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994
994화 함께 싸웁시다!
진양은 잠시 눈을 감고 주위의 기운을 느꼈다.
이어서 유성이 하나 날아와 진양을 태우고 어디론가로 날아갔다.
진양은 유성을 타고 날아가며 자신의 모습을 청우마의 모습으로 바꿨다.
그러나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전에 보았던 청우마의 모습으로 다시 바꿨다.
잠시 뒤.
강력한 화염과 혼란한 힘이 난무하는 유성대(流星帶) 안으로 코뚜레를 달고 있는 청우마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유성대 안에 완전히 갇혀있었다.
단순히 힘만으로는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진양은 눈을 가늘게 뜨며 동술과 사자결을 동시에 펼쳤다.
청우마의 몸 위로 검은 기운이 일렁이는 게 보였다.
그것은 마치 해초처럼 청우마의 몸에 깊게 박혀있었고, 마치 더 깊게 뚫고 들어가려는 듯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진양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아직 가망성이 있는 녀석이었다.
이성이 완전히 왜곡되지 않은 것이다.
일전에 만났던 청우마는 자신들의 족장은 결코 대황을 침공하거나 순천사의 거점을 공격할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날 돌연 태도를 바꾸었다고 했었다.
예전에 대황에서 보았던 청우마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청우마는 단결력이 매우 강한 종족이다.
이성이 완전히 왜곡되지 않은 이상 아직은 충분히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유성대에 갇힌 녀석이 분노에 이성을 잃고 날뛸 때마다 검은 기운은 더욱 빠른 속도로 몸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진양은 몸에 자란 소털을 뽑아 분신을 만들었고, 멀리 보이는 청우마를 가리켰다.
분신은 곧바로 청우마의 모습으로 변해 날뛰고 있는 청우마를 향해 돌진했다.
그 사이 진양은 유성을 타고 뒤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일전에 청우마에게 빼앗은 송곳니 몽둥이를 꺼내 들고 유성을 탄 채 날뛰고 있는 청우마의 뒤쪽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분신이 정면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청우마가 몽둥이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이놈! 아직 살아있었구나!”
그는 마치 단숨에 가루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듯 힘껏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때, 유성을 타고 빠르게 다가온 진양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몽둥이로 청우마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빡-!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청우마는 눈을 까뒤집으며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진양은 일전에 회수했던 검은 기운이 든 상자를 꺼내 들었다.
그리곤 곧바로 사자결을 발동하여 녀석의 몸을 살폈고, 마치 잡초를 뽑아내듯 몸 곳곳에서 검은 기운을 거두었다.
그러자 파지짓-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기운은 진양의 손에 의해 하나씩 사라져갔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검은 기운은 청우마의 몸에서 빠져나와 진양의 손에 들려있는 상자 안으로 파고들었다.
텁- 하는 소리와 함께 상자 뚜껑이 닫히자 진양은 곧바로 내용물을 전부 연화시켜버렸다.
진양은 상자를 품속에 거둔 뒤 기절한 청우마의 뺨을 때렸다.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리려는 모습을 보이자 진양은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가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되었는지 살폈다.
청우마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뒤통수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양은 곧바로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정신을 차린 모양이군요. 여기가 어딘지, 그리고 왜 여기 온 건지 기억나나요?”
진양의 질문에 청우마의 표정은 점점 더 찌푸려져갔다.
“보아하니 모두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유감스럽지만 당신은 어떤 힘에 의해 이성이 완전히 왜곡되었었습니다. 때문에 대황 침략에 필요한 희생양이 될 뻔했죠.”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까지 공격해 들어온 건 결코 청우마 일족의 본심이 아니었습니다. 이 일에 대해선 추후 대영 신조에 적절히 해명과 보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청우마는 마치 인간이 하는 것처럼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괜찮습니다. 생각한 것만큼 피해가 큰 것도 아니니까요.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구해드리겠습니다만, 아쉽게도 이미 이성이 완전히 왜곡되어 더 이상 가망성이 없는 사람도 있군요.
어쨌든 저 혼자 상황을 정리하는 건 무리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저를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진양은 청우마와 함께 다음 장소로 떠났다.
멀리 입이 달리지 않은 이족이 나타나자 청우마가 물었다.
“진 은공(恩公), 저 친구는 가망성이 있겠습니까?”
진양은 곧바로 동술과 사자결을 펼쳐 그를 살펴봤다.
검은 기운이 일렁이곤 있었지만 다행히 아직 늦진 않았다.
그러나 그는 오랜 시간 순천사의 골치를 썩였던 종족이다.
“없습니다. 그냥 죽이도록 하시죠.”
청우마는 일말의 의심도 없이 진양의 말을 믿었다.
그는 사술에 걸려 이성이 왜곡되는 바람에 청우마 일족 전부를 이끌고 순천사 거점을 공격했다.
그럼에도 진양은 그를 사술에서부터 해방시켜 주었다.
진양의 이런 행동은 단순히 자신 한 사람만 구한 게 아니다.
청우마 일족 전체를 멸족의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진양이 도움을 청한다면 일말의 지체 없이 도울 준비가 되어있었다.
진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청우마는 이족에게 달려들어 전투를 벌였다.
그사이.
진양은 조용히 몽둥이를 들고 뒤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오자 망설임 없이 이족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청우마는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상대를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이족의 영혼이 소멸되며 일렁이던 검은 기운도 점진적으로 소멸되었다.
진양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이봐요. 때려죽이는 건 좋은데 시신은 남겨주시죠. 아무리 사술에 걸린 사람이라도 해도 관에 잘 수습해서 묻어주는 게 도리인 법이라고요.”
