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75
39화.
뿌우우우-!!
“취이익!!”
“동료가 우릴 부른다!! 췩췩!!”
“크오오오!!”
정찰 중이던 오크가 길게 뿔나팔을 불자 사방에서 거친 오크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그것을 본 시청자들은 벌써 팝콘각을 잡고 있었다.
-오우 쒯ㅋㅋㅋ
-천마 왔쪄엽 뿌우우-!
-미쳐따 도라따
-이 형은 어떻게 매 게임이 헬모드냨ㅋㅋ
-빨리 ㅌㅌ
천강도 오크의 목에 뿔나팔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직감했다.
‘X 됐구나.’
한번 뿔나팔을 불면 기본 50마리에서 100마리까지 오크들이 모여든다. 그래서 정예 오크 사냥터에 들어갔다가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정말로 가끔 말이다.
‘이 정도면 어떤 놈이 수작질을 부리고 있는 거 같은데.’
도적단에 들어갔을 때도 보스몹이 첫 판부터 튀어 나오질 않나. 하여튼 여러모로 헬난이도를 몰고 다니는 천마였다.
-PD야 뭘 넋을 놓고 있냐
-안 도망치고 뭐하누?
-뒤지고 싶누?
-오크한테 쳐묵쳐묵 당하고 싶누?
원래 같았으면 천강은 천마에게 얼른 빠져 나가자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속으로 삼켰다.
“여러분. 전 천마님을 믿습니다. 도망 가지 않습니다!”
-???
-엥??
-실화임?
“그동안 제가 천마님을 걱정해서 항상 설레발을 치곤 했는데, 오늘은 끝까지 천마님을 믿겠습니다. 만약 천마님이 빼자고 하면 뺄 것이고, 앞으로 돌진하자고 하면 죽었다 생각하며 돌진할 겁니다.”
-쫄 PD는 어디 가고?
-캬 우리 PD가 달라졌어요?
-PD 진정한 환골탈태
-참회했누
항상 천마에게 여긴 위험하니 도망치자고 했던 천강이 이번에는 마음을 달리 먹었다. 그동안 보여 준 천마의 실력을 믿고 있는 것이다.
“천마님. 방금 저 오크 놈이 불은 뿔나팔 때문에 다른 오크들이 꽤 많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얼마나?”
“글쎄요. 많으면 100마리도 한꺼번에 몰린다고 들었습니다.”
“흠. 그 정도는 괜찮다.”
“······.”
-오크 100마리는 괜찮다고 하는 레벨 30따리의 말씀
-ㅋㅋㅋ존나 웃기네
-누가 보면 레벨 150 정도 되는 줄
“그나마 다행인 건 오크들에게 협동심이란 게 별로 없습니다. 모이는 건 잘해도, 막상 공격을 할 때는 서로 먼저 치겠다고 난리를 치거든요. 뭐, 그게 또 무서운 점이긴 하지만요.”
뿔나팔을 듣고 달려오는 이유는 누구보다도 먼저 적을 칼로 치기 위해서다.
정예 오크는 싸움을 굉장히 좋아해 아군이 누구를 때리고 있는 꼴을 가만히 보질 못 한다. 무조건 자기 손으로 상대방을 때려 죽여야 적성이 풀리는 놈들이다.
어찌 보면 팀플레이가 없어 상대하기 쉬울 수도 있지만, 내가 먼저 죽이겠다고 떼거지로 무작정 달려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공포일 것이다.
저 뿔나팔을 부는 소수의 오크들만 싸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혹시라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시면 언제든 절 부르세요. 제가 탱커니까 몸으로라도 버텨 드리겠습니다.”
“그래. 말이라도 고맙구나.”
솔직히 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사실 천강은 지금이라도 천마와 함께 여길 일단 빠져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천마의 실력을 믿고 있지 않은가.
그라면 분명히 뭔가를 또 보여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기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
“아우. 본좌는 말이다.”
천마는 뿔나팔을 불며 케케 웃고 있는 오크병에게 다가가면서 말을 이었다.
“일대일 싸움보다는 항상 다인전을 바탕으로 무공을 익혔다.”
“예?”
“패도를 걷는 자는 매번 적에게 둘러 싸이는 법이지. 그걸 알기에 수백, 수천, 수만이 와도 능히 이길 수 있는 무공을 익혀 놓은 것이다.”
“꼭 수만 명의 적들과 싸워 본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그랬지. 건방진 무림맹이 대군을 일으켜 본좌를 치려 했을 때. 기고만장한 황제가 군대를 끌고 왔을 때. 그때마다 본좌는 홀로 수만 명을 막아 세웠고, 그들의 피로 강을 만들어냈다.
