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767
767화 이상해도 상당히 이상하다
서정강은 진심으로 진양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넘기고 싶었다.
그러나 감히 함부로 넘길 엄두가 나지 않는 정보를 제외하고 나면 그다지 쓸만한 정보가 없었다.
그래서 진양이 아직 못 찾았을 만한 정보들 중에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정보만 따로 취합하여 진양에게 보낸 것이었다.
물론 진양은 서정강의 방식에 크게 불만이 없는 듯했다.
암묵적으로 동의를 한 것이다.
그리하여 서정강은 하루가 멀다하고 술을 핑계로 진양을 찾아와 온갖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특히 최근 며칠 동안에는 상당한 양의 정보를 가져다주었는데, 아쉽게도 이건 전부 기한을 넘긴 정보들이었다.
하지만 진양은 여전히 아무 불만 없이 받아들였다.
기한을 넘긴 정보들은 중요하지 않은 정보들이다.
때문에, 진양에게 가져다주었다는 사실이 발각된다고 하더라도 벌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정보를 넘겨주었으나 진양은 아니었다.
진양이 원하는 건 정천사가 내린 결론이 아니다.
그가 원하는 건 가장 최초로 입수했을 당시 상태의 정보,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흘릴 만한 작은 정보들이었다.
* * *
이어지는 한 달 동안 진양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보만 살펴보았다.
엄청난 양의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정보들이었다.
그렇게 수없이 반복되는 정리 작업 끝에 마침내 결론을 하나 내리게 되었다.
원래의 추측상으론 연나 일족의 가주가 정말로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계획에 따라 연나 일족이 올해 출하하기로 했던 물건들 중 일부 물품의 출하량이 다소 줄어들었다.
출하량이 줄어든 물건들은 전부 만들기 까다로운 것들로 어느 정도 가치도 있고 숫자도 매우 적은 것들이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은 다른 물건으로 채우며 겉보기에는 여느 때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뒤이어 가주 자리를 계승 받은 사람은 미리 내정되었던 후계자가 아니다.
연나 일족 출신의 어느 한 노인이었다.
실력만 따지면 전임 가주보다는 아주 약간 더 강한 정도였지만 나이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이었다.
모든 것이 지난날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진양이 보기엔 아니었다.
내부의 분쟁을 잠재우기 위해 다급히 얽혀 있는 밧줄들을 단칼에 잘라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었다.
여기에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여러 정보들을 한곳에 모아 추측하고, 이렇게 내린 결론을 하나로 취합하여 위풍의 기억 장면 속에서 보았던 장면과 대조한 결과.
연나 일족이 손 쓸 새 없게 된 것은 매우 돌발스러운 상황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돌발스러운 상황이었으나 이들은 매우 깔끔하게 수습을 마쳤다.
어떠한 소요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여느 때와 같이 평온했다.
단지 아주 약간의 흠집만이 남았을 뿐이다.
이러한 점은 오히려 진양으로 하여금 자신의 추측이 구 할 이상 사실이라는 확신을 갖게 만들었다.
물론 추측은 추측일 뿐.
아직 확실해진 건 없다.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그 무엇도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한창 바쁘게 정보를 정리하고 있을 때.
전난우가 찾아왔다.
대장로가 만나 뵙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진양은 피식 웃었다.
죽어도 꼬리를 내릴 줄 모르던 사람이 갑자기 꼬리를 내리며 직접적으로 만나오면서 청해올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진양은 전난우를 따라 대장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들어서자마자 씨익 웃으며 말했다.
“드디어 죽으시려는 겁니까?”
“흥!”
그는 여전히 몸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안색만은 상당히 밝았다.
“죽긴 누가 죽는다는 게냐! 오히려 네놈의 죽을 날이 머지 않아 찾아오게 생겼구나!”
“갑자기 부르시길래 죽기로 마음먹기라도 하신 줄 알았죠. 그래서 무슨 일로 부르신 겁니까?”
“어허, 무슨 일로 불렀냐니. 방금 얘기했지 않나! 네 녀석 죽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그러니까 전조 사람들 얘기를 하는 건가요?”
진양은 곧바로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아차렸다.
“잘 알고 있군. 진양, 자네는 왜 그렇게 전조 사람들과 엮이지 못해 안달인 겐가? 어쨌든 이번엔 제대로 큰 사고를 쳤으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걸세. 이대로 절대로 자네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아마 자네의 첩신호위조차 자네를 지켜주지 못 할지도 모르지.”
대장로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혹시 궁에서 무슨 소식이라도 들려온 건가요?”
“흥, 자네가 정천사에게 재료 목록을 넘긴 일을 아무도 모를 줄 알았나? 이미 폐하까지 직접 나서서 조사를 하라고 명을 내리신 상태고, 어떤 용도로 쓰이는 물건인지도 거의 파악을 한 모양일세.
단순히 놈들의 계획을 망친 게 아니라 목적을 탄로 나게 만들었으니 이번엔 절대 자네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걸세.”
“그렇군요. 그래서 그 재료로 도대체 뭘 하려는 건데요?”
진양은 그런 협박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한 번 원한을 사나 열 번 원한을 사나 결국 원한을 샀다는 건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고대 기록에 따르면 그건 아마도 도천관(盜天棺)이라는 물건일세.”
“그렇다면 도문의 물건이란 말씀이십니까?”
진양은 크게 놀랐다.
그것의 이름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도문이 떠올랐다.
