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4
14화 어디로 가는 것이오?
진양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매장지를 지나 음산한 숲으로 들어갔다. 주변에 안개가 끼면서 음기가 갑자기 강해졌다. 자신이 음괴귀묘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걸 알았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갑자기 수십 명의 귀신이 흩어져 있는 주변의 무덤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음산한 눈으로 진양을 노려보았다.
“가서 쓸모있는 놈을 데리고 와라. 귀왕이 찾는 자를 내가 알고 있다.”
주변에는 수십 명의 귀신이 있었지만, 진양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번엔 저번과 다르게 부적만으로도 수십 명의 귀신을 무찌를 수 있었다.
* * *
뚱보는 성안을 활보하고 있었다. 그의 걸음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지만 잘 빠져나갔다. 몇 개의 골목을 지나더니 갑자기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구 관사는 두 명의 축기 고수를 데리고 직접 쫓고 있었는데 와서 보니 뚱보의 옷만 남아 있었다.
구 관사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뚱보의 옷을 뚫어지듯이 보더니 갑자기 웃었다.
“제법이군.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 양기의 애송이가 우리를 따돌리다니. 이러면 그가 한 말을 믿을 수밖에 없겠어. 뻔뻔하게 자신의 사형을 팔다니. 이 자의 앞날이 기대되는군.”
구 관사 옆의 나침반을 들고 있던 중년 남자도 심각한 표정으로 나침반을 집어넣고는 그를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제법이야. 그 뚱보는 상당히 신중한 거 같네. 내 추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 보면 사형이라는 자도 보통이 아니겠지. 그러니 다락 귀왕이 가장 총애하는 여식이 빠진 거고. 그러니 뚱보도 신중하게 움직이는데 당연하겠지. 이젠 그를 믿을 수밖에. 그런데 구 관사, 정말 그 뚱보를 데리고 같이 움직일 건가?”
그랬다. 뚱보는 진양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그가 바로 귀왕의 여식을 괴롭힌 자라고 추측하고 이를 만영상호에 알린 것이었다.
물론 확실치는 않았지만, 진양을 곤란에 빠뜨리는 것만으로도 뚱보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생각했다.
구 관사가 대답했다.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가 아무리 잘 빠져나간다고 해도 겨우 양기입니다. 그분이 좌화한 땅에서 우리한테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하룻강아지일 뿐입니다. 지금 가장 한스러운 건 정보를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겁니다. 어쩔 수 없지만 과감하게 병사를 동원해야 할 거 같습니다. 한 달만 더 기다린다면 상호 안의 고수님들이 도착할 거고 그러면 다락 귀왕도 우리를 막지 못할 겁니다!”
만약 그날 도적만 아니었어도 그들이 무리하지 않았을 거다.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되네. 자소도군은 오천 년 전에 위세를 떨쳤던 인물이네. 만약 갑자기 사라지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 상회의 배후에 있는 대인마저도 그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을 거네. 아무리 많은 고수를 동원한다 해도 도군에게 있어서는 그저 애송이일 뿐이네. 지금 상황이 꼭 안 좋다고 할 수는 없네.”
한편, 뚱보는 두 사람을 따돌리고는 다시 작은 뜰로 돌아왔다.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안으로 잠입했는데 탁자에 남겨져 있는 종이가 보였다.
“장 사제, 중요한 단서를 찾아서 그자를 찾으러 가네. 내일 음괴귀묘 외곽에서 만나세.”
종이를 들고 있는 뚱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잠시 후, 겨우 발을 동동 구르고 이를 악물더니 바로 바깥으로 나갔다.
* * *
음괴귀묘의 입구.
진양은 십여 명의 귀신들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잠시 후, 온몸에서 귀기를 뿜어내며 살기 가득한 얼굴에 송곳니가 튀어나온 귀병이 걸어 나왔다.
“네가 덕비께서 찾는 자를 알고 있다는 자냐?”
귀병은 흉포하고 몸에서 뿜어내는 살기가 짙었다.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진양은 숨을 쉴 때마다 따갑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건 착각이었다. 살기와 음기가 강력하여 음기의 살기를 흡수할 때마다 폐가 상하고 있는 거였다.
