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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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C 연기대상 시상식을 준비하는 스태프들은 눈코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제 막 1부가 끝난 상태였다. 남은 2부가 무리없이 진행되기 위해서 스태프들은 리허설 때 체크한 것들을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물론 이렇게 확인해도 생방송 도중 자잘한 사고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발생할지 모든 변수를 읽기란 불가능했다.
그러니 그간의 경험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을 예측해 변수를 줄여나가는 것만이 방법이었다.
1부만 해도 그렇게나 확인, 또 확인했는데 시상자 마이크에서 잠시 소리가 나오지 않아 음향 담당자들은 한파가 닥친 겨울,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도 그 정도면 아주 사소한 사고였다.
당장 한 달 전 케이블 TV에서 주최한 영화 시상식에서는 욕하는 제작진의 목소리가 생방송 도중 그대로 흘러나가는 방송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고, 작년에는 화면이 한동안 아예 멈춰 버리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몇 년 전에 누구더라··· 인기상 수상자, 무슨 회장이 이름 잘못 말했었지?”
“어. 상 받을 배우 이름 말해야 하는데 옆에서 같이 시상하는 배우 불렀잖아. 나 그때는 막내 작가였는데 내가 뭐 잘못한 줄 알고 그자리에서 뛰어내릴 뻔.”
“헐. 너 그때 막내 작가로 있었어? 듣기만 해도 심장 떨린다. 으으.”
대기실 한편에서 작가팀과 연출팀 몇 명이 모여 시상자에게 줄 큐카드를 정리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시상자로 연예인도 잘 모르는 눈 침침한 늙은이 부르는 관행 좀 바뀌어야 할 텐데······.”
대기실에는 스태프들뿐이었지만 혹시라도 누가 들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담당 작가가 중얼거렸다.
섭외된 출연자들이 실수하는 것이야말로 스태프들로서는 막을 수 없는, 불가피한 사고 중 하나였다.
“다른 때면 몰라도 올해는 절대 그런 일 있으면 안 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몸을 떨며 담당 작가는 2부 출연진 목록을 다시 한번 살폈다. 대본 숙지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출연진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연출팀 스태프도 조정실 스태프와 무전을 주고받으며 만전을 기했다.
시상식은 그 해 방송 전체를 마무리하는 크고 중요한 행사였다. 언제나 그랬다. 그러나 이번 시상식이 조금 더 특별하고, 스태프들도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며 준비에 힘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와 그 주인공인 도준 때문이었다.
와 관련된 모두에게 그러하겠지만, KVC 방송사에도 는 특별한 작품이었다. 침체해가던 드라마국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이익을 안겨줬다.
그러한 의미만 있는 게 아니었다. 공영방송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KVC는 올드한 이미지가 강했다. 주 시청층도 젊은층보다는 중장년층이 더 많았다.
KVC의 대표 작품들이 대부분 대하사극이나 정치드라마였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얘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는 세대를 아우르는 드라마였다. 청춘남녀의 이야기인 데다가 도준이 주인공인 작품이니 젊은층의 인기도 어마어마했다.
그 여파는 KVC 연기대상 시상식까지 이어졌다.
본래라면 같은 시각 방송하는 타 방송사의 연예대상이나, 가요대상에 밀렸을 게 분명한 데다 젊은 시청자들은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KVC 연기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기대상 시상식은 그 관심도가 남달라 장소도 이전에 해왔던 홀이 아닌 KVC가 가지고 있는 가장 넓은 공개홀로 정했다. 수천 명의 관객이 관객석을 가득 채웠고, 광고도 잘나가는 것들로 모두 완판이었다. 실시간 시청률도 굉장히 높았다.
관계자들로서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방송이었다.
“마지막 광고 나갔답니다! 스탠 바이!”
연출 스태프 무전기에서 스탠 바이, 외침이 들렸다. 각자의 자리에선 스태프들이 긴장을 삼킴며 2부의 시작을 지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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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들의 노력 덕분인지 KVC 연기대상 2부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남자 우수상 수상자였던 배우 선우태가 도우미에게 꽃다발을 건네 받다가 떨어뜨릴 번한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해프닝이었다.
오히려 긴장되고, 경직되어 있던 시상식 분위기를 푸는 데 도움이 되었다.