“네? 어째서…….”
청우마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양을 바라보았다.
“뭐, 됐습니다. 어차피 설명해도 못 알아들을 테니까요. 어쨌든 시신은 최대한 남겨주세요.”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이상할 건 없다.
외층 공간에 있는 순천사들마저 잠재적 위험 때문이라는 핑계로 시신을 완전히 소멸시키는데, 이족들에게 시신을 잘 처리해 주는 관습이 있을 리 만무하다.
무엇보다 외층 공간에는 기괴한 녀석들이 수도 없이 존재한다.
괜히 시신을 남겨두었다간 이들에게 이용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른 생명체의 육신에 기생을 하는 건 비단 천마뿐이 아니니까.
진양은 계속해서 청우마와 함께 다음 이족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쯔쯧. 이미 늦었군요. 최대한 서두르죠. 더 늦었다간 가망성 있는 사람도 놓치고 말 겁니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난 이족을 처리한 뒤 다음 장소로 향했다.
이번에는 무려 다섯 명이나 되는 이족이 나타났다.
총 세 개의 종족으로 이루어져 있는 무리였는데, 이 중 한 녀석은 삼안요족처럼 눈이 세 개 달린 이족이었다.
아마 삼안용모의 먼 친척쯤 되는 이족인 듯했다.
일지에 이런 종족과 싸웠다는 기록은 없었다.
그저 용맥의 혈맥을 조금 지니고 있다는 기록이 전부였다.
진양이 그를 가리키며 청우마에게 물었다.
“저기 눈 세 개 달린 이족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까?”
“삼안요족이라는 녀석들입니다. 태생적으로 대세계와 비경, 그리고 대지의 조각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녀석들이죠.
뿐만 아니라 허공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이들은 싸움을 좋아하는 종족은 아니라 여지껏 다른 종족과 맞서 싸우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진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타나는 삼안요족은 전부 살려주기로 결정했다.
이어서 다른 두 녀석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 중 하나는 인간의 얼굴과 호랑이의 몸, 갈비뼈에 달린 날개, 그리고 온몸에 번개로 뒤덮인 녀석이었다.
뿐만 아니라 사지가 굵직한 게 식재료로 삼기에 상당히 적합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모습을 바꾸지 않고 야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이족은 대황에선 매우 보기 드물다.
대황의 이족들은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머리는 야수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한다.
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는 건 실력에 자신 있는 일부 고수들이 전부다.
날개 달린 호랑이는 대황의 이족들과는 정반대로 인간의 머리와 야수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의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온전한 지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고, 야수의 몸을 가지고 있다는 건 강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모습을 한다면 수련 속도는 급격히 느려지지만 강한 힘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같은 경지의 요족이라도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자가 전투력으로는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의 형상은 그저 수련의 편의성을 위한 것일 뿐.
날개 달린 호랑이 일족은 머리에 구멍이 나지 않은 이상 결코 먼저 대황까지 침공하여 스스로 귀찮은 일을 자초할 리 없다.
마지막으로 남은 하나는 팔십 장이나 되는 키와 굵직한 인간의 팔과 다리, 푸른 얼굴고 거대한 송곳니, 그리고 척추를 따라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이족이었다.
겉모습만 봐선 추격수와 매우 닮아있었다.
어쩌면 추격수의 먼 친척쯤 되는 녀석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녀석은 검은 기운에 의해 완전히 잠식된 상태였다.
이성이 완전히 왜곡된 녀석을 직접 마주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니, 어쩌면 애초부터 검은 기운에게 저항할 의지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삼안요족이랑 날개 달린 호랑이 일족은 살려두고, 저 못생긴 녀석은 죽이도록 하세요.”
진양은 청우마와 손발을 맞추며 움직였고, 곧바로 청우마에게 했던 것처럼 두 이족을 모두 해방시켜 주었다.
덕분에 목숨을 건지게 된 두 이족은 자신을 도와 동족을 해방시켜 달라는 진양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어느덧 두 명의 삼안요족, 두 명의 호랑이 날개 일족, 그리고 청우마까지 총 다섯 명이 모이게 되었다.
다섯이나 모이고 나니 진양이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
이들은 순식간에 추격수를 닮은 이족을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싸우는 모습을 보아하니 상대의 시신을 남기고 죽이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다.
어차피 이족을 성불시켜봤자 눈요깃거리도 안 되는 잡동사니나 나올 테니까.
진법은 어느새 완전히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드넓은 밤하늘 너머로 유성우가 빠르게 허공을 갈랐다.
이어서 유성우에서 진양과 이족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눈앞에는 다섯 명의 이족들이 서 있었다.
진양은 잠시 이들을 살펴본 뒤 두 명을 가리켰다.
“두 명은 가망성이 있으니 살려두고 남은 셋은 성불시키도록 하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십 명을 훌쩍 넘는 엄청난 수의 이족들이 다섯 이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동안 늘어난 동료들 덕분에 이족들을 처리하는 일이 한결 더 수월해졌다.
그렇게 순식간에 처리가 끝나고 나자 진양은 이족들에게 포권을 취했다.
“지금까지 우리 사이엔 그 어떠한 은원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술에 걸려 순천사의 거점을 습격했습니다. 여러분들이 희생양이 될 뻔했던 건 모두 추격수 때문입니다. 전 결코 그가 바라는 대로 되도록 놔두진 않을 것입니다.
만약 여기서 여러분들 중 누군가 희생되었다면 분명 은원으로 남게 되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싸움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을지도 모릅니다.
자, 함께 싸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