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5
15화 한 수 배웠습니다
그 손의 살은 눈으로 보일 정도의 속도로 사라졌다.
이내 뼈만 남았고, 안개가 뼈를 덮자 뼈도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그 수도사는 서둘러 손을 거두었지만 검은 안개는 빠른 속도로 팔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고 어느새 팔은 절반밖에 안 남아 있었다.
갑자기 수도사는 이를 악물더니 도를 꺼내어 자신의 팔을 잘랐다.
잘린 팔이 땅에 떨어지자 매우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잠시 후 팔은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도 안개에 떨어지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먼 곳의 입구에 도착한 옥졸은 고개를 돌려 한 번 비웃고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그곳에서 사라졌다. 상대하기도 귀찮은 거였다.
감옥 안의 사람들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도 얼굴에는 소름이 돋아 있었다.
진양은 감옥 안에 서서 살펴보자 사방이 검은 안개의 벽이었다. 심장이 자신도 모르게 빠르게 뛰었고 멈출 줄 몰랐다.
‘이게 무슨 영혼을 흡수하고 뼈를 녹이는 거야. 깨끗하게 사라지는 거지.’
어쩐지 감옥 안에는 옥졸이 하나도 없었다. 압송해오는 자들도 몸을 수색하지 않고 쇠사슬로 묶지도 않았다.
이 검은 안개가 있으면 그런 귀찮은 일을 할 필요가 없었던 거였다.
자물쇠가 없는 감옥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자물쇠가 없으면 진양이 가진 능력이 필요가 없었다.
도망치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진양은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자신이 들었던 물건이 정말 있기를 바라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렇게 모두에게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갔다.
* * *
다음 날 정오. 태양이 가장 뜨거운 시기.
만영상호의 무리가 위풍당당하게 매장지 안으로 쳐들어오더니 그대로 음괴귀묘까지 들어왔다.
수십 명의 수도사가 음괴귀묘까지 들어오자 입구를 지키던 귀신들과 대치했다.
“뚱보, 네 사형은 어디 있느냐?”
구 관리가 살벌한 눈빛으로 장정의를 노려보았다.
“일이 생겨서 시간이 지체되나 봅니다.”
뚱보는 식은땀을 연신 흘리며 속으로는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 사형이 설마 내가 그를 함정에 빠트린 걸 눈치챈 건 아니겠지?’
바로 그때 귀신 무리가 길을 비키자 그 송곳니 귀병이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살기 가득한 매서운 눈빛으로 둘러보다가 구 관리 뒤에 있는 뚱보를 발견했다.
귀병은 그를 자세히 보았다.
“네가 장정의냐?”
“응?”
뚱보는 바로 대답은 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불안했다.
‘저놈이 날 어떻게 알지? 그리고 저 눈빛은 뭐야? 불쾌한데?’
뚱보가 다시 말을 하기도 전에 송곳니 귀병은 구 관리에게 공수하며 말했다.
“구 관리는 역시 약속을 지키는군요. 그대들이 아가씨께서 원하시는 자를 데리고 왔으니 귀왕님께서도 당연히 약속을 지킨다고 하셨소. 저자를 데리고 가서 아가씨께 확인한 후에 답을 드리겠소.”
구 관리는 당황했지만 안절부절못하는 눈으로 도망치려고 준비하는 장정의를 보자 속에서 열불이 솟구쳤다.
‘이놈이 바로 그 변심했다는 놈이었군. 그래서 아는 게 그렇게 많은 것이었어. 네놈이 스스로 찾아온 것이렷다!’
“이건 오해입니다!”
장정의는 한 발자국 물러났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사형이 오히려 그를 함정에 몰아넣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지금 와서 구 관리가 뚱보와 할 말이 무엇이 있겠나.
구 관리가 손을 뻗어 뚱보의 목덜미를 잡고 진기를 흘려보내자 뚱보는 마치 뼈가 사라진 거처럼 고개가 축 늘어졌다.
이제 뚱보가 그인지 아닌지는 별로 의미가 없었다. 어쨌든 상대방이 지목한 건 바로 이 뚱보였다.
