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516
1516화 시행착오를 할 수 있는 기회
진양은 손바닥 위에 놓여있는 다섯 개의 선천충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다섯 개의 선천충각은 그 자체로도 매우 중요한 정보다.
십방계는 찍소리조차 하지 못하고 망자의 세계에 의해 제압당했다.
굳이 다섯 개의 선천충각까지 써가면서 수용할 필요는 없었다.
다시 말해, 추가로 선천충각을 더해야만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태일의 권력이 그렇다.
확신할 순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감은 잡혔다.
이제 남은 건 충분히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알맞은 자리에 기입하는 것뿐이다.
태일의 권력이 십방계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필요는 없다.
태일의 권력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손에 넣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이것을 수용하기 위해 필요한 선천충각이 총 네 개인 것만 확인하면 된다.
남은 하나는 무조건 태일의 권력이었으니 말이다.
하나의 선천충각을 모두 써야만 수용할 수 있는 건 천제의 권력만이 유일하다.
어느 정도 가늠도 잡혔고 상당한 양의 정보도 모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때보다는 훨씬 더 낙관적인 상황이었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간단하다.
목사의 말을 완전하게 믿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목사를 마주하는 순간부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괴함이 느껴졌다.
특히 목사가 자신의 팔을 바라보며 과거의 일에 대해 말하는 순간 어딘가 이상하다는 게 느껴졌다.
진양은 봉신서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상대가 신인지 아닌지, 또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뚜렷하게 구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양은 이 사실에 대해선 일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진양은 그저 자신이 신의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한 뒤 태일의 권력에 대해 물었을 뿐이다.
즉, 십방 대제가 태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을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태일은 태일이고, 십방 대제는 십방 대제라는 것.
사실 여기에는 한층 더 깊은 질문이 숨겨져 있었다.
바로 태일의 권력을 봉인하거나 모종의 수단을 써둔 게 목사 본인인지 질문한 것이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목사도 뭐가 문제인지 확실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나 목사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그는 태일이 맞다네. 일전에 궁지에 몰렸을 때 직접 내 눈으로 확인했다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그 대가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만약 이렇게 간단하게 끝날 일이라면 애초에 질문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권력을 구상하는 신기를 가지고 있는 신도 신이다.
그런데 봉신서를 가지고 있는 진양조차 그가 신으로써 가지고 있어야 할 어떠한 물건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십방 대제는 신이 아닌 것이다.
전설의 목도인이 이런 사실조차 구분하지 못할 리는 없다.
그래서 진양은 그의 앞에선 중요한 정보는 조금도 흘리지 않았던 것이다.
목사가 상당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아예 목사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옥새에 관한 얘기는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았다.
반을 믿는 이유는 이렇게 하면 매우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을 믿지 않는 이유는 천제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일이 신조에 자신의 모든 것을 귀속시켰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만약 목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십방 신조를 멸망시키는 즉시 태일의 권력도 산산조각 나게 된다.
태일은 천제다.
천제가 자신의 모든 안위를 일개 아무 힘조차 없는 인간에게 맡길 리는 없다.
게다가 인간은 천제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던 전과가 있는 존재들이다.
진양은 선천충각을 해안 깊은 곳에 봉인시켜둔 뒤 밖으로 나왔다.
눈을 뜬 진양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홀로 이곳에 앉아있으니 탄식이 흘러나왔다.
마침내 우려하고 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지금까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믿고 있던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바로 천제와 관련된 부분이라면 십이사는 무조건적으로 신뢰해도 된다는 점이었다.
물론 반드시 그렇다는 확실한 근거를 찾은 건 아니었다.
그저 처음 몽사를 만났을 때 그를 무조건적으로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던 게 전부다.
그러나 처음으로 목사를 만난 순간 믿음에 균열이 일어나고 말았다.
온갖 고초를 겪어본 진양이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균열은 결코 아무 이유 없이 생기는 게 아니었다.
진양은 곧장 망자의 세계로 향했다.
몽사를 찾아간 진양은 한참 동안 그녀를 살폈다.
소년의 모습을 한 몽사.
아무리 그녀를 바라보고 있어도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설령 몽사가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말이다.
흡족스럽게 아침 식사를 마친 몽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양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또 무슨 일이죠?”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요. 혹시 십이사도 누군가에 의해 화신이 되거나 육신을 빼앗기는 경우도 있나요?”
“절대 그럴 리 없어요.”
몽사의 대답은 매우 단호했다.
“누구든 ‘사’의 경지에 올랐다는 건 곧 자신만의 도를 이뤘고 그것과 한 몸이 되었다는 뜻이죠. 아무리 전설 속의 신선이라고 해도 도를 훔쳐 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군요…….”
진양은 씁쓸하게 웃었다.
