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1
상승곡선 (4)
월요일 A팀 세트장 촬영은 김세희가 포함된 스케줄은 아니었다. 그러나 김세희의 스케줄인 B팀 야외 촬영이 바로 옆줄에 붙어 있었기 때문에 오전에 동시 진행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최종으로 나온 스케줄 표에는 A팀 세트장 촬영이 오후로 내려가 있었다.
“그게 왜 바뀌었냐면······.”
김세희가 가리킨 곳을 확인한 막내 매니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출연자 중 한 명이 급한 일이 생겨서 바꿨다고 하더라구요.”
“출연자? 누구?”
“어······ 왕세자 호위무사 역할 하시는 분이요. 그분 가족이 수술을 하게 돼서. 암이라던가? 보호자가 그분밖에 없다고······.”
함께 작품에 출연 중인 배우의 가족이 수술한다는 말에 김세희도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어머······. 그 친구 아직 어리지 않아?”
“맞아요. 저보다 어렸던 것 같은데.”
“그래도 스케줄 바꿀 수 있어서 다행이었네.”
“그 사실 먼저 알고 강도준 씨가 광고 촬영 일정까지 바꿔 가면서 촬영 일정 바꾼 거래요.”
막내매니저의 말에 김세희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네. 지금 스태프들한테도 다 소문이 나서 다들 그 호위무사 배우분 어린데 안됐다고도 하고, 강도준 씨 칭찬도 하고······. 아무튼 그렇더라구요.”
김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들었다.
‘배우 이름이 뭐였더라······.’
함께 작품 중인 배우의 이름도 모르는 게 민망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많은 출연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외울 수도 없었고, 특히나 호위무사는 김세희와 촬영이 겹치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윤정훈······. 스물두 살이네.’
그렇게 생각하며 김세희는 새삼 도준의 배려심에 감탄했다.
‘당연히 일정을 바꿔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막상 그게 쉬운 게 아닌데······. 특히 지금처럼 바쁠 땐······.’
편한 대로 스케줄을 짜도 벅찬 게 사실이었다.
‘확실히 남다른 구석이 있어.’
제작발표회 때 말한 대로 김세희는 도준의 연기를 보고 복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도준은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난 연기자였다. 작품 자체도 좋았지만, 배우로서 도준과 함께 연기해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잘한 선택이었다. 김세희는 도준과 연기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되찾고 있었다.
상대 배우가 워낙 훌륭한 연기를 하니, 자신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불타올랐다.
거기에 도준은 알수록 괜찮은 인물이었다.
이치훈과 연기 연습을 하는 것도 알고 있었고, 이번에는 조연을 위해 스케줄을 바꾸어주었다고 했다.
모든 배우가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었지만, 김세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인기 배우들은 자기 잇속 챙기기 바빴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돼 인기를 얻은 경우에는 더 기고만장해져 다른 이들을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기 일쑤였다.
그에 비하면 도준은 매우 훌륭했다. 그 성품이 얼굴에 드러나는 것 같았다.
‘확실히 가장 훌륭한 점은 얼굴이랄까······.’
도준의 얼굴을 떠올린 김세희는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참았다.
배우 생활을 하며 잘생긴 남자는 지겹게 봤다고 생각했는데, 도준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반하는 연기가 가장 쉬울 정도였다.
어쩐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아 김세희는 생각을 멈추었다.
다행인지 마침 인터뷰 현장에 벤이 도착해 있었다.
“언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내리셔야 되는데······.”
“아, 어. 내려야지. 내리자!”
김세희는 허겁지겁 옆에 놓았던 자신의 가방을 챙겨들었다.
***
“이게 범인이었나 보네.”
진성현 실장이 휴대폰 화면에 집중한 채 중얼거렸다.
더위가 가시고 훌쩍 가을이 다가오며 다들 놀러가기 바쁜 주말 어느 날이었다.
촬영장 스태프와 배우들에게는 어느 때와 다름 없는 촬영일이기도 했다.
