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165
81화.
“가주님을 보호하라!”
가주를 지키는 무사들이 천마에게 사방으로 달려들었다.
“어리석은 놈들.”
지금 천마는 무림 속 천마를 카피해 온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힘이 있었다. 즉, 바실레이아에서 쓰지 못했던 기술을 여기서는 쓸 수가 있다는 것이다.쿠웅-!
“히익!”
“헉!”
천마가 발을 강하게 내려찍자 그에게 달려들던 무사들이 허공 위로 떠올랐다.
“뭐, 뭐야!”
“몸이 안 내려가!”
천천히 돌고 있는 소용돌이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 소용돌이에 휘말린 무사들은 소리를 지르며 내려가기 위해 안간힘을 써 보았다.
하지만 그들이 무슨 짓을 하든, 천마가 허락하지 않는 한 저들이 내려올 방법은 없었다.
“모두 사라져라.”
천마등공!
천마가 스스로의 의지로 적들을 허공 위에 띄워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인데, 그 다음에 이어지는 무공이 천마등공의 장점을 극대화 시켜 준다.
콰득-! 콰지직-!!
“크아아악!”
“으아악!”
천마염화!
천마의 발에서부터 시작된 불길이 소용돌이를 타고 올라가 순식간에 무사들을 불태워 버렸다.수백의 무사들이 단숨에 사라지는 것을 보고 가주 진사평은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이제 그를 지키는 건 단 5명의 무사 뿐.
“뭣들 하느냐? 너희들도 얼른 가서 싸우거라!”
가주의 명령에 다섯 명의 무사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들은 모두 플레이어들이라 가주의 명령을 절대적으로 따를 필요가 없었다.
“가주 진사평은 마땅히 앞으로 나와 가주로써의 명예를 지키거라!”
잔챙이들을 쓸어버린 천마는 얼른 앞으로 나오라며 진사평을 압박했다. 그러자 그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얼른 가서 싸우라니까!”
“아니. 우리가 저런 괴물을 어떻게 이겨?”
“맞아. 차라리 널 죽이고 항복을 해서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게 낫겠다.”
“뭐, 뭐야?!”
푸욱-! 푸푹-!
“커헉!”
플레이어들은 진사평의 등과 목을 칼로 찔러 배신을 선택했다.
“이, 이놈들! 가, 감히 너희들이 나를!”
“입 닥쳐!”
“우린 다음 층으로 올라가야 돼!”
그들은 확실하게 진사평의 숨통을 끊어 놓은 다음, 천마 앞으로 나왔다.
“우린 항복!”
“저희는 항복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같이 2층으로 올라갑시다.”
“저도 항복입니다!”
5명의 플레이어들은 무기를 내려 놓고 천마에게 두 손을 들었다.
진사평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던 천마는 김이 샜는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들, 방금 주인을 찌른 것이냐?”
“뭘 주인이에요. 어차피 혼돈의 탑이 만들어낸 가상 역할 놀이인데. 천마님도 역할 놀이 중이시잖아요.”
천마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틀렸다. 본좌는 역할 놀이 같은 걸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예?”
“뭐, 뭐야. 설마 플레이어가 아닌 거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시발. 진짜야? 당신 플레이어 아니야?”
진사평을 대신해 이들의 피를 이 칼에 묻혀야겠다.
천마는 그들에게 바람처럼 달려가 하나의 가슴에 칼을 꽂아 넣었다.
“커헉!”
“본좌는 천마다. 너희 같은 역할 놀이에 빠진 가짜들이 아니라.”
“자, 잠깐만! 우, 우리 이러지 말고!”
스걱-!그 다음 무사도 연이어 베어 버리며 순식간에 4명의 목이 달아나 버렸다.
마지막 남은 플레이어는 바닥에 넘어져 천마에게 구걸했다.
“우, 우리가 항복까지 했는데 왜 죽이는 거야? 네가 원하는 가주의 목도 줬잖아!”
“닥쳐라. 주인을 배신한 무사는 거렁뱅이에 불과하다. 명예를 모르는 것들이 감히 검을 들려 하다니. 그냥 죽어라.”
“으아아!”
마지막 남은 무사까지 마무리를 지으면서 전투는 끝이 났다.
천마는 뒤를 돌아보았다.
“놈들을 죽여라!”
“한 놈도 넘어가게 하지 마라!”
진천은 천마의 명령에 따라 병력을 모아 천우회 무사들과 싸우는 중이었다. 이제 공격과 수비가 나뉘었다는 것.
광풍 진격을 쓸 때는 멈출 줄 모르고 적의 본진을 뚫어 놨으나 지금처럼 돌진을 하지 않고 뭉쳐 있을 땐 당연히 협공을 받게 된다.
