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s Possessed Game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597
596화 – 계몽(啓夢) (1)
에밀리의 희생을 원한 건 베로니카가 아니라 저스틴이었다. 4챕터 마지막에 밝혀진 진실에 다들 헛숨을 들이켰다.
-도나미쉑들 킹부러 원무과 기록에서 베머니한테 포커스 맞췄넼ㅋㅋ
-진심ㅋㅋㅋ 기억 되찾아서 위험한 건 정작 저스틴이었고?
-연출트릭 뭔데에에에에에!
-진짜 스포 안 당한 사람들은 백이면 백 여기서 어안 벙벙해짐ㅋㅋㅋ
-갓플도 놀랐는데 말 다했젴ㅋㅋㅋ
게임 로비로 돌아온 이경복도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물론 스토리 전개에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그만의 이유가 따로 있었다.
‘왜 몰랐지?’
그는 1회차 저스틴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물론 개발진의 설계 덕분이지만 그에게는 신기가 있지 않나.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지금까지는 전해져 오는 느낌으로 문제 될 인물을 잘 구별해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아예 감지조차 못 한 것일까.
‘아니, 생각해보면 주인공은 나라고 여겼으니까 그런 걸 수도…’
이경복은 나름의 이유를 추론했다. 돌이켜보면 다른 게임에서도 주인공에 대한 느낌은 별도로 경험한 적이 없지 않나.
게임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신기는 그 자신을 향한 적이 없었다.
‘아마 이게 더 크겠네.’
그리 정리하던 이경복은 채팅창을 보며 더 확실한 이유를 깨달았다.
-아니 ㅋㅋ 형 진짜 충격이 컸나보네
-진심ㅋㅋ 갓플 오디오 이렇게 오래 비는 거 처음 봄
-공겜방송은 스머가 놀라는 맛에 보는 거긴 해 ㅋㅋㅋㅋㅋ
-정작 무서운 건 하나도 없으면서 빅통수 스토리에는 놀라버리고요?
-ㄹㅇㅋㅋ 다른 스머들은 플레이 중에 혼이 나가는데 ㅋㅋㅋ
-아무튼 공포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마리야 ㅋㅋ
이경복이 심각한 표정으로 있으니 시청자들이 그 상황을 착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만족스러운 반응이 이경복의 고민을 해결해주었다.
‘이게 더 재미있어서 그렇구나.’
신기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염원하는 대로, 방송의 ‘재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다.
‘공포 게임은 모르고 할 때 더 재미있으니까.’
애당초 팀원들이 스포일러 방지를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정리된 이경복은 미소와 함께 손뼉을 쳤다.
“아, 정말 놀랐습니다. 매 챕터 끝날 때마다 느끼지만 뒤가 어떻게 될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유독 이번 챕터는 더 그러네요.”
그가 정적을 깨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그 반응이 만족스러운지 채팅창에는 웃음이 가득해졌다.
-이번 챕터가 특히 개궁금함ㅋㅋㅋ
-이전 챕터는 다른 사람이나 환경이야기였는데 지금은 주인공이자너 ㅋㅋㅋ
-게다가 스토리도 슬슬 클라이막스라 ㅋㅋㅋ
-으아니! 이걸 어케 참냐구욧!
-ㄹㅇㅋㅋ 가족상봉했는데 이런 통수면 못 참지
시청자들은 공감과 더불어 은근한 기대를 내비쳤다.
-어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퍼펙트 숏컷 때문인가 평소보다 너무 이른 시간이고?
-병원이 일방향 진행이라 더 빠르긴 했슴ㅋㅋㅋ
-이제 에필로그만 남았는데… 아니 뭐 그렇다고…
-아! 엔딩 보고 싶다!
-야앀ㅋㅋㅋ 대놓고 말하지 말라곸ㅋㅋ
-즉.시.켠.왕
이경복은 그에 시간을 확인했다. 실제로 평소보다 빨리 챕터가 끝나버렸다.
‘여유가 있긴 하네. 게다가 우리 팀도 이제 팬미팅 준비하느라 바쁠 테니 그 전에 쉬는 게 좋을 수도.’
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외부 준비는 스폰서들의 도움으로 해결했지만 팬미팅 컨텐츠에 대한 구상이 더 필요했다.
