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38
38화 스승으로 모시다
“진정한 강자는 손바닥을 뒤집듯이 천지를 바꾸는구나.”
진양은 운상 위에 앉아서 계속해서 탄식했다. 아래를 보니 생기가 전혀 없는 사막이었다. 하늘 위에는 구름이 이 사막을 맴돌며 날고 있는 거 같았다.
수 일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산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풀밭으로 가득하여 수많은 짐승이 돌아다녔다. 사람만 해도 수백만 명 이상이었다.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었다. 성 전체를 마석성종의 단산신장이 옮겨간데다, 좋아 보이는 산마저 모두 가지고 가버렸다.
두 명의 강자가 뿜어낸 여파에 적막한 사막이 되었다.
진양은 남몰래 혀를 찼다.
마석성종은 정말 미쳐서 날뛰는 자들이었다. 사막의 수백 리를 날아갔지만 조금 좋은 산봉우리 하나 나오지도 않았다. 오백 장을 넘는 산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높은 곳에서 보면 산을 옮긴 후 남은 구멍만 보였다. 영기는 말라서 생명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풍요롭던 땅이 지금은 온통 만신창이가 되어 곳곳이 보기 힘든 흉물로 변하였다.
“응? 이건?”
진양은 조금 당황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산맥이 있었다. 산 정상은 높지 않았고 며칠 전만 해도 기껏해야 수많은 산 중에서 준수하게 생긴 애송이 정도의 산이었다.
험난하지도 않고 우뚝 솟아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 작은 산맥이 만신창이의 대지에서 군계일학처럼 보였다.
산맥의 위에는 마치 산 속에 수놓아져 있는 것 같은 고풍스럽고 자연스러운 건물이 있었다. 돌출되어 있지 않은 게 오히려 전체 산맥과 하나가 된 거 같았다. 허공에서는 유광과 신홍이 끊임없이 날고 있었고, 몇 명의 강자가 허공에서 손으로 인결을 맺으며 신광을 뿌렸다.
중앙에는 입구가 열려있는 청백의 자호(瓷壺)가 허공에 거꾸로 걸려 있었다. 입구는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청백의 신광이 솟구치자 마치 조수처럼 천천히 아래로 흘러 아래의 산맥을 뒤덮었다.
잠시 후, 대지가 진동하더니 청백의 빛이 뒤덮이면서 산맥이 땅에서 뽑혀버렸다. 산맥은 점점 줄어들면서 마침내 청백색의 신광을 따라 자호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하하, 무량도원의 산문이 있는 곳이었구나. 저들도 재수가 없었지. 이곳에서는 더는 못 버티니 옮겨갈 수밖에.”
노인은 고개를 내밀어 보고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저들하고도 원한이 있으신 겁니까?”
“저들은 노부하고 원한을 맺을 자격도 없다!”
노인은 거만하면서도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원한도 없으면서 왜 좋아하시는 겁니까?”
진양은 눈살을 찌푸렸다.
‘혹시 이 노인은 변태가 아닐까?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걸 보기 싫어하는 걸까?’
“누가 저들을 보고 좋아한다는 거냐? 그저 영태성종이 이번 일로 얻은 수확이 별로 없는 것 같이 느껴지는구나. 큰 출혈을 막기 위해 그는 어쩔 수 없이 무량도원에게 새로운 산문을 찾아주겠지. 저들이 관련이 없으면 모르겠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구나.”
진양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에서 동정심이 생겼다.
무량도원은 정말 이번에 운이 없었다.
이곳은 전에는 천연의 환경이어서 본래 식물이 왕성하고 영기가 짙었지만, 지금은 주둔할 수 있는 산밖에 남지 않았다. 영기가 쇠약하여 여기에 남아있어 봤자 죽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어떤 것은 가지고 가고 싶어도 원기가 크게 상해서 위력이 크게 손상되었다. 애써 키운 영전을 가지고 가면 훼손되지는 않더라도 품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고품의 영전을 길러내는데 많은 시간과 정력이 필요했다. 대대로 끊임없이 농사를 지어야만 올라갈 수 있었다.