경지의 차이가 너무나 컸다. 이 귀병은 적어도 축기 후기였다!
“맞다, 바로 내 사제 장정의가 그자다. 내가 알기로는 그가 전에 음괴귀묘에 갔다 온 뒤로 몰래 수백 명의 귀졸을 팔았다!”
진양은 뜨거운 기운을 참으며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는 어디에 있나?”
송곳니 귀병은 그 말을 듣더니 안 그래도 짙은 살기가 갑자기 더 강해졌다. 칠흑 같은 기운이 하늘 높이 솟구치자 진양은 그 기운에 그대로 날아갔다.
“다락 귀왕은 설마 평소에 너희에게 이렇게 일을 처리하라고 가르치던가?”
급작스럽게 날아간 진양은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손을 뻗어 한 척 길이의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두루마리에서 영광이 떠오르더니 영기가 솟아올랐다. 주변의 짙은 음기는 무형의 힘에 날아갔고 마치 광풍이 불어오는 것처럼 위험한 기운이 갑자기 나타났다.
갑자기, 송곳니 귀병의 발걸음이 멈췄다. 진양의 손에 있는 두루마리를 보자 표정이 점점 정상으로 돌아왔다.
“네가 정보를 가지고 왔으니 우리는 규율대로 했을 뿐이다. 뭘 원하느냐?”
“간단하다. 단지 만영상호와 무량도원의 사람들이 왜 갑자기 음괴귀묘에 흥미를 보이는 거지?”
“응?”
송곳니 귀병의 칠흑 같은 눈동자는 진양을 뚫어지듯이 보았다. 잠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우리가 원하는 답을 주면 우리도 네가 원하는 답을 주겠다.”
“내 사제 장정의는 지금 청림성에 만영상호 사람들과 같이 있다. 이변이 없으면 그들은 아마 내일 여기에 나타날 거다. 그의 몸에 법기가 있는데 몸을 은폐할 수 있다. 내일 너는 매우 착해 보이는 뚱보를 찾으면 된다. 내 사제 장정의가 운 좋게 덕비의 총애를 받았으니 사형이라는 내가 그를 무책임한 자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어쩌면 우리가 훗날 사돈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진양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지만 말투는 엄숙했다.
공교롭게도 뚱보도 진양을 팔아넘길 때 똑같이 사형 사제의 관계를 강조하여 설득력을 더했었다.
송곳니 귀병은 여기까지 듣자 어느 정도 믿기 시작한 거 같았다. 이런 자세한 내용까지 아는 것을 보니 그도 솔깃해진 것이다.
귀병은 진양에게 경멸감이 들었다.
‘권세가도 부자도 아닌 귀왕 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사제마저 팔아먹다니.’
“그 수도사들은 음괴귀묘에 들어와서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다. 거래가 모두 끝났으니 우선 가서 쉬고 있어라. 네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내일 알 수 있겠지,”
송곳니 귀병은 말을 아꼈다. 그는 진양의 동기를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
다락 귀왕은 음괴귀묘의 패주가 아닌가.
비록 바깥으로 원정을 떠난 적이 없고 여기서 조용히 수련하고 있었지만, 실력은 확실하니 그의 눈에 들려는 사람은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귀왕의 여식과 혼인하는 거였지만, 자신이 할 수 없으니 자신의 사제를 혼인시켜도 마찬가지 아닌가.
진양은 몇 명의 귀졸을 따라 작은 길을 따라갔다. 가면 갈수록 귀신들이 점점 늘어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앞에 두 개의 산이 있었는데 빽빽한 게 적어도 수천 개의 귀신 무덤이 있었다.
“두 형님, 날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요?”
진양은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당연히 귀왕 관저지.”
옆에 있던 귀졸이 바로 그의 물음에 대답해주었다. 그를 보는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진양의 눈은 가늘어졌고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얌전히 따라갔다. 하마터면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귀왕 관저면 음괴귀묘의 내부일 것이다.