구 관리는 더는 말하지 않고 그를 송곳니 귀병에게 넘겨주었다.
상대가 뚱보를 데리고 떠나자 구 관리는 어두운 표정으로 옆에 있던 중년에게 말했다.
“무량도원 사람들은 아직이오?”
“곧 도착할 겁니다. 계획대로면 오늘을 넘길 수 없을 겁니다. 다락 귀왕이 막는다고 해도 무량도원에서 오늘 분명히 고수를 내세워 견제할 것이 확실합니다.”
뚱보를 손에 든 귀병이 두세 걸음 물러나자 발아래에서 검은 바람이 갑자기 불더니 하늘로 날아올랐다.
귀병은 검은 바람에 올라타더니 잠시 후 귀성이 있는 곳을 날아갔다. 하지만 귀병은 땅으로 내려가지 않고 한 손으로 뚱보를 들고 허공에서 흔들었다.
뚱보는 놀라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발버둥 쳤다.
멀지 않은 누각에서 아리따운 자태에 수줍은 기색이 역력한 여자 귀신이 복잡한 표정으로 한 번 쳐다보더니 실망한 표정으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송곳니 귀병은 난감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내 뚱보를 데리고 귀성 안의 구석진 곳으로 가더니 검은 안개로 덮인 검은 감옥 앞에다가 던져버렸다.
“가둬라.”
송곳니 귀병은 날아서 돌아갔고 검은 안색에서 옥졸이 나오더니 뚱보를 살펴보며 말했다.
“끌끌, 정말 죽고 싶어 안달 난 놈들이 많군. 우리 귀왕님을 자선 단체로 생각하나. 아무나 와서 속이고 또 속이니 정말 죽겠군!”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뚱보도 예외 없이 검은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검은 감옥이 다시 조용해지자 뚱보는 땅에 엎드려서 이를 악물고 저주하고 있는데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장 사제, 정말 사람은 어디서 만날 줄 모르는 모양이군.”
조금씩 몸을 가눌 수 있게 된 뚱보는 어렵게 고개를 돌려 옆 감옥을 보자 두 눈이 번쩍 떠졌다.
“진 사형이오? 사형도 여기 계셨네요.”
그리고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두 사람은 여기서 만나게 된 게 매우 부끄러웠다.
뚱보가 몸을 완전히 회복하자 일어나 감옥 옆으로 다가가 땅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존경스럽다는 표정으로 진양을 향해 손을 포개며 말했다.
“진 사형, 한 수 배웠습니다. 설마 내 계획을 꿰뚫어 보고 도리어 날 궁지에 몰아넣다니. 대단하십니다…….”
“장 사제, 과찬일세.”
진양도 주먹을 포개고는 대답했다.
“진 사형, 먼저 간 게 아니었소, 어찌 이곳에 갇히게 된 것이오?”
“내가 일부러 잡혀 왔다고 하면 믿겠나?”
“아하하.”
장정의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널 믿느니 귀신을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진 사형, 방금 한 농은 하나도 안 웃기오.”
“됐네. 안 믿으면 어쩔 수 없지. 만영상호 사람들은 왔는가? 무량도원 사람들은?”
“만영상호 사람들은 도착했습니다. 구 관리가 사람들을 이끌고 왔고 듣기로는 다른 고수가 무리 중에 섞여 있다고 했습니다. 무량도원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듣기로는 그 천재가 중상을 입어서 위험한 지경에 빠졌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들이 화가 났는지 이번에 어떤 장로를 보내어 직접 다락 귀왕을 상대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장정의는 이번엔 숨김없이 모두 말했다.
하지만 모두 말하고 나자 갑자기 의문이 들었는지 바로 물었다.
“진 사형, 이미 여기에 갇힌 신세인데 그걸 왜 물으시오?”
“그들이 싸우기 시작할 때 기회를 틈타 도망갈 생각이네. 안 그러면 내가 무엇 하러 여기에 일부로 잡혀 왔겠는가?”
“아아, 진 사형, 무슨 농담을 그리하십니까? 차라리 말을 안 하는 게 나을 거 같소.”