선우태가 꽃다발을 떨어뜨리던 순간 꽃다발을 떨어뜨린 선우태보다도 놀라며 거의 자리에서 일어날 뻔한 도준이 화면에 잡히면서 그것은 그것대로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었다.
팬들은 팬카페에서 ‘시상식 온에어 게시판’을 만들어 TV를 보며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고 있었다.
-도준님 귀여워ㅠㅠ
-맨날 엄청 침착해 보였는데 왜 저렇게 놀랐어ㅋㅋㅋ
-근데 자기 일이었으면 막상 침착했을 듯ㅋㅋㅋ
-놀란 표정 너무 귀엽다ㅋㅋ토끼인 줄ㅋㅋ
-저건 리얼 놀랐다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남우수까지 태자가 휩쓸었네!
-아닐 리가 올해 케베씨 드라마 중에 태자만 한 게 없음
-케베씨 드라마만 아니라 드라마 중에 태자가 짱이니까ㅋㅋ
-반박이 불가함ㅇㅇ
-그래도 여자우수는 지옥의 꽃 배우가 탔으니까..ㅇㅇ
-이제 최우수상이랑 대상만 남았나?
-어떻게.. 내가 너무 떨린다···
-ㅠㅠ 어떻게 나도 너무 떨려 우리 도준님 무슨 상 타려나ㅠㅠㅠㅠㅠ
-최우수일까나ㅠ
-최우수 큰 상인데 이왕이면 대상 받았으면 좋겠다ㅠㅠ
-솔직히 나도.. 최우수는 이미 작년에 받아서.. 근데 대상 받을 수 있으려나..ㅠㅠ?
-누가 봐도 대상 도준님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님?
-근데 케베씨가 좀 보수적이잖아 연차 높은 사람 줄 수도 있대서···
-대상 후보 아는 사람 없어?
-원래도 알았지만 도준님 스펙오진다.. 신인상이랑 최우수를 동시에 받는 바람에 이제 남은 게 대상뿐이라니ㅋㅋ
-박성호, 송초희, 도준님 세 사람 중 하나 유력하다고 하던데
-솔지히 성적이나 연기나 다 도준님 줘야 하는 것 아니냐ㅠㅠ
-근데 세 사람 다 너무 쟁쟁하다 다 대상 받아도 이상할 게 없네
-방금 최우수상 후보 봤어?!! 도준님 나왔다!!!
-최우수상 받고 대상도 받는 건 안 되겠지?ㅠㅠ
-ㅇㅇ안 될 듯
-최우수상만 받아도 좋은 일인데! 뭘 받든 최고다 도준님!
TV 속 무대 위에서는 KVC 부사장과 작년도 최우수상 수상자인 배우 김희진이 나와 후보자들을 발표했다.
대하사극 드라마 의 주인공이자 연기 경력 30년에 이르는 박성호, 주말드라마 의 여자 주인공인 연기 경력 20년 차의 오정희, 마찬가지로 의 남자 주인공인 임태식, 의 두 주연 배우, 도준
과 송초희까지.
최우수상 후보자는 총 다섯 명이었다. 최우수상 후보가 곧 대상 후보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사람은 다섯 명인데 상은 두 개만 남았다는 것이었다.
물론 도준과 송초희는 이미 트로피를 두 개나 가지고 있었다. 네티즌 인기상과 베스트 커플상이 그것이었다. 거기에 도준은 ‘아시아 스타상’이라는 새로운 상까지 받은 상태였다.
도준의 팬들은 그래서 더 불안하기도 했다.
상을 더 많이 받았기 때문에 막상 중요한 대상까지는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다른 방송사보다 더 보수적인 경향이 있는 방송사라서 주인공이자 연기 경력이 가장 많은 박성호에게 대상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박성호만 견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태자 커플이라고 좋아했지만, 송초희도 대상을 두고는 도준의 강력한 경쟁자였다.
성적으로 따지자면 한 작품에 출연했으니 송초희도 같은 성적이었고, 인기는 도준보다 떨어진다고 해도 웬만한 배우들 사이에서는 단연 톱급이었다. 거기다가 연기 경력은 오히려 도준보다 길었다.
