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806
806화 갈등을 풀어주기 위한 것
진양의 눈빛이 반짝였다.
실제로 곤장을 맞는 모습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빨리 얻어맞을 줄은 몰랐군.’
게다가 행색을 보아하니 이미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감히 궁 안에서 위흥조에게 손을 댈 수 있는 사람.
영제가 유일했다.
다만, 아무리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할 건 아니지 않은가?
위흥조는 이미 심각한 상처를 입은 상태다.
이대로 곤장까지 맞는다면 죽음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일단 좀 더 지켜봐야겠는데.’
잠시 후, 가희가 왔다.
진양은 여기서 남아 구경을 할 테니 먼저 가라고 했다.
그녀와 함께 온 사람을 보니 운구 행렬에 함께 참여했던 사람이었다.
진양이 다가가 물었다.
“대인, 여기서 조금 지켜볼까 싶은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어휴, 대인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게다가 소인은 그저 근위병 중에서도 말단에 불과합니다. 그런 결정을 함부로 내릴 만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단순히 구경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절대 형벌에 개입을 하시거나 간섭을 하셔선 안 됩니다.”
“물론입니다. 절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진 선생께서 편하신 대로 하시지요.”
그의 태도는 매우 공손했다.
운구 행렬에 참여했던 모두가 무사할 수 있었던 건 진양 덕분이었다.
만약 진양이 구명줄을 내려주지 않았다면 아마 전부 위흥조와 같은 꼴이 났을 것이다.
큰 은혜를 입은 만큼 보답은 해야 하는 법.
그 정도 편의를 봐주는 것 정도야 큰일도 아니다.
진양은 한쪽 구석에 쭈그려 앉은 채 위흥조가 얻어맞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허벅지보다도 더 굵은 몽둥이가 휘둘러질 때마다 위흥조의 안색은 점점 더 노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비록 육신의 힘으로 버텨내고 있긴 했으나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사람처럼 눈가가 퀭하게 변했다.
처참한 모습에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잠시 고민하던 진양은 조금 더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기로 했다.
어느덧 곤장은 오십 대에 이르렀다.
그러나 전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쯤 되니 단순히 임무를 다하지 못해 내려진 형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곤장 팔십 대가 모두 끝났다.
위흥조의 몸에서 흘러나온 땀과 피는 바닥의 흙과 뒤섞여 사방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매우 처참한 광경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는 완전히 지쳐 기진맥진한 모습이었으나 다행히 숨은 붙어있었다.
그러나 비명을 참기 위해 이를 너무 세게 악물었던 탓인지 이빨이 절반 이상이 부러졌다.
진양은 자신도 모르게 엄지를 치켜올렸다.
“이걸 버텨내다니. 대단한걸.”
위흥조는 부르르 몸을 떨며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멀리 히죽거리며 구경하고 있는 진양의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어올랐다.
진양은 씨익 웃으며 영석 한 보따리를 꺼내 아까 구경 허락을 맡았던 근위대 말단에게 찔러주었다.
“부탁 하나만 하죠. 위 대인께 뭐라고 하셨길래 곤장을 맞았는지 대신 물어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괜찮습니다. 받아두세요. 지금 위 대인께서는 왜 상황이 이렇게 됐는지 더 궁금해하시지, 이 정도는 신경도 안 쓰실 겁니다.”
근위대 말단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위흥조의 눈치를 살폈다.
위흥조는 암묵적으로 동의한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관심조차 없는 눈치였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 요상에 집중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게 위흥조를 데려가기 위해 사람들이 왔을 때.
근위대 말단은 위흥조가 보는 앞에서 한 내시에게 뇌물을 찔러주었다.
그리고 사건의 전말에 대해 들을 수가 있었다.
얘기를 전해들은 진양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이내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자업자득이군. 스스로 자처해서 일을 키우다니.”
진양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궁성을 빠져나갔다.
궁성을 빠져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골목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곳에는 옥련이 한 대 서있었다.
옥련 문이 활짝 열려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위흥조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앉아 목만 바깥으로 뺀 채 진양을 노려보고 있었다.
“진양!”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위 대인 아니십니까? 이런 곳에서 다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닥쳐라!”
위흥조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내게 수모를 준 건 개의치 않다. 허나 그날 황실 묘지 앞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알아야겠다!”
진양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다시 봤군.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존심보단 대국에 더 관심을 갖다니. 과연 운으로 저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은 아니군.’
진양의 목소리도 한층 더 진지해졌다.
“대인, 제가 수모를 주셨다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해입니다. 전 그저 대인께서 대제희 전하와 청란 소저, 그리고 자란 소저와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실까 봐 의도치 않게 개입했을 뿐입니다.”
진양은 천천히 옥련 앞으로 다가왔다.
“폐하께서 합환문을 조사하라고 말씀하셨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러나 위흥조의 표정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제 뜻을 이해하신 모양이군요.”
진양은 한 걸음 더 다가가 위흥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대인, 정국에 시선을 두셔야죠. 대제희 전하 일행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왜 관심을 가지시는 겁니까? 굳이 똥물을 뒤집어쓰셔야 만족하시려는 겁니까?
전 그저 대인을 보호하기 위해 그랬을 뿐입니다. 생각해 보시지요. 만약 이 일이 퍼져나가게 되어 오해를 일으킨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설령 전하께서 가만히 계신다고 해도 순천사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이 정도로 끝난 걸 다행으로 아셔야 할 겁니다.”
