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325
1325화 감히 이 몸의 육신을 노리다니
과정은 무려 보름 가까이 이어졌다.
이쯤 되니 대신관 휘요도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거대한 문이 다시 한번 열리더니 황금 갑옷을 입은 한 인간이 병사들을 데리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휘요의 모습을 보고 껄껄 웃기만 할 뿐이었다.
“휘요, 나보다 앞서간다고 해서 먼저 공을 세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오?”
그는 조용히 휘요가 사라지는 것을 세 번 정도 더 지켜보다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그는 진양과 주먹을 맞부딪쳤다.
하얀 기운으로 이루어진 파도가 일어나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강한 힘이 수백 리 너머로 흩어지며 그 충격파로 인해 지면에는 백 리에 이르는 거대한 틈을 만들어냈다.
이어서 두 사람은 잔상을 남기며 사라져버렸다.
공기 중에선 굉음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다시 원래의 모습을 회복한 휘요는 이를 바득 갈며 소리쳤다.
“휘광(輝光)!”
그녀의 손에 들린 권력 지팡이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나와 황금 갑옷을 입은 남자를 뒤덮었다.
그러자 남자의 움직임이 폭발적으로 빨라졌다.
그의 손에 들린 장창이 빠르게 허공을 찌르며 수천 개의 잔상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잔상은 마치 쇠창살처럼 진양을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게 가둬버렸다.
그와 동시에 남자가 함께 데려온 황금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진양의 주위를 둘러싸며 진열을 갖췄다.
진양은 손을 뻗어 장창 한 자루를 박살 냈다.
그러나 박살 내기 무섭게 또다시 한 자루가 나타났다.
아주 잠깐 승기를 잡은 남자는 재빨리 다시 휘요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의 양팔을 뒤덮고 있던 황금 갑옷이 쩌적- 하는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훤히 드러난 그의 두 팔엔 미세한 균열이 가득했다.
“꽤 끈질긴 놈이군.”
휘요는 굳은 표정으로 남자의 상처를 치료했다.
그러나 남자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휘요, 그러니까 머리를 좀 쓰란 말이오. 매번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하니까 결국은 문제가 터지는 것 아니오?
상대는 망자요. 당신이 먼저 자극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당신에겐 관심조차 주지 않았을 게요. 그나마 육신만 무식할 정도로 강한 존재라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당신은 이미 진작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 게요.”
“이젠 어떡하죠? 해결할 수 있겠어요?”
휘요는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현재 그녀의 모든 관심은 오직 진양을 해결하는 것에만 집중되어있었다.
“일단 이곳에선 해결이 어려울 듯하오. 저자는 우리 두 사람을 완전히 죽여야만 멈출 것이오. 이렇게 된 이상 데리고 돌아가야만 완벽히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소.
그래도 꽤 강력한 육신을 가지고 있으니 장수로 연화시킨다면 최소 도군 연체 수도사 정도 수준의 실력은 발휘할 수 있을 게요.”
“설명은 나중에 하고 일단 움직여요. 더 이상 여유를 주면 안 돼요!”
남자의 손에 결인이 맺어지자 장창으로 만들어진 쇠창살이 병사들과 함께 조금씩 움직였다.
진양의 육신은 조금씩 거대한 문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멀리서 밝은 빛이 연달아 서너 번 정도 번쩍이며 이곳으로 날아왔다.
이어서 푸른 도포를 입은 한 도사의 모습이 허공에 나타났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곤 혀를 끌끌 찼다.
“쯔즛, 상고 천정 사람들이군. 아니, 태호의 사람들이잖아? 게다가 살아있는 자들이라니.”
돌연 모습을 드러낸 도사의 정체는 바로 진양이었다.
진양은 자신의 육신이 누군가와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게다가 이 느낌은 쉴 틈 없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진양은 묵양의 힘을 빌려 급히 이곳으로 온 것이다.
중간에 천연 미궁에 빠지는 바람에 시간이 조금 지체되기도 했다.
제이검군을 불러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아무리 불러봐도 반응이 없었다.
아무래도 천겁에 의해 많은 것이 막히게 되어버린 듯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그곳을 빠져나와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미 늦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근처까지 왔으나 의외로 시간은 널널했다.
신분 위장을 할 만큼은 충분했던 것이었다.
멀리서 이곳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파악한 진양은 마침내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천겁의 정체를 깨닫게 되었다.
예상대로 진양의 천겁은 진양의 부활을 제지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인 듯했다.
온전하게 망자의 세계에 갔다가 다시 온전한 상태로 돌아오는 사람은 결코 존재해선 안 되는 것이다.
만약 진양의 육신이 상고 천정 사람들에게 끌려가게 된다면 그땐 부활은커녕 육신을 아예 완전히 잃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부활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육신이 사라진다면 남은 방법은 모든 걸 포기하고 다시 환생하는 것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진양이 많이 늦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부활의 기회를 노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반대로 진양은 지금 이곳에서 자신의 육신을 노리고 있는 자들의 천겁인 것이다.
진양은 신목 줄기와 줄기 아래 땅을 파고 숨어있는 투구벌레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 순간 완전히 깨달았다.
지금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도무지 풀 수 없는 매듭에 얽혀버리게 된 게 분명했다.
상고 천정의 사람들은 전혀 물러날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진양 역시 조금도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반드시 어느 한쪽이 죽어야만 끝나는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다만 현재 상황으로 봐선 양쪽 다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어야만 잠잠해질 듯했다.
“저는 태호 천제를 모시고 있는 대신관 휘요라고 합니다. 도사님께선 누구십니까?”
휘요가 미소를 띤 채 포권을 취하며 예를 갖췄다.