천강은, 그리고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모르겠지만 천마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의 고난을 헤쳐왔다.
강호의 일인자가 되기까지 숱한 싸움을 겪어오고 죽을 뻔한 위기도 수백 번이나 넘겨왔다.
후대 사람들은 그저 천마라고 하면 처음부터 강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천마는 평범한 무사들과 다름없이 햇병아리 수준이었다.
그런 그가 패도를 결심하고 스스로를 담금질 하여 마침내 무림의 절대적인 지존이 된 것이다.
“본좌가 중원을 통일하기 전까지 쉬운 싸움이란 없었다. 영혼이 갈기갈기 찢길 만큼의 마음 아픈 일도 있었고, 실제로 죽기 직전까지 갔던 전쟁도 있었다. 많은 형제들의 무덤을 만들기도 했지. 그래서 익힌 것이다.”
사뭇 진지해진 천마의 목소리에 천강은 긴장감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어떤··· 걸요?”
“홀로 싸워도 이길 수 있는 무공. 수만의 적들이 다가와도 이길 수 있는 무공을 말이다. 그렇게 하면 본좌의 주변 사람들이 죽지 않아도 되니까.”
뭔가 장황한 사연이 있는 것 같은 천마의 이야기는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뭐지··· 컨셉이란 걸 알면서도 눈물 찔끔할 뻔함
-저 간지는 대체······. 천마 그는 천사인가?
-진짜 개씹 패기
-ㅈㄴ멋있다
“아무튼, 본좌는 다인전에서도 최강이고 일대일 싸움에서도 최강이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다.”
뿔나팔을 불어대던 정찰병 오크는 천마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무기를 꺼내 들었다.
보통이라면 저런 놈들은 재빨리 도망을 치지만, 아무래도 천마가 다른 플레이어들과는 다르게 레벨이 많이 낮다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들어왔구나, 건방진 놈. 취이익-!”
천마는 상대가 뭐라 떠들든 귀에 담지 않았다.
오히려 오크의 생김새에 눈이 갔다.
“그런데 이놈들 굉장히 특이하게 생겼구나. 어찌 저리 흉측한 존재 있을 수가.”
그걸 들은 오크는 분개하며 소리쳤다.
“취이익-!! 오크 마을에서도 난 모든 여인들의 선망을 받는다! 그런데 우리 똥보다 못 하게 생긴 놈이 그런 말을 떠들어!?”
“흠. 역시, 예상했던 대로 냄새도 고약하구나.”
“취이익-! 취췩-!!”
분노한 오크가 무기로 땅을 내려치며 언제라도 천마에게 달려들 기세를 보였다.
-ㅋㅋㅋ오크 풀발
-팩폭에 녹아 버렸쥬?
-이제 죽자 살자 달려들겠쥬?
천마는 상대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천강에게 말했다.
“검술을 보여 달라고 했지?”
“아, 예. 시청자 분들이 궁금한 게 많으시데요. 저번에 절 죽이셨던 그 검술. 도대체 그게 뭔지 설명을 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보여 주마. 이놈 상대로는 솔직히 쓸 필요도 없는 기술이긴 하지만.”
“취이이익-!! 죽어라!!”
분노 게이지가 상승한 오크의 상태가 붉게 변했다.
저러면 오크의 힘이 잠시 동안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천마의 칼 앞에서는 소용 없는 일인 것 같았다.
샤아악-!
오크가 휘두르는 검을 흘려보내고 바로 칼을 꽂아 넣는다.
한 번이 아니라 그것도 여러 번을 걸쳐서 오크의 몸에 계속해서 꽂아 넣고 있는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그냥 칼을 꽂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상대방의 몸이 단단하다고 여겨졌을 때는 칼을 회전시키며 찔러 넣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푸욱-!
“취이익-!! 아프다!!”
“놈의 몸에 칼을 회전시켜 꽂아 넣었을 때 내력을 같이 주입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돼. 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번.”
“취익-! 췩췩-!! 크아악!”
뭐랄까.
왠지 저 오크가 불쌍해 보이는 건 천강 자신 뿐일까.
-나 왜 오크가 불쌍해 보이지.
-아아 오크. 그는 좋은 단백질이었다.
-뭔가··· 뭔가 불쌍해
“취이익-! 죽인다!”
그러나 아직 오크는 쓰러지지 않았다.
놈은 끝까지 발악을 하며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러댔다. 그리고 천마는 뒤로 물러나 놈이 발버둥치는 것을 지켜보며 천강에게 말했다.
“이제 보거라.”
“어떤 걸······.”
콰콰콱-!
천강이 질문을 하려고 할 때 갑자기 오크의 몸에 황금빛이 새어 나오면서 폭발했다.
콰직-!!
“꽥!”
