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770
770화 이 몸을 똥개 훈련 시켜?
마지막 실험을 위해 망치를 들어 올린 진양은 잠깐의 고민 뒤 망치를 내려놓았다.
대신 흑옥 신문을 꺼내 들었다.
꿀꺽-
침을 삼키고 심호흡을 한 뒤 흑옥 신문으로 힘껏 화살을 내리쳤다.
쾅-!
굉음과 함께 불꽃이 튀어 올랐다.
그러나 모조품은 멀쩡했다.
작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이것으로 모든 실험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손을 가까이 얹고 습득 능력을 사용하여 연화까지 마치자 마침내 모든 작업이 끝났다.
“완벽하군.”
그렇게 하나의 모조품 살신전이 완성되었다.
진양은 지금까지의 과정을 반복하여 오십 개나 되는 모조품을 만들어냈다.
완성된 모조품은 각각 다섯 개씩 분할 포장하여 추후에 사용할 것을 대비했다.
그렇게 모조품이 완성되자 진양은 이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미끼를 던지더라도 제대로 던져야만 상대가 무는 법.
현재 전조 녀석들은 어떻게든 오십 개의 살신전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녀석들이 최종적으로 어떤 방법을 채택할지는 진양도 알 수가 없다.
내부자를 심는 방법으로는 살신전에 힘을 불어넣을 수 없다.
대영 신조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무려 세 명이나 되는 강자를 살자비 근처에 두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환심면구로 세뇌시키는 방법도 불가능하다.
한 사람은 태자의 충신이고, 또 한 사람은 조왕의 충신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겉보기에는 그 어디에도 충성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주왕의 충신이다.
이 세 사람을 동시에 세뇌시키는 건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한 사람이 세뇌를 당한다고 하더라도 남은 두 사람이 이상한 낌새를 차리면 곧바로 상부에 보고를 올릴 것이다.
게다가 대영 신조는 직접 살신전을 만드는 곳인 만큼 살신전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
일말의 흔적이라도 남기게 된다면 대영 신조의 영토 내 어디든 추적이 가능하다.
어쨌든 여러 이유로 대영 신조의 살자비로 살신전을 완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물론 강행돌파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더 많은 행위다.
대연 신조에서 살자비를 지키고 있는 건 연나 일족의 강자들이다.
연나 일족의 가주는 얼마 전 허공진경의 전수자에게 죽임을 당했다.
때문에, 연나 일족의 사람들은 전조 사람들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상태다.
게다가 살자비를 지키고 있는 건 연나 일족 가주의 친아들들이다.
그러니 이곳을 노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여러 상황과 조건을 고려해 보았을 때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대연 신조 쪽이었다.
연나 일족의 사람들이 직접 살자비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대연 조정은 크게 안심하고 있을 것이다.
피 맺힌 원한을 품게 된 이상 연나 일족이 전조 일당과 손을 잡을 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연은 연나 일족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더 이상 다른 강자를 추가로 보내진 않았다.
만약 여기서 다른 강자를 더 보낸다면 연나 일족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외곽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되, 핵심 지역은 전부 연나 일족의 손에 맡겼다.
서로 감시하는 사람 없이 연나 일족의 사람 혼자 살자비를 지키고 있으니 오히려 기회를 잡는 건 더 쉬울지도 모른다.
아무리 강자라도 오랜 시간 홀로 한 곳을 지키고 있다 보면 분명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기 마련이니까.
어쨌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결론은 대연 신조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자가 새파랗게 눈을 뜨고 있는 상황에서 대담하게 움직일 수는 없다.
그랬다간 높은 확률로 발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 가장 가능성 있는 건 오직 한 가지 방법.
바로 살신전을 적당한 곳에 숨겨놓고 힘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리고 살신전에 힘을 불어넣을 때 생기는 파동은 적절한 방법을 사용하여 숨긴다.
