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741
741화 세계 평화를 위해 공헌
윤전사.
불골금신은 거대한 제단 위에 모셔졌다.
주위에선 향불이 피어오르며 자욱한 연기로 불골금신을 감싸고 있었다.
그렇게 불골금신을 다시 모시는 의식은 성황리에 무사히 마쳤다.
모두가 돌아가고 난 뒤.
방장과 고승, 그리고 경매에 참여했던 젊은 승려 세 사람이 남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고승은 젊은 승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연신 그를 칭찬했다.
“이만 가거라. 네가 전생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불도의 수도사들은 결코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일 뿐. 청심아, 설령 불골금신이 정말로 네가 전생에 남긴 물건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앞으로의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거라.”
청심은 공손히 합장을 하며 예를 갖추었다.
“좋은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 속에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청심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성을 한 곳에 집중하며 불골금신에 손을 가져다댔다.
순간 불골금신에서 황금빛이 피어올랐다.
불골금신의 머리 뒤로 무려 일곱 개나 되는 후광이 피어올랐고, 청량한 불경 소리가 그의 청심의 머릿속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잠시 뒤.
황금빛이 사라졌다.
청심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멍하게 제자리에 서있었다.
방장과 고승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불골금신이 정말로 청심이 전생에서 수련을 통해 남긴 것이라면, 먼저 그곳에 남아있는 정수들을 깨달은 뒤 그것을 체내에 융합시키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본래의 뼈와 일체가 되며 하나가 된다.
사도의 술법으로 불골금신을 강제로 심는 게 아니라 원래의 주인을 찾아가는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런데, 어째서 전법(傳法)이 끝났는데도 불골금신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단 말인가?
“청심아, 네가 전생에 남긴 것이 맞느냐?”
“그렇긴 합니다만…….”
“확실하게 말하거라. 맞다는 것이냐, 아니라는 것이냐?”
청심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제가 남긴 것이 맞습니다. 그렇기에 전법도 아무 문제 없이 끝났고요. 허나 불골금신이 제게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불골금신을 남기신 법종(法宗)에게 속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방장과 고승의 미간이 동시에 찌푸려졌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처음 벌어진 일이었으나 한 가지 떠오르는 게 있었다.
불골금신을 남긴 법종이 왕생에 성공하여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경우, 다시 불골금신을 손에 넣으면 이번 생에서는 수련에 필요한 시간을 상당히 많이 아낄 수가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더 큰 성취를 이룰 수도 있게 된다.
윤전사는 지금까지 거의 세대마다 한 번씩 법종을 배출했다.
그러나 불골금신의 수가 증가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쩌면 세 번째와 네 번째 법종은 전부 첫 번째 법종이 계속해서 왕생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다음 세대까지 남겨둔 것으로, 애초에 불골금신은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법종의 왕생 수련의 길이 끊어졌다는 뜻을 의미한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 나자 방장과 고승의 얼굴은 마치 시골맥의 요족들처럼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 * *
같은 시각.
진양은 신나게 새로 얻은 물건들을 하나씩 직접 살펴보고 있었다.
새로 얻은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이런 식으로 직접 살펴봐야만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 물건이 귀한 보물이라면 더더욱 직접 살펴야만 했다.
습득이 불가능한 것은 전부 묵양에게 넘겨 파괴하도록 했다.
한편, 진양은 자신도 모르게 윤전사에게 한 방 먹였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한 법종의 왕생 수련의 길을 완전히 끊어버린 것이다.
때문에, 윤전사는 이번 세대에서 법종을 한 사람 덜 배출하게 되고 말았다.
일반적인 수련 방법으로는 청심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수련을 한다고 해도 법종 경지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
설령 오른다고 해도 불골금신을 남기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윤전사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손에 넣은 불골금신은 진양이 습득 능력을 통해 얻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불골금신의 소유권은 진양에게 있다.
즉, 완전히 진양에게 귀속되어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 청심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다.
여기에 진양이 불골금신을 팔아넘기며 소유권을 ‘포기’하는 것을 잊은 것도 한몫했다.
때문에, 지금까지도 불골금신은 진양에게 귀속되어있었다.
진양은 지금껏 귀속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신경을 쓴 적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뜻하지 않게 윤전사에게 한 방 먹이게 될 것이라고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밑천까지 전부 투자하여 사 온 불골금신이 기껏해야 평범한 보물 정도로밖에 쓸 수 없다니.
윤전사 입장에선 피를 토할 만큼 억울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경매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만족하며 돌아갔다.
사실 불골금신 같은 보물은 애초에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기에 처음부터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대신 현실적인 쪽으로 눈을 돌렸고, 대부분 자신들이 원하는 물건은 모두 손에 넣었다.
그러나 원하던 불골금신을 손에 넣은 윤전사의 승려들은 무덤덤했다.
불골금신은 예전 같았으면 밑천을 전부 다 가져다 바쳐도 결코 살 수 없는 물건이다.
그런 불골금신을 되찾았으니 기뻐할 만도 하지만, 청심의 융합이 실패로 돌아가며 덤덤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큰 손해를 본 시골맥은 처음에는 크게 분노했었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큰 손해까지 보았고, 반대로 적이나 다름없는 윤전사 녀석들은 한층 더 강해져 버린 것이다.
