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982
982화 모두 가짜
황작이 크게 놀라며 몸을 움직여 재빨리 진양의 검을 피했다.
그가 잔뜩 놀란 얼굴로 물었다.
“진 선생, 이게 무슨 짓입니까!”
“천마가 나타난다면서요.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본 겁니다.”
이어서 진양은 한마디를 더 보탰다.
“제 조카가 산겸 어르신의 수제자로 있습니다. 그리고 전 장추우 사형과 사제지간이랍니다.”
진양의 말에 황작은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말을 참았다.
‘반대로 확인해 볼 필요는 없겠군.’
이어서 시선을 주작 쪽으로 옮기자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건 좋은 습관입니다. 확인해보고 싶으시다면 얼마든 마음껏 해 보셔도 좋습니다.”
“채권(猜拳, 가위바위보)으로 하죠. 주작 소저처럼 지혜로우신 분이라면 분명 제가 뭘 낼지도 알고 계실 테니 무조건 이기실 수 있을 겁니다.”
진양은 씨익 웃으며 곧장 손을 뻗었다.
주작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녀는 생각할 틈도 없이 반사적으로 ‘가위’를 냈다.
다행히 진양은 ‘보’를 냈다.
진양은 고개를 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 말이 맞죠? 주작 소저라면 충분히 이기실 수 있다고 했잖아요. 자, 얼른 떠납시다. 언제 천마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요.”
신분 확인을 마치고 날아가려는 때.
진양은 성낙진판을 꺼내 떨어트렸다.
그런데 주작은 진판이 나타나기 무섭게 빛이 되어 재빨리 멀리 몸을 피했다.
진양은 무표정으로 이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진판의 위력이 발산하며 순식간에 천여 리에 이르는 범위를 뒤덮기 시작했다.
너무 빠른 속도였기 때문에 주작은 미처 범위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허공 위로 거대한 별의 무리가 형성되었다.
머리 위로는 거대한 은하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마치 비처럼 유성우가 쏟아지며 밤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주작은 허공에 우뚝 멈춰 섰다.
그녀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고, 눈빛에선 차가운 살기가 흘러나왔다.
황작은 이게 도무지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듯 멍하게 제자리에 서 있었다.
“진 선생, 이게 도대체……. 당신, 누구야!”
“황작, 진정하고 이쪽으로 오세요. 그 사람은 주작이 아닙니다!”
진양이 외쳤다.
그리고 이에 질세라 주작도 한마디 했다.
“황작, 조심해. 그 사람은 진 선생이 아니야! 진 선생은 지금 거점에 계시다고. 이곳에 계실 리 없잖아! 진 선생께서는 진군을 뚫고 나오실 수 없다고!”
“허…….”
진양은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영패를 꺼냈다.
“내게 영패를 건네준 순간부터 이미 계획이 시작됐었던 모양이군요. 최고 경계 단계에 이르면 제가 가진 임시 영패로는 바깥에서 두 번째 층으로 들어가는 건 불가능해지니까요.
하지만 오히려 저의 결백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어버렸네요. 세부 조건을 자세히 숙지한 사람이라면 모두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이어서 진양은 어쩔 줄 몰라 하는 황작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아하니 꽤 당황하신 것 같군요. 당신도 이러한 사실은 몰랐던 모양이죠?”
황작은 솔직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양은 황작은 무시한 채 다시 주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을 뻗고 차례대로 가위바위보를 만들어 보였다.
“얼마 전에 주작의 모습을 한 천마와 마주쳤었습니다.
천마는 육신이 없고 변화에 능숙하며 사람의 마음을 고혹시키는데 도가 튼 존재입니다. 상고보다 훨씬 더 오래전, 이들은 수도사의 마음속에 틈이 드러나는 순간을 이용하여 수도사의 심마(心魔)와 하나가 되죠. 음험하고 교활한 이 존재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데 매우 능합니다.
저와 마주쳤던 천마는 비록 주작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절 완벽하게 제압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진 못했죠. 비록 실시간의 제 동작을 따라 하며 움직이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마저도 버거워졌고, 저는 그 틈을 이용해 놈을 죽였습니다.
지금까진 주작 소저의 능력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황작 소협께서 말씀해 주신 내용을 떠올려보니 대충 짐작이 가더군요. 아마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리고 그대로 행동하는 능력일 겁니다. 아니면 단순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아차리는 능력이 전부일 수도 있겠죠.”
“그게 무슨 말이죠?”
황작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래서 진짜는 진짜고 가짜는 가짜라는 겁니다. 아무리 진짜처럼 행동한다 해도 마음까지 바꿀 순 없는 법. 어째서 제가 채권으로 신분을 확인한지 아십니까? 혹시 방금 제가 무엇을 내려고 했는지 느끼셨습니까?
아마 못 느끼셨을 겁니다. 심지어 저조차도 끊임없이 생각을 바꾸었기 때문에 무엇을 내게 될지 몰랐거든요. 전혀 생각할 틈조차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저를 이겼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당신이 주작이 아니라는 걸 눈치챘죠.
사실 생각을 잠재우는 데 꽤 애를 먹었습니다. 어떻게든 당신이 진짜 주작이라고 생각하려고 말이죠. 원래대로라면 조금 더 잠재울 생각이었지만 도저히 불가능했습니다. 생각을 조종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진양은 한숨을 푹 쉬며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주작과 실제로 만난 건 단 한 번뿐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직접 마주하지 않고도 그 사람에 대해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전 주작 소저와 관련된 모든 자료와 기록들을 살펴봤습니다.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글자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 기억하고 있다 이 말이죠.