그것으로 오크는 풀썩 쓰러져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와······.”
천강의 짧고 긴 감탄사가 방금 전의 상황을 대변한다.
-????
-방금 뭐야?
-와 씨 진짜 뭐임?
-저게 스킬이 아니라고? ㅅㅂ 말이 됨?
-30따리가 오크를 한 방에 날렸다라······.
천강은 직접 경험도 하고 영상 편집을 하면서 몇 번 보기도 했으면서 여전히 놀라웠다.
대체 어떻게 이런 사기적인 피지컬이 있을 수 있는 걸까.
-애들아 이제 이건 컨셉이 아니라 진짜 인정해야 된다.
-아직도 천마 형보고 컨셉이라고 하는 ㅂㅅ이 있었음?
-미쳤어? 정신 나갔어? 으데 감히 천마 형보고 컨셉이라고 지껄여
시청자들의 말대로 방금 전 기술은 정말이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냥 미쳤다고 하는 수밖에.’
하지만 사냥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취익-!! 이게 무슨 냄새냐!”
“췩췩! 더러운 악취가 난다.”
“취이익-! 인간 냄새! 뒷일 보고 손도 제대로 씻지 않는 인간의 냄새다!”
누가 봐도 제일 비위생적으로 생긴 놈들이 인간을 욕하고 있었다.
“취익-! 동료가 당했다!”
“취췩-! 멍청한 놈. 인간에게 당하다니. 수치다!”
오크들은 콧김을 내뿜으며 천마에게 모여 들고 있었다. 천강은 설마설마 하는 마음에 오크들의 숫자를 세보았다.
그리고 이내 절규 어린 탄식을 터트렸다.
“이,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언뜻 봐도 100마리가 넘잖아.”
최고 100마리까지 모여 든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것을 상회하는 숫자가 모여들 줄은 몰랐다.
‘모여 든다고 해도 입구 쪽이니까 30~50마리 정도 모여들 거라 생각했는데.’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은 오크들이 모여 드는 것일까. 천강은 이상한 시스템 판정에 혀를 찼다.
“개씹 좆망 인공지능 게임!”
-PD도 풀발했쥬?ㅋㅋㅋㅋㅋ 꼬우면 네가 헬라처럼 겜 만들어야 됨.
-여어 돌아왔능가 쫄 PD!
-쫄 PD 모드 on
-않이;; 근데 뭐 저리 많이 모여 드냐
-저건 좀 에바 아닌가? 100마리는 그냥 넘는 것처럼 보이는데?
천강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시청자들에게 의지를 보여 주었다.
“그래도 여러분. 저는······ 큭! 천마님을 믿을 겁니다! 아니. 믿습니다!”
-오올ㅋㅋㅋ
-PD 간뎅이가 쪼까 커졌네잉?
-저 정도 숫자면 왠만한 파티들은 다 퇴각했다.
“아니요. 도망치지 않습니다. 천마님이 빠져 나가자는 콜을 내릴 때까지 죽더라도 남을 겁니다.”
-참 PD ㅇㅈ
-그래그래 이 맛에 우리 천마 형 방송 보는 거지
[맛방송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미리 부조금 냅니다.]시청자들은 천강을 놀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으면서도 점점 몰려드는 오크들의 숫자에 질색했다.
-어후 더럽게도 많네
-미친놈들아 그만 와
-그래도 30따리한테 너무한 거 아닝교?
천강도 걱정스러운 마음에 천마를 살펴봤다.
“응?”
그런데 천마는 오히려 웃고 있었다.
“아우야.”
“예?”
“오늘 본좌가 너와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검술을 보여 줄 수가 있겠구나.”
역시, 천마는 싸울 생각이다. 단 한 발자국도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천강은 징글징글하게 모여든 오크 무리를 보고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어떤 검술을요?”
“방금 전 저 오크를 죽였을 때 보여줬던 것이 천마삼검 제일식인 천마현섬이었다. 하지만 본좌가 앞서 말했지? 본좌는 다인전을 위한 무공을 익혔다고.”
“설마 그 천마현섬이라는 게 다수를 공격하기 위한 무공입니까?”
“그래. 한 명에게 쓰는 무공이 아닌, 여러 명의 적들을 향해 쓰는 무공인 거지. 그러니까 잘 보거라.”
천마는 천강을 뒤로 놔두고 홀로 앞에 걸어갔다.
“취익-! 취이익-! 인간 죽인다!!”
“역겨운 인간!! 췩췩!”
배경도 마침 석양이 지는 시간이라 햇빛이 점점 줄어드는 중이었다.
천마는 오랜만에 아주 조금 전장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이 오크들에게 번쩍이는 순간, 그의 검이 오크들을 향해 뻗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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