만약 혼자 왔으면 잠입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낮았다.
반 시진 정도 더 걷자 산으로 둘러싸인 중앙에 칠흑 같은 건물이 갑자기 나타났다. 건물 위에는 귀기와 음기가 뭉친 구름이 하늘과 태양을 가리고 있었다.
진양은 먼 곳을 보니 그 건물의 뒤쪽으로 두 개의 산이 이어져 있었다. 중간에는 마치 하얀 선처럼 끊임없이 흐르는 강이 하늘에서부터 떨어지고 있었다.
이곳은 진양이 아는 곳이었다.
바로 지도에 표시되어 있던 입구였다.
드디어 지도와 연관된 곳을 찾았지만, 진양은 기뻐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길게 늘어진 건물들의 살벌한 기세는 주변의 모든 기혈마저 얼려 버릴 거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초소들이 즐비했다.
사방에는 십 장 크기의 신체가 건장하고 온몸에서는 하늘을 찌를 듯한 귀기를 풍기는 거대한 귀신들이 우뚝 서 있었다. 귀신의 눈은 마치 두 개의 거대한 등불처럼 사방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있었다.
진양은 속으로 당황했다.
자신의 실력이 겨우 양기인 걸 순간 잊고 있었다.
“뭘 멍하니 있는 것이냐. 빨리 가.”
뒤에서 그를 압송하는 귀졸은 거만하고 얕보는 눈빛으로 진양을 쳐다보고 있었다.
진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따라서 앞으로 걸어갔다.
귀졸을 따라서 간 곳은 귀성의 한 구석이었다. 이곳은 보기에는 다른 건물과는 별다른 차이가 없이 똑같은 돌로 된 건물이었다.
하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문이 없었고 오직 검은 안개만이 짙게 깔려 있었다.
진양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안개는 반으로 갈라지면서 길이 만들어졌고 관복을 입은 귀졸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
“이놈은?”
“정보를 넘긴 놈이다.”
하급 관리는 진양을 이곳저곳 살펴보더니,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진양을 데리고 검은 안개 쪽으로 걸어갔다. 검은 안개 앞에 도착하자 관리는 들고 있던 영패를 흔들었다.
그러자 검은 안개가 갈라지면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생겼다.
걸어 들어가면서 진양이 관리의 영패를 뚫어지듯이 쳐다보자, 관리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 검은 안개는 영혼을 빨아 먹고 뼈를 녹여버린다. 안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안 보이는 수만 마리의 독충이 있다. 오직 영패와 비법을 사용해야만 물러나게 할 수 있다. 검은 감옥에 들어가면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가 없지. 게다가 여기서 도망친다 해도 도리어 밖에서 더 빨리 죽을 거다.”
진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혼자서 귀성 안에 들어가게 되면 분명히 처참하게 죽을 거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검은 감옥에 도착하자 진양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
검은 감옥은 꽤 컸고 울타리도 기둥도 없었다. 모두 독방이었는데 옅은 검은 안개가 나누어져 있었다.
게다가 감옥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죄수가 있는 감옥에는 대부분이 살아있는 수도사였고 귀신 죄수였다.
그들의 상태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귀신에게 홀려 있거나 반죽음 상태였다.
“여기서 얌전히 지내거라. 이들은 모두 정보를 넘긴 놈들이다.”
옥졸은 기이하게 웃으며 진양은 감옥으로 넣었다.
이때 진양은 깨달았다. 앞서 두 귀병들이 왜 자신에게 제대로 캐묻지 않았는지를.
그가 오기 전에 이미 간 큰 놈들 여럿이 말도 안 되는 정보를 팔아넘기면서 잇속을 챙기려고 시도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 감옥에 갇힌 것이고.
정보를 주겠다는 진양의 말을 들은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진양을 이곳 감옥으로 데려온 것이다. 그들은 정보를 준 자를 대우해줄 생각이 전혀 없던 것이다.
“으아아악!”
갑자기 감옥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진양은 주변을 둘러보니 감옥 안에 있던 수도사가 한 손을 그 옅은 검은 안개로 내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