모두들 주작 소저가 사장들 중 유일하게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사장이라고들 하죠. 하지만 제 생각엔 모두들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패배를 한 적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모두 이겼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매번 전략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고, 전혀 불리한 적이 없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소저께서 추구하시던 건 승리가 아닌 불패(不敗)였습니다. 결과적인 불패 말이죠.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게 하고, 방어선에 일말의 틈도 허락하지 않는 것.
그 누구도 계속해서 이기기만 할 수 없다는 건 주작 소저도 잘 알고 계셨을 겁니다. 그래서 마음을 맑게 유지하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매우 완벽하게 해낸 거고요.
만약 진짜 주작 소저였다면 생각할 틈조차 없는 방금 전과 같은 상황에서 채권으로 절 이기려 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본심대로 이기는 사람도 없고 지는 사람도 없도록 저와 같은 걸 내셨겠죠.
아마 몇 번이고 같은 상황을 반복한다고 하더라도 채권의 결과는 결국 무승부였을 겁니다.”
주작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돌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겨우 한 번, 딱 한 번 만난 게 전부인데 누구보다도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군. 과연 그들이 널 데려온 이유를 알 것 같군. 우리 모두가 널 눈엣가시로 생각하고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며 최우선적으로 죽이려는 이유도 확실해졌구나.”
이쯤 되니 황작은 재빨리 진양 쪽으로 붙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주작이 가짜고 진양이 진짜라는 건 바보도 알 수 있었다.
진양은 다가온 황작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걱정할 거 없습니다. 진법 밖으로 데려다줄 테니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황작은 진양과 함께 성낙대진을 빠져나왔다.
진양이 진법 공간 밖으로 빠져나가자 내부에 빠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성우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닌 채 사방을 휩쓸었다.
상고의 잔월이 진법 핵심 높은 곳에 매달린 채 진법의 운용과 변화를 유지시켜주고 있었고, 허공을 가득 채운 난폭한 별의 힘이 끊임없이 빨려 들어가며 진법의 변화 속도를 가속시켰다.
진법 내부에 있는 주작이 완전히 죽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전까지 진법은 변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 * *
같은 시각.
밖으로 나온 진양은 황작의 어깨에서 손을 내렸다.
그 순간 호양보종이 진양의 손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종에서 적금색의 빛이 흘러나왔고 웅장한 종소리가 울리며 강력한 힘을 품은 충격파가 황작의 얼굴을 강타했다.
순간 황작의 머리는 날아가 버렸다.
상반신의 삼분지 일까지 함께 사라져버렸다.
진양은 황작의 시신에 손을 얹었다.
능력이 반응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재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이어서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뻗으니 검은 번개가 파도처럼 밀려들며 남은 시신을 완전히 감싸버렸다.
번개의 파도는 점점 왜곡되며 팽창하기 시작했다.
절반밖에 남지 않은 황작의 시신이 왜곡을 일으키며 수백 장에 이르는 거인의 형상으로 변했다.
두 개의 머리와 다섯 개의 팔, 그리고 추악한 얼굴을 가진 거인이었다.
녀석은 원래 세 개의 머리와 여섯 개의 팔을 가지고 있었던 듯했다.
머리와 팔이 하나씩 더 달려있었던 흔적이 남아있던 것이었다.
거인의 육신 표면은 검은 무늬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는 고통스러운 듯 고함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어느덧 바다를 이룬 번개는 구체 형상의 회오리를 일으키며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중심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빛의 고리가 계속해서 형성되며 검은 뇌구를 감쌌다.
회오리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거인은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며 몸부림을 쳤으나 깊은 늪에 빠진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게 뇌구의 중심이 가까워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진양은 무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천마가 한 번만 나타난다는 법도 없는데, 내가 아무 의심도 하지 않을 줄 알았냐?”
진양은 후광 장비를 꺼내 착용했다.
이어서 진원을 흘려 넣으니 머리 뒤로 두 개의 검은 고리 형상의 후광이 나타났다.
주작과 황작을 마주한 순간 가장 먼저 황작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진양이 황작에게 주었던 후광 장비는 무려 상고 지부의 여섯 개의 부문 중 하나로 만들어낸 것이다.
아무리 순천사라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한 효과를 지닌 장비인 만큼 웬만해선 항상 착용하고 다닐 수밖에 없다.
다시 만난 황작은 지난번에 주었던 장비를 그대로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후광 장비에 담겨둔 징표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진양이 황작에게 주었던 후광 장비는 비보다.
다른 사람에게 준다고 해도 사용하는 것만 가능할 뿐 연화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진양은 장비에 남겨두었던 징표를 지금까지 지우지 않고 남겨두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진양이 직접 만들고 직접 연화시킨 비보다.
코앞에서 살펴보는데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리 없다.
게다가 신분을 확인할 때 반응하는 속도도 다소 차이가 났었다.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그대로 티가 난 것이다.
어쨌든 두 녀석 모두 가짜였다.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읽고 흉내 낼 수 있는 천마, 그리고 황작에 버금가는 극강의 육신을 가진 존재와 마주했다.
승산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반드시 이기려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만 했다.
하지만 사방이 수상한 것투성이였기 때문에 함부로 목숨을 내걸 순 없었다.
최대한 적은 힘을 사용하여 확실하게 적의 목을 비틀어야만 했다.
그래서 역으로 연기를 해서 그들을 속였다.
진양은 주작이 가짜인 걸 눈치챈 척하며 황작과 분리시켰다.
그리고 녀석을 각개 격파했다.
덕분에 최소한의 힘만으로 두 녀석을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주작과 마주할 때 일부러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억제하다 보니 그런 것이었다.
확실히 자신의 생각을 완전히 억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래대로라면 끝까지 연기하며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각을 억제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니 오히려 더욱 많은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때문에, 두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