“애송아, 생각해보았느냐? 우리 도문에 들어와서 모든 비법 비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네가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노부가 특별히 신경을 쓰마. 장경각(臟經閣) 안에 있는 모든 걸 네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볼 수 있다. 게다가 우리 도문은 많은 규율도 없다. 그저 네가 뒤에서 노부의 등만 찌르지 않으면 다른 건 상관없다.”
“어르신.”
진양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직 사막을 벗어나기도 전에 노인이 예전에 했었던 말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노인은 매번 이 얘기할 기회만 엿보는 것 같다. 조건이 좋긴 하지만 진양은 도저히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법기는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너에게 주마. 영기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해주마. 그리고 보기는 너에게 주기 싫은 게 아니라 줘도 사용할 수 없으니 줄 수가 없겠구나. 천천히 생각해봐라. 혹은 노부와 산문에 도착한 후에 결정해도 좋다. 노부가 널 좋게 봐서 이런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이런 대우는 전혀 없다.”
노인의 말에는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진양도 마음이 동한 게 사실이었다.
자신과 노인은 일가친척도 아니고 서로 남남이었다. 자신이 지니고 있던 보물을 보고도 빼앗으려고 하지도 않고 도리어 도와줘서 자신을 능침 안까지 데려다줬다. 만약 노인이 없었다면 만 번은 죽었을 거고 보옥이를 돌려보내 주지도 못했을 거다.
노인은 진양을 보호해주었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지금 노인은 진양에게 정성을 다하고 있었다. 방금 축기가 된 자신을 밖으로 내다 버리면 기껏해야 총알받이의 어린 수도사처럼 다른 문파에 들어가야만 했을 거다.
얻기 어려운 기회라는 걸 진양도 알고 있었다. 그도 사리 분별할 줄 알았다. 영감이 말을 다시 꺼내자 진양은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했다.
몸을 일으켜 옷을 정돈하고 몸을 숙여 절했다.
“스승님, 제자의 절 받으십시오.”
“하하하.”
노인은 환하게 웃었다. 눈웃음을 지으며 진양의 세 번의 절을 기다렸다가 서둘러 진양을 부축하며 일으켰다.
“오냐, 오냐, 종문에 돌아가서 선조들에게 절을 하면 우리 도문에 들어온 거라고 할 수 있다.
제자야. 잘 기억하거라. 이 스승의 성은 위(衛)고 이름은 풍(風)이고 자(字)는 성실(誠實)이고 도문의 계승자다.”
“스승님, 그게, 사실 제 이름은 진양입니다. 유덕은 아무렇게나 지어낸 이름입니다.”
진양은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대로 말하는 게 부끄러웠다.
“좋구나. 좋아. 진씨, 이름은 양이요, 자는 유덕으로 하자. 네가 우리 도문과 인연이 있었구나.”
노인은 크게 웃었고 진양을 보는 눈빛은 반짝였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환하게 웃으며 춤을 추었다.
진양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위풍, 위성실.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성격 나쁜 노인이 이렇게 고상한 이름을 쓰다니. 위성실, 성실을 지키는 자라…… 정말 안 어울려. ’
노인은 갑자기 일어나더니 먼 하늘을 가리켰다.
“제자야, 저기가 바로 산문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는 거대한 빛의 기둥이 천지에 우뚝 서 있었다. 영기가 크고 자욱한 기운이 되어 하늘에 떠다니고 있었다.
먼 곳에서 보니 먼저 그 장관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보이는 것은 극히 일부였다.
하늘을 보는 진양의 얼굴은 온통 경악으로 가득했다.
작은 것을 보면 전체를 볼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비록 호량 삼성종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이 그렇게 많은 사람과 원수를 지고도 무사히 살아있고, 남의 불행을 보고 기뻐할 수 있는지 이제는 알 거 같았다.
운상이 천천히 날아가자 점점 더 많은 경치가 눈에 들어왔다. 산들은 우뚝 솟아서 마치 교룡이 대지를 도사리고 있는 거처럼 끊임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곳은 식물이 무성했고 여러 종류의 아름다운 꽃도 있었다. 숲엔 숨어 있는 짐승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고, 짐승과 새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생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이곳은 산문에서 아직 멀었지만, 산천이 영특하고 물자가 풍부했다. 이미 청림성 밖에 있던 삼산을 훨씬 능가했다. 게다가 이곳은 세 개의 산줄기가 아닌 대지를 가로지르는 산맥은 짧은 건 백십 리, 길게는 사방으로 천 리나 되었다.
