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39
39화 영문을 모르다
진양은 주위를 계속해서 둘러보았다.
아쉽게도 더 다가갔음에도 내부를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대진에서 나오는 안개의 장막인지 아니면 영기가 너무 짙어서 자욱한 기운에 막힌 건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은연중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 죽을 것 같다는 엄청난 공포가 느껴졌다. 그리고 허공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주는 위기감은 안개 속보다 몇 배는 더 강했다.
궁금해 죽을 거 같았지만 진양은 애써 자신의 호기심을 억눌렀다. 진법은 사람보다 말이 안 통해서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죽일 게 틀림없었다.
“가자, 한바탕 나갔다 왔으니 종문 안에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도 확인해 봐야겠구나.”
노인이 진양의 어깨를 잡고 구름에서 한 발자국 내밀자 세계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걸으면서 진양은 의혹이 생겼다.
‘방향이 잘못된 거 같은데, 산문이 있는 곳은 이쪽이 아니지 않나. 내가 잘못 본 건가?’
그런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노인이 자신을 데리고 안개 속을 뚫고 지나가자 진양은 그제야 의심을 거두었다. 어쩌면 이것도 산을 지키는 대진의 효력이고 자신의 시력이 부족하여 꿰뚫어 보지 못한 게 아닐까 싶었다.
진양의 마음속에서 경계심이 들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한 겹의 흰 땀방울이 끊임없이 흘렀다.
세계의 그림자 속을 걷고 있는데도 엄청난 위험이 온몸을 덮어왔다. 당장이라도 치명적인 공격을 받을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진양의 온몸은 굳었고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노인이 자신을 들고 가도록 내버려 두었고 눈으로만 끊임없이 바깥을 훑어보았다.
바깥에는 초목이 왕성하고 생기가 넘치는 거 같았다.
진원을 움직여 두 눈에 모으고 다시 보자 수많은 도문이 천지에 가득했다. 그 나무들 위에는 빼곡한 도문이 서로 교차하며 떠 있었다. 마치 온 천지가 보이지 않는 그물로 덮인 거 같았다. 신광이 흐르면서 온갖 위험을 숨긴 채 온몸을 공격할 기세였다.
‘이게 어딜 봐서 산문이야. 걷는 곳마다 온통 살기가 넘치는 절세의 흉진(凶陣)이라니!’
진양은 소름이 끼쳤다. 잠시 보기만 했는데도 눈이 시렸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런 도문과 부문으로 이루어진 절세의 흉진이라니.
잠시 후, 다시 눈을 뜨자 노인은 여전히 칼춤을 추듯 흉흉한 진법 속을 걷고 있었다.
진양은 의심됐지만, 노인이 순간 방심할까 봐 지금은 감히 물어보지 못했다.
종문의 산문이 이렇게 위험하다고?
자신의 문파로 돌아가는데 이렇게 허공을 넘어서 갈 일인가?
아니면 종문의 특별한 규율인가?
통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진양은 의혹을 계속 참다가 살벌한 진법을 모두 통과한 후에 입을 열었다.
“스승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정문으로 가지 않는 게 종문의 특색입니까?”
“누가 그러더냐? 우리는 지금 정문으로 가고 있다. 들키지 않게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아라. 곧 산문에 도착한다.”
노인의 말을 구구절절 옳았다. 그의 말에서 뭐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뭘 조심하라는 거지?’
진양은 여전히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속에서 떠오르던 불길한 예감은 갈수록 강해졌다.
출구를 묻기도 전에 눈앞의 광경이 갑자기 변했다.
앞에는 벌거벗은 흑산(黑山) 하나가 외롭게 있었다. 먼 곳을 보자 마치 고요한 무덤처럼 적막감이 흘렀다. 마치 산 정상 주변 빛을 형체가 없는 커다란 입이 흡수하고 있는 거 같았다.
산 주변은 모두 구름을 뚫고 우뚝 솟은 산봉우리로 가득했다.
산봉우리 위에는 식물이 무성했다.
하지만 주변과는 달리 흑산에는 어떤 생기로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생기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괴수가 이곳의 짙은 모든 영기를 흡수할 거 같았다.
