것이다.
새로운 실험자가 생겼다고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진양은 계속해서 제자리에 머물며 때를 기다렸다.
그동안 계속해서 누군가 이곳 부유섬을 뛰어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겉표지에 또다시 새로운 책장이 복구되었다.
진양은 곧바로 입몽술을 시전하여 왕백강과 연락을 취했다.
“내가 찾아보라고 했던 사람은 찾아봤어?”
“아직 못 찾았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이미 모두에게 소식을 전달했으니 놈이 어디 숨어있든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급할 거 없으니까 천천히 찾아보도록 해.
한 녀석만 더 부탁하자. 이번엔 훨씬 더 찾기 쉬울 거야. 진룡의 혈맥을 가지고 있고 경금의 힘을 부리는 요족인데, 등에는 큼직하게 ‘장정의 바보’, ‘진유덕은 나의 은인이다’라는 글씨가 적혀있는 녀석이야.
아, 그리고 미간에는 아마 내 부문이 징표로 새겨져 있을 거야.”
진양은 허상을 띄워 그의 모습을 왕백강에게 보여주었다.
“이번엔 특징이 뚜렷하니 대황에 나타나자마자 찾을 수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선장님, 그럼 또 부탁하실 건 없으십니까?”
“일단은 여기까지야. 수련 게을리하지 말고, 잠 좀 푹 자도록 해. 나중에 연락할 수 있을 때 다시 연락할게. 다른 사람들한테도 안부 전해주고.
웬만해선 절대 죽지 말라고도 전해줘. 망자의 세계는 모두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최악인 곳이거든. 그리고…….”
왕백강과의 대화를 마친 진양은 다시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손상된 겉표지의 책장이 다시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 * *
대황.
진양의 정보원들은 발에 불이 나도록 움직이고 있었다.
뚱뚱한 사내의 초상화는 거의 대황 전체로 퍼져나갔다.
진피도 눈치는 있었는지 더 이상 게으르게 놀고먹진 않았다.
그는 직접 유령호까지 찾아와 정보를 전달했다.
그러나 곧바로 떠나지 않고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귀찮게 정보를 캐내려고 애를 썼다.
그 결과 어쩌면 지금은 전설로 남아있는 선장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더 이상은 게으름을 피울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에겐 또 다른 새로운 임무가 떨어졌다.
진룡의 혈맥을 가진 한 요족을 찾으라는 임무였다.
특징이 상당히 명확한 녀석이었기에 생각보다 찾는 건 수월할 듯했다.
진피는 직접 부하들을 지휘하며 자신의 사비까지 들여 큰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대황에선 경금의 힘을 지니고 있고 진룡의 혈맥을 가진 대요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