씬 하나 촬영을 마친 도준이 다음 씬을 위해 옷을 갈아입는 동안 진성현 실장은 휴대폰으로 이런저런 기사들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도준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방송 시간 전후로 이름이 오르는 것은 이제 익숙한 일이 되었지만, 오늘은 방송일이 아니었다.
이유 없이 실시간검색어에 오르는 법은 없으니 진성현 실장은 놀랐다.
‘우리 쪽 기사 나간 것도 없을 텐데······.’
진성현 실장이 모르는 기사가 나갔다면, 안 좋은 기사일 가능성이 높았다. 매일 촬영장에만 있는 도준에게 나쁜 기사가 나갈 것도 없었지만, 시청률과 함께 도준의 인기가 치솟고 있었다.
도준에 대한 이미지는 대부분 호감이었지만, 치솟는 인기는 시기도 불러오기 마련이었다.
거기에 관심이 워낙 높을 때이다 보니 어떻게든 도준을 이용해 조회수를 높이려고 ‘어그로성’ 기사를 쓰는 기자도 생겨날 때가 됐다.
찌푸린 채 도준이 실시간검색어에 오른 이유를 검색하던 진성현 실장은 잠시나마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원인은 김세희의 인터뷰였다.
이전에 한 김세희의 인터뷰가 오늘 공개되면서, 김세희의 인터뷰 중 도준에 대한 언급이 파생기사로 퍼지고 있었다.
「Q. 상대배우인 강도준과의 호흡은 어떠한가.
A. 식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좋다. 굉장히 만족스럽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같이 상의를 하기도 하지만, 일단 내가 하나 행동하면, 열을 알고 맞춰준다. 첫 주연이라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그 여유는 연기 실력에서 나오는 것 같다.
Q. 만족스러워하는 게 눈에 보인다. 호감이 굉장한 것 같은데…
A. 저를 또 낚으시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성적인 호감은 아니고. 사람으로서 호감이 갈 수밖에 없다. 촬영장에 있어 보면 자신의 연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준다. 나나, 이치훈 배우도 그렇고. 오늘은 한 출연자를 위해 스케줄 조정까지 감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Q. 스케줄 문제는 굉장히 예민한 문제로 아는데 놀랍다.
A. 나도 놀랐다. 기자님도 나중에 인터뷰 해 보시면 내가 왜 이렇게 칭찬만 하는지 알게 될 거다.
Q. 강도준은 가장 핫한 남배우다. 인터뷰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다. 소원이다. 연결해줄 수는 없나.
A. 역시 여자들 다 똑같다. 나보다 강도준을 더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
Q. 절대 그럴 리 없다. 다음 질문은 20대 여성들이 가장 선망하는 여자, 김세희에 대한 궁금증인데······」
“칭찬이 엄청나네.”
하긴 안 좋은 기사를 쓰려고 해도 기자들은 작은 실마리조차 아직 찾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도준의 이미지가 워낙 흠결이 없었고, 인기가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자칫 삐끗할까 자신이 너무 마음 졸였던 듯했다.
“칭찬? 범인은 무슨 범인이요?”
막 의상을 갈아입고 온 도준이 진성현 실장에게 물었다.
휴대폰에서 시선을 뗀 진성현 실장은 도준을 보고 잠시 놀랐다. 이제 일 년 넘게 보는 얼굴인데도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이야, 의상 잘 어울린다.”
“그래요? 너무 튀지 않나 걱정했는데.”
질 좋은 비단으로 만든 분홍색 도포를 걸친 도준을 보며 옆에 있던 스타일리스트가 그런 걱정을 왜 하냐고 고개를 저었다.
진성현 실장도 걱정할 필요 없겠다고 말했다. 밝은 분홍색이 도준의 흰 얼굴을 더욱 밝혀주며 ‘곱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한복 의상 디자이너가 도준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한 옷이니 더 어울릴 수밖에 없기도 했다.