“스승님, 설마 우리 산문이 여기 있는 건 아니겠지요?”
진양은 기괴한 표정으로 체념하지 않고 물었다.
“아니다.”
“아니면 다행입니다.”
진양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놀라서 죽을 뻔했다.
“산문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노인은 당연하다는 태도였다.
진양의 속으로 탄식했다.
갑자기, 노인이 빠른 속도로 세계의 그늘을 가로지르며 불규칙하게 뛰어다녔다.
잠시 후, 벌거벗은 흑산에서 수 장 크기의 백골 짐승 머리가 마치 환영처럼 튀어나왔다. 이어서 백 장 길이의 뼈로 된 날개를 펼쳐 날아올라 흑산 주위를 돌며 끊임없이 둘러보았다.
이 짐승은 거대한 새의 골격을 하고 있었지만, 머리는 악어 같기도 했다. 꼬리는 굵고 거대했다.
온몸의 골격은 마치 금 같았는데 빼곡하게 도문이 새겨져 있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문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뼛속을 들락날락했다.
두 날개를 펼치자 공중에서 귀신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안 들렸다 했다. 두 눈에서는 두 줄기의 검은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끊임없이 흑산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디 보자.”
노인의 작은 소리가 진양의 머릿속에서 울리더니 한 손으로 순식간에 진양의 두 눈을 가렸다. 이어서 진양의 들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백골의 괴수가 갑자기 머리를 돌리더니 두 눈에서 검은빛이 폭발하면서 쏟아져 나왔다. 빛이 사방을 끊임없이 훑어보면서 방금 두 사람이 숨은 곳을 찾으려고 했다.
검은빛이 비치는 곳마다 색을 잃었다. 모든 것이 흑백으로 변하며 그림자도 사라졌다
주변을 계속 훑어보던 괴수가 주위에 아무런 이상이 찾지 못하자 머리를 흑산으로 밀어 넣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부님, 저건?”
“하, 저건.”
노인의 얼굴에는 부끄러운 빛이 감돌았다. 잠시 후에야 분을 삭이지 못하고 저주를 쏘아붙였다.
“마석성종 그놈들하고는 예전에 작은 충돌이 있었는데, 저런 순천골수(巡天骨獸)를 보내서 밤낮으로 우리 산문을 순찰하는 거란다.”
“스승님, 스승님으로 모시게 되었으니 저에게 사실대로 말씀해주셔야죠?”
진양은 한숨을 쉬었다. 뭔가 당한 것 같았다.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면 한 무리의 늙은이들이 바로 와서 도움을 줄 거라는 환상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순천골수는 마석성종의 선대 선조의 탈것이었다. 죽어서 이변이 생기더니 순천골수가 되었고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광은 허공을 넘어 다니는 걸 억제할 수 있다. 이 스승도 세계의 그림자 속을 걸어 다닐 때 발견될 위험이 있다. 그만큼 이 골수의 감지 능력은 엄청나니 너는 절대 똑바로 보지 말아라.”
노인이 화제를 돌리자 진양은 더 이상 묻기도 귀찮아졌다.
진양이 다시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하늘에 우뚝 솟은 거인이 두 개의 봉우리를 메고 있었다.
먼발치에서 다가오더니 두 개의 봉우리를 땅에 내려놓았다.
“마석성종의 단산신장?”
이번에는 노인은 말이 없었다. 묵묵부답하며 진양을 데리고 흑산으로 향했다.
흑산의 밑에 도착하자 수 장 크기의 흑옥(黑玉)으로 만든 현판이 눈에 띄지 않은 곳에 있었다.
현판에는 비범한 기풍의 큰 글씨가 쓰여 있었다.
마석조묘(魔石祖墓)
진양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노인의 진원이 진양의 온몸을 덮었고 순식간에 진양을 데리고 현판을 넘어 흑산으로 들어갔다.
눈앞이 흐려지더니 벌거벗은 흑산은 물론 주변에 있던 높고 푸른 산봉우리도 사라졌다.
