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71
37화.
천강과 천마가 쓸 캡슐이 내일이면 도착한다는 말에 천마는 술부터 꺼내 들었다.
“아우. 이런 기쁜 날에는 술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게 강호의 도리다.”
“강호의 도리까지야. 그냥 형이 마시고 싶어서 그런 거 같은······.”
“자! 받거라! 본좌가 직접 섞어 주는 소맥이니라!”
천마는 천강의 말을 듣지도 않고 식당 이모에게 배운 황금 비율의 소맥을 제조해냈다.
“형. 술 잘 못 마시잖아. 너무 많이 마시지 마.”
“괜찮다. 본좌에게 술은 그저 물에 불과하지. 후후.”
천강은 슬쩍 걱정이 되었다.
형의 주량을 천강은 대충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옛날보다는 주량이 좀 늘은 거 같던데.’
예전에는 소주 2잔만 마셔도 정신을 못 차리던 사람이 지금은 소맥 3잔을 마셔도 멀쩡하다. 물론, 3잔 이후부터가 문제였다.
“어흐흑. 본좌를 따르는 부하들이 지금쯤 얼마나 통곡을 하고 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구나.”
결국 우려하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연거푸 소맥을 들이켜던 천마는 마침내 주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맞다. 이 형 주사가 뜬금 없이 우는 거였지.’
천강은 땀을 뻘뻘 흘리며 천마의 하소연을 전부 들어주어야만 했다.
“아니야. 어쩌면 그놈들은 지금쯤 손뼉을 치고 기뻐할 수도 있어. 본좌가 왜 이 몸에 들어왔겠느냐? 그건 분명 누군가가 배신을 했기 때문이야. 그 의식이 사실은 본좌를 죽이는 의식이었던 거지. 대체 누굴까? 어떤 놈일까?”
천마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만약 본좌가 다시 돌아간다면 그땐 그놈들을 전부 찾아내 죽일 것이야. 아우. 너도 같이 가자꾸나.”
“아냐······. 형 혼자 가.”
“아무리 우리가 만난지 별로 안 되었다고 해도 피가 섞인 형제보다 더 뜨거운 우애를 나눴거늘. 어찌 그럴 수가 있느냐! 역시, 세상 믿을 놈 하나 없구나. 어흐흑.”
“······.”
그렇게 한참을 울다 곯아떨어진 천마를 보고 천강은 고개를 흔들었다.
“다음부터는 절대 술 먹이면 안 되겠다.”
그랬다가는 뭔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저렇게 술주정을 부린다면 안 좋은 소문이 퍼질 수도 있다.
“사실 컨셉이 아니라 진짜 정신병이었다는 얘기가 퍼질 수도 있다는 거지.”
천강은 천마를 들쳐 업어 침대에 누여 놓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 편집할 영상은 없고, 업로드 시킨 영상의 반응을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역시, 뮤뮤의 인기가 엄청나네.”
천마의 머리 위에 안착한 뮤뮤를 본 뉴튜브 시청자들 중에는 평소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끌리듯 오는 경우가 많아 보였다.
-진짜 저건 무슨 생명이기에 저렇게 귀여운 겁니까?
-뮤뮤 팬클럽 만듭니다. 가입하실 분?
-천마 피셜: 뮤뮤는 사실 ㅈㄴ사나운 맹수다.
-심장 폭행하는 맹수?
-쌉인정
뮤뮤 때문에 히든 퀘스트를 천마가 클리어 했다는 걸 모두 잊고 있었다. 거기다가 천마가 천강을 때려 잡는 영상까지 올라가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전혀 다른 곳으로 쏠렸다.
-PD는 무슨 잘못인가
-근데 저거 무슨 스킬임?
-PD가 써 놓은 글에는 스킬이 아니라던데
-않이;; 저게 스킬이 아니면 쉬밤 뭐가 스킬이라는 거여
천강도 그게 의문점이었다.
저렇게 갑자기 몸을 폭발시키는 검술이라니. 듣도보도 못 한 스킬이다.
누가 봐도 당연히 스킬로 지정해 줘야 하는 걸 바실레이아 시스템은 인정을 해 주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스킬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거야, 이놈들은.”
