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에 계속 –
156화 새로운 라이벌 (3)
이진환 대표가 표정을 흐리며 말을 이었다.
“십 년이나 배우 생활을 못 한 데에는 이유가 있더군요.”
역시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유가 김은석을 본 이후로 내내 궁금했던 도준이다.
“…… 이유가 뭔가요?”
도준이 조심스럽게 묻자 이진환 대표가 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김은석은 우선 자신의 연기가 괜찮은지 확인받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촬영을 하며 자신감도 많이 회복된 상태였지만, 그래도 연기를 안 한 지 너무 오래된 데다가 실력이 녹슬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도준에게 제안을 받고, 드라마 분야 최고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제작진이 자신의 연기를 인정하자 다시 대중들 앞에 설 용기가 굳어졌다.
그러나 양해를 구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었다.
“한창 잘나가던 때 공황 장애가 왔었나 보더라고요. 오디션 끝나고 솔직하게 말하더군요. 자기를 캐스팅한 우리나, 연기 보고 믿고 추천해 준 도준 씨도 알아야 할 것 같다면서.”
이진환 대표의 말에 도준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규홍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진성현 대표는 착잡한 표정으로 “공황 장애라…….” 하고 중얼거렸다.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정신적 질병이 있다면 우울증과 공황 장애였다.
연예인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었지만, 사실 그 관심과 사랑이란 것이 늘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비정상적인 정도로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며 타인을 의식해야만 하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불특정 다수에게 계속해서 평가받는 상황.
그러한 시선과 평가가 자신을 얽매는 듯 갑갑하면서도 계속해서 그것을 붙잡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상황이니 연예인들이 잦은 우울과 공허를 경험하며 불안 증세에 시달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물론 도준처럼 몸도 정신도 건강하고 자신만의 중심이 잘 선 사람이야 걱정할 게 없었지만.
‘인기를 떠나서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긴 하지.’
도준은 차분히 생각했다.
인기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대중을 의식하고 사는 삶이 마냥 편할 수만은 없었다.
도준조차도 가끔은 지금의 팬들이 주는 관심이 언제 식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할 때가 있었다.
현실화 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불안이라 운동을 하거나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며 금세 떨쳐내고는 하지만.
아무튼 많은 연예인이 우울증이나 공 황장애를 겪는 것에 대해 도준도 공감하고 이해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주변 사람이 힘들어하는 건 아직 본 적 없었지만…….’
스물셋이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와 함께 뮤지컬 판을 뒤흔든 연기 천재.
산전수전을 모두 다 겪고 스물아홉에 데뷔하게 된 도준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부담과 압박을 느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 괜찮아진 거랍니까?”
연예인들이 많이 겪는 병이기도 하고 정도에 따라서는 본인이 힘들어서 그렇지 충분히 배우 생활을 할 수 있기도 했다.
그런데 십 년이나 쉰 것을 보면 보통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에 진성현 대표가 물었다.
이진환 대표가 끄덕였다.
“완치는 이미 5년 전에 됐다고 하더라구요. 촬영 때도 전혀 문제없었고요.”
“그렇군요.”
도준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물었다.
“병이 낫고 나니까 다시 연기가 하고 싶은데, 무대 위에 서는 건 아무래도 두렵더래요. 너무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었던 장소니까, 옛날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한편, 무대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이진환 대표의 말을 들으며 세 사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즈음 해서 노윤정 감독을 소개받았고, 노윤정 감독이 영화를 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네요. 그때부터 장르 전향을 위해 연기를 새로 배우기 시작했고요.”
무대는 완전히 라이브니까 무대에 올랐다가 공황이 재발하면 돌이킬 수 없기도 하니 확실히 부담이 적은 방향이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새로운 도전은 성공이었다.
에서의 연기도 성공적이었고, 덕분에 에 캐스팅될 수 있었으니까.
“아무튼 그 점을 고려해도 캐스팅 하겠냐기에 고민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오케이 했습니다.”
완치가 됐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르는 병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김은석은 외모와 연기, 모든 것이 뛰어났다.
조성주의 대체자 수준이 아니었다. 김은석이 리스트에 이전부터 있었다면 김은석이 1순위가 되었을 거라는 게 제작진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말하며 이진환 대표는 도준과 진성현 대표의 기색을 살폈다. 도준이 추천한 배우였지만, 도준 쪽에서 꺼릴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제작진이야 쫓기는 스케줄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이 정도 리스크는 감수한다고 해도, 주연 배우로서는 아닐 수 있었다.
조성주에게 약간의 분량을 더 주며 양해를 구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그리고 도준이 반대한다면 캐스팅은 충분히 취소될 수 있었다. 어쨌든 의 주인공은 도준이었다.
“과거일 뿐이니까…… 현재 촬영에 문제가 없다면 저는 상관없습니다.”
그런 이진환 대표의 생각을 읽은 도준이 답했다.
진성현 대표도 같은 생각이었다. 흠 하나 없는 배우 찾는 일이 더 어려운 게 배우 판이었다.
알코올이나 약물, 도박 중독도 아니고 인기가 많아 생긴 과거의 병력 정도는 넘길 수 있었다. 실제로 공황 장애를 겪었던 배우나 겪고 있는 배우들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기도 했고.