적의 숫자가 많다 보니, 꽤 위험한 상황이 되었다는 건데 그 문제는 금방 해결이 되었다.
[혼돈의 탑 1층의 시험이 끝났습니다.] [서주성 전투의 승리는 천마신교가 가져가게 됩니다. 반대편이었던 천우회에 소속된 플레이어들은 자동으로 탑에서 추방됩니다.]“어······?”
“뭐, 뭐야?”
“내 몸이 왜······.”
시스템 창이 나타나자마자 천마신교와 싸우고 있던 천우회 무사들이 검은 가루가 되어 허공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탑 1층 승리자가 결정되면서 패배자들은 자연스레 흩어져 버린 것이다.
“끝났군.”
천마는 숨을 크게 들이내쉬었다.
원래 전쟁이 끝나면 무사들끼리 모여 크게 술판을 벌이는 것이 전통이나, 아쉽게도 여기선 그럴 수가 없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승리자가 되어 다음 층으로 올라갈 권리를 얻었습니다.] [2층으로 이동합니다.]왜냐하면 이 시스템이 쉴 시간도 주지 않고 곧바로 천마를 2층으로 데려갔기 때문이다.
가기 전에 진천을 비롯해 부하들에게 인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시스템은 그런 배려심이 없었다.
“아니. 어차피 저들은 가짜에 불과하지 않은가.”
혼돈의 탑에 나오는 이 모든 것들은 허깨비에 불과하다. 그걸 알면서도 자꾸만 감정이 기우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혼돈의 탑 2층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시험이 시작되기 전, 혼돈의 탑 2층의 스토리가 재생됩니다.]“스토리?”
순간 주변에 어둠이 깔리고 모두가 사라져 천마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이윽고 큰 홀로그램이 음성과 함께 나왔다.
홀로그램이 보여 주는 것은 천마신교의 깃발을 든 무사들이었다.
[천우회를 몰아내고 주변에 있는 문파들을 모두 정복하면서 마침내 서주의 패권을 쥐게 된 천마신교. 그들의 야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천마를 필두로 한 천마신교는 멈추지 않는 돌진을 이어가 무림맹에 속한 문파들을 계속해서 무너뜨렸다.]홀로그램은 지도를 보여 주며 천마신교가 어디에서 어디까지 공격을 실시했는지를 보여 주었다.
[천마신교의 힘은 대단했다. 도저히 그들을 막을 방법이 보이지 않았으며, 이들은 점령한 곳을 모두 불태우는 등, 잔인한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천마는 성들이 불타고 그 안에 있던 백성들이 죽는 것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죄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음에도 천마신교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어······. 패도란 그런 것이었으니까.”
항복하지 않으면 모두 죽인다.
이것이 패도를 걷는 이가 취해야 할 길이었다.
천마는 먼저 어떤 곳을 공격하기 전에 항복 권유부터 한다. 만약 그들이 받아 들인다면 단 한 사람도 건들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그러나 천마의 권유를 무시할 경우, 그 안에 있는 생명은 모두 사라지게 만들었다.그로 인해 폭군이란 소리를 들었으나, 천마는 자신의 방법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해야만 무의미한 희생을 더욱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원의 질서를 이루고 있던 무림맹은 이들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았으며, 마침내 그들을 정벌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군사들을 일으킨다.]그리고 홀로그램은 천마에게도 익숙한 얼굴들을 보여 주었다.
[천하오검이라 불리던 강호의 최강자 5명 중 하나인 청뢰살검 남궁현은 직접 군의 선봉을 맡았으며, 낙양까지 진출한 천마를 막고자 그곳으로 이동했다.]그것으로 홀로그램은 끝이 났다.
“낙양 전투인가.”
무림맹이 처음으로 대대적인 군사 행동을 보여 준 때다. 무림맹에 속한 병력이 낙양에 빼곡이 모여 들어 싸운 것인데, 강호의 일에는 상관하지 않던 명나라 황실도 이 사태를 예의주시했다.
촤아아-!
어둠이 사라지고 다시 빛이 찾아왔다. 그리고 천마는 낙양 근처에 만들어진 천마신교 본거지에서 눈을 떴다.
“지존.”
“음?”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천마는 2년 정도 이곳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다.
“꿀물을 타서 올리라고 할까요?”
“아니. 됐다. 본좌가 어제 너무 많이 마신 모양이지?”
“원정에서 돌아온 무사들을 위해 오랜만에 술잔을 들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그렇다면 낙양 전투가 별로 남지 않았다는 얘기군.”
“예?”
천마는 대충 시간대가 언제인지 알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림맹이 본좌와 본좌의 식구들을 잡아 먹기 위해 달려오고 있지 않은가. 어서 준비를 해야지.”
“그렇지 않아도 그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왔습니다.”
진천은 천마와 함께 방 밖으로 나가 무사들이 기다리고 있는 전각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천강이 역할을 하고 있는 신곤도 있었다.
