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293
129화. 무형검 >
극한의 컨셉충 129화
콰르르릉-!!
폭풍과 번개가 몰아치는 바다.
테오난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험난할 뿐이다. 그러나 바닷길을 통해서가 아닌, 하늘을 통해 간다면 어려울 것도 없다.
단지, 떨어지는 뇌격만 조심하면 될 뿐.
콰르르르릉-!!
“으아아악-! 시발!!”
번쩍이며 떨어지는 번개 때문에 천강은 정신이 없었다. 드레이크를 조종하며 뇌격을 피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5번 정도 뇌격에 맞은 상태.
방패가 없었다면 진작 죽었을 것이다.
‘저 형은 아주 평온하구먼.’
그에 반해 천마는 아주 부드럽게 번개들을 피하며 하늘을 비행하는 중이었다.
여기는 드레이크와 함께 천강이 비명을 지르며 간신히 피하고 있는데 말이다.
천마는 힘들어 보이는 천강의 옆으로 다가왔다.
“괜찮느냐, 아우?”
“허억- 허억- 전혀 안 괜찮아.”
“이제 폭풍도 거의 멎은 것 같으니, 괜찮을 것이다.”
“형은 어떻게 그렇게 번개를 잘 피하는 거야?”
“흠. 어디로 날아오는지 미리 알고 있으면 된다.”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아는데?”
“후후. 이것이 다 천기를 읽을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하는 법이지.”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눌 동안 먹구름이 걷히면서 방금 전 지옥 같은 폭풍은 거짓말 같다는 듯 아름다운 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자.”
천마는 천강과 함께 테오난 섬 안으로 들어갔다.
겉보기에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파라다이스였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오면 또 사정이 달라졌다.
“그라라라락-!!”
높이가 10m 쯤은 되어 보이는 거대 오크가 테오난에 도착한 천강과 천마를 격하게 반겨 주었다.
콰아앙-!!
오크가 휘두른 거대 메이스에 의해 옆에 있던 절벽이 무너져 내렸다.
천마는 다시 검을 타고 날아오르더니, 오크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떨어졌다.
“그라라?”
오크는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윽고 몸이 반쪽으로 갈라져 버렸다.
“환영식 한 번 거창하군.”
이제는 저런 거대 몬스터쯤은 한 방에 나가 떨어뜨리는 천마였다. 그러나 몬스터를 없앴다고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사방이 살기로 자욱하구나. 본좌가 이 게임을 해 오면서 이 정도로 살기가 가득한 곳은 처음 본다.”
“그 정도야?”
“그래. 이 몬스터는 그저 맛보기에 불과할 게다.”
천마는 울창한 숲에 들어가기 보다는 검을 타고 비행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여겼다.
“함정도 가득할 거고, 우리가 모르는 몬스터들도 많을 게 뻔하다. 하지만 하늘을 비행해서 간다면 놈들의 공격을 벗어날 수 있겠지.”
“그렇긴 하겠네. 이런 놈들이 지천에 깔려 있으면 상대하기 까다로워.”
천강도 그 의견에 동의해 둘 다 모두 다시 하늘 위로 올라갔다.
“근데 여기서 뭘 찾아야 하는 거야?”
“본좌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찾다보면 무언가는 나오겠지. 드래곤이 이상한 말을 꺼냈을 리도 없고.”
“의외로 그 드래곤을 잘 믿네.”
“음-. 둘 다 통하는 구석이 있어서 말이지.”
하늘 위는 그나마 안전할 거라는 생각도 잠시.
“캬오오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여러 비행 몬스터들이 천강과 천마에게 괴성을 질러댔다.
“이런.”
“오히려 땅이 더 안전할 거 같은데?”
후회하기에는 늦었다.
“전부 다 베고 간다.”
천마는 여분으로 챙겨온 칼을 꺼내 이름 모를 몬스터들과 부딪쳤다.
* * *
“확실한 정보야?”
“예. 확실한 정보입니다. 천강과 천마가 카르만 대도시를 떠나 테오난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천강과 천마는 모르고 있었겠지만, 아무리 대한민국이란 이름으로 모인 천마신교라고 해도 첩자가 없을 수 없었다. 거기다 간부들 중 하나가 네브레 길드의 첩자라고 한다면 두 사람은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첩자로부터 온 보고를 들은 레이피드는 음흉하게 미소를 지었다.