불골금신을 손에 넣은 윤전사 녀석들이 시골맥 요족들을 가만히 놔둘 리는 없다.
때문에 시골맥은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윤전사 승려들을 기다렸다.
하지만 윤전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지금까지 시골맥과 치고받던 걸 생각하면 상당히 의심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시골맥은 단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반대로 신중한 것은 윤전사의 승려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괜히 마찰을 일으켰다가 불골금신까지 사용해야 하는 상황까지 치달을까 두려웠던 것이었다.
게다가 융합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시골맥에 귀에 들어가선 안 된다.
사람들은 뜻밖의 잠잠함에 의아하긴 했으나, 어쨌든 사해황막은 불안정함 가운데 평화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남만으로 돌아온 부도마교는 곧바로 단단하게 산문을 걸어 잠그고 요양 수련에 들어갔다.
이들은 과거 장해가 남겨두었던 밑천과 혁혁한 명성들이 이미 과거의 얘기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수많은 세력들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몰락으로 향했었다.
그들은 결코 그들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다.
그러므로 몰락을 면하려면 조용히 고개 숙이고 당장의 발전에만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다.
유명성종은 최근 들어 상황이 썩 좋지 않았다.
귀갱의 귀신들과의 관계는 이미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으나, 그나마 당장은 서로 치고받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은 안심이었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계속해서 치열한 눈치 싸움과 마찰이 진행 중이었다.
이로써 남만의 마도 삼종 중에선 유일하게 황천마종이 꾸준한 회복세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종주가 죽긴 했으나 현재 상황만 보면 그다지 큰 영향은 없는 듯했다.
덕분에 남만 제일마종의 감투는 암묵적으로 황천마종에게로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여족 구지는 점점 더 적극적으로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혹여, 백여, 그리고 현여.
세 부족의 거물급 인물들은 비록 지금까지는 조용히 개인 활동만을 이어나갔지만, 이들이 조금만 힘을 써도 나머지 여섯 개의 부족이 오랜 시간 노력한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
밑천과 실력의 차이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동해는 늘 그렇듯 평화의 시기가 이어졌다.
게거품을 물고 난리를 피우던 대요들도 잠잠해졌고, 해족들도 전쟁을 할 뜻은 없는 듯했다.
오히려 유령호가 놓아준 다리를 통해 해족과 인간 사이에는 해상 무역의 길이 조금씩 형성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서로 간의 사정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상당히 평화로운 시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진양은 현재의 국면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마치 세계 평화를 위해 큰 공헌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온한 날들이 이어진 만큼 진양에게도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
진양은 이렇게 주어진 시간을 전부 백옥 신문을 깨닫는 데 사용했다.
한시라도 빨리 백옥 신문을 열어 거물급 인물의 반열에 드는 것이 목표였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투자하다 보면 언젠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남은 일들 중 가장 시급한 건 영제를 완벽하게 죽이는 일뿐이다.
하지만 당장 실행하기엔 아직은 일렀기에 일단은 상황을 계속해서 살펴야 할 듯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시괴가 깨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태자를 찔러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진양이 손을 쓰기도 전에 태자는 이미 골로 가버렸다.
한가롭게 햇볕을 쬐며 책을 읽던 평화로운 날은 그렇게 길게 가지 못했다.
다시 젊어진 장정의는 한참 낮잠을 자고 있는 진양을 조심스럽게 깨웠다.
“사형, 종문에 잠시 다녀오려고 합니다. 함께 가시겠습니까?”
“다녀와. 난 할 일이 많아서 말이야. 다음에 가는 걸로 하자.”
진양은 눈을 감은 채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왜 다녀오려는 건지는 안 물으실 겁니까?”
“안 궁금해.”
일말의 관심조차 없는 모습이었으나, 장정의는 그래도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거점을 또 옮긴다고 해서 한 번 보고 오려고요. 간 김에 미뤄두었던 수련도 좀 하고요. 또다시 다음으로 미루면 그게 언제일지 모르잖아요.”
“다녀오라니깐. 아, 갈 때 물건 하나만 가져가. 가서 나무 요괴한테 전해줘.”
진양은 작은 나무토막을 꺼내 장정의에게 건네주었다.
“혹시 전하실 말씀은 없습니까?”
“없어. 그냥 전해 주면 뭔지 알아볼 거야.”
장정의에게 건넨 나무토막은 예전에 보리수나무 요괴의 본체로부터 받은 물건이다.
이것은 비록 그 자체만으로도 신통력을 제련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보물이지만, 그 안에 남겨진 것들이야말로 진짜 나무 요괴의 분신에게 줄 물건이었다.
상당한 보물이긴 해도 진양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처음부터 받았던 상태 그대로 나무 요괴의 분신에게 줄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마땅히 종문에 들릴 기회도 없었고, 대신 전달을 부탁할 만한 사람도 없었기에 계속해서 미루고 미루다 무려 수십 년이나 지나버린 것이다.
물론 한 번 깊은 잠에 들면 기본으로 수개월씩 자는 나무 요괴들에게 이 정도는 인간 기준으로 겨우 몇 개월 지난 수준에 불과하니 크게 상관은 없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