사실 그녀가 굳이 소개를 할 것도 없이 진양은 이미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빛, 그리고 거대한 문에서 흘러나오는 힘.
너무나도 익숙했다.
그것은 태호의 힘이었다.
온화하고 따사로운 햇볕이 진양의 체내로 파고들었다.
산 자의 세계로 돌아와서 처음으로 느끼는 따뜻한 햇볕이었다.
그런데 하필 이 햇볕을 뿜어낸 것이 대신관 휘요라니.
찬물을 확 끼얹는 기분이었다.
몸 안으로 흘러든 독특한 기운은 진양의 체내에 있는 금단에서 뿜어져 나온 빛에 의해 완전히 가로막혔다.
진양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처음 만나자마자 이렇게 돼서 유감스럽네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휘요는 진양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급할 건 없었다.
그녀의 힘이 상대를 잠식해나가고 있다는 게 똑똑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거 참 미안하게 됐습니다!”
진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멍청하게 반복적으로 쇠창살만 부숴대던 육신이 돌연 화혈마도를 뽑아 들었다.
육신은 주먹으로 쇠창살을 부수며 화혈마도 안으로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화혈마도는 순식간에 십여 리나 되는 길이로 늘어나며 주변에 있던 모든 병사들을 베어버렸다.
진양을 단단히 포위하고 있던 진에 빈틈이 생겼다.
육신은 다시 한번 쇠창살을 부수며 거대한 화혈마도로 남아있던 병사들을 전부 베어 넘겼다.
그리고 포위로부터 벗어난 진양은 황금 갑옷을 입고 있는 남자와 치열하게 맞붙기 시작했다.
한편, 도사의 모습을 한 진양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네 번째 금단에서 빛이 흘러나오며 금단 내부에 태미 천제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어서 황금색 장창이 모습을 드러내며 진양의 손에 잡혔다.
장창의 형상과 장창의 기운을 확인한 휘요는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녀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저요? 전 당신의 천겁입니다.”
진양은 눈을 가늘게 뜨며 사자결 첫 번째 단계를 발동시켰다.
발밑으로는 수천 개의 지척천애 금제가 펼쳐졌고, 체내에서는 세 번째 금단의 힘이 뿜어져 나왔다.
주위의 모든 것들이 오직 진양의 눈에만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진양이 발걸음을 옮기니 주변의 모든 것이 빠르게 잔상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잔상의 끝에는 놀란 표정을 숨김없이 드러낸 휘요 대신관이 서 있었다.
그녀의 주위로 강한 빛이 모여들었다.
마치 수많은 부문이 겹겹이 쌓이며 방어막을 이루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지금 이 순간 거대한 문에서 방출되던 힘도 전부 그녀에게 모여들고 있었다.
진양은 눈앞에 나타난 부문을 보자마자 약점을 간파해냈다.
진양의 손에 들린 창이 두 개의 부문이 교차하는 작은 틈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빛으로 이루어진 부문은 날아든 창을 피하듯 비켜섰다.
휘요의 얼굴엔 한층 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황급히 권력 지팡이를 들어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팡이 끝에 달린 밝은 태양이 강한 빛을 뿜어냈다.
강한 햇빛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어두운 힘들을 전부 제거해버렸다.
진양에게서 뿜어져 나온 살의도 완전히 소멸되었다.
마음속에 가득하던 악의도 소멸되었다.
그러나 진양의 얼굴은 매우 평온했다.
눈에 가득하던 살의와 악의는 완전히 사라졌다.
남은 건 굳은 의지뿐이었다.
진양은 천겁을 이겨내려고 하고 있었다.
진양은 그저 천겁을 이겨내려고 하는 것뿐이었다.
그의 동작엔 일말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황금색 창이 권력 지팡이 끝에 매달린 작은 태양과 맞부딪치는 순간.
회색빛을 띤 힘이 세 번째 금단에서 뿜어져 나왔다.
창끝에서 뿜어져 나온 힘은 순식간에 태양을 뚫고 지나가며 휘요의 미간을 노렸고, 순식간에 그녀의 머리를 관통했다.
“주심(誅心)!”
진양의 힘찬 기합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순간 대신관 휘요의 눈빛이 흐려졌다.
태미십성, 주심창.
주심창을 갖고 있는 성관은 이 세상을 통틀어 오직 태미 천제 한 사람뿐.
진정한 주심창을 펼칠 수 있는 것도 태미가 유일했다.
때문에, 이론적으로 본다면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은 진정한 주심창을 시전할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서 진양이 시전한 주심창은 진정한 주심창이었다.
주심창은 사라졌지만 휘요 대신관의 미간은 멀쩡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흔적만 없을 뿐, 그녀의 이성은 이미 주심창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녀의 육신은 형상을 잃은 채 한 줄기의 햇빛이 되었고, 힘을 잃은 듯 그대로 지면으로 추락해버렸다.
이어서 진양이 손을 뻗자 육신에서 튀어나온 빛이 진양으로 날아왔다.
날아온 검은 빛은 흑검이 되어 진양의 손에 잡혔다.
진양은 추락하고 있는 햇빛을 흑검으로 난도질했다.
그리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약수 수신 상태가 되어 그것을 완전히 녹여버렸다.
그녀가 남기고 간 권력 지팡이는 도망치려고 했지만, 한참 교전을 벌이던 육신이 갑자기 나타나 그것을 붙잡으며 해안에 집어넣어 버렸다.
두 진양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손발이 척척 맞았다.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진양은 마치 흑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듯 가볍게 휘두르며 한숨을 쉬었다.
“건방진 놈들. 감히 이 몸의 육신을 노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