“아, 그 범인은 뭐냐면. 너 갑자기 실검 올랐는데. 이거 봐. 김세희 씨가 인터뷰에서 네 칭찬을 아주 제대로 했네.”
인터뷰 내용을 확인한 도준은 멋쩍어졌다.
“좋게 봐주셔서 항상 감사하긴 한데······.”
도준이 쑥스러움에 이마를 긁적거렸다.
김세희의 인터뷰를 토대로 쓴 파생 기사들의 제목은 조금 낯뜨거울 지경이었다.
거기다 촬영 일정을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한 ‘진정 가구’ 쪽에서도 재빠르게 기사를 낸 상태였다.
댓글은 모두 칭찬 일색이었다. 특히 후배 배우를 위해 자신의 촬영 일정을 바꾸었다는 얘기는 도준을 따르는 팬들의 마음에 크게 울린 듯했다.
한 순간, 순간 도준의 바른 선택들은 도준을 더욱 큰 배우로 성장시키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선택이었지만, 도준은 좋은 작품과 자신을 좋게 봐주는 배우들을 만난 행운에 감사하고 있었다.
“주연 배우들 한 마디, 한 마디 가지고도 기사가 다 나고, 실검 오르고. 확실히 화제성이 장난 아니네. 하긴 이번 주 시청률이 37%였으니까 당연한 건가.”
진성현 실장은 뿌듯함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의 시청률은 이제 30%도 아닌 40%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이번 주 목요일 방송 된 16부 시청률이 37%였다. 추석 때 재방송과 함께 스페셜 방송이 나가며 시청률 상승에 영향을 준 듯했다.
“다음 주면 40% 나올 것 같던데. 시청률 공약도 냈잖아.”
시청률 공약 아이디어는 이치훈이 낸 것이었다. 시청률 30%가 넘었을 때 메이킹 비디오를 찍는 카메라맨을 향해 말한 것이 기사화돼 만약 시청률 40%가 넘어간다면, 지켜야만 하는 공약이 돼 있었다.
“아, 그거요······. 40% 넘을 수 있을까요.”
“못해도 마지막 방송 때는 넘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도준은 아직도 자신이 주연인 작품이 공중파 방송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 후보에 오른 것이 얼떨떨하기만 했다.
도준은 인기의 비결이 반쯤은 대본과 연출의 힘이고 반쯤은 ‘국민 여신’인 김세희의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촬영장에서 인터넷으로만 반응을 확인하고 있으니 자신의 인기를 체감하지 못한 탓이었다.
***
그리고 결국 은 시청률 40% 고지를 18부만에 넘겼다. 촬영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촬영이 막바지에 다다른 터라 작가실도, 촬영장도 모두 피곤한 이들뿐이었지만, 피곤도 잊을 만한 좋은 성적이었다.
20부 촬영을 앞에 두고, 의 주연진은 겨우겨우 짬을 냈다.
시청률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세상에 진짜로 넘다니······.”
도준과 김세희, 이치훈까지 세 사람은 촬영장에서 함께 출발 준비를 했다. 이치훈은 준비를 하면서도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치훈 오빠, 공약 낼 거면 혼자하지 그랬어요.”
“나도 오를 줄 몰랐지.”
김세희가 새치름하게 말하며 투덜댔다. 기분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바쁜 와중에 공약 때문에 촬영장을 비워야 하니 그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근데······ 사람이 많이 올까?”
세 사람은 각자 캐릭터의 대표 의상을 입고 있었는데, 도준의 경우에는 분홍색 도포였다.
분홍색 도포를 입은 방송일에 반응이 폭발했기 때문이었다.
도준의 물음에 이치훈이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근데 꽤 오지 않을까. 어제 공지해서 홍보는 하루밖에 안 됐지만······.”
“두 사람 다 이런 공개 행사 안 해봤구나.”
김세희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 왜?”
“가서 봐봐요. 사람이 얼마나 와 있을지.”
이치훈이 내건 시청률 40% 공약은 다름 아닌 공개 악수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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