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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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은 아역 정민우의 분량을 가편집한 것이었다.
모레 성인 왕세자를 연기할 도준에게 참고하라는 의미에서 보내준 영상이었다.
1부 전체가 아역의 분량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꽤 비중이 있었기 때문에 도준도 정민우의 연기를 볼 필요가 있었다.
정민우가 연기한 왕세자 연기에서 필요한 부분을 비슷하게 연기하면, 극의 몰입도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어떻게 연기했을지 궁금하네요.”
“빨리 보고 싶어? 지금 차 돌려?”
진성현 실장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궁금하긴 했지만, 승마 훈련 마무리를 하는 것도 중요했다.
도준은 고개를 저었다.
“사극 공부할 겸, 민우 군 연기 볼 겸 전부 다 봤거든요.”
미리 정민우의 연기 특색이나 습관 같은 것들을 알아 놓으면 좋을 것 같아 작품이 확정된 이후로는 정민우의 연기를 무척 유심히 봐두었다.
당시 열두 살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총명함이 정민우에게 있었다.
왜 화제가 됐는지 충분히 이해가 됐다. 도준도 몇 번이나 감탄하며 혀를 찰 정도였다.
‘저런 게 천재구나. 미래는 더 기대된다.’
대학에 가서야 제대로 연기라는 것을 하게 된 도준으로서는 부러움이 일 정도의 재능이었다.
다만 아역 시절 인기가 너무 많았던 배우들은 성인 연기자로 갈 때 이미지 변신에 실패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그때만 잘 이겨내면, 무리 없이 대배우로 성장할 듯했다.
“아, 거기 나왔었지. 애가 아주 똘똘하게 연기 잘했던 기억 나네. 공자니 맹자니 하는 것들 줄줄 외워대고.”
“화제가 된 장면은 불교 경전을 외우는 거였어요······.”
“아하, 그랬나. 부처님 화나실 뻔했네.”
아는 척을 하던 진성현 실장이 멋쩍게 웃었다.
“암튼 대단한 친구야. 근데 아직도 중학생이랬나?”
“네. 찾아보니까 그렇더라구요.”
“난 그 나이 때 뭐했나 싶네.”
진성현 실장이 중얼거리며 핸들을 꺾었다.
***
어느덧 두 사람이 탄 벤은 하남에 위치한 한 승마 스쿨에 도착해 있었다.
도준은 두 달 정도 이곳을 오가며 말 타는 연습을 했다.
체형 교정에 좋다, 고급 취미다 해서 승마도 예전보다는 보급화 된 스포츠였지만, 그 가격대가 만만치 않아 보통 사람들은 여전히 접근하기 힘들었다.
도준도 마찬가지였다. 승마는커녕 말을 타 보는 것조차 처음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수학여행 때 타 보는 건데······.’
제주도 수학여행 때 귀찮다는 핑계로 타 보지 않은 게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오늘이 마지막이죠?”
“네.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원장님.”
“나보다 도준 씨 태우고 달린 포니가 더 고생했지. 그래도 포니가 도준 씨한테는 덜 까칠하게 군 편이에요.”
두 달 동안 도준과 함께 훈련한 포니를 데리고 나온 원장이 포니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승마용 부츠와 헬멧, 바디 프로텍터를 모두 갖춰 입은 도준은 미소를 지으며 포니의 눈을 바라보았다.
동물들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편이라 포니에게 다가가고, 인사하는 일은 수월했다. 그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승마 수업은 말에 제대로 된 방법으로 올라타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다음부터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말을 모는 것은 생각보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일단 말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했고, 고삐를 쥔 채 꼿꼿이 서 있을 수 있는 힘은 물론이고, 속도를 내려면 박자감도 있어야 했다.
꽤 단련된 몸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운동과 쓰는 근육이 달라서인지 처음 말을 탄 다음 날은 꼬박 하루를 근육통으로 고생했다.
‘TV에서 봤을 때는 꽤······ 평온해 보였는데 말이지.’
그러나 움직이는 말 위에서 자세를 유지하며 버티는 일은 생각보다도 더 고됐다. 말 위에 올라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운동이었다.
“포니 덕분에 어느 정도 목표하던 만큼은 탈 수 있게 됐어요.”
“도준 씨 운동 신경도 좋았지. 자, 준비 다 됐으면 나갑시다.”