“한때는 그랬지. 허나 과거 도문이 한 번 멸문을 당한 이후로는 전부 신조에 압수되어 지금은 보물창고에 처박혀있다네. 당시의 전적은 아직 남아있지만 조사 결과 누군가 그것을 건드렸던 흔적이 발견되었다네. 아마도 내부의 첩자가 모종의 공법을 이용하여 영혼에 그 내용을 탁본해간 모양이더라고.
도천관은 천지지간의 생기를 훔치는 기물(奇物)일세. 소문에 의하면 심지어 도문의 문주조차 그 내용에 대해선 알지 못하며, 오직 역대 계승자들만이 진정한 내용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하더군.”
“잠깐만요. 그러니까 도문이 뒤에서 전조 일당의 일을 돕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진양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무슨 소리! 도문을 이 꼴로 만든 게 누군데 전조를 돕는단 말인가? 이 물건들은 대영 신조의 보물창고에서 도둑맞은 것들이라니깐.
단순 추측에 따르면 그 물건은 전조 대제를 부활과 관련된 계획의 일부에 불과하다네. 물론 모든 계획 중에서도 가장 은밀하면서도 중요한 계획이기도 하지. 때문에 절대로 흔적을 남겨선 안 되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낸 게 아니라 외부인의 손을 빌린 걸세.
전적에 남겨진 기록에 따르면 도천관은 비록 천지의 생기를 훔치는 기이한 효능을 지니고 있긴 하나,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선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하더군. 특히 부활시키려는 대상이 강자일수록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진다고 하네. 전조 대제를 부활시키기 위해선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네. 그러니 일단은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네.”
“확신하지도 못하면서 말만 꺼내는 겁니까?”
“모르면 조용히 있게나!”
대장로가 버럭 성질을 냈다.
“아직도 모르겠나? 확실하고 아니고가 중요한 게 아닐세. 그런 물건 자체가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걸세. 게다가 오랜 시간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은밀히 진행해오던 참에 갑자기 자네가 나타나 일을 망쳐버렸으니. 놈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나? 놈들의 손에 붙잡히게 된다면 결코 편안한 죽음은 기대할 수 없을 걸세.”
“좋은 정보를 주신 건 감사합니다.”
진양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예를 갖추었다.
확실히 그의 입에서 나온 정보는 상당히 유용한 정보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얘기를 해봤자 크게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와서 무릎 꿇고 빈다고 해서 용서해 줄 것 같진 않거든요.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끝까지 싸워보렵니다.”
대장로는 기가 차다는 듯 진양을 쳐다보았다.
수련을 할 만한 곳이 사방에 널려있는데, 왜 하필 유사도 거점 근처에서 수련을 한단 말인가?
하루라도 사고를 치지 않으면 좀이 쑤시기라도 한단 말인가?
현재 진양이 마주한 적은 철저한 계획하에 오랜 기간 거사를 준비해온 전조 세력이다.
이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계획에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적을 두고도 진양은 일말의 위기감조차 느끼지 않는 듯했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원래 악당은 명이 질기다잖아요. 녀석들에게 전 악당이나 마찬가지니 분명 장수할 겁니다.”
진양은 대장로의 호의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대장로가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있다는 건 따로 정보를 입수하는 경로가 있다는 뜻이다.
그 말은 어쩌면 진양이 원하는 정보를 알아봐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어르신, 이왕 이렇게 된 김에 하나만 더 알아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말해 보시게.”
“얼마 전에 사임한 연나 일족의 가주 말입니다. 그 사람의 생사여부가 알고 싶습니다.”
“응?”
진양의 입에서 나온 인물은 다소 의외의 인물이었다.
“그런 건 왜 궁금해하는 겐가? 그들이 자네에게 원한을 살 만한 일이라도 한 겐가?”
진양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장로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는 듯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긴. 자네같이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은 사람은 필히 악연도 많겠지. 자네가 말한 그 가주는 정말로 죽었다네. 누군가와 싸우다가 전장에서 장렬히 전사했다고 들었네. 그게 불과 한 달 전의 일이야. 허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이니 함부로 소문을 퍼트리진 마시게나.”
“한 달 전에 전장에서 죽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대연 신조의 위타산이라는 곳에서 말일세.”
* * *
다시 저택으로 돌아온 진양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정말로 죽었다니.
그것도 한 달 전에 죽었다니.
말이 안 된다.
진양이 위풍을 성불시킨 게 불과 한 달 전의 일이다.
장정의가 거점에서 돌아왔던 시간까지 합한다면 위풍은 최소 일 년 전에 죽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전에 죽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연나 일족 가주의 죽음과 위풍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말이 된다.
게다가 전장에서 죽었다면 몽의가 직접 나섰을 리도 없다.
몽의는 결코 무식하게 힘으로 상대를 짓눌러버리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나 일족의 가주가 정말로 죽었다면 일전에 세웠던 추론은 전부 사실이 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의문점이 남아있었다.
가장 먼저 대연 신조의 반응이었다.
연나 일족의 가주가 갑작스럽게 바뀌었으나 그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심지어 이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소요와 파장까지 전부 강제로 억누르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바로 이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신조에서 어느 세력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은 단순히 보여주기에 불과하다.
만약 연나 일족이 대연 신조의 명을 따르지 않거나 연나 일족을 대연 신조의 일부로 흡수할 기회가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대연의 대제는 결코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양쪽 모두 상당히 자제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오히려 대연 신조는 연나 일족이 다시 평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 분위기였다.
어딘가 이상해도 상당히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