산맥 사이마다 자리 잡은 성은 마치 바둑알처럼 질서정연했다. 그사이에 흐르는 수맥은 마치 그물처럼 모든 성과 연결되어 있었다.
오백 리를 날아가는 동안 임의로 세어 보니 적어도 성은 백여 개나 있었다. 진양은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좁은 영역에서 백여 개의 성이 있고 물자가 풍부하여 땅이 비옥하다니. 진양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게다가 종문은 사방으로 천 리 정도의 땅을 차지하고 있었다. 억대의 인구가 사는 거로 추정되었다.
종문과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렇게 많은 인구를 배치했다는 건 종문의 저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아무도 감히 이곳을 공격해 올 수 없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천 리 밖의 적을 막아낼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 말이다.
이유야 어떻든 종문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말해줬다.
“여기서 앞으로 삼백 리 더 가면 더 많은 성이 있다. 그곳은 모두 수도사가 장악하고 있고, 그 안에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사방 만 리 안에서 생산되는 자원이 있고, 설령 없더라도 상단이 다른 곳에서 가져온 자원과 교환할 수 있다. 수도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성을 지나면 산문이 나타날 거다.”
노인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계산해보니 우리가 나온 뒤 시간이 좀 흘렀구나. 지금쯤 종문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구나.”
노인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는지 말투가 상당히 조급해 보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진양의 얼굴에는 동경이 묻어 있었다.
스승으로 모셨으니 당연히 종문이 강할수록 좋았다. 그가 기댈 수 있는 곳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손잡이가 부러진 대추에 죽을 뻔했을 때 펄펄 날아다니던 수도사들이 생각났다. 자신에게 이런 뒷배가 있는 줄 알았다면 십중팔구 그런 말은 못 했을 거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진양은 더욱 실감이 났다.
방금 보았던 빛의 기둥은 산문에서 나오는 신광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설치한 세상이 놀랄 정도의 대진(大陣)이었다.
태양이 하늘을 뚫고 찬란한 빛을 발산했다. 그 빛의 정수가 모인 모양이 마치 구름 같았고 결국에는 빛으로 된 비가 오는 것처럼 보였다.
빛으로 된 비는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기에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산문에서는 끊임없이 영기가 마치 수증기 같은 자욱한 기운이 되어 끊임없이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이건?”
진양은 두 눈이 커졌다.
이번에는 정말 놀란 거 같았다. 영기가 짙어서 사방으로 퍼지고 있다고?
“이건 취영법진(聚靈法陣)의 신위다. 해와 달의 정수와 모든 하늘의 별빛을 뺏어서 영기로 바꾸고 있다. 수도사들이 수련할 때 제공해줄 수 있고 천지에게도 생기를 돌려주지. 이렇게 천지의 생기가 소모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강해지면서 자원이 끊이지 않고 더 강력한 보물이 탄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오랫동안 이런 환경 속에서 살게 되면 후대의 천부적인 자질은 갈수록 강해지게 된다.”
“오, 취영법진은 주변의 영기를 모으는 게 아니었습니까?”
“참나! 모르면 배우거라! 그건 탈영법진(奪靈法陣)이다. 안목이 짧은 자들은 그렇게 함부로 잠재력을 소모하지만 진정한 대문파는 전부 취영법진을 설치한다. 그러면 문파의 뿌리가 더욱 강해질 수 있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게 바로 저력이다!”
“그렇군요.”
진양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문파는 달라도 확실히 달랐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각 문파의 저력을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만약 무량도원도 이런 저력이 있었다면 다른 곳으로 옮겨갈 필요도 없었을 거다. 수십 년만 버티면 그곳은 완전히 회복되었을 거다.
그들이 저력이 있었다면 마석성종도 그렇게 함부로 그들 앞에 있는 산맥을 옮겨가지 않았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