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에 계속 –
153화 Warming up (4)
서브 남자 주인공 캐스팅 문제 때문이었다.
이진환 대표와 의 감독을 맡은 박준호 감독은 어떻게든 이번 달 안에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으로선 요원해 보이기만 했다.
조성주 때문에 김진숙 작가나 박준호 감독의 눈이 너무 높아진 것이 이유였다.
본래도 김진숙 작가는 캐스팅에 있어 꽤 까다로운 편이었다. 취향이 확고한 편이었고 자신의 대본에 맞는 배우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진숙 작가 특유의 대사 톤을 잘 살리는 배우를 만날수록 작품의 성공 정도가 달라지긴 했어.’
물론 작가와 제작진이 캐스팅에 공을 들이는 건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인 일로, 무척 당연한 일이었다.
배우는 작품의 얼굴이고, 어떤 때는 아무리 대본이 좋아도 배우를 잘못 만나 작품이 망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김진숙 작가의 작품은 제작진뿐 아니라 시청자조차 배우 캐스팅에 기대가 크고, 제작진만큼이나 그 기준이 높았다.
그러한 시청자의 기준까지 맞추다 보니 김진숙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캐스팅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만이 아니라 대부분 그랬다. 때도 주인공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었던 김진숙 작가였다.
군대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도 있었지만 하겠다는 배우 중에서 기준에 부합하는 배우가 없었던 것이 캐스팅 지연의 이유였다.
당시에는 극적으로 도준이 캐스팅되면서 제작이 급물살을 타고 바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캐스팅이 밀리는 상황이 올 줄은 몰랐는데…….’
사실 도준을 캐스팅하기가 어려워서 문제지 도준이 들어가는 작품은 늘 제작진이 원하는 대로 캐스팅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도준만 캐스팅하면 투자부터 캐스팅까지 모든 게 해결된다는, 방송계에서 떠도는 ‘강도준 프리 패스설’은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으니까.
스타들은 스타들대로, 연기파 배우들은 또 연기파 배우들대로 성공이 보장되고, 실력이 함께하는 도준과 작업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것인 만큼 조성주도 도준과 함께해 그 부담감을 줄여 보고 싶었던 게 분명했다.
문제는 도준과 같은 수준의 대우와 역할을 생각했던 것이지만.
아무튼, 그랬기 때문에 도준은 이렇게 주연 출연진 캐스팅이 되지 않는 상황이 무척 낯설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윤이서 씨 촬영 일정 때문에 이 대표님 말대로 이번 달 안에야 어떻게든 배우를 정하긴 하겠지만…….’
도준이 생각하기에도 조성주만큼 역할에 어울리면서 연기가 되는, 적당한 배우가 없었다.
시간에 쫓겨 최선이 아닌 차선책으로밖에 남지 못할 배우가 캐스팅되는 것은 도준도 원치 않았다.
그러나 딱히 도준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것이 가장 답답한 부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도준은 창밖을 보았다. 창밖 가로수들의 이파리가 무성했다. 뉴욕에서 전시회를 보고 돌아온 지도 일주일이 지나 있었다.
“형, 도착했어요.”
규홍이 도착을 알리는 소리에 도준은 창밖에서 시선을 뗐다. 흰색 셔츠에 옅은 하늘색 슬랙스 차림의 도준은 편안한 듯 멋을 낸 상태였다.
* * *
박혜서가 초대한 시사회 현장이었다.
상업 영화가 아닌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독립 영화이다 보니 시사회장은 규모 있는 영화의 행사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상대적으로 인원도 적었고, 영화관 자체도 일반 상영관이 아닌 독립 영화 상영을 주로 하는 영화관이었다.
그나마도 박혜서라는 인기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했기 때문에 개봉도 하고, 이 정도 규모의 언론 시사회를 열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학 때 와 보고 처음이네.”
영화관을 입구로 들어서며 도준이 중얼거렸다.