어쩌면 자신이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의심의 늪에 빠진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쯤 되니 몽사가 이곳에 머물고 있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진실을 의심하게 만드는 존재.
어쩌면 자기 자신조차도 진실을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직 이런 허황된 곳에서만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일지도.
“이제 어느 정도 실험은 끝난 것 같습니다. 이제 이곳도 다음 단계의 실험으로 돌입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진양이 복제 대황을 가리키며 말했다.
앞으로 다가올 전쟁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십방계와 대황의 수준 차이는 결코 수십 년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수많은 세계 중에서도 단연 십방계가 우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것은 바로 십방 대제가 오랜 시간 제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십방 대제가 충분히 강력한 실력을 갖고 있는 만큼 세계의 천장도 상당히 높았다.
때문에 십방계의 강자들은 혹여나 다른 사람들이 천장에 닿을까 봐 걱정할 필요조차도 없을 정도였다.
십방계 내에 있는 사람들 중, 목사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살아서 십방 대제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
진양이 살아서 십방 대제로부터 도망칠 수 있다고 자신했던 이유는 총 세 가지.
첫째는 십방 대제가 권력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십방 신조의 영토를 벗어났기 때문이고, 셋째는 진양이 통로의 입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양은 대제가 모르게 입구를 완전히 장악하기까지 했다.
단숨에 진양의 숨통을 끊어놓지 않는 이상 십방 대제는 절대로 진양을 죽일 수 없다.
어쨌든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쌓인 여러 요소들로 인해 십방계는 대황보다 강력한 힘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대황에서는 도궁 경지에만 올라도 고수의 항렬에 들 수 있다.
신문부터 도궁까지 수도사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반면 십방계는 신문부터 도궁까지 수도사의 수가 비교적 균일한 편이다.
설령 정상급 강자들이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십방 대제의 입장에선 전혀 부담스러울 게 없다.
오히려 어떤 방면에서는 십방계가 우세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계약에 따라 실제로 전투에 나설 수 있는 가장 강한 강자는 도군일 것이다.
그러나 십방계 도군의 수는 대황 도군의 수를 압도할 정도로 많았다.
만약 장기전으로 이어진다면 대황은 반드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상대가 가진 강점을 인식시켜주는 것, 그리고 대황이 가진 강점도 보여주는 것.
그래야 상대도 순순히 싸움에 임한다.
상황이 한쪽에만 유리하게 치우쳐져 있다면 상대는 애초에 싸우려고 들지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건 진양이 직접 나서서 싸우는 자리도 아니다.
물론 모든 과정을 진양이 직접 준비하긴 했지만, 그건 계약을 맺기 전에 전부 준비한 것들이다.
직접 전쟁에 참여하지 못하는 건 그렇다고 쳐도 배후에서 영향력을 주는 것조차 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싸움은 무의미하다.
* * *
전쟁은 이미 소리 없이 시작되었다.
십방계로 향하는 입구를 중심으로 방원 삼만 리 내의 모든 땅이 첫 번째 전장이 되었고, 호량도에도 방어선이 설치되었다.
그러나 호량도가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호량도 안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은 현실보다 더 생동감 넘치는 허상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다.
현재 양쪽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곳은 복제 대황과 현실 십방계.
복제 대황은 꿈 세계에 수용된 상태고, 십방계는 선천충각에 수용되었으며, 망자의 세계는 꿈 세계와 선천충각을 수용하고 있는 상태다.
그 누구도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현실 세계의 모든 세계보다도 더 안정적인 형세가 이루어졌다.
이어서 소규모의 정탐전이 시작되었다.
이로써 전쟁의 서막을 연 것이다.
고수들의 소리 없는 침투전도 조금씩 진행되기 시작했다.
거시적인 침투인 만큼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었다.
단지 소규모의 침투일 뿐인데도 어느덧 대황이 압도되는 듯한 형세가 이어졌다.
대영 신조의 사람들을 보낼 수가 없었다.
호량 조각은 이미 십방 대제의 사람들이 점거한 상태였다.
계율사 사람들 역시 은밀하게 대황으로 침투를 시작했다.
진양은 냉정하게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높은 곳에서 살펴보는 것처럼 손쉽게 적의 모든 수단과 침투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것은 ‘계약’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이고, 이는 곧 복제 대황으로 침투하는 것이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시점으로 진양은 조용히 꿈나라에 빠진 사람들을 전부 챙겼다.
그리고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어떤 곳으로 보냈다.
그들이 다시 돌아갈 때 이상한 점을 깨닫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진양이 이들을 수용한 곳은 가장 먼저 사용했던 두 개의 선천충각.
전사한 사람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
모든 것이 진짜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것은 확실히 진짜가 맞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진짜는 완전한 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단순히 진양에게 시행착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