가장 위험한 곳에서 사용하는 가장 위험한 방법이었으나 지금으로선 성공률이 가장 높은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쓰든 간에 전조 녀석들이 직접 살신전을 지키고 있진 않을 것이다.
이런 추측들이 사실인지는 간단히 찔러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모조품을 만들어 미끼를 던지는 계획은 바로 여기서 생각해낸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계획에는 상당한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미끼를 던질 수는 없다.
이 역시도 계획 내의 중요한 일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걱정되는 건 이게 아니었다.
잠깐의 고민 뒤.
진양은 제이검군을 불렀다.
“한 가지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편하게 말하시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돕겠소.”
제이검군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진양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대단한 일은 아니고요. 대연 신조에 잠깐 다녀오고 싶어서요. 다만 최근에 여러 사람에게 원한을 사는 바람에 혼자 나섰다간 분명 무슨 일을 당할 것 같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저를 대연 신조까지 데려다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일이라면 어려울 것도 없군. 그래서 어디를 가고 싶은 것이오?”
“일단은 소창산과 노창산 근처로 가고 싶습니다. 정확한 지점은 상황 보고 다시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그런 거야 어렵진 않겠지만 긴 여정인 만큼 중간에 몇 번 쉬었다 가야 할 게요. 아니면 그대의 몸이 버틸 수 없을 테니 말이오.”
“일단 출발하고 보시죠.”
평소 전씨 가문의 집을 오가는 정도라면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지만 장거리 여행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무려 삼백만 리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제이검군이 순간이동 능력을 쓸 수 있다곤 해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까지 한 번에 이동하는 건 불가능하다.
순간이동을 위해선 먼저 목표물을 마음속으로 떠올려야 하는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은 마음속에 떠올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가 과거 아내를 구하기 위해 천하를 누비고 다녔다는 점이다.
때문에, 웬만한 곳은 그냥 뛰어넘듯 다니는 게 가능했다.
떠날 채비를 마친 진양은 마지막으로 분신 하나를 소환하여 저택에 세워두었다.
그리고 제이검군과 함께 순간이동으로 순식간에 동쪽 국경지대로 이동했다.
동쪽 국경지대에 도착한 진양은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육신은 지기패체(地氣覇體) 상태에서 점점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되고 있었는데, 회복된 육신 곳곳에는 실금처럼 갈라진 틈이 만들어져있었다.
진양은 기혈을 운용하여 육신을 빠르게 회복했다.
그러나 머리가 아픈지 연신 이마를 눌렀다.
제이검군과 장거리 이동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그런 걸까?
생각보다 많은 기력이 소모됐다.
‘어쩔 수 없지. 한 번에 수천 배에 달하는 중력가속도를 이겨내야 하니.’
“앞으로 이길 수 없는 적과 만난다면 그대로 매달고 멀리 순간이동 해버리면 해결되겠군요.”
순간이동이 펼쳐지는 동안 온몸을 따라 엄청난 힘이 가해진다.
이때 가해지는 힘은 불균일하기 때문에 버텨내는 것도 그만큼 어려워진다.
살초는 아니지만 충분히 살초로 쓸 수 있는 무시무시한 공법이었다.
진양의 말을 들은 제이검군은 다소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반응을 보아하니 검으로 적을 베는 방법 외에는 단 한 번도 고려해 본 적이 없는 방법인 듯했다.
“일단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하시고. 조금만 쉬었다가 계속 이동하도록 하죠.”
이어서 세 번 정도의 순간이동이 이어졌다.
두 사람은 풀과 나무가 무성히 자란 어느 숲에 도착했다.
상당한 거리를 이동한 탓인지 이번에는 제이검군도 꽤 지쳐 보였다.
진양은 평소 자신이 마시는 것도 아까워하던 용혈보탕을 꺼내 제이검군에게 주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주위의 공기와 기운이 이전에 비해 많이 차가워져 있었다.