“여기 온 적 있으세요? 전 신촌에 이런 데가 있는지도 처음 알았어요.”
“어. 학부 시절에는 독립 영화도 많이 봤었었으니까…….”
데뷔 이후에는 개봉한 독립 영화를 찾아다니기에는 너무 바쁜 몸이 되어 버려 오지 못했고, 더 전에는 병간호와 아르바이트로 바빠 문화생활을 즐기기 무리였지만 신입생 시절 때만 해도 도준은 꽤 많은 독립 영화를 섭렵했었다.
꼭 독립 영화만 본 것도 아니었고, 배우가 되기 위해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영화와 드라마를 봤다.
심지어 대본을 잘 보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한 유명 드라마 작가의 인터뷰를 본 후로는 독서도 꽤 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이것저것 보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독립 영화는 상영관에 와야 볼 수 있으니까 최근에는 거의 보지 못했지.’
박혜서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았다.
박혜서가 어떤 연기를 했을지 기대되기도 했다. 대충 찾아본 바로는 평소에 하던 귀엽고 사랑스러운 역할이 아닌 무척 끈질기고 거친 역할을 맡은 모양이었다.
“…… 강도준?”
“헐. 강도준 아냐?!”
오랜만에 보게 될 독립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상영관으로 향하는 도준을 발견한 이들이 도준의 등장에 놀라며 소란이 일었다.
프레스 행사가 크게 마련돼 포토 타임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아무리 에 도준과 박혜서가 함께 출연했다고 하더라도 도준이 올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사람들이 술렁이며 휴대폰을 들어 도준을 찍었다.
시사회에 당첨돼 관객으로 온 이들만 술렁이는 게 아니었다. 기자들도 뜻밖의 등장에 놀란 채였다.
박혜서 하나만 보고 취재를 택한 이들이었는데 그야말로 횡재를 한 것이었다.
독립 영화 전문 잡지사의 기자도 놀란 채 도준을 보았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배우들을 많이 보기는 하지만 도준과 같은 톱스타를 코앞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규홍이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하게 도준의 옆에 바짝 붙은 채로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이들만 제지하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바로 기사 올라가겠는데요?”
“홍보에 도움이 되면 좋겠는데.”
“목격담만 떠도 홍보는 걱정 없었을 텐데요, 뭘.”
규홍의 말에 도준이 피식 웃었다.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도준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작품에서 사용한 옷이나 액세서리가 유행하는 것은 물론이었고, 일상생활에서도 신경을 써야 할 만큼 도준이 사용한 물건 하나마다 화제가 됐다.
얼마 전에도 도준이 인터뷰로 B사 섬유 탈취제 냄새가 좋아서 옷에는 주로 B사 섬유 탈취제를 뿌린다고 했다가 B사 섬유 탈취제 품절 대란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
괜히 모델 섭외나 협찬이 밀려드는 게 아닌 영향력이었다.
때문에 도준은 실생활에서의 소비조차 신경을 쓰는 편이었는데 그것이 물론 피곤할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자신의 영향력을 사용할 수 있음이 다행스럽기도 했다.
‘박혜서와의 친분을 둘째 치고라도 사람들이 독립 영화에 관심을 가져 주면 좋을 테니까…… 은 많은 이들이 보면 좋을 영화이기도 하고…….’
은 다양한 계층의 노동자에 관한 얘기였다. 보이지 않는 탑 꼭대기를 바라보며 매일 한 계단이라도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는 노동자들.
도준이 을 관람했다는 기사가 나가면 다른 이들은 몰라도 도준의 팬들은 분명히 을 관람할 것이었다.
자신을 애타게 바라보는 무리 중 한 명에게 도준이 미소를 보내자 그녀가 입을 틀어막으며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도준 씨.”
상영관 안, 임의로 지정해 놓은 관계자석으로 향하자 주연 배우인 박혜서가 상기된 얼굴로 도준을 맞았다.