되도록 시간에 쫓기는 것보다는 여유로울 때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겠나.
-역시 안 되겠지…?
-아 ㅋㅋ 아직도 방종각에 안 베여본 한국인들이 있냐곸ㅋ
-규칙1. 그 방송은 컨텐츠가 끝나면 꺼집니다.
-괴오괴 규칙 ㅎㄷㄷ
-정 안되면 괴이월드컵이라도 하고 가줘잉!
-괴이월드컵은 또 뭐야ㅋㅋㅋㅋ
그가 바로 답하지 않자 시청자들은 체념했다. 이경복이 그에 웃음을 흘리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아니, 잠깐 퍼파고한테 얘기 좀 하느라 그랬습니다. 엔딩까지 채팅창 관리도 해야 되고 저희 편집팀한테도 미리 말은 해줘야 되잖아요?”
이어지는 그 말에 채팅창 분위기가 반전됐다. 다들 설마 하는 와중 이경복이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네요.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달려보겠습니다!”
-캬! 이궈궈등ㅋㅋㅋㅋ
-WA! 퍼펙트 피버타임!
-???: 우리 한 번 더 한다! 우리 한 번 더 한다고!
-엌ㅋㅋㅋ 짤이 보인다 보여!
-감사… 압도적 감사…!
-끼얏호우! 냉동만두 다 뒤졌다!
-규칙2. 그 방송이 끝나지 않으면 즉시 비상식량을 섭취하십시오.
-아니 ㅋㅋㅋ 괴오괴가 아니라 트수 규칙이었냐곸ㅋㅋ
-즉.시.야.식
* * *
이경복은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아, 4챕터 요약은 넘기겠습니다. 방금 다 보신 건데 또 볼 필요는 없죠?”
시청자들은 적극 수긍했다. 매 시작마다 나오던 요약장면이지만 이번에는 필요 없었다.
이내 화면이 뒤바뀌며 컷신이 시작됐다.
“어? 터널이네요?”
장소는 병원 지하가 아니었다. 이내 카메라가 줌인되며 베로니카가 운전하는 차량을 비추었다.
-뭐지? 바로 병원 나와서 이어지는 건가?
-아니 ㅋㅋ 그럼 항구로 가야지 왜 돌아감
-이거 1회차 이야기일 듯?
-ㅇㅇ 자세히 보면 얼굴이 약간 다름
-맞네 딸랭구가 더 귀여움
-저만한 때 애들은 잘 때가 최고긴 해 ㅋㅋㅋ
저스틴은 조수석에 앉아 있었고 에밀리는 뒷좌석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다들 그에 1회차 상황이라는 걸 짐작 할 수 있었다.
“정말 천사 같네.”
저스틴이 슬쩍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 흐뭇하게 웃는 그의 표정과 달리 이어지는 말은 그렇지 못했다.
“여보, 우리 딸이 모두를 지켜준다니 너무 자랑스럽지 않아?”
“아, 응…”
“게다가 이런 영광을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거잖아. 우리처럼 축복받은 가족도 없을 거야. 의사선생님께는 정말 감사드려야겠어.”
“…그러게.”
들뜬 저스틴과 달리 베로니카는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조용히 대답했다.
다들 그에 역시나 싶어했지만 저스틴은 그 태도가 의아한 모양이었다.
“당신,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냐. 그냥, 좀… 긴장했나 봐.”
베로니카가 둘러대자 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하지만 곧 차량이 터널을 빠져나오자 다시 미소가 자리 잡았다.
“아… 이제 곧이네. 우리 딸이 보게 될 천국은 어떤 곳일까? 물론 우리 같은 죄인들은 갈 수 없는 곳이겠지.”
베로니카는 이제 답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래도 혹시 알아? 이번 의식이 무사히 성공하면 다른 길이 있을지도 몰라. 나중에 당신이 세실리아한테 한 번 물어봐봐.”
그러나 저스틴은 창밖으로, 성소가 있을 방향에 눈을 고정하느라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ㅋㅋ 이제 숨길 것도 없으니까 막 보여주네
-와 ㅅㅂ 진짜 느낌 완전 다르네
-대화내용 어질어질하다 그죠?
-사이비 냄새 너무 나는 거시고?