“울랄라-.”
가장 핵심인 천강과 천마가 없다.
이건 네브레 길드에게 좋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귀환석을 가지고 가서 언제든지 돌아올 수가 있답니다.”
“돈 참 많이 벌었나 보네. 그 비싼 귀환석도 가지고 가고.”
“어떻게 할까요?”
레이피드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하긴. 감히 집을 비웠으니, 그 대가를 치르게 해 줘야지.”
“하지만 귀환석을 쓰면 바로 돌아올 텐데요?”
“그것도 못 쓰게 막아야지.”
이미 계획이 다 잡힌 듯보이는 레이피드는 군 사령관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
“네가 테오난으로 좀 가야 할 것 같은데.”
“······예?”
갑작스러운 호출에 헐레벌떡 달려온 사령관은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테오난으로 가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하지만 거긴 금역인데요? 함선 100척을 끌고 가도 1척이 살아 남을까 말까 한 곳입니다.”
그 말에 레이피드가 인상을 찡그렸다.
“하-. 너 같은 걸 사령관이라고······. 누가 너 그 자리에 앉혔냐?”
“······.”
“바다가 안 되면 하늘을 이용해서 가면 될 거 아니야. 저기 천마신교 애들도 생각해 내는 거를 넌 왜 모르는 거야? 네브레 제국의 사령관이라는 놈이.”
“죄, 죄송합니다.”
레이피드는 짧게 혀를 찬 다음에 다른 걸 물어보았다.
“우리도 드레이크 군단이 있나?”
“아, 예. 1만 명 정도 있습니다.”
“그럼 됐네. 그것들 다 끌고 테오난으로 가. 그리고 거기 천강과 천마가 있을 거야. 그 둘을 최대한 오래 붙잡아 놔. 귀환석을 쓰게 만들면 안 돼. 알아 들었어?”
“잘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해.”
“옙!”
사령관을 보내고 나서 레이피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우리 황제 폐하에게 보고를 하러 갈 테니까, 너는 군대나 준비시키고 있어.”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판테온이 있는 훈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쟁을 안 할 때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훈련장이나, 사냥터에서 보내는 판테온이다.
내정 같은 건 거의 다 레이피드가 관리하고 있으니, 딱히 할 일이 없는 것이다.
“무슨 일이지?”
훈련을 위해 고레벨 유저들과 대련을 하고 있던 판테온. 벌써 100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그의 손에 고꾸라진 상태였다.
그는 훈련장 안에 들어온 레이피드를 보고 창을 던져 놓았다.
“긴히 할 얘기가 있어.”
“주변을 물려야 하나?”
“괜찮아. 어차피 다들 들어야 하는 거니까.”
레이피드는 땀을 닦고 있는 판테온 앞에 앉아 말을 이었다.
“천강이랑 천마가 테오난으로 떠났대.”
“음?”
“그 둘이 성에 없다는 뜻이야. 즉, 우리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라는 거지.”
그 말에 판테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빈 집을 털자는 것이군.”
“빈 집이라니. 거기 운집해 있는 병력이 몇인지는 알아? 거기다가 드래곤까지 있어.”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네 마음은 이해해. 천마랑 단 둘이서 싸우고 싶은 거잖아. 그건 내가 매치업이 되도록 허락해 줄게. 하지만 이건 성을 점령하는 일이야. 네 자존심을 위해 이런 좋은 기회를 날려 버릴 순 없다는 거지.”
레이피드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적의 수장이 없는 지금이 가장 적기라는 건 바보라도 알 수 있다.
“천마와 둘이서 싸울 수 있게 자리를 만든다는 건 확실한 약속인가?”
“어차피 놈은 카르만 대도시가 점령 당하고 나서야 돌아오게 될 거야. 그때 네가 나가서 둘이 열심히 싸우면 돼. 어때?”
잠시 고민을 하던 판테온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추진해라. 그렇지 않아도 그 대도시는 예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
“흐흐. 오랜만에 시원시원한 소리하네.”
판테온은 다시 창을 들어 훈련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더 기합이 들어간 모습으로 플레이어들과 맞서 싸웠다.
