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500
1500화 앞으로도 계속 잘해주길
조윤이 떠나고 난 뒤.
매염은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부여잡은 뒤 공손하게 사주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단 한 글자도 빠짐없이 모두 보고했다.
설명이 모두 끝난 뒤.
사주가 무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디 한번 네 의견을 얘기해 보거라.”
매염은 잠깐의 고민 후에 입을 열었다.
“소인의 짧은 식견으로 가늠하건대 상대는 자신이 어떤 것을 알고 싶어 하는지 저희 쪽에 알리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습니다. 온갖 노력을 들여 조윤을 이곳까지 보낸 이상 결코 단순한 목적은 아닐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그러니 일단은 시간을 끌어보시는 게 어떨지요? 아예 무시를 하고 역으로 놈을 초조하게 만드는 겁니다.”
사주의 입가에 돌연 미소가 번졌다.
“내 지시를 바랄 것 없다. 어떤 정보를 줄지는 네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거라.”
상대는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굳이 그가 간섭할 필요는 없었다.
그랬다간 오히려 상대가 원하는 정보를 넘기는 꼴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예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척 매염에게 모든 것을 결정하도록 만드는 게 좋다.
물론 매염이 이 일을 잘 처리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말이다.
말을 마친 사주는 빛이 되어 사라졌다.
“빌어먹을!”
사주가 사라지기 무섭게 매염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며 울분을 토했다.
현재 상대는 계속해서 매염을 찔러보고 있다.
그리고 그건 사주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일종의 시험이다.
사주는 모든 결정권을 매염에게 넘겼다.
어떤 정보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넘길지는 온전히 매염 본인의 능력에 달려있었다.
상대가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가늠할 수 있는 건 매염까지가 전부일 것이다.
매염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분을 삭였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며 분노는 어떤 정보를 줘야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바뀌었다.
* * *
같은 시각.
객잔으로 돌아온 진양은 가지고 온 주머니 반지를 살폈다.
반지에 어떤 수작을 부렸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일단 반지 안에는 대량의 영석 외에 일반적으로 수도사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재료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진양의 얼굴에 환하게 미소가 번졌다.
남의 돈을 쓰는 것만큼 신나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어쨌든 이것도 일종의 수확이라고 볼 수 있다.
* * *
어느덧 세 달이 흘렀다.
그동안 진양은 매일 정해진 시간마다 수련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음식을 사 먹는 데 썼다.
매염도 이쯤 되자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진양이 그동안 신나게 돌아다니는 모습은 그도 직접 확인했다.
게다가 기분도 상당히 좋은지 수련 경지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다.
물론 충분한 돈과 자원이 생겼으니 수련 경지가 늘어난 건 당연한 일이다.
어쨌든 이로써 단순히 시간을 끄는 건 별로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기에 그는 사람을 보내 첫 번째 정보가 준비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한참 청루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진양을 불러들였다.
* * *
매염은 진양을 한 밀실 안으로 데리고 갔다.
밖에서 보기엔 작은 방처럼 보였으나, 실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대략 백여 장이나 되는 큰 공간이 나타났다.
무언가로 환하게 비춰진 방에는 책장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책장에는 금박이 입혀진 책부터 옥간까지 다양한 것들이 빼곡하게 꽂혀있었다.
한눈에는 다 살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매염이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뭘 원하는지 몰라 일단은 다 준비해봤다. 지난 세 달 동안 내 능력으로 모을 수 있는 건 전부 모았으니 살펴보도록 하거라.”
진양은 아무 책이나 하나 골라 펼쳤다.
상당한 양의 정보가 들어있긴 했으나 중요한 정보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야말로 잡탕 중의 잡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진양은 하마터면 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그러나 애석하게도 진양이 가장 좋아하는 정보가 바로 이처럼 잡다한 정보다.
쓸모없어 보이는 정보라도 세세하게 살펴보다 보면 결국 원하는 것을 유추해낼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쓰레기 정보라도 양이 많을수록 이득이다.
“이번엔 시간이 부족하여 이 정도밖에 모으지 못했다. 다음에는 최대한 더 많이 모아보도록 하지.”
진양의 표정 변화를 살피던 매염이 한마디 건넸다.
이것이 그가 생각해낸 가장 직접적이고 간단한 대응책이다.
그는 상당히 많은 양의 정보를 준비했다.
단순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간을 소모할 만큼의 양이었다.
게다가 이것들은 전부 아무 쓸모도 없는 쓰레기 정보들이다.
이런 정보는 계율사에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
비록 크게 쓸만한 것들은 아니었지만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이 있듯, 언제 어디서 쓸지 모르기 때문에 모두 모아둔 것들이었다.
그가 단숨에 수많은 양의 정보를 준비한 건 조윤이 어떤 식으로 정보를 정리하고, 또 어떤 방법으로 이것을 진양에게 전달할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진양은 흡족스러운 표정으로 이곳에 있는 모든 책을 챙겼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주 훌륭해요.”