“형! 아니, 지존!”
진천은 천마에게 달려오는 신곤을 못 마땅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네놈은 어디 있다가 이제야 나타나는 것이냐? 항상 그림자처럼 지존을 따라다니라는 명령을 듣지 못 한 것인가?”
“아······ 그, 그게 말입니다.”
“됐다. 본좌를 시해하려는 무리가 있다고 한들, 천하오검이 오지 않는 이상 본좌의 솜털 하나 건들 수 없다.”
천마는 전각에 모인 무사들을 둘러보았다.
이 당시 천마신교의 세력도 커져 각 직책이 생겨났는데, 진천은 총관을 맡았고 각 무사단의 대장들과 장로들이 하나씩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에 천마는 진천에게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십니까?”
‘그러고 보니 낙양 전투에서 진천이 죽었던가.’
그 옆에 있는 신곤도 낙양 전투에서 사망하고 만다. 그만큼 이번 낙양 전투는 천마신교의 사활이 걸린 전쟁이었다.
아무리 천마의 힘이 막강 하다고 해도 무리맹의 힘을 절대 무시하지 못했다. 수많은 고수들이 그 안에 몰려 있지 않던가.
더군다나 천하오검 중 하나인 청뢰살검 남궁현도 전쟁에 참여한다.
천마가 남궁현에게 발이 묶여 있을 동안, 다른 고수들이 천마신교 무사들을 공격하게 된다는 것.
이때 천마도 죽을 고비를 넘겨 낙양 전투를 승리로 이끌게 된다. 그 정도로 힘든 전투였다.
‘쯧. 선물이라면서 아주 죽이려고 작정을 했나 보군.’
헬라는 왜 이걸 선물이라고 하는지 솔직히 천마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존. 이번에 점령한 남양성에서 2만이 넘는 백성들을 붙잡아 두고 있습니다. 모두 죽이면 되겠습니까?”
그 말에 천마는 상석으로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 때문에 헬라가 자신을 이곳으로 던진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과 어린 아이들도 포함이 된 숫자인가?”
“그들까지 포함을 한다면 3만이 넘을 겁니다.”
“······.”
진천의 말에 천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지존? 항상 하던 대로 천마신교의 위엄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을 모두 죽여 우리 신교에 항복하지 않는다면 어떤 꼴을 당하는지 본보기를 보여야 합니다.”
‘맞습니다, 지존. 총관의 말대로 아직 우리 신교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단단히 경고를 해 둘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장로들도 가세하여 포로를 남기지 말라고 천마에게 조언했다.
만약 그때의 천마였다면 이들의 조언을 들을 것도 없이 그곳에 있는 모든 걸 불태우라고 명령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천마는 그 당시의 천마와 많이 달랐다.
“본좌는······.”
“자, 잠깐만요!”
그때 천강이 입을 열어 전각에 있는 이들에게 말했다.
“지금 아무런 죄도 없는 아이들까지 모조리 죽이자는 겁니까? 그런 비인도적인 일을 하자고요?”
“누가 너에게 물었더냐. 감히 여기가 어디라도 입을 여는 것이야!”
“저도 뚫린 입이 있으니까 입을 열죠.”
“뭐, 뭐야?! 이 건방진 놈이 드디어 미쳤구나! 내 오늘 네놈의 목을 베어 천마신교의 규율을 바로 세우리라!”
“그럼,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게 천마신교의 규율이라고요? 그런 짐승만도 못 한 짓이 어디 있답니까?”
“네 이놈!!”
천마신교의 장로들 중 하나인 멸절신장 철용이 역정을 내며 천강에게 달려들려하자 천마가 나섰다.
“그만.”
“하지만 지존! 저 버릇없는 놈을 가만 두고 보실 겁니까?”
철용의 말에 천마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신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다음부터는 할 말이 있으면 먼저 허락부터 구하거라. 알겠느냐?”
“응······ 아니, 예.”
“그리고 본좌는 신곤의 말이 옳다고 본다. 그동안 본좌가 항복하지 않는 성은 남김 없이 붙태웠지만, 이젠 그런 악습을 버리고 새롭게 하려 한다.”
“지, 지존!”
“그러니 남양성에 있는 백성들을 풀어 주거라. 그리고 앞으로 남양은 우리 천마신교의 발아래에 두어 통치하거라. 알겠느냐, 진천?”
혼돈의 탑에 와서 과거와는 처음으로 다른 결정을 내린 천마였다.
진천도 적잖게 놀란 모양인지 잠시 말이 없다 뒤늦게 대답했다.
“따르겠습니다, 지존.”
천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석에 가서 앉았다.
그래. 비록 허상에 불과하나, 이렇게라도 하나씩 바꿔 간다면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