그렇게 따지면 박성호보다 송초희가 더 강력한 연기 대상 후보였다.
과연 최우수상이 누가 될 것인지, 아니 과연 대상의 영예가 누구에게 갈 것인지 판가름이 나는 순간이었다.
객석을 채운 출연진과 관객, TV를 시청 중이던 이들 모두 떨리는 마음으로 KVC 부사장의 발표를 들었다.
“그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KVC 연기대상 올해의 최우수상은······!”
“강도준 사랑해!”
“태양의··· 강···.”
모두가 고요한 그때 갑자기 객석에서 긴장을 이기지 못하고 이성을 잃어버린 팬 중 하나가 도준의 이름을 외쳤다.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 외침에 따라 KVC 부사장은 당황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췄다.
그러나 를 말하려던 것까지는 이미 방송을 타 버렸고, ’강’이라는 성까지 입에 올린 채였다. 다행이 그 부분은 술렁이는 객석 소리와 섞여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이어폰을 꽂고 있던 스태프들은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아······.”
KVC 연기대상 연출을 맡은 최 감독은 짜증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이것도 해프닝으로 넘기려면 넘길 수 있겠지만 한창 긴장이 고조되던 순간이었다. 극으로 치면 클라이막스 부분이었는데 김이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도준 덕분에 이렇게까지 흥미진진한 시상식이 된 것이었는데, 팬이 많다고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고······.
다행이 KVC 부사장 옆에 있던 배우 김희진이 부드럽게 멘트를 정리했다.
“아, 정말 궁금하신 분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도 이 배우님들의 팬이라··· 부사장님, 얼른 말씀해주세요.”
“하하. 네. 올해의 최우수상은··· ······.”
그 시점에서 도준의 팬들은 도준의 최우수상을 예견했다.
“ 정영원 역의 송초희 씨!”
그러나 최우수상의 수상자는 송초희였다. 부사장이 ‘강’이라는 성을 내뱉은 것은 팬의 외침을 저도 모르게 따라한 것뿐이었다. 송초희가 화면에 잡히자 출연진들이 모두 일어서 박수를 쳤다.
도준도 제가 상을 받은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손뼉을 부딪쳤다. 커다란 박수가 KVC 공개홀에 울려 퍼졌다.
곧바로 대상 수상이 이어졌다. 이어진 박수 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우렁찼으며, 진심 어린 환희에 가득 차 있었다.
이변은 없었다.
대상 수상자는, 유진오 역의 도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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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C 연기대상은 몇몇 돌발 사고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진행되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나 수상도 나눠주기 식으로 공동 수상을 남발하지 않고 정말 주어야 할 사람들에게 주었다는 평이었다.
이전과 달리 경력에만 신경쓰지 않고 정말 ‘그 해’의 주여들에게 주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아시아 스타상’이라는 새로운 상가지 만들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평을 받았다는 것은 모두가 도준이 4관왕을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모두가 만족하는 시상식임에는 분명했다.
물론 마지막에 “강도준 사랑해”를 외쳐 방송에 소란을 일으킨 도준의 팬은 도준의 얼굴에 먹칠했다는 이유로 팬들을 관리하는 팬매니저에게 크게 혼이 나야 했지만.
며칠 후. 당일에는 규홍이 보관했던 대상 트로피를 진성현 부장이 직접 도준의 집으로 가지고 왔다. “시상식으로도 역대 최고 시청률 찍고, 강도준 인기 대단하다.”
“저 때문인가요··· 자체가 인기가 많았으니까······.”
“너 수상소감할 때 순간 시청률 최고 찍었는데, 무슨. 미국 가기 전에 개명부터 할래? 강내숭으로?”
“강겸손은 어때요.”
장식장에 트로피를 올려 놓던 진성현 부장이 고개를 내저었다.
“안 지네······.”
진성현 부장의 말에 도준이 피식 웃었다.
이로써 도준의 집 거실 장식장에는 드라마로 받은 상만 해도 신인상과 최우수상, 대상이 나란히 놓이게 되었다. 진성현 부장은 마치 제 일처럼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다가 문득 물었다.
“근데 너 수상소감 때 말한 거··· 그거 무슨 뜻이야?”
끝
ⓒ 천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