* * *
다시 객잔으로 돌아온 진양은 책을 훑어보며 기억에 새기기 시작했다.
일단 내용을 자세히 볼 필요는 없다.
전부 새기고 난 다음 천천히 살펴봐도 그만이다.
‘감히 이 몸을 상대로 이런 허접한 잔꾀를 부려?’
이 정도의 정보면 굳이 십이의 도움 없이도 간단하게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진양은 객잔에 머물며 계속해서 책을 살폈다.
주변에 감시자가 있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도 조급하게 굴지는 않았다.
하루 종일 책을 살펴보다가도 밖으로 나가 청루에 놀러간다든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닌다든지, 몽사에게 새로운 요리법을 알려준다든지.
그야말로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모든 정보를 기억에 새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사흘이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가 대충 책을 보고 넘긴 것으로 보이는 게 전부였다.
마치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책의 내용은 보지 않고 목록만 보고 넘긴 것처럼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진양은 매염이 엄청난 인재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십방계로 넘어온 지도 어느새 꽤 긴 시간이 지났다.
그는 그동안 여러 방면으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십방 대제와 계율사 사주까지 뒷배로 얻으며 마음껏 활개칠 수 있는 기반까지 마련했다.
진양은 처음 정보를 요구하면서 명확한 문제를 던져주고 싶진 않았다.
물론 명확한 문제를 던져준다고 해도 그건 매염의 능력 범위 밖의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알아서 정보를 달라고 했다.
매염이 자신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알렸다는 사실도 일부러 모른 척했다.
이를 통해 대략적으로 계율사 사주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가늠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사주는 진양의 요구를 무시하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첫 거래를 통해 무언가를 캐내려고 하는 목적이 컸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분명 매염에게 이렇게 말을 했을 것이다.
‘정보를 주되 어떤 정보를 줄지는 네가 알아서 정하도록 하거라. 다만 상대가 무언가를 알아낼 수 있을 만한 정보는 거르도록.’
난처한 상황에 빠진 매염은 고민에 빠졌다.
조금이라도 중요한 정보를 넘겼다간 괜히 상대가 원하는 걸 넘겨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넘긴다면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민 끝에 가장 단순하면서도 무식한 방법을 선택했다.
온갖 쓰레기 정보를 넘긴 것이다.
물론 이 중에서도 아주 조금은 중요한 정보가 섞여 있다.
다만 수많은 쓰레기 정보 사이에 섞여 있을 뿐.
그의 입장에서 보면 이미 최선을 다한 것이다.
지위와 시간의 한계도 있었고, 십방 신조의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정보를 긁어모은다면 이게 최선이었다.
어쨌든 진양은 매염의 결정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좋아. 앞으로도 계속해서 잘해주길.’
정보를 몽땅 기억 속에 새긴 진양은 잠에 들며 다시 본존으로 돌아갔다.
* * *
본존으로 돌아온 진양은 곧장 사자결 첫 번째 단계를 발동하며 수많은 정보를 살폈다.
엄청난 양의 정보의 물결이 흘러가며 마치 제자리를 찾아가듯 정리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정리를 마친 진양은 흡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겉보기에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쓰레기 정보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일반적인 산수들은 결코 구하지 못하는 나름 귀한 정보들이었다.
예를 들어 문파, 신조, 종족 등 세력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 그렇다.
이 부분엔 주로 누가 어떤 세력에 속해있는지 등의 정보가 들어있었다.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상식에 불과한 것들이지만, 지위가 낮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귀한 정보였다.
이토록 세세하고 온전하게 전반적인 정보를 구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계율사의 입장에선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쓰레기 정보에 불과하다.
이 외에 인물에 대한 정보도 대량으로 들어있었다.
이름은 물론이고 가족 관계와 족보까지도 자세히 적혀있긴 했지만, 그래도 비밀이라고 할 정도의 정보는 아니었다.
어쨌든 구 할 정도의 정보가 별 볼 일 없는 쓰레기 정보였다.
이 외의 일 할의 정보 중 구 할은 그나마 쓰레기 정보 중에서도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다.
오직 극소수만이 ‘그나마 쓸 만한 수준’의 정보였다.
물론 이건 온전히 십방 신조, 계율사, 혹은 매염의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의 경우다.
진양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정보 정리가 모두 끝나며 거대한 금자탑 형태의 정보탑이 나타났다.
물론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아 뼈대에 불과하긴 하지만 이건 앞으로 시간이 충분히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였다.
‘나름 수확이 풍성한 편이군.’
이 정도면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도 될 듯했다.
진양은 환생부에서 작성한 환생 명부를 꺼내 십방계 출신의 환생자를 살폈다.
그다음 적절한 목표를 찾아 곧바로 꿈 세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