시청자들이 그에 질색하는 와중 저스틴의 눈이 크게 뜨였다.
“여보? 성소는 저쪽이야.”
베로니카가 성소로 가는 갈림길에서 차를 돌리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기 때문이었다.
이내 그녀는 짧게 호흡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안 갈 거야.”
“뭐?”
“당신, 정말 우리 딸을 희생시킬 생각이야?”
그녀가 꺼낸 말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 베로니카가 저스틴도 챙기려고…”
이경복과 시청자들도 덩달아 집중했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여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당신이 말했잖아? 이 섬을 떠나자고. 우리 다 같이 육지로 돌아가면 된다고.”
베로니카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제 주머니를 뒤지더니 곧 약물 앰플과 주사기, 그리고 메모지를 꺼내 보였다.
“우리는 기억을 잃겠지만 에밀리는 기억할 거야. 이 각성제랑 메모만 있으면 우리는 다시 섬에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울먹임이 섞인 목소리에 이경복과 시청자들 모두 안타까움을 표했다.
“아, 지금 에밀리가 자는 게 아니네요.”
-가사상태로 만들고 성소에 있는 냉동장치에 넣으려는 거였네
-이미 결과 아니까 너무 애처롭고 ㅠㅠ
-아… 여기서 그냥 나갔으면 바로 햅삐엔딩인데
-진심ㅋㅋㅋ 세실리아쉑 바로 소멸각
-1회차 저스틴! 어째서 베머니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지?!
다들 이미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스틴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그는 에밀리를 힐끗 보고는 언성을 높였다.
“지금 당신 손에 목숨이 몇이나 달려있는지 몰라서 그래? 세실리아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규칙이 없어지면? 우리 형제자매들은 다 죽으라는 거야?”
“저스틴, 제발…”
“당장 차 돌려! 아니, 여기서 멈춰! 내가 운전할 테니까! 어서!”
베로니카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내 차량이 멈추자 저스틴이 마른세수를 하며 안전벨트를 풀었다.
“후우…! 그래, 잘 생각했어. 괜찮아,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여보는 지금, 혼란스러운 거야. 나중에 같이 기도…”
그는 마저 말을 잇지 못했다.
마치 그대로 시간이 멈춘 것처럼 굳은 얼굴로 베로니카를 바라볼 따름이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눈물을 흘리는 그녀가 테이저 건을 겨누고 있었다.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일순간 소리가 사라지고 양쪽이 동시에 움직였다.
“끄으으으윽…!”
감전된 저스틴이 차 밖으로 털썩 쓰러졌다. 베로니카는 눈물을 훔치며 그를 전부 밀어내고는 문을 닫았다.
“베로… 니카…”
도로에 쓰러진 저스틴은 떠나가는 차량을 보며 눈에 핏발을 세웠다.
-와 ㅅㅂ 이렇게 된 거였네
-베머니가 가족을 버렸다는 게 이런 이유였고?
-1회차 저스틴 입장에서는 빅통수여서 잠재의식에 남은듯ㅋㅋㅋ
-마지막이라고 떡밥 술술 풀어줘버리기 ㅋㅋㅋ
회상은 거기서 끝나고 다시 화면은 병원 지하로 돌아왔다. 저스틴은 경악한 표정으로 비틀거렸다.
“아, 지금 기억이 돌아왔나 보네요.”
-헐? 바로?
-설마 사이비로 돌아가는 거 아니지?
-아 제발;;; 진심 에바임
-이게 진짜 공포지 ㅎㄷㄷ
시청자들은 그 모습에 불안했지만 이경복은 달랐다.
‘이제 느껴지네.’
비밀이 밝혀지니 전해져 오는 직감 덕분이었다. 그가 플레이해온 저스틴은 1회차와 달랐다.
“세상에… 내가 대체 무슨 짓을…”
맑은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저스틴은 그대로 무릎 꿇고 베로니카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이런 끔찍한 짓에 동참하다니…? 어떻게, 어떻게 가족을 희생할 생각을 할 수가 있지?”
그의 말은 두서가 없었다.
사과와 자책이 섞인 말투에는 그의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이 묻어 나왔다.
-그치! 이거지!