작품을 쥐고 흔들려는 조성주보다야 누구보다 열정에 가득 차 있을 김은석 쪽이 도준의 새 작품에도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진성현 대표가 김은석의 캐스팅을 찬성하는 데에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 * *
모두의 예상대로 김은석의 캐스팅 확정 기사가 나가자 인터넷이 들끓었다.
캐스팅을 기다리고 있던 이들에게도, 김은석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도 파격적인 소식이었다.
확실히 김은석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아직 많았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방송보다는 메이저 장르가 아니긴 했지만, 당시 김은석의 인기가 워낙 대단했다.
오랫동안 김은석을 기다려 왔던 팬들은 드라마, 그것도 도준이 주연인 김진숙 작가의 드라마로 완전히 복귀한다는 소식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물론 김은석이 누구인지 전혀 몰라 의문을 품는 이들도 꽤 있었다.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당시에는 어렸던 이들도 있었으니까.
[신이 된다로 복귀하는 김은석은 누구……?]
[천재 배우 김은석 복귀에 뮤지컬계 발칵! 오랜 기다림 끝나나?]
[강도준, 김은석 두 천재 배우의 호흡 기대]
그러나 김은석의 이력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김은석의 오랜 팬들이 이전에 김은석이 연기했던 의 일부 장면을 동영상 사이트에 올리면서 그러한 의문은 점차 해소되었다.
오히려 밝혀질수록 대단한 김은석의 실력에 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더 치솟았다.
그런 상황인지라 김은석이 출연한 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미 도준이 관람했다고 기사가 난 독립 영화 을 보러 갔던 도준의 팬들이 김은석이라는 배우가 연기를 잘하더라고 극찬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순서를 알 리 없는 사람들은 박혜서 때문만이 아니라 차기작에서 만날 사이라 도준이 을 보러 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아무튼 덕분에 은 독립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을 점점 늘려 가는 상황이었다.
* * *
그렇게 모두의 기대 속에서 첫 촬영일이 밝았다.
사실 촬영에 대해 가장 많은 기대를 갖고 있는 이가 바로 도준이었다.
조성주가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도 뛰어난 연기자인 그와 연기할 생각에 즐거웠었다.
비록 무산되었지만, 이번에야말로 학부생 시절 동경했던 배우와 연기할 수 있는 기회였다.
대본 리딩 현장에서 본 김은석의 모습 때문에도 도준의 기대감은 높아졌다.
다시금 쏟아지는 관심에도 김은석은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가 리딩 현장에서 보여 준 연기는 역시나 놀라운 것이었다.
‘캐릭터 분석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도 대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게 느껴졌어.’
리딩을 통해 연기 톤을 완전히 잡았을 거고, 그사이 또 발전했을 게 분명했다.
“형…… 일하는 게 그렇게 신나세요?”
도준의 옆자리에 앉아 휴대폰으로 변경된 촬영 스케줄을 확인하던 규홍이 조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도준에게 물었다.
“어? 어. 뭐…….”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도준이 규홍의 질문에 끄덕이며 답했다.
“촬영, 오랜만이니까.”
도준의 기준에서 오랜만일 뿐이었지만. 도준의 답에 규홍은 “역시…….” 하고 중얼거렸다.
보통 사람은 아닌 게 분명했다.
확실히 예전에도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느꼈지만 최근에는 더했다. 을 촬영하며 도준은 여러모로 달라졌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이전에도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편이었지만, 이제는 온전히 연기를 즐기는 수준이 돼 있었다. 촬영 때면 느끼던 옅은 흥분감이 짙어져 있었다.
그때 대기실 뒤편에서 짐을 챙겨 다가온 수진이 도준에게 말했다.
“오빠, 입술 내밀어 봐요.”
“어? 립 이미 바른 것 아니었어?”
“이 색이 더 어울릴 것 같아서요. 덧칠하는 게 좋겠어요.”
답하는 수진의 목소리에는 어쩐지 결연함마저 느껴졌다. 도준은 조금 의아한 채로 수진에게 입술을 맡겼다.
평소에 바르는 것보다 조금 진한 색이 입술 위에 더해졌다. 그래 봐야 여자들처럼 색이 도드라지는 것은 아니고, 붉게 생기가 도는 정도였지만.
“김은석 씨한테 밀리면 안 되잖아요.”
“…… 어?”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화장 엄청 진하게 했는지 무슨 흰 죽처럼 하얗던데요. 물론! 오빠가 훨씬 잘생겼으니까 밀릴 리는 없지만요.”
도준의 첫 촬영은 김은석과 둘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첫 촬영이기도 하지만 두 연기파 미남 배우의 투 샷에 대한 기대감으로 촬영장은 전체적으로 들떠 있었다.
그리고 수진은 이상한 경쟁 심리에 불붙어 있었다.
도준이 주연을 맡은 이후로 다른 남자 배우들과 도준은 비교조차 잘 되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도준과 비교되는 외모의 남자 배우가 나타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원래 하얀 편일걸…….”
도준의 말을 제대로 들었는지 모르게 수진은 도준의 얼굴 상태를 확인하느라 바빴다.
도준은 피식 웃으며 수진에게 얼굴을 맡긴 채 눈을 감았다. 오늘 촬영할 대본 속 대사를 복기하기 위해서였다.
* * *
“NG! 다시 가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촬영.
천재 소리를 듣는 배우들의 촬영인 만큼 NG조차 없는 연기력을 기대했던 스태프들은 점점 맥이 풀리고 있었다.
벌써 다섯 번째 NG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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