도통 알 수 없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었다.
“응? 그런데 이건 뭐야?”
그때 천강의 눈에 들어오는 댓글들이 있었는데, 요즘 들어 영상에 중국어로 쓰인 댓글 비중이 많이 늘어났다.
-중국에서 천마 형 동영상이 핫하던데 진짜였나보네
-이 새끼들 열폭해서 오는 거임ㅋㅋㅋ
-중국에도 무협풍 컨셉 잡아서 플레이 하는 놈 있는데, 그놈이 천마 형 언급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듯
-아 진짜?
-ㅇㅇ자기들이 무협 원조라면서 ㅈㄴ까다가 참회했다는 썰 유명함. 그것도 모르쉼?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중국 BJ는 또 뭐고 이 중국어 댓글들은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먹질 못하겠다.
“뭐, 그만큼 형 동영상이 글로벌해진다는 거겠지.”
뉴튜브는 이런 게 마음에 든다.
한국에 국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로 영상이 뻗쳐 나가 수많은 팬을 거느릴 수가 있게 된다.
바실레이아 자체적으로 내장되어 있는 자동 번역 시스템이 한 몫했다.
“근데 중국 쪽 반응이 궁금하긴 하네.”
다음에 짬을 내서 중국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한번 반응을 살펴 봐야겠다고 생각한 천강이었다.
* * *
바실레이아가 첫 오픈을 하고 나자 중국 정부는 처음에 게임을 하지 못 하도록 금지시켰다.
잘못된 사상이 게임을 통해 번질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해 조치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거센 반발과 게임이 순식간에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것을 보고 중국은 생각을 바꿨다.
[우리 중국은 전 세계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전 세계를 중국의 발아래 두어야 한다!]이것이 중국 정부가 옛날부터 삼아온 모토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SNS와 선진 기술을 활용해 각국에 퍼뜨려 개인정보를 모조리 빼내 오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그들의 사상은 전 세계를 중국의 것으로 만들자 이니까.
그래서 이들은 바실레이아 게임을 중국에도 출시시켜 많은 국민들이 바실레이아를 플레이하고 그 세계를 중국인들이 점령할 수 있게 지원까지 해 주었다.
중국 바실레이아 커뮤니티에 올라온 하나의 글.
중국 정부의 화끈한 지원 속에 중국은 그야 말로 바실레이아의 나라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영향인지 게임 내에 중국 자본이 들어간 길드가 상당히 많고 그들끼리 서로 단합하여 유저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
-천마? 내가 아는 그 천마?
-천마라는 bj는 중국에 많지 않나?
-맞아. 근데 쓴이가 말하는 건 한국에 있는 천마 말하는 거지?
-한국에도 천마가 있다고?
중국인들 중에서도 이미 천마의 영상을 접한 사람들이 조금 있었다.
-그 한국에 있는 천마는 진짜 말이 안 돼. 우리가 알고 있는 바실레이아 게임이 아니야.
-상상을 초월하지. 게임이란 틀에서 벗어난 플레이어랄까?
-그 정도야?
-역겨워. 다른 건 모르겠는데, 한국인들은 빨지 말자.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도대체 무슨 영상인데?
중국은 무협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천마라는 것도 당연히 중국 무협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 이름을 본 따 BJ를 하는 중국 플레이어들이 꽤 된다.
“감히 한국에서 무협풍을 따라해?”
중국은 무협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이들은 바실레이아에서도 무협의 냄새를 느끼고 싶었을 터. 그래서 처음으로 무협풍 컨셉을 시작한 BJ가 바로 여포라는 닉네임의 플레이어였다.
“건방진 놈들.”
BJ 여포는 사상 첫 무협풍 컨셉의 플레이어로 바실레이아를 시작해 많은 인기를 얻어냈다. 하지만 바실레이아 특성상 완전히 무협풍을 낼 순 없어 고민하고 고민하다 얻은 것이 암살자라는 직업이었다.
암살자로는 무협의 느낌을 어느 정도 살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무협 컨셉을 잡은 유명 BJ가 있다? 아직 영상을 접하지 못 한 여포는 콧방귀를 꼈다.