원장의 말에 도준이 포니를 한 번 쓰다듬고는 힘있게 등자에 발을 걸쳐 포니의 등 위로 올라섰다.
시작은 울타리 안을 가볍게 한 바퀴 도는 것이었다.
도준이 고삐를 서서히 당기며 속도를 높였다. 동시에 다리로 포니에게 신호를 보내자 포니가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도준의 명령에 따라 포니가 좁은 울타리 밖을 지나 더 큰 울타리가 쳐진 연습장으로 향했다.
도준의 옆으로 원장이 다른 말을 타고 함께 달리며 보조했다. 훈련을 주도하며, 위급 상황에 대비하려는 것이었다.
“팔 들기 한 번 갑시다.”
포니가 어느 정도 원을 그리며 달리는 일에 익숙해지자 원장이 말했다.
도준은 이미 2주 차에 평범하게 두 손으로 고삐를 쥔 채 달리는 일을 해냈다. 그 뒤로 한 손으로 잡고 달리기, 팔 들고 달리기, 활 쏘는 자세 등을 연습했다.
도준은 허리를 세우고 몸의 중심을 잡으며 천천히 고삐에서 손을 놓았다.
포니는 무리 없이 원을 유지하며 달리고 있었고, 도준은 다리에 힘을 줘 몸을 지지하며 두 팔을 벌렸다.
두 손이 완전히 자유로워진 도준은 양팔을 벌렸다. 바람을 맞으며 내달리니 시원한 해방감이 도준에게 찾아들었다.
“오!”
울타리 밖에 선 진성현 실장이 감탄했다.
진성현 실장은 훈련 때마다 카메라로 도준의 훈련 모습을 녹화했다. 이후 자세를 모니터링 하며 어떻게 하면 화면에 더 잘 나올지 함께 연구했다.
훈련 기간이 길지 않아 마지막 수업 때 어느 정도 말을 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숙련돼 두 팔을 벌리고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차피 대역 배우도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만 해도 아주 훌륭했다.
‘대본에 무슨 장면이 나와도 되겠어.’
지금까지 나온 대본상으로는 말을 타고 달리는 정도가 다였지만, 지금 도준의 실력이라면, 어떠한 장면이 나와도 멋지게 소화할 수 있을 듯했다.
“활 쏘기 자세!”
여러 배우에게 승마를 훈련시킨 원장은 배우들에게 필요한 자세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원장의 외침에 도준이 등자에 걸어놓은 발이 빠지지 않게 유의하며 팔을 들어 활을 쏘는 자세를 취했다.
“벌써 그림이네······.”
말 위에 탄 도준의 몸이 두 달 전보다 확실하게 더 탄탄해져 있었다. 진성현 실장은 휴대폰을 들어 동영상을 촬영했다.
***
승마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도준은 완전히 녹초가 돼 있었다.
“괜찮아? 오늘은 일단 쉴래?”
“아니에요. 그래도 승마 근육이 좀 붙었는지 전보다는 낫네요.”
“차라리 자주 하면 나을 텐데 띄엄띄엄하니까 할 때마다 고생이네.”
내내 힘을 주고 있던 다리 근육에 열이 올라왔다. 팽팽해진 허벅지 근육에서는 미미하게 통증이 일었다.
연기만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배우에게는 요구되는 능력이 많았다.
필수는 아니었지만, 다재다능할수록 연기하는 데에도 유리한 게 맞았다.
무엇이든 배우고 쌓아두면, 배역을 해내는 데 도움이 됐다.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다양한 연기를 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배움과 발전이 수반돼야 했다.
당장에라도 눕고 싶었던 도준이었지만, 얼른 제 방으로 가 노트북을 들고 왔다.
진성현 실장이 도준의 노트북으로 자신의 메일에 로그인했다.
연출팀에서 받은 메일의 링크를 클릭하자 빠르게 동영상이 다운 받아지기 시작했다.
도준은 기대되는 마음으로 동영상이 모두 다운되기를 기다렸다.
자신의 아역인 정민우의 연기가 기대되기도 했고, 어쨌든 자신의 작품인 의 첫 장면이었다.
비록 가편집본이라고 해도 그 시작이 어떠할지 궁금했다.
“오, 됐다.”
다운을 완료한 진성현 실장이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첫 장면은 왕과 중전에게 문안 인사를 올리는 장면이었다.
