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377
#377화
대만에서 활동하는 흑룡방이,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행하고 있다.
그것도 삼합회의 본거지인 북경北京에서 말이다.
그냥 흔한 범죄라고 넘기기엔 상당히 많은 의문이 남는 일이었다.
마침 삼합회 내부의 분위기를 살피라는 국정원장의 지시가 있었기에, 현장 요원인 홍기동은 거기에 관해 파보기로 했다.
툭.
홍기동은 노점상의 팔다리를 결박하고 있던 로프를 풀었다.
“따라와.”
그 말에, 노점상은 시체 세 구를 뒤로하고 여관방을 나섰다.
달칵.
방문을 닫은 홍기동이 노점상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괜한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예, 예.”
노점상은 고개를 숙이면서 속으로 미친 듯이 후회했다.
‘내가 왜 이 새끼를 붙잡아선…. 그냥 보내줄걸!’
어떻게 기회를 봐서 도망칠까 생각도 했지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보곤 그럴 마음이 싹 사라졌다.
왠지 그라면 아무 망설임 없이 자신도 목을 꺾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빠르게 말해봐. 흑룡방이 왜 대만이 아닌 여기서 사람을 사들이고 있는지.”
그 물음에 노점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그는 이 동네에서 질이 나쁜 폭력배 중 하나였을 뿐, 흑룡방의 자세한 사정까지 아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흑사회黑社會, 뒷세계에 몸을 담은 이상 이런저런 이야기가 흘러들어오곤 했다.
“흑룡방이 왜 여기까지 온 줄은 모릅니다.”
“뭐?”
“자, 잠깐만! 끝까지 들어 보십시오. 이곳에 있는 이유는 모르지만, 놈들이 왜 사람을 사 가는진 압니다.”
“장기 떼서 파는 거 아닌가?”
“아닙니다.”
홍기동은 미간을 찌푸렸다.
같은 인간을 사는 이유는 몇 되지 않는다.
돈을 벌기 위해 노예나 매춘부로 만드는 일도 없진 않으나, 대부분의 케이스는 장기 적출이다.
심장, 간, 콩팥이 필요한 사람들은 곳곳에 차고 넘치니까.
거기다 신체 건강한 홍기동에게 작업을 치려고 했다는 건, 거의 백 퍼센트 장기매매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니.
“그럼 뭐지?”
“제가 듣기론… 실험 때문이랍니다.”
“실험?”
“예. 사람으로 하는, 그런….”
신체 건강한 사람을 구해서 인체 실험을 한다라.
홍기동은 노점상을 향해 물었다.
“약인가?”
“아마도… 아니, 약이 맞을 겁니다.”
그게 마약인지, 아니면 다른 의약품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주체가 흑룡방이라는 범죄 조직인만큼 마약일 확률이 높았다.
‘뭐, 그건 차차 알아보면 되겠지.’
노점상을 심문하다 보니, 어느새 물건을 가지러 트럭이 올 시간이 되었다.
홍기동은 배낭에서 모자를 꺼내 눌러썼다.
그 모습을 보던 노점상은 눈앞의 이 미친놈이 뭐 하는 인간인지 의문이 들었으나, 이내 뒷세계에서 구르며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을 되새겼다.
‘상대가 정체를 숨긴다면, 웬만해선 그 정체를 알려고 하지 마라.’
노점상은 침을 꿀꺽 삼키고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모자는 왜 쓰시는 겁니까?”
“아. 여관 주인인 척을 할 건데, 상대가 알아보면 곤란해서.”
그 말에 노점상은 섬뜩함을 느꼈다.
자신은 이미 이 남자의 얼굴을 봐버린 탓이었다.
덜덜덜.
노점상의 다리가 후들대기 시작했다.
스윽.
홍기동이 시선을 보내자, 그의 떨림이 더욱더 심해졌다.
“이봐.”
“예, 예… 예?”
“거래 현장에 있던 적이 있나?”
노점상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있습니다.”
“그놈들은 네 얼굴을 아나?”
“알아볼 겁니다.”
“좋아.”
옆으로 다가온 홍기동이 그의 뒷목에 손을 얹었다.
언제라도 목이 꺾일 수 있다는 서늘한 감촉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홍기동은 그런 노점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날 좀 도와줘야겠다.”
* * *
부웅-.
작은 여관의 뒤편.
여관 주인이 말했던 흑룡방의 트럭이 담장 너머에서 멈췄다.
