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84
84화 구 관사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소!
진양은 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속으로는 어떻게 대처할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진우달(陳友達).
현천성종 이장로 진결남(陳潔南)의 현손이었다.
진결남의 독자독손(獨子獨孫)은 모두 현천성종의 요직에 있다. 증손자는 사망하면서 진우달, 이 어린 외동아들만 남았다.
게다가 진우달의 자질은 나쁘지 않았다. 또한, 진결남과 같은 현수보체(玄水寶體)여서 당연히 매우 총애를 받았다.
며칠 전에 이곳에서 묵록을 사러 온 사람이 바로 그였다.
다만 왜 여기서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필요한 게 있으면 현천성종에서 구해다 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진양은 이 청년을 잘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 공자님,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필요한 묵록은 아직 제작되지 않았습니다. 며칠 동안 폐관하느라 일이 미루어졌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진 공자께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제가 바로 진 공자님께 제작해 드리겠습니다.”
“아, 일전의 묵록을 당신이 제작한 것이오?”
진우달은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당신의 묵록 위능은 상당히 좋은데 몇 번 사용하니 폐기돼버렸소. 정말 형편없더군.”
“진 공자 오해입니다. 그건 재료의 제한이 있어서이지 제 실수가 아닙니다.”
잠시 후, 진양은 손을 내밀었다.
“아니면, 진 공자님. 안에서 자세하게 대화를 나누시지요.”
“당신 말은……”
“진 공자님, 안으로.”
내당(內堂)에 도착하자 진우달은 다급해서 더는 참지 못했다.
“그대의 말뜻은, 그대에게 좋은 재료가 있다는 것이오?”
“저에게 보리수나무 나무껍질이 있습니다. 이건 제가 개인으로 소장하고 있은 거지 상호에서 파는 것이 아닙니다.”
“가격을 말씀하시오! 절대 깎지 않을 것이오!”
진우달은 가슴을 치며 큰소리쳤다.
“진 공자님, 오해입니다. 진 공자님을 며칠간 기다리게 했으니 이미 저희의 실수입니다. 응당 제가 소장하고 있는 좋은 재료를 진 공자님께 드려야지요. 이렇게 해서라도 진 공자님을 기다리게 한 보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범하군! 당신이 오경보다 훨씬 낫소. 그는 그저 날 홀리는 것만 할 줄 아오!”
진우달은 크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진 공자님, 이 묵룩의 사용법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재료에 따라 그 효과도 천차만별이기도 하고요. 제작 방법도 중요합니다. 어디에 쓰시는 것인지를 알면 그에 맞춰서 제작을 할 수가 있습니다. 맞춤형으로 제작해야 가장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심오한 것이요?”
진우달은 혀를 내둘렀다.
간단한 일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복잡할 줄 몰랐던 것이다.
“물론입니다. 진 공자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자세히 말해주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좋소. 모두 말씀드리겠소.”
“수고해 주십시오.”
진양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웃음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주로 양주어가 회유할 때를 위해서요. 양주어를 잡아서 누가 더 좋고 더 많은 술을 만들어내는지 내기했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특히 가문의 어른하고 다른 사람의 법보를 빌리지 않고 자신의 영기로만 하기로 했소. 그래서 생각해낸 게 부전과 묵록이오.”
진우달은 득의양양했다.
“오? 진 공자님은 임기응변에 능하시군요. 그럼 진 공자님과 내기한 상대도 보통 분이 아니겠군요?”
진양은 살며시 웃었다. 속으로는 이 두 사람이 정말 어리석어서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자? 홍지용(洪志勇) 말이오?”
진우달은 비웃는 표정이었다.
“영태성종 대장로의 셋째 손자일 뿐이오. 어찌 나와 비교할 수 있겠소. 그저 어렸을 때 한 대 때렸는데 그 원한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어서 지금도 날 괴롭히니 귀찮아 죽겠소.”
“영태성종 말입니까? 성해주에서 수만 리나 떨어져 있지 않습니까? 왜 여기까지 와서 귀찮게 하는 겁니까?”
진양은 조금 궁금했다.
“종주님이 호량에 위세를 떨치고 계시지 않소. 삼천 세 생신 연회를 앞두고 있으니 당연히 사방에서 축하하러 오고 있는 것이오. 먼 곳에 사는 자들은 당연히 일찍 출발했소. 일, 이년 먼저 와서 식견을 넓히고 각 방면의 영웅호걸과 사귀는 게 당연한 일이오.
생신까지 지금부터 아직도 일 년이나 더 남았소. 와야 할 자들은 어느 정도 이미 모두 와 있을 것이오. 홍지용, 이자는 가서 식견을 넓히지는 않고 지금 날 귀찮게 하는 것이오!”
진양은 생각에 잠겼다.
생각이 돌자 바로 요점을 떠올렸다.
지금 현천성종의 법보인 호양보종은 다시는 천지에 울릴 수 없었다.
비록 현천성종의 강자가 많고 종주도 아직 건재하지만, 그는 이미 삼천 세가 되었다.
현천 종주는 원래 중상을 입어서 도기가 흔들렸다고 했다. 그리고 훗날 기연을 얻어서 뒤늦게 강해졌다고 했다.
그럼 그의 수명도 어쩌면 같은 경지의 강자보다 훨씬 적을 거다.
작년의 대제(大祭)에서 호양보종이 울리지 않았는데 마침 현천 종주의 생신이었다.
각 문파는 당연히 사람을 미리 보냈을 거다.
