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진퇴양난에서 벗어나는 법
검은 연기가 바위를 강타하자 바위와 연결된 쇠사슬이 순간 팽팽하게 당겨졌다.
강력한 힘이 소용돌이치며 주위를 휩쓸었다.
부도마교 장로는 돌풍에 휩쓸려 날아가 버렸다.
앞으로 달려 나가던 진양도 돌풍에 휩쓸렸고, 빠른 속도로 장로를 향해 날아갔다.
등껍질의 보호를 받고 있긴 했지만, 순간적으로 눈앞이 어두워졌다.
마치 누군가 새까만 먹물을 칠한 손으로 얼굴에 한 방 먹인 것처럼 말이다.
눈앞이 다시 밝아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진양은 허공에 매달려있었다.
진양의 아래로는 거대한 바위 중심에 있는 돌기둥이 있었는데,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이 순간, 진양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찝찝함, 어색함, 그리고 알 수 없는 익숙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왜 이런 느낌이 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손의 거리가 검은 돌과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느낌은 점점 더 강해졌다.
평범한 석탄 덩어리에 불과했던 돌의 표면에선 매끈한 검은 빛깔의 빛무리가 피어올랐다.
빛은 안쪽으로 수축하고 있었고, 표면의 빛무리는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었다.
곁눈질로 주위를 살피자,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유령 선장과 단천궁의 모습이 들어왔다.
단천궁은 검사(劍絲)로 선장을 공격하고 있었고, 유령 선장은 지지 않고 조타륜으로 맞서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막상막하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서로 어쩌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땅 위로 나뒹굴던 부도마교의 장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며 계속해서 돌진해왔다.
“잠깐…….”
진양의 손이 순간 멈칫하고 멈춰 섰다.
장로는 진양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곧바로 검은 돌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막아! 놈을 막아야 해! 어서 돌을 잡아!’
순간 진양의 머릿속에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양의 눈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마치 거역할 수 없는 진리와도 같이 느껴졌다.
그때, 갑자기 간에서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덕분에 진양은 순간적으로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리자 여전히 돌진해오고 있는 장로의 모습이 보였다.
손은 여전히 검은 석탄으로부터 한 뼘의 거리가 남아있었다.
정신은 점점 더 맑아지기 시작했다.
그때, 몸 안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와 진양의 머리 위로 붉은 종의 형태를 이루었다.
이어서 종 안에서 잠이 덜 깬 듯한 모습의 닭의 모습이 나타났다.
“도무지 시끄러워서 잘 수가 없네! 자꾸 이렇게 방해하면 회복이 늦어진다는 거 몰라서 그래?”
닭은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주위를 둘러보았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듯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진양의 모습을 보곤 소리쳤다.
“잠 좀 자자고! 어떤 놈이 이 몸의 수면을 방해하는 거야!”
성난 닭의 목소리와 함께 호양보종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와 주위를 비췄다.
둥-
낮지만 그 어떤 소리보다 맑고 청량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종소리로 인해 만들어진 파동이 사람들의 고막을 자극했고, 석벽을 때리고 다시 돌아온 종소리는 종에서 나온 소리와 합쳐지며 더욱 큰 소리를 만들어냈다.
순간 진양의 이성과 몸을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느낌이 사라지며 정신이 맑아졌다.
진양의 눈에 가득하던 붉은 빛도 깔끔하게 사라졌다.
근처에 있던 부도마교의 장로, 그리고 격전을 벌이던 유령 선장과 단천궁 모두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진양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주위를 살핀 뒤 천천히 뒤로 물러서 돌기둥에서 멀어졌다.
“젠장! 조심한다곤 했는데, 또 이런 수에 걸려들다니. 꽤 제법인걸…….”
진양은 주위를 돌아보며 이를 갈았다.
이제 보니 검은 그림자와 환상은 전혀 다른 존재였던 것이었다.
환상은 그저 진양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것이지만, 검은 그림자는 실존하는 존재였던 것.
지금까지는 겉은 환상이고 내면은 검은 그림자라고 생각해 왔었다.
단지 힘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본질적으론 같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검은 그림자를 경계하느라 환상은 잊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보는 것과 느끼는 건 환상에 불과하기에 영면천등으로는 막아낼 수가 없었다.
유령 선장의 손에 들려있던 조각상이 깨지고 급하게 달려왔던 순간이 떠올랐다.
아마 그 순간부터 수에 말려들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곳은 봉인의 핵심이다.
사마는 진양이 검은 돌을 가져가길 바랐을 것이다.
진양은 뒤늦게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발견했으나,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때, 나무 정령과 닭이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곤 진양이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해 준 것이었다.
“진유덕,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이런 위험한 곳을 쏘다니는 거냐? 이제 내겐 힘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고. 전부 써버리면 더 이상 회복도 불가능해. 그렇다고 네 힘으로 이 몸의 본체를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닭이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위에 떠다니고 있는 검은 연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끄러워. 평소에 퍼질러 자는 건 그렇다 치겠는데, 이런 중요한 순간까지도 힘을 안 쓰겠다면 도대체 언제 쓰겠다는 거냐?”
진양은 툴툴거리면서도 시선을 검은 돌에서 떼지 않았다.
“유덕, 됐으니까 얼른 도망이나 치자고. 이곳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사릴 때는 사릴 줄도 아는 게 중요한 거지.”
닭은 종 안으로 몸을 쏙 집어넣으며 말했다.