부드럽고 다정하나, 그래서 유약해 보이는 왕과 엄한 중전의 분위기가 대비되었다. 왕세자는 그 앞에서 아무 표정도 없이 형식적인 문안 인사를 올렸다.
두 번째 장면은 동궁전으로 향하는 길목이었다.
클로즈업된 정민우의 어린 얼굴에 한숨이 어려 있었다.
“세자 저하, 너무 심려치 마소서.”
“자네가 마마를 대면치 않아서 그러네.”
“저하······.”
상궁의 염려 어린 부름에 왕세자인 정민우는 답하지 않으며 걸어 나갔다. 그 걸음이 멀어지면서 화면이 전환되었다.
완성된 편집본과 달리 가편집본은 화면 보정도, 음악도 없었고, 심지어 여러 번 찍은 컷들을 제대로 들어낸 것도 아니었다.
확실히 화면 보정과 컷 정리가 들어가기 전이라 화면이 전체적으로 어둡고, 어수선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기대하기는 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정민우의 연기는 시절에 비해 당연하게도 늘어 있었다. 열여섯 나이에 할 수 있는 연기는 아니었다. 웬만한 성인 연기자와 비교해도 그랬다.
‘눈썹의 움직임, 입가 근육의 경련, 점점 더 짙어졌다가 흔들리는 눈빛까지······.’
정민우의 연기가 무척이나 세심했다. 보통 연구로 나올 수 있는 연기가 아니었고, 연구한다고 해서 표현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도준은 놀란 채 더욱 화면을 집중해서 보았다.
왕세자가 궁 안에서 어린 ‘달이’를 만나는 장면에서 도준은 또 한 번 감탄했다.
수심에 찬 왕세자에서 순식간에 소녀에게 한눈에 반한 어린 소년이 돼 있었다.
어떠한 노래도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는데도, 이미 보고 있는 이의 머릿속에서는 감미로운 선율이 흘러나오는 듯했다. 그만큼 생생한 연기였다.
곧 동영상 재생이 끝나고 검은 화면만이 남았다. 동영상을 옆에서 함께 본 진성현 실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얘 진짜 물건이네. 완전.”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듯 진성현 실장이 감탄하며 연신 ‘잘하네’ 소리를 내뱉었다. 확실히 놀라운 수준의 연기였다.
도준은 멍한 채 생각에 잠겨 정민우의 연기를 곱씹고 있었다.
‘이제 열여섯, 많은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이런 표정 연기가 가능하다니······.’
처음 정민우를 마주쳤을 때 타고난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분위기는 연기에까지 이어졌다.
정민우의 연기에는 아역답지 않은 깊이감이 있었다.
‘발성은······ 이미 때도 훌륭했는데, 이제는 변성기가 지나 이제 무게감까지 느껴져. 정말 어린 왕세자처럼······.’
다른 부분은 몰라도 사극 연기 발성은 정민우가 도준보다 앞서는 듯했다.
도준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정민우가 연기한 왕세자를 도준이 이어가야 했다. 정민우를 이기거나, 넘어서야 하는 문제는 물론 아니었다.
그러나 정민우가 연기한 왕세자의 흐름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면, 극의 흐름이 깨지며 아역에서 몰입했던 시청자들이 실망할 수 있었다.
‘괜찮을까.’
정민우의 연기가 너무 강렬해, 도준의 연기가 상대적으로 묻힐 수도 있었고, 자칫하다가는 아역보다 못한 성인 배우가 될 수도 있었다. 질투 같은 게 아니었다. 자극이었고, 자신이 더 잘해내야만 하는 문제였다.
연기에 대한 고민에 빠진 것을 눈치챈 진성현 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문제는 도준 혼자서 해결해야 했다.
***
진성현 실장을 배웅하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신 도준은 다시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두 번 보자, 더 자세히 정민우의 연기가 보였다.
‘역시 대단해.’
현대극이 아닌 극이라 정민우의 강점이 더욱 드러났다. 반대로 도준은 첫 사극이기 때문에 제약을 받는 부분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어떻게 자신의 연기를 채울지 깊은 고민에 빠진 도준의 귓가에 벨이 울렸다.
“뭘 두고 가셨나.”
진성현 실장일 거라는 생각으로 휴대폰에 손을 뻗은 도준은 잠시 당황했다. 전화를 걸어온 이는 리딩 현장에서 번호를 교환한 이치훈이었다.
도준은 고민하다가 이치훈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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