위흥조는 일전에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확실히 본인이 눈치 없이 굴다가 곤장을 맞은 건 분명했다.
하지만 왜 일이 이렇게 풀린 건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정곡을 찔리고 나니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보아하니 폐하께서 진노하신 이유를 이제야 아신 모양이군요.”
과연, 위흥조는 영제를 매우 잘 아는 사람이었다.
“대인, 아직도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렇지 않소.”
대답에 다소 머뭇거림이 있긴 했으나 목소리와 말투 모두 한층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그는 억지로 미소를 쥐어짜며 진양에게 포권을 취했다.
“진 선생, 날 위해 이렇게까지 해 주어서 정말로 고맙소. 못난 나를 대신하여 대제희 전하께 사죄의 말을 전해주셨으면 하오.”
“물론입니다. 그럼 이만.”
진양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돌아섰다.
목숨이 간당간당할 정도로 얻어맞고도 진양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위흥조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물론 진심이 담긴 감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런 기회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다.
이번 사건 중 영제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만큼 많은 이들이 다른 마음을 품기 시작했을 것이다.
비록 태자가 죽지 않은 것을 포함하여 모든 것이 영제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긴 했으나, 영제의 법신은 극도로 민감한 상태일 것이다.
진양은 합환문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가희가 어떤 독에 중독된 것인지 눈치챘다.
그리고 위흥조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듣고 나니 그가 왜 매를 맞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그는 눈치 없이 ‘무슨 일이 벌어졌냐?’에만 관심을 두었다.
누가 봐도 감히 입에 올려선 안 되는 사적인 비밀을 들춰내며 누군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려는 것 같은 행동이었다.
거기에 진양과 대제희가 매우 비협조적이었다는 얘기까지 하다니.
이번 사건에서 정천사는 그야말로 삽질밖에 하지 않았다.
진짜 공을 세운 건 가희와 그 일행이었다.
공을 세운 사람을 물고 늘어지며 불명예스러운 일에 대해 자꾸만 들춰내려고 하다니.
만약 영제가 먼저 나서서 위흥조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야말로 등골이 오싹해진다.
물론 여기까지는 표면적인 핑계에 불과하다.
진양은 진짜 이유를 알고 있다.
그리고 영제를 오랜 시간 섬긴 위흥조도 알고 있을 것이다.
태자는 이제 막 숨을 거두었고, 새로운 태자는 아직 선정되지도 않았다.
위흥조는 정천사의 일원으로서 대제에게 절대적으로 충성을 다해야 하는 존재다.
그런데, 갑자기 대제희에게 똥물을 끼얹으며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한다?
새로운 태자는 조왕이나 주왕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될 것이다.
이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대제희는 비록 병권을 쥐고 있고, 위망도 높고, 실력도 강하지만 결코 한쪽에 치중할 사람이 아니다.
누가 태자가 되든 반드시 그 사람을 지지하게 되어있다.
물론 그간의 상황을 고려해 보았을 때, 대제희가 누구를 지지할지는 대충 예상이 가능하다.
이런 시기에 이제 막 공을 세우고 돌아온 대제희와 맞서다니.
미리 주인이 될 사람을 정하라고 독촉하는 꼴이 아닐 수가 없다.
물론 위흥조는 그런 뜻이 아니었지만, 그의 행동에는 그러한 뜻이 녹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위흥조는 그러면 안 된다.
현재 영제는 극도로 예민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 자리에서 위흥조를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운으로 여겨야 할 정도다.
뜬금없이 진양이 튀어나와 위흥조가 매 맞는 것을 구경한 것, 위흥조가 보는 앞에서 내시에게 뇌물을 주고 몰래 소식을 물어보았던 것.
이건 표면에 드러난 갈등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다.
즉, 위흥조에게 구명줄을 내려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
이러한 사실도 모르고 진양을 원망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나 다름없다.
만약 여기서 대제희가 합환문의 사술에 걸렸었다는 소문을 몰래 퍼뜨린다면 어떻게 될까?
소문은 돌고 돌아 점점 커져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대제희를 비방하기 위해 이런 소문을 퍼뜨렸다는 소문이 새로 만들어질 것이다.
소문을 퍼뜨린 누군가는 대제희가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이런 소문을 퍼뜨린 것이고, 이는 새롭게 태자가 될 사람을 위해 미리 길을 깔아두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소문까지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게 된다면 영제는 결코 위흥조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진양이 이런 일을 벌인다는 건 아니다.
가희, 청란, 자란을 포함한 모든 자신의 사람들의 명예를 훼손할 마음은 없었다.
특히 그 대상이 여인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진양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제희부로 향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진 않고 주위를 배회했을 뿐.
혹여나 그녀가 곤란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진양은 사람을 시켜 안부를 전해주라고 하고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 * *
같은 시각.
위흥조는 부하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의 주치의는 익숙하다는 듯 그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그는 오랜 시간을 영제 곁에 머무른 사람이다.
영제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조금만 생각해 보면 자신이 왜 곤장을 맞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영제는 여전히 그를 신뢰하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결코 벌을 준 게 아니었다.
그를 보호하기 위해, 사건이 더 커져 나가지 않게 만들기 위해 곤장을 때린 것이다.
만약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면 위흥조는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아무리 영제가 깊이 신뢰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