장정의는 입을 삐죽거리며 더는 대화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자가 들어온 걸 본 진양은 수도사 쪽은 분명히 적지 않은 수가 온 게 확실했지만, 아직 싸움을 시작 안 한 걸 알 수 있었다. 안 그랬으면 뚱보는 여기에 갇힐 게 아니라 십중팔구 그 자리에서 갈기갈기 찢겼을 거다.
만영상호가 안되면 무량도원을 기대할 수밖에.
사방 천 리 땅에서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을 천재 제자가 거의 맞아 죽을 뻔했으니 그들이 반응을 안 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자소도군이 좌화한 땅이 여기라면 무량도원은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밀어붙일 거고 이번 기회에 다락 귀왕도 함께 제거하려고 할 것이다. 자신들의 세력권 안에 귀왕이라는 존재가 있으면 얼마나 골치가 아프겠나.
* * *
한편.
음괴귀묘의 입구에는 수도사와 귀신들이 대치 중이었다. 안의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싸우지 않아도 되면 당연히 싸우고 싶지 않았다.
특히 만영상호 사람들은 더욱 그랬다. 지금은 그들의 전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고수가 온다고 했지만 이른 시간 안에 올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이 일을 계속해서 미룰 수만은 없었다.
구 관리는 온통 어떻게 하면 피해 없이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 중이었다.
바로 그때 음산한 바람이 불어오자 주변에 가득했던 옅은 안개가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고 땅의 진동은 멈출 줄 몰랐다.
쾅!
굉음이 나자 그곳에 있던 사람이든 귀신이든 가슴이 철렁했고, 눈앞에서 불꽃이 튀는 거 같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요동치는 안개를 마치 두 손으로 억지로 가르는 거 같았다.
음괴귀묘 안에서는 바깥의 매장지가 훤하게 보였다. 심지어 먼 곳에 있는 청림성마저 뚜렷하게 보였다!
모두가 아연실색했고 실성하여 소리쳤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누구지? 누가 방어벽을 갈라버린 거야?”
“음괴귀묘의 방어벽을 사람이 강제로 갈라버리다니? 삼원 수도사인가? 아니야 설마 신해기(神海期)의 대수도사인가?”
비명 속에서 무지개다리가 갑자기 나타났다. 무지개다리는 순식간에 음괴귀묘 안으로 날아왔다.
무지갯빛이 흩어지자 허공에서 노인이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것이 보였다.
노인의 눈빛은 음울하고 살기로 가득했다.
노인의 주변에는 한 마리의 화룡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돌고 있었다. 화룡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온도가 계속해서 치솟는 거 같았다.
“열화신강조(烈火神剛罩), 저런 영기(靈器)까지 가지고 오다니. 무량도원이 정말 다락 귀왕하고 철저하게 척 지려는 건가.”
구 관리는 땅에서 화룡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열화신강조를 갖고 왔다면 천재의 사부인 무량도원의 장로, 허신(許愼)일 것이다.
허신은 성격이 불같았다. 이전에도 다락 귀왕하고 싸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무량도원이 이번에 절정의 영기를 허신 장로에게 건네준 것으로 봐서는 철저하게 척 지겠다는 뜻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락 귀왕, 당장 나오지 못하겠느냐? 안 나오면 본좌가 네 둥지를 불태워 버리겠다!”
허신 장로의 목소리는 번개처럼 우렁찼다.
목소리는 반으로 갈라진 안개를 뚫고 마치 포탄처럼 생생하게 음괴귀묘 안까지 들렸다.
순식간에 먼 곳에서부터 검은 귀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구치더니 검은 구름이 되었다. 구름은 거대한 귀신의 얼굴이 되더니 입을 벌려서 포효했다.
검은 구름은 성난 파도처럼 몰려가더니, 공격해오는 힘과 맞부딪쳤다.
우르릉.
천둥이 치고 번개가 용처럼 울부짖더니 허공에서 한바탕 요란한 소리가 났다.
일 년 내내 태양이 보이지 않던 음괴귀묘에 태양이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