트럭의 짐칸에는, 내부가 보이지 않게 두꺼운 천막이 씌워져 있었다.
철컥.
시동이 꺼지자, 짐칸에 타고 있던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짐칸에서 들것을 꺼냈다.
조수석에서도 한 남자가 나와 들것을 든 그와 같이 여관의 뒷문 쪽으로 향했다.
끼익-.
“뭐야.”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스윽.
남자는 손목에 찬 싸구려 시계를 확인했다.
약속한 시각인 10시를 2분 정도 넘긴 시점이었다.
“쯧.”
그가 혀를 차던 그때, 여관의 뒷문이 열렸다.
“끙…!”
그들에겐 익숙한 얼굴의 노점상과 다른 하나가 묵직한 포대 여러 개를 끌고 나왔다.
그걸 본 흑룡방의 조직원이 물었다.
“뭐가 이렇게 많아?”
그러자 노점상이 자연스럽게 대꾸했다.
“오늘은 단체 손님이 와서 작업이 좀 늦었다. 세 명이야.”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물건이 들어있을 포대로 향하며 모자를 쓴 남자에게 턱짓했다.
“저 사람은 누구지? 주인장은 어디 가고.”
“아, 그게….”
노점상이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둘러댔다.
“차오가 어제 발목을 다쳐서, 내 친구가 도와주기로 했거든.”
“그래?”
미심쩍은 듯 그를 쳐다보던 조직원들이 포대를 집어 들려던 순간.
콰득!
날아온 발차기가 조직원의 턱을 차 목을 직각으로 돌려버렸다.
“뭐야! 씨…!”
홍기동은 다급하게 고개를 드는 다른 조직원의 목을 손날로 내리쳤다.
우직-!
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조직원이 경련하며 썩은 나무토막처럼 옆으로 쓰러졌다.
스릉.
절명한 조직원의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든 홍기동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쳐다보고 있던 노점상에게 손짓했다.
“한 놈 더 있다고 했지? 따라와.”
홍기동은 후다닥 뒤를 따르는 그를 보고 걸음을 옮겼다.
항상 세 명이 물건을 가지러 온다고 했으니, 아직 하나가 더 남아있을 터.
끼익-.
철문을 열고 나가자, 마침 운전석에서 내리던 조직원이 뒤를 돌아봤다.
“야. 뭐야? 무슨 일….”
그는 노점상과 홍기동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낭패라는 표정을 지으며 칼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상대의 행동이 더 빨랐다.
휘릭!
뭔가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는 걸 보고 들어 올린 왼쪽 팔뚝에 칼이 박혔다.
“악!”
조직원이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남은 오른손마저 꺾여버렸다.
“끄아윽!”
홍기동은 땅으로 떨어지는 칼을 낚아챈 뒤, 그의 목에 바짝 갖다 대며 물었다.
“흑룡방에서 나왔나?”
“큭, 이런 개새끼가…!”
저항하려는 낌새를 느낀 홍기동은, 쥐고 있던 칼로 상대의 허벅지를 한번 쑤셨다.
푹!
“끄아- 읍!”
홍기동은 잡고 있던 팔을 놓고 조직원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칼을 배에 댄 채로 나지막하게 경고했다.
“말로 하는 건 마지막이다. 묻는 말에 예, 아니오로 대답해. 흑룡방에서 나왔나?”
인상을 잔뜩 찡그린 조직원이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큰 소리를 내거나, 쓸데없는 짓을 하면 네 장기를 꺼내 헐값에 팔 거다. 이해했나?”
끄덕끄덕.
살벌한 경고를 날린 홍기동이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뗐다.
그러자 조직원은 고통스러운 듯 핏대를 세우며 팔에 꽂힌 칼에 손을 뻗었다.
“칼은 뽑지 마라.”
“끄윽….”
“다리를 지혈하는 것 정도는 허락해 주지.”
그 말에 조직원이 손으로 허벅지의 상처를 꾹 눌렀다.
피가 좀 나긴 하겠지만, 큰 혈관은 피했으니 당분간 출혈로 죽진 않을 것이다.
홍기동은 슬금슬금 멀어지던 노점상을 향해 칼을 까딱였다.
그러자 그가 후다닥 다가왔다.
“편하게 얘기 나누시라고 물러나던 거였….”
“됐고, 둘 다 짐칸에 타라.”
“예?”
“이놈 데리고 트럭에 타라고.”
“아, 예.”