박혜서의 매니저와 규홍이 인사하는 사이, 도준과 박혜서도 얘기를 나눴다.
“바쁘실 텐데 와 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해요.”
“아니에요. 마침 시간이 돼서 다행이에요. 영화 개봉 축하드립니다.”
“그러게…… 이제야 개봉했네요.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어요.”
박혜서는 개봉 때보다도 긴장한 듯했다.
어렵게 개봉한 데다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영화나 마찬가지이니 그럴 만도 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도준의 말에 박혜서가 웃으며 주변을 살폈다.
“감독님이 도준 씨 오면 꼭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하필 잠깐 자리를 비우셨네요. 영화 곧 시작할 텐데…….”
“그렇습니까? 영화 끝나고 인사해도 괜찮습니다.”
“빨리 가 보셔야 할 것 같아서…… 아! 저기, 김은석 씨랑 인사하시겠어요? 저희 영화 남자 주인공인데…….”
“아, 네.”
사실 은 박혜서 원 톱 물이었기 때문에 따로 남자 배우가 있는 줄은 알지 못했었지만 도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박혜서가 뒤편에서 다른 관계자와 얘기 중이던 김은석을 불렀다. 박혜서의 부름에 돌아본 김은석이 놀란 눈을 하고 도준과 박혜서의 곁으로 왔다.
“여기는…… 아시겠지만 강도준 배우님이시고, 이쪽은 저랑 이번에 영화 같이한 김은석 배우님이세요.”
“안녕하세요. 강도준입니다.”
김은석을 본 도준도 조금 놀랐다. 이런 배우가 있었나 싶을 만큼 눈에 띄게 잘생긴 외모였기 때문이었다.
피부가 무척 흰 데다가 타고난 색소가 옅은 색인지 눈동자 색도 머리카락 색도 옅은 갈색이었다. 때문에 신비스러운 분위기까지 있었다.
“아…… 안녕…… 하세요?! 김…… 은석…… 입니다.”
여유롭게 웃으며 악수를 건넨 도준과 달리 김은석은 긴장으로 굳은 표정에 말까지 더듬었다.
“그…… 그럼.”
거기에 도준의 손을 맞잡는 것도 잊고는 고개만 꾸벅 숙이고 도준에게서 돌아섰다.
수려한 외모에 놀란 것도 잠시, 이번에는 그의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에 놀란 도준이었다.
“아…… 은석 씨가 워낙 낯을 많이 가려서요. 사실 감독님만큼이나 도준 씨 온다고 하니까 기다리던 분이셨는데. 기분 상하신 거 아니죠? 죄송해요.”
오히려 박혜서가 당황하며 김은석을 변호했다. 도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도준을 무시한 게 아니라 낯 가리는 성격 때문에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는 것쯤은 도준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다만 도준은 저렇게까지 낯을 가리는 사람이 카메라 앞에서 연기는 잘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 * *
어느덧 상영 시간이었다. 하나둘 사람들이 자리를 찾아 앉기 시작했다. 도준도 자리에 앉았다.
상영관 내에 불이 꺼지고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타이틀이 화면 위로 떠 올랐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인데…… 김은석…… 누구더라.’
도준은 김은석의 얼굴을 떠올렸다. 분명히 얼굴도, 이름도 낯이 익었다. 아무리 독립 영화라지만 박혜서가 나오는 영화였다.
함께 주연 배우를 할 정도라면 분명히 어느 정도는 검증된 배우일 게 분명했다.
곧 다시 화면이 어두워지며 화면에는 지하 주차장이 나왔다.
줄줄이 몰려드는 차들을 향해 수신호를 보내는 주차 요원의 뒷모습이 풀샷으로 잡히고 점점 주차 요원 가까이 화면이 클로즈업됐다.
– 하아…… 좀 꺼져라.
짜증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툭 대사를 내뱉는 주차 요원의 목소리.
영화에 집중하고 있던 도준은 순간적으로 굳어 버렸다.
‘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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