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382
1382화 덫에 발각
영감궁.
영감의 주위로 수많은 허상 장면들이 물 흐르듯 스쳐 지나갔다.
그의 뒤로는 거대한 고리가 만들어져있었는데, 그곳으로 수많은 정보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권력과 불가계를 하나로 연결시켰다.
일전에 회상 장면을 떠올렸을 때 그는 성은 성관을 발견했었다.
그리고 그가 아마도 천궁 밖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즉, 상대는 불가계 안에 있었다는 뜻이다.
불가계는 태호 천제가 직접 세운 곳이자 영감 권력과 일부 연결되어있는 곳이다.
현재 영감이 시도하려는 방법은 매우 단순한 방법이다.
바로 다른 곳에 대한 감시를 전부 거둬들이고 일시적으로 불가계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만약 성은 성관의 권력에 대한 지배력이 영감보다 낮은 수준이라면 그가 불가계를 통과하는 즉시 그 존재를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때, 빠르게 흘러가던 장면이 돌연 멈춰 섰다.
불가계에 미세한 파동이 일어났다가 사라진 것이다.
영감의 눈에서 두 줄기의 빛이 흘러나왔다.
그의 회색 눈은 파동이 일어났던 곳 주위를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영감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이어서 굳은 표정으로 조용히 모습을 감췄다.
천궁 밖으로 나온 영감은 상대가 어디서 왔는지 돌이켜보았다.
수많은 정보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갔다.
전부 성은 성관에 대한 정보들이었다.
권력을 쥐고 있는 신들은 대부분 다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이 가진 권력의 힘을 발굴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데, 이 과정 중에서 아무도 모르게 권력이 행동 방식과 성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역대 영감 대신관들도 깨달음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현임 영감 대신관처럼 변해갔었다.
이러한 변화는 웬만해서는 피할 수가 없었다.
이건 개개인의 한계나 약점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단지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권력을 지배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일 뿐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역대 성은 성관들은 어땠을까?
이들은 단 한 번도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느끼기엔 아예 성은 성관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권력을 지배하게 되면 이들은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된다.
다른 건 몰라도 정체를 숨기는 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자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감은 곧 자만이 되어 자신의 목을 노릴 수도 있다.
영감은 계속해서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을 이어나갔다.
성은 성관들은 어디서든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설령 존재가 발각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건 영감도 충분히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라는 게 있는 법.
영감이 팔을 휘두르자 주변의 모든 것들이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주변에 흘러가는 구름, 불어오는 바람, 심지어 영기까지.
모든 것이 수도사가 감지할 수 있는 기운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건 단순히 기운이 아니었다.
흘러가는 구름, 바람, 그리고 영기에 깃들어있는 정보들이었다.
영감의 뒤로 권력의 구상지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감은 두 팔을 휘두르며 이곳에 있는 모든 정보들을 수정했다.
그리고 천궁에 있는 영감궁은 그의 행동에 따라 조금씩 무너져내렸다.
영감궁은 순수한 정보가 되었고, 영감의 손짓에 따라 천궁 밖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영감궁이 나타나자 영감궁에 대한 모든 정보들은 하얀 구름이 되거나 바람으로 바뀌었다.
지금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건 오직 광활한 허공이 전부였다.
영감은 정보로 만든 덫을 놓은 채 성은 성관이 걸려들기를 기다렸다.
이번만큼은 높이 세웠던 콧대를 내리기로 했다.
지난번의 일로 상당한 교훈을 얻은 탓이었다.
이번엔 반드시 성은 성관을 처리해야만 했다.
만약 실패한다면 영감은 밤낮없이 마음을 졸이며 천문을 지켜야 할 것이다.
성은 성관이 또다시 모종의 방법으로 부군으로 의심되는 자와 결탁하고 천궁 안으로 기어들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 * *
성은 신통력을 펼친 상태로 불가계 안으로 들어온 진양은 진지한 얼굴로 천궁을 향해 걸었다.
영감은 지난 일로 이미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때문에 더 이상 천궁으로 몰래 잠입할 기회가 없을 것이다.
영감은 아마 회상 과정에서 성은 성관이 이번 일에 간섭한 흔적을 발견했을 것이다.
물론 어떤 흔적이 남아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영감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것 자체가 성은 성관이 간섭했다는 증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만약 진양이 진짜 성은 성관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영감 대신관이 이 사실을 알았을 경우 어떤 식으로 반응했을지도 생각해 보았다.
한참의 분석 끝에 진양은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이건 충분히 해 볼 만한 모험이었다.
진양은 지난번처럼 성은 신통력으로 몸을 숨긴 채 천궁 밖에 머물렀다.
지난번보다는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천궁 안쪽을 살펴보며 앞으로 일어날 변화를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나 진양이 발걸음을 멈추는 순간 찬미 소리가 울려 퍼졌다.
“태호 천제를 찬미하라!”
“밝은 태양 아래 그 누구도 숨을 수 없을지어다!”
찬미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감각을 통해 느껴지던 바람과 구름 등이 전부 사라졌다.
그 대신 영감궁이 느껴졌다.
진양은 어느새 영감궁 대전 내에 들어와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는 긴 장포의 소매에 두 팔을 찔러넣은 채 미소를 짓고 있는 영감 대신관의 모습이 보였다.