“으윽….”
노점상은 끙끙대는 흑룡방의 조직원을 부축하며 트럭의 짐칸에 올랐다.
덜컹.
홍기동이 그들을 뒤따라 올라타니, 두 사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걸 본 홍기동은 칼에 묻은 피를 털며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심문을 시작하겠다.”
* * *
다음 날 오전, 나는 서울 구로구의 한 대형 병원으로 향했다.
부장님 일행과는 어제저녁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베이징 내부에 있는 경호대의 비밀 거점 위치를 비롯해 삼합회의 지부장 한 명을 암살하는 일을 도운 것까지.
고상미에게는 유현, 경호대와 함께 글라자를 박살 낸 무용담을 들었다.
듣기론 글라자의 수뇌부들을 한데 모아서 단숨에 족쳐버렸다던데.
앞으로 그쪽 놈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다행이었다.
끼익-.
DS컴퍼니 쿠데타에 이어 민지훈의 2차 목표였던 글라자까지 없애버렸으니, 이제 놈은 삼합회에 신경을 돌릴 거다.
그러니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둬야겠지.
차를 세운 나는 병원으로 들어가 곧바로 카운터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네. 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
“환자 면회하러 왔습니다.”
간호사가 내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환자분 성함이요?”
“전용갑입니다.”
“음…. 아, 죄송하지만… 이 환자는 면회가 불가능하다고 돼 있네요.”
“업무 때문에 급하게 만나봐야 하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내 난감한 표정을 본 간호사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어떤 업무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스윽.
나는 품에서 경찰 공무원증을 꺼내 보여줬다.
“환자에게 조사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아, 특수수사국…!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얼마든지요.”
어디론가 전화를 건 간호사는 뭐라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내 전화를 끊고 말했다.
“환자분은 405호에 계세요.”
“고맙습니다.”
간호사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405호로 이동했다.
“음? 최용석?”
도착한 405호의 명패에는 내가 아는 것과는 다른 이름이 있었다.
아마 이름을 알아본 기자나 신도가 돌발 상황을 일으킬 걸 대비해 가명을 쓴 모양이었다.
똑똑.
닫혀있는 병실의 문을 두드리고 잠시 기다리니, 한 남자가 문을 살짝 열었다.
남자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곤 물었다.
“…누구십니까?”
“특수국 이주혁 계장입니다.”
내 공무원증을 본 남자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바깥으로 나와 문을 닫았다.
탁.
“구로서 배진용 경사입니다. 특수국에서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전용갑, 지금 안에 있습니까?”
“예. 있긴 합니다만….”
“한 가지 조사할 게 있어서 말입니다. 혹시 잠깐 자리를 비워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부탁을 들은 배진용 경사가 머리를 긁적였다.
“저, 그게 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말입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씁. 예, 뭐. 알겠습니다. 아직 휴식이 필요한 상태라니까, 혹시라도 건들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예. 감사합니다. 배 경사님.”
나는 고개를 숙이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탁.
놈이 있는 병실은 1인실이었다.
흰색의 침대 위에 누워있는 한 사람이 보이길래 곧장 그리로 다가갔다.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던 백발의 남자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오랜만이다?”
새사람교회의 실질적 수장이자, 언변과 카리스마로 수천 명의 신도에게 기부금을 뜯어먹던 자칭 성자.
전용갑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
“너, 넌…!”
“반갑지?”
날 알아봤는지, 놈은 반쯤 경기를 일으키며 손을 덜덜 떨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반응을 보니 이 새끼를 잡을 때 내가 좀 두들겨 팬 것 같았다.
“끅. 으으…!”
전용갑은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봤다.
“이, 이 개 같은 새끼…!”
“전용갑.”
“너만 아니었어도, 너만 아니었어도…!”
계속 자기 할 말만 지껄이길래, 나는 손가락을 뻗어 놈의 배에 얹었다.
그러자 놈의 움직임이 우뚝 멎었다.
“같은 수감자한테 칼을 맞아서 여기 입원한 걸로 알고 있는데.”
쿡.
“허, 헉….”
“이쯤인가?”
배를 꾹 누르자, 전용갑이 PTSD가 온 사람처럼 숨을 거칠게 들이쉬었다.
나는 그런 놈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성수, 기억하지?”
“서, 서, 성수. 그래. 성수.”
“뭘로 만든 건지, 정확히 무슨 효과가 있는지.”
꾸욱.
“아주 상세히, 설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