“이곳에 봉인되어있는 존재는 설령 내가 온전히 힘을 쓸 수 있을 상태라고 해도 덤빌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호양보종은 비보가 아닌 법보기 때문에 사용에 제한이 있었다.
무엇보다 힘의 소모가 상당한 법보라 진양의 현재 실력으로는 사용이 불가능했다.
물론 사용하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호양보종 내에 아직 닭이 소화 시키지 못해 남아있는 영액(灵液)을 사용한다면 가능했다.
하지만 위험한 순간이 아니면 별로 쓰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까웠다.
게다가 영액을 써버린다면 닭의 회복 속도도 그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한 번 호양보종을 쓸 때마다 많은 양의 영액이 소모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진양의 힘으로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은 아까워할 때가 아니라 과감하게 사용할 때였다.
“닭, 아무래도 영액이 아깝긴 하지만 지금은 네가 힘을 써줘야 할 때라고. 이대로 있다간 우리 다 죽는다고!”
“어휴, 이럴 줄 알았다. 진유덕, 널 따라다니면 항상 재수 없는 일만 일어난다니깐.”
“시끄러워. 그래도 내가 언제 섭섭하게 덜 챙겨준 적이라도 있냐?”
그때, 갑자기 느껴지는 진양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은은하게 미소를 띤 채 다가오고 있는 검은 그림자의 모습이 보였다.
“진양, 내가 얘기했었지. 넌 도망칠 수 없다고.”
“해적 단원들은 어떻게 된 거지?”
“아, 그 녀석들?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 내 도움 없이 이곳까지 빠르게 도달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거야.”
“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는 진양보다 한 수 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수단이 있었음에도 일부러 진양이 영면천등을 손에 넣자마자 사라지고, 또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 진양의 헛점을 노리다니.
“네 완벽한 육신, 그리고 도기를 원한다. 선천적으로 갖춰진 네 육신과 도기는 나의 힘을 받아들이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테니까. 게다가 네가 익힌 공법도 나와 완벽하게 잘 맞아떨어지거든.”
그림자는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다.
“진양, 넌 내게서 도망칠 수 없다. 이곳에 몇 번에 오갔던 그 늙은이, 그가 검은 돌을 가져가 봉인을 파괴한다면 나의 힘도 이곳을 벗어날 수 있게 되겠지.”
“꿈도 크군. 그게 마음대로 될 것 같아?’
“아니, 일단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보는 게 좋을 거야.”
검은 그림자의 얼굴엔 여유가 넘쳤다.
“그 화신은 걱정할 거리조차도 안 돼. 원한다면 언제든 죽게 만들 수 있지. 그리고 그 선장? 흐흐……. 여기서 나가는 방법이 궁금한가? 그렇다면 내가 알려주도록 하지.”
순간 진양의 마음속에 불안함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봉인을 강화하기 위해선 검은 돌에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워 피를 제물로 바쳐야만 한다. 그렇게 하면 이곳에 서 있던 사람은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자, 그럼 생각해 보자고. 과연 선장이 자신을 희생해서 널 내보낼지, 아니면 그 반대일지 말이야.
진양, 아직도 자신감이 남아있나?
네 육신을 내게 바쳐라. 그러면 네 영혼만은 남겨주마. 그리고 이곳에서 나가게 된다면 네게 새로운 육체를 찾아주겠다. 그다음 네 모든 적을 해결해 주마. 네 이름 앞에, 네 발밑에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검은 그림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금방이라도 귀에 걸릴 듯한 모습이었다.
승리는 이미 그의 손에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누구도 그에게서 빼앗아갈 수 없었다.
땅에 앉아 힘을 회복하고 있던 진양이 문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단하군. 그렇게 오래 갇혀있었는데도 정신이 멀쩡하다니.”
“맞아. 여기까지 버티는 건 결코 쉽지 않았지.”
검은 그림자의 얼굴에서 탄식이 묻어나왔다.
살아있는 존재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세월이었다.
세월은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갔다.
설령 과거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이나 악인일지라도 현재 남아있는 건 전설뿐이었다.
아니, 심지어 전설 한 마디조차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이 세계에서 오래된 봉인을 발견한다면 조심하는 편이 좋았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만약 봉인 속에 갇혀있는 존재가 살아있다면 가능성은 오직 한 가지뿐.
바로 그 존재가 매우 강력하다는 뜻이었다.
이러한 존재들은 너무나도 강해 죽이는 것이 불가능하여 결국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봉인이었다.
강력한 존재를 봉인에 가두고 세월의 힘을 빌려 조금씩 그 존재를 지워가는 것이었다.
물론 그 존재를 완전히 지우진 못하더라도 수없이 세월이 흐르다 보면 그가 가진 이성, 지성이 모두 사라지게 되긴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나면 봉인된 존재는 스스로 자멸하게 됐다.
현재 검은 그림자에게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그의 이성은 세월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듯했다.
느낌상 죽은 몸에서 새롭게 태어난 이성은 아닌 듯했다.
“내가 순순히 몸을 내어줄 거라곤 기대하진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아직 시간이 있으니 얘기를 해 보자고. 아마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렸을 거야. 그렇지? 최소 만 년은 기다렸을 텐데 승리의 순간에 아무도 네 수단을 알아주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재미없는 건 없겠지.”
진양은 눈을 감아버렸다.
치료를 포기한 듯했다.
“무얼 알고 싶은 거냐? 이만 포기하는 게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