* * *
“여기에는 뭔가가 있을 것 같아 보이지?”
하늘 길을 뚫고 나서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 천강과 천마. 두 사람은 여러 함정들과 몬스터들을 피해 마침내 신전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섬에 신전이 있다니. 누가 봐도 수상하잖아.”
“본좌가 봐도 그렇구나. 이곳이라면 뭔가 있을 게 분명하다.”
두 사람은 영험하게 생긴 신전으로 들어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탔다. 그런데 계단을 중간 정도 올라가고 나니, 그들 앞에 시체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음?”
푸른 불꽃이 일렁이는 창에 찔린 채 대자로 뻗어 있는 시체.
그냥 무시하고 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그 시체가 꿈틀거리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곳은 지나갈 수 없다.”
목소리는 에코를 섞은 듯한 울리는 음성이었다.
시체는 가슴에 꽂혀 있는 창을 스스로 뽑아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이놈을 베고 지나가야겠구나.”
“내가 처리할게.”
천강은 방패를 들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 시체가 들고 있던 창을 천강에게 던져 버렸다.
“미안한데, 그런 창으로는 날 상처 입힐 수가······ 엇!”
방패를 믿고 앞으로 나간 건데, 창이 방패를 뚫고 천강마저도 뚫어 버렸다.
“큭!”
완력으로 뚫은 것이 아니다.
창이 마치 홀로그램으로 비추는 것처럼 그냥 투영을 했다. 그런데 이것이 생각보다 많은 데미지를 주었다.
“이, 이거 뭐야?”
방패로 막아지지 않은 창이라니. 흡사 귀신을 보는 것 같았다.
“아우는 물러나거라.”
슈아아악!
“크헉-!”
천마가 경고를 하는 것도 잠시.
시체의 손에 또 다른 창이 생겨나 그것을 천강에게 던졌다.
제대로 창에 관통을 당한 천강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벌써 hp가 70%나 깎여 버렸다.
“형. 저거 못 막아. 무조건 피해야 돼.”
온몸에 푸른 불꽃을 내뿜고 있는 시체는 혀를 할짝이며 말했다.
“오랜만에 온 손님이구나. 그렇지 않아도 외로운 참이었다.”
주변에 왜 이렇게 해골 무더기들이 많나 했더니, 저 시체가 전부 다 죽여 놓은 것 같았다.
“말로 해서는 비킬 생각이 없겠군.”
“흐흐. 이 몸은 이곳 신전을 지키는 존재. 10만 대군이 몰려와도 이 몸을 지날 순 없었다.”
시체는 이번에 창을 천마에게 던졌다.
천마는 옆으로 몸을 비틀어 창을 피한 뒤, 검을 상대에게 던져 버렸다.
슈아아악-!
“음?”
하지만 검은 시체에게 어떤 상처도 줄 수가 없었다. 마치 저놈이 던지는 창처럼 검이 그냥 통과해 버렸기 때문이다.
저 존재 자체도 홀로그램 같은 몸을 가진 것이었다.
“너희들의 무기로는 내게 어떤 상처도 줄 수가 없다.”
“그거 참 성가시군.”
“그러니 순순히 죽음을 맞이하라.”
시체가 양팔을 뻗자 수백 개가 넘는 창들이 생성되었다. 저것을 일제히 쏟아 붓는다면 전부 다 피하지 않는 이상 막을 순 없었다.
“가라!”
시체가 손가락으로 목표를 가리키자 창들이 일제히 천마를 향해 치달았다.
콰콰콰콱-!
“아니?!”
그런데 순간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수백 개의 창들이 잘 나아가다 갑자기 천마의 앞에서 모두 멈춰 버린 까닭이었다.
천마는 여유로운 얼굴로 당황하는 시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걸 무림에서는 무형검이라고 부른다. 그야 말로 형태가 없는 검이기에 방패로 막을 수가 없는 게지.”
“어, 어떻게······.”
“내 칼로는 네게 상처를 줄 수 없겠지만, 네 창으로는 가능하겠지?”
“잠깐! 서, 설마!”
천마가 손을 까닥이자 허공에 멈춰 있던 창들이 방향을 틀어 시체에게 쏟아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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