-이렇게 자기 객관화가 중요합니다 ㅠㅠㅠ
-진지하게 사이비에서 벗어나려면 자기객관화가 필수임
-킹직히 여기서 사이비로 플레이가 된다? 게임 평가 나락이거등요 ㅋㅋㅋ
-??? : 도나미 씨, 한 번만 봐드리는 겁니다?
시청자들은 그에 안도했지만 베로니카는 달랐다. 그녀는 저스틴의 태도가 진짜인지 의심하는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그런 태도에도 개의치 않았다.
“여보, 날 믿지 않아도 좋아. 불안하면 두 사람만 떠나. 어떻게든, 여길 떠나기만 하면 돼. 교단은 내가, 내가 어떻게든 막아볼 테니까…”
-ㅔ?
-아니! 이건 또 에바지!
-겨우 가족 상봉했는데 또 갈라선다고요?
-킹직히 심정은 이해되는데 이런 걸 원한 게 아니라구욧!
-아옼ㅋㅋ 도나미쉑 롤러코스터 수준급이네
-진심ㅋㅋㅋ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닼ㅋㅋ
시청자들은 재차 불안해 했지만 그 감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엄마아…”
베로니카를 굳게 잡고 있던 에밀리의 작은 손이 떨어졌다.
“아빠랑 같이 가고 싶어요…”
아이가 내민 작은 손길에 두 사람 모두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그 눈물은 곧 미소에 도달했다.
“그래, 우리 딸 말이 맞아.”
“여보, 에밀리…”
세 가족은 조용히 서로를 끌어안았다. 이어 서서히 화면이 암전되자 다들 흡족함을 숨기지 않았다.
“아, 좋다. 정말 좋네요.”
-캬 ㅋㅋ 요거거뒁ㅋㅋㅋㅋ
-WA! 마참내 가족 상봉!
-갓머니와 갓버지의 조합? 이건 끝났쥬?
-아 ㅋㅋ 이집 처신 잘하네
-이제 탈출만 하면 햅삐엔딩이자너 ㅋㅋㅋ
마침내 사일런트 헤븐의 마지막 장이었다.
* * *
컷신이 끝나고 이경복은 플레이 구간으로 돌아왔다. 그는 언덕길에서 서행 중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 원래 계획대로 항구로 가는 것 같네요.”
굽이진 도로 아래로 거주구역과 바다가 보였다. 시청자들도 그에 동조하는 와중 베로니카가 말했다.
“항구에 모터보트가 정박해 있을 거예요. 해무만 넘어가면 육지까지 도착하기에는 충분할 겁니다.”
“엄마? 우리 배 타러 가는 거야?”
에밀리의 물음에 그녀는 뒤를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지. 그러니까 엄마한테 꼭 붙어있어야 한다.”
“응! 알았어!”
당찬 아이의 대답에 이경복은 물론 시청자들도 절로 미소가 나왔다.
-크으! 딸랭구 기운 조코조코!
-아 ㅋㅋ 갓플이 퍼펙트 비율로 깨워줬잖슴
-확실히 애가 있으니까 분위기가 바로 사네 ㅋㅋㅋㅋ
-이게 진짜 가족이지 ㅋㅋㅋ
그리 훈훈한 분위기였지만 차량이 거주구역에 가까워지자 상황이 일변했다.
“아니, 갑자기 안개가?”
“분명 맑았는데…?”
거주구역이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내려올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안개였기에 다들 더 긴장했다.
-일단 밀도 보면 과거회상용은 아닌 거시고?
-ㅇㅇ 희미하게 건물들 윤곽은 보임
-곰보분위기 조성이랑 시야제한용인 듯?
-아오 ㅋㅋ 도나미쉑이 쉽게 보내줄 리가 없지
모두의 예상대로 차가 입구에 다다르자 단말기가 짧게 경고음을 냈다.
“흠, 여기도 규칙이 있나 보네요.”
“저도 이 시간에 거주구역에 온 건 처음이라…”
“엄마, 지금 내리는 거야?”
천진난만한 에밀리의 물음에 베로니카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아빠랑 엄마가 확인할 게 있어서…”
“규칙은 제가 확인할게요. 에밀리를 좀 봐주세요.”
“아. 네, 알았어요.”
이경복은 그녀에게 에밀리를 맡기고 단말기를 확인했다.