명분이 있으니 미리 와서 허실(虛實)을 알아보았을 거다.
만약 호양보종의 대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어 원령이 사라졌다는 게 밝혀지면 호양보종은 그저 보기 좋은 장식품에 불과했다.
게다가 현천성종은 곧 세대의 변화가 필요했다.
후학 중에 경력 없고 실력도 없는 자가 사람들을 승복시키고 권력을 장악할 수도 있는 혼란스런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다른 성종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호량에서 제일 성종이라는 현천성종의 위상을 흔들 수 있는.
제일 성종이라는 명예는 단지 명예가 아니다. 실질적인 이익과 연결된다.
제일 성종이 되면 물자가 풍부한 영토를 차지할 수 있고 수련의 자원들도 많아진다.
자연스럽게 좋은 제자들도 몰리게 마련이다.
마석성종, 영태성종도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현천성종은 종주의 생신 때 당연히 호양보종을 내놓아서 위엄을 선포해야 했다.
만약 그때도 울리지 않는다면 이전처럼 각종의 추측과 각종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와야 할 사람들은 미리 사람을 보내 각 세력과 합세하여 미리 계책을 의논할 거다.
그리고 진짜 볼거리는 생신이 끝나고 나서 막을 올리게 될 거다.
현천성종이 어째서 최근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쳐 날뛰는지 알 거 같았다.
만약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닭을 돌려보내면 그들은 생신 연회 때 호양보종을 울리기 위해서 어떤 보물, 자원도 아끼지 않고 전력으로 호양보종의 회복을 도울 거다.
소모가 아무리 커도 그들은 신경 쓰지 않을 거다.
그리고 자신은 지금 만영상호의 구 관사였고 수년 간 흉악범을 잡으러 수만 리를 달렸었다. 당연히 숨기고 있는 모든 비밀은 모르는데 자신의 손에 부러진 대추가 있다. 물론 이 물건이 무엇인지 당시에는 몰랐다.
생각해 보면, 몇 년 전, 호양보종이 손상을 입었을 때 현천 종주는 직접 호양보종에 큰 구멍이 뚫렸다고 말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겉으로는 구멍이 나도 문제없다는 식으로 외부에 알리면서 실제로 호양보종이 거의 폐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였다.
그 당시 닭을 그 자리에서 수거하지 않은 것도 일부러 그런 것이다. 같은 경지의 강자가 그 자리에 있었기에 현천 종주의 작은 움직임도 모두 들킬 수 있었다. 그래서 섣불리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그 부서진 대추를 진양이 가져가 버렸다.
현천 성종은 이런 상황도 물론 예상했다. 그들의 추적법으로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누가 가져가든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대추의 손상이 너무 심각하여 안의 금제 신휘(神輝)가 모두 지워져 버렸다.
그러니 그들의 추적법도 무용지물이었다.
마침 진양은 위 영감을 따라서 도문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그들은 전혀 추적할 수 없었다.
혹은 마석성종까지 추적할 수 있었지만,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한계도 있었다.
그래서 그때 만영상호의 수배령에 나온 초상화는 자신이 대추를 얻을 때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자신은 도문에 틀어박히게 되었고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도문을 나와서도 마석성종으로 갔다.
그들이 어떤 수단을 써서 추격한다고 해도 자신은 연기처럼 증발한 것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이제 한 가지, 만영상호의 수배령이 현천성종이 부탁인지 아닌지만 확인하면 됐다. 만약에 맞다면 자신이 만영상호 구 관사의 신분으로 변장해서 일을 처리하는게 지금 상황에 딱 맞아 떨어졌다.
그때가 되면 만영상호의 신분으로는 순조롭게 닭을 돌려보낼 수 있는 것이다.
“구 관사? 내 말을 듣고 있는 것이오?”
진우달은 변함없는 표정으로 정신이 나간 진양을 다시 불러왔다.
“듣고 있습니다. 단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나서 그렇습니다. 진 공자님께서 양주어를 잡고 싶어 하시니 당연히 빈틈없이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단지, 묵록을 제작할 때 미끼의 선택과 양주어의 습성도 생각해야 하는데……”
“오? 구 관사가 그런 것도 알고 있소?”
“하하, 평소에 조금 연구했었습니다. 모든 약초와 광물, 짐승의 진귀함을 모두 조금씩 섭렵하고 있어야 양주어 습성에 알맞은 미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묵록의 도움이 있다면 절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진 공자님과 인연이 닿았으니 감히 숨길 수 없지요.”
“나도 전에 이런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설마 구 관사가 이걸 알고 있을 줄이야. 구 관사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소! 그자의 위세만 꺾는다면 이 분노를 내뱉을 수 있을 거 같소. 구 관사는 내 벗이오. 앞으로 성해주에서 무슨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하시오.”
진우달은 눈을 반짝거리며 진양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아…….”
진양은 머뭇거리는 표정이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제가 나서면……”
“맞네. 구 관사의 말이 맞아!”
진우달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가 잠깐 생각했다.
“그렇지. 여기는 보는 눈이 많아서 누군가 본다면 그자한테 변명거리가 생기는 거지. 이렇게 하세. 나한테 별원이 하나 있는데 자네가 그곳으로 오는 게 어떻소? 다만 구 관사가 불편하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오.”
“불편할 것도 없습니다. 저는 여기 관사가 아니라 그저 쉬러 온 겁니다.”
“정말이오? 그럼 잘됐소! 구 관사 나 좀 도와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