주변을 살펴보니 하늘은 어둠이 낮게 깔려 있었고, 대지도 칠흑같이 죽음의 기운이 깔려 있었다.
크기가 제각각인 무덤이 대지에 흩어져 있었고, 길은 어둠의 가장 깊은 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근처의 능 중 가장 큰 것은 작은 언덕만 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날씨는 기상천외했다. 산봉우리만큼 큰 능 위에는 빛을 삼키는 것도 있었다. 악의가 하늘에 가득 차 있는 것도 있었고, 죽음의 기운이 연기처럼 하늘로 솟구치는 것도 있었다.
어떤 능은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무서울 정도였는데, 위에 걸려 있는 영광으로 빛나는 보물이 그 기운을 제압하고 있었다.
“마석성종의 조묘에는 될 수 있으면 가지 말아라. 지금까지 이곳에 묻힌 마석의 선조가 적지 않다. 어떤 것은 이미 불길한 존재가 되어 마석성종도 고통을 참으며 그것을 제압하고 있다.
조묘의 깊은 곳은 마석성종의 종주여도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미 수명을 거의 다한 늙은이들이나 그곳에 들어갈 엄두를 낼 것이다. 만약 정보를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가 밖에 알려지게 된다면 그들은 오히려 스스로를 깊은 곳에 매장할 것이다.”
노인은 쉬지 않고 혼잣말을 했다. 종묘 부근을 빠르게 지나서 음하 부근에서 뛰어내렸다. 그 뒤로는 음하를 밟으며 물길을 따라 내려갔다.
잠시 후, 음하가 두 사람을 받치고 빠르게 나아갔다.
음하의 물이 출렁이자 몇 장의 백사가 음하를 뚫고 나와 두 사람을 싣고 계속 전진했다.
“이것은 우리 산문을 지키는 신수 평제백사(平帝白蛇)다. 산문으로 들어가고 싶으면 반드시 그가 데리고 가야 한다. 안 그러면 노부라고 할지라도 음하에서 길을 잃게 된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다시 말해주마. 우선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백사는 두 사람을 태우고 갔다. 백사가 몸을 구부리더니 음하에서 뛰어오르자 갑자기 다시 눈앞이 흐려졌다.
다시 음기가 가득한 곳이 나타났고, 눈에는 두 개의 산봉우리가 교차하는 곳이 보였다. 가운데 수 장 크기의 입구가 보였는데 입구는 위에는 비뚤비뚤한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
도문(盜門)!
두 글자를 보자 진양은 눈앞이 깜깜해졌고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이전의 과거가 빠른 속도로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동안 들어왔던 소문이 마치 시체가 벌떡 일어나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노인이 했었던 말도.
진양은 자신의 목구멍에서 비린 맛이 났고 피를 토할 뻔했다.
‘도문(道門)이 아니잖아! 도문(盜門)! 정말 그 도문이라고?!’
자신이 처음 보였던 반응이 정상이었다. 진양은 최초에 자신에게 부정당했었다.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위성실, 이 늙은이가 이렇게까지 속일 줄이야.
말은 줄곧 성실했지만 백 마디 말 중에 가장 중요한 한 글자가 거짓이었다.
도(道)와 도(盜,도적의 뜻)는 완전히 다른 뜻이었다.
‘그래서 마석성종하고 사이가 안 좋았구나. 작은 갈등이라더니.’
다른 가문 종주의 스승을 묘에서 꺼냈는데 관계가 좋으면 그게 이상한 거였다.
노인이 다른 사람이 잘되는 꼴을 못 보고 다른 사람의 불행을 즐거워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어느 문파에 물어봐도 도적들인 도문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노인도 그들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겠지만.
진양은 우울한 표정으로 입으로 중얼거렸다.
“스승님, 스승으로만 모시고 문파에 가입 안 하면 안 됩니까?”
기댈 수 있는 큰 나무가 아닌 건 그렇다 쳐도 이건 너무 했다.
도적질을 하는 도문은 만인의 적이 아닌가. 가는 곳마다 표적이 될 것이다.
호량 삼성종 중 두 문파가 도문과 원수인 것을 진양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