영감의 회색 눈에서는 희미한 사람의 윤곽이 비치고 있었다.
비록 상대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순 없었지만 성은 성관이 어디 있는지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성은 성관의 권력 지배력은 영감에 비해 한 수 아래인 듯했다.
심지어 영감의 권력 지배력이 한 단계 낮아진 상황에서조차 말이다.
“태호 천제를 모시고 있는 대신관 영감이라고 합니다. 성은 성관을 뵙습니다.”
진양은 두말없이 곧바로 도망을 시도했다.
그러자 영감이 손을 뻗었다.
수많은 도문과 함께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찬미 소리가 도망치려는 진양을 덮쳤다.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몸속으로 파고드는 게 느껴졌다.
“밝은 태양 아래 그 누구도 숨을 수 없을지어다!”
몸속으로 파고든 정보는 조금씩 성은 신통력을 무너뜨렸다.
금방이라도 그의 모습을 드러나게 만들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만약 여기서 성은 신통력이 풀리게 된다면 진양의 위장도 탄로 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진유덕의 모습이 드러나게 될지도 모른다.
진양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몸속으로 수많은 정보들이 파고들었지만 아무렇지 않았다.
이미 십이에게 여러 차례 당하며 단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성은 신통력 외에 다른 신통력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쓰는 순간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양은 재빨리 해안에 넣어두었던 한동관을 꺼냈다.
그다음 관으로 들어가 관뚜껑을 덮었다.
수많은 정보가 한동관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그러나 정보의 힘은 신기인 한동관에겐 조금도 먹혀들지 않았다.
같은 수준의 힘이지만 상성을 가진 게 아니라면 먹혀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다.
게다가 한동관은 정보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한동관은 곧바로 영감궁 밖으로 향했다.
영감의 표정이 굳어졌다.
순간 한동 권력의 기운이 느껴진 것이다.
마치 엄동설한이 찾아온 것처럼 주위가 서늘해졌다.
그는 비로소 실종된 한동 신이 어디로 갔는지 알 것 같았다.
누군가 그를 죽이고 권력을 빼앗은 것이다.
그리고 어떤 고수인지는 몰라도 권력을 신기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열심히 덫을 설치했지만 더 이상은 무의미했다.
마찬가지로 상대는 조금도 자신을 숨길 의향이 없었기 때문에 꿰뚫어 본다고 해도 의미가 없었다.
영감이 팔을 휘두르자 거대한 손이 나타나 영감궁 밖으로 튀어 나가려는 한동관을 붙잡았다.
그 순간 폭발이 일어나며 관뚜껑이 열렸다.
윤곽만 희미하게 보이는 자의 양손에는 관뚜껑이 들려있었다.
그는 관뚜껑으로 관을 붙잡고 있는 손을 힘껏 내리쳤다.
펑-!
굉음과 함께 거대한 손은 순식간에 소멸되어버렸다.
이어서 관뚜껑은 진양의 손을 벗어나 잔상을 남기며 날아가 버렸다.
관뚜껑은 옆쪽에 있던 궁전에 박혔다.
그사이 진양은 한동관을 챙겨 영감궁 밖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영감은 무표정으로 두 손을 마주 잡았다.
그러자 수많은 장면으로 이루어진 미궁이 나타나며 진양의 앞을 가로막았다.
진양은 관을 무기처럼 휘두르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한동관에 새겨진 다섯 개의 도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그의 앞에 나타난 모든 장면들을 강제로 얼려버렸다.
그러나 영감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영감궁으로 기어들어 왔던 자가 어떤 방법으로 정보로 만든 장애물들을 통과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진양이 대문을 향해 내달리고 있을 때.
그곳에 있던 거대한 기둥이 무너지며 또다시 거대한 손이 만들어졌다.
거대한 손은 다시 한번 한동관을 꽉 움켜쥐었다.
그런데 다소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진양은 일말의 미련도 없이 관을 놓아버린 채 남아있는 허상 미궁을 향해 달려든 것이다.
남자가 손을 뻗으니 정보로 이루어진 허상 미궁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즉, 그곳에 있던 모든 문제를 모두 풀어버렸다는 얘기였다.
진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영감궁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영감이 뒤늦게 그를 막아서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고 말았다.
상대가 이 정도 수준까지 올랐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영감 본인조차도 아무 권력 없이는 순식간에 허상 장면에 나타난 문제를 풀어내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진양은 순식간에 문제를 모두 풀고 사라져버렸다.
마치 본능적으로 답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일말의 망설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영감은 굳은 표정으로 팔을 휘저었다.
그러자 영감궁은 다시 정보가 되어 사라졌고, 천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서 영감이 손을 뻗자 거대한 손이 움켜쥐고 있던 한동관과 궁전에 처박혀있던 관뚜껑이 그의 앞으로 나아왔다.
한동 권력은 이미 완전히 부서졌다.
그러나 관을 통해 다시 하나로 모이며 신기가 만들어졌다.
이것은 본래 천궁의 물건.
오랜 여정 끝에 또다시 천궁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영감은 관을 유심히 살폈다.
누가 이것을 만들었는지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권력을 이용하여 신기를 만들다니.
누가 만든 건지는 몰라도 상당한 솜씨였다.
그러나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가 쓸 수 있는 수단은 전부 먹통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연구를 통해 신기가 어떤 위력을 품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만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