사방에 자라있는 나무들은 대영 신조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생겼다.
잎이 크고 가지가 길게 늘어져 있던 대영 신조의 나무와는 달리 나뭇잎과 가지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줄기는 하늘로 높이 솟아있었다.
산맥을 따라 멀리 보니 침엽수들이 빼곡히 자라있는 숲도 보였다.
“이곳은 대연 신조의 소창산 부근이오. 여기서 소창산으로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간다면 곧바로 발각될 것이오. 노창산은 이곳에서 동쪽으로 조금 더 가야 하오.”
“일단은 주위를 더 살펴보고 최종 목적지를 정하도록 할게요.”
제이검군은 진양과 함께 소창산과 노창산 부근을 한 바퀴 돌았다.
한 바퀴를 모두 돌아보고 나서야 진양은 노창산으로 최종 목적지를 결정했다.
소창산은 대연의 화도와 너무 가깝다.
만약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화도에서 강자들이 몰려오게 될 것이다.
허공진경 전수자와 연나 일족의 싸움도 만약 처음부터 허공에서 벌어진 게 아니었다면 연나 일족의 가주도 무사히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
주위를 살펴보고 나니 전조 사람들이 소창산을 선택했을 리는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무언가를 꾸미기엔 소창산보단 노창산이 훨씬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꿔 봐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진양이었어도 노창산을 선택했을 것이다.
음영살자비의 특성을 생각해 본다면 노창산에 살신전을 숨기는 게 훨씬 더 쉽고 간단하니 말이다.
무엇보다 노창산을 지키고 있는 건 연나 일족 가주의 막내아들이다.
실력도 훨씬 약하고, 나이도 어렸기 때문에 그만큼 돌파구를 찾는 것도 쉽다.
이제 미끼를 뿌릴 장소는 정해졌으니 어떻게 뿌릴지가 문제였다.
진양은 잠깐의 고민 끝에 소창산 부근의 한 성지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돈을 주고 사람을 시켜 방을 붙이도록 했다.
넉살 좋게 생긴 어느 부자가 활짝 웃는 모습이 그려진 방이었다.
‘구 씨, 자네의 가명이 주효송이라는 건 이미 알았네. 자네 집안사람들이 광맥을 발견했으니, 그만 도망치고 빨리 집으로 돌아오시게나.’
진양은 이곳 외에도 근처에 있는 다른 성지에서도 사람을 사서 방을 붙이도록 했다.
그리고 조용히 기다렸다.
지금쯤이면 장정의도 이미 이곳에 도착하여 부근에서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를 만난다면 남은 일들은 훨씬 더 간단하게 처리가 가능하다.
장정의가 한 번만 죽어준다면 불가능할 일은 없다.
정 안 되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죽으라고 하면 된다.
* * *
사흘 뒤.
진양이 뿌린 방에 그려진 것과 똑같은 모습을 한 누군가 진양이 묵고 있는 객잔에 나타났다.
온갖 고초를 다 겪으며 다녔는지 매우 꾀죄죄한 모습이었다.
“장 씨, 그 말이 사실인가? 정말로 집안사람들이 광맥을 찾았단 말인가?”
장정의가 눈빛을 반짝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이미 주위에선 모든 사람들이 귀를 곤두세우며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이런 개자식! 남의 돈을 떼어먹고 도망갈 수 있을 줄 알았더냐!”
진양은 다짜고짜 달려들어 장정의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아이고! 그만 때리시게. 나중에 광맥이 개발되면 그때 다 갚겠네!”
“웃기고 있네! 감히 이 몸을 똥개 훈련 시켜? 네 녀석 때문에 괜히 화도까지 다녀왔잖아!”
진양은 장정의를 질질 끌고 성 밖으로 향했다.
몰래 대화를 엿듣고 있던 객잔 손님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그냥 빚쟁이가 거짓 소문을 퍼뜨린 모양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