[66-1. 취침 시간 이후의 거주구역 내 통행은 전면 금지됩니다. 해당 시간대에는 ‘꿈’이 가장 왕성해지며, 그것들 역시 영향을 받습니다. 주민 여러분은 늦지 않게 귀가해주십시오.]
[66-2. 불가피한 이유로 취침 시간 이후 외부 활동이 필요하시다면 중앙 대로를 피해주십시오. 되도록 눈에 띄지 않게 인도의 ‘가장자리’에 붙어계시는 걸 강력 권고 드립니다.]
[66-3. 외부활동 중 ‘소음’을 주의해주십시오. 소음은 수면의 주된 방해요소이며 그것들 또한 소음에 민감합니다. 만약 그것들이 주민 여러분께 관심을 가졌다면 침착하게 등을 돌리고 조용히 지나가기를 기다리십시오.]
당장 표기된 규칙은 그게 전부였다. 이경복은 그에 살짝 눈가를 찌푸렸다.
“으음, 이거 아무래도 차를 타고 가기는 힘들 것 같네요.”
-킹부러! 걸어가게 하려고!
-일단 괴이가 나오는 건 의심할 필요도 없는 거시고?
-그래도 대처가 어렵지는 않은 듯?
-베머니랑 딸랭구가 있어서 그런가 ㅋㅋ
이경복이 채팅에 고개를 주억거리고 베로니카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제가 앞장서서 길을 확인할게요.”
“알았어요. 그럼 제가 에밀리를 안고 갈게요.”
“나 애기 아닌데… 나도 걸을 줄 아는데…”
심각한 두 사람과 달리 에밀리는 입술을 삐죽였다. 그에 다들 실소가 나왔지만 곧 긴장의 끈을 조였다.
“안개가 진짜 짙으니까 바짝 붙으세요.”
“네. 걱정하지 말아요.”
베로니카는 그리 대답하며 이경복의 옷깃을 살짝 잡았다. 이어 세 사람은 규칙에 나온 대로 인도의 가장자리에 붙어 앞으로 나아갔다.
-어씨! 저거 뭐임!
-뭐 나옴? 나 채팅창만 보는 중!
-야앀ㅋㅋ 노시청 빡채팅은 뭔뎈ㅋㅋ
-아닠ㅋㅋ 그냥 건물 그림자라곸ㅋㅋ
-무슨 윤곽만 나오면 트수들 놀라는 거 보솤ㅋㅋ
-나올 듯 말 듯 뭐가 안 나오네 ㅋㅋㅋ
-도나미쉑들 블러핑친 거 아님?
-이미 효과 낭낭한 거시고요?
계속해서 이어지는 안개에 시청자들도 조금씩 긴장을 풀었다. 그러나 이경복의 표정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뭔가 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위협이 느껴졌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꽤 많은 숫자였다.
“…베로니카 등 돌려요.”
“네? 아, 네…! 에밀리 잠깐만 고개 숙이고 있어.”
“우웅… 알았어요…”
이경복의 지시에 두 사람은 바로 대로를 등지고 섰다. 시청자들은 갑자기 왜 그러나 싶었는데.
-????????????
-헐;;; 저거 뭐임?!
-이번에는 진짜 나옴? 낚시 아니고?
-와 ㅅㅂ 스케일 보소
-날아다니는 거 머리임?
-무친? 숫자 왜케 많음?
안개 속에서 서서히 나타나는 그림자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 그대로 건물만한 것도 있었고 그 옆을 날아다니는 놈들도 있었다. 이윽고 멀리서 서서히 소리가 커지며 들려왔다.
“방울소리…?”
주기적으로 딸랑거리는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에 이경복은 슬쩍 옆으로 눈을 돌렸다.
안개 속 커다란 괴이의 그림자 아래 대로를 따라 다가오는 수많은 실루엣들이 보였다.
-헐;;; 개많네 진짜
-햐 ㅋㅋ 그래도 도나미가 일본 개발사가 맞긴 하네
-서양에도 이런 비슷한 거 이씀ㅋㅋ
-와일드헌트라고 있제ㅋㅋㅋ
-아시아의 와일드헌트 백귀야행ㅋㅋㅋ
깊은 밤, 인외의 존재들이 돌아다니는 현상.
이른바 백귀야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