“보나마나 말투만 따라하는 놈이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우리 중국은 무협 그 자체다. 한국에서 그런 걸 따라해봤자 얼마나 따라했겠냐? 분명 허접한 수준일 거다.]-오 BJ 여포 등장!!
-따거~! 100번 옳은 말씀입니다.
-혹시 영상은 보고 말하는 거냐, 이 돼지 새끼야?
-영상 보면 저런 말 못할 텐데. 허접한 건 바로 너야.
-댓글 수준 보니까 한국인들이 여기까지 쳐들어왔네. 너희 나라로 꺼져.
여포는 당연히 사람들이 맞는 말을 했다며 손뼉을 칠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거셌다.
“하! 내가 직접 보고 일일이 다 뜯어서 신랄하게 까 주마.”
그러자 오기가 들었다.
볼 가치도 없는 영상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된 거 직접 보고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비난할 생각이었다.
그런 불 같은 마음을 품고 여포는 천마의 영상을 틀었다.
“본좌는 천마다.”
“······.”
영상 시작부터 강렬하다.
“으음. 보통 놈이 아니군.”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 않은가.
말만 저렇게 하고 실제 행동은 중세 시대 유럽풍 플레이어들을 따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영상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이 건방진 놈을 어떻게 요리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잠깐. 이게 뭐지? 스킬이 만들어진다고? 무협 스킬이?! 거기다가 아쿰리아스와 대등한 전투를 펼치다니. 이게 인간으로써 가능한 플레이인가?”
예전에 판테온의 플레이를 보고 충격을 먹은 것에 이어 이번에도 BJ 여포는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바실레이아는 완전한 무협풍으로 갈 수 없는 한계점이 있다는 걸 여포는 인지하고 있었다. 아니.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천마는 진짜다.
극한의 컨셉을 넘어 진짜 바실레이아 시스템을 무협풍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무협 스킬이 없다? 그럼 만들어내면 된다는 마인드.
여포에게는 인생 최대의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 아니야. 분명 이러다가 말겠지.”
여포는 애써 정신을 붙잡고 다음 영상으로 옮겼다. 그 뒤에도 연달아 나오는 천마의 활약에 여포는 실낱처럼 붙잡고 있던 기대감을 버려야만 했다.
그리고 인정했다.
“허접한 건 나였구나······.”
이걸 보고 나서도 끝까지 자신이, 중국이 무협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까.
“언제 한국한테 이렇게 역전당한 거냐······.”
그렇지 않아도 자꾸만 기술력 면에서 한국에게 뒤떨어져 가는 중국이었다. 그런데 세계 최강이라 여겼던 게임마저도 이렇게 하나씩 역전당하고 있다.
“내가 어리석었다. 나도 변화가 필요해.”
그동안 암살자로써 바실레이아에 무협풍을 이끌어 가는 선구자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천마의 영상을 보고 나서 도저히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커뮤니티에 들어가 글을 남겼다.
[여러분. 저는 그동안 잘못 생각해 왔습니다. 우리 중국은 더 이상 무협의 나라가 아닙니다. 어쩌면 이미 한국에게 역전당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제가 너무 어리석었습니다.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BJ 여포가 남긴 글에 그를 지지하며 천마를 욕하던 회원들이 당황해했다.
-??????
-혹시 아이디 해킹 당함?
-따거. 왜 그래 무섭게?
-보고 왔구먼. 난 여포 형 말이 이해가 된다. 천마 영상을 보면 누구라도 저런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어.
-응 안 봐.
-아니. 여포 형까지 넘어간 거야?! 치욕이다!
다시 한번 충돌한 커뮤니티 회원들.
아까 전만 하더라도 여포는 천마의 이름 따위 거론도 하지 말라며 일침을 날렸겠지만, 지금은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다른 말을 남겼다.
-일단 한번 영상부터 보고 말해. 그럼, 내 심정이 이해가 될 거야.
인터넷을 꺼 버린 여포는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생각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혹시 그 사람······ 제자를 받아주기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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