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2
상승곡선 (5)
세 사람이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경복궁이었다.
도준의 눈 앞에 서울 시내를 오가며 자주 보았던 근정전 지붕이 담 위로 높게 솟아 있었다.
의 인기가 올라가자 문화재청에서는 에 등장하는 문화유산을 더 크게 홍보할 방안을 찾고 있었다.
그때 이치훈의 공개 악수회 공약이 기사화된 것이다. 문화재청 홍보팀에서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홍보팀의 한 여직원이 의 애청자였던 것도 놀라운 추진력으로 일을 진행시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문화재청 홍보팀은 RBC에 공개 악수회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문화재청이 제시한 장소는 경복궁이었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마다할 것 없이 의미 있는 장소였고, 문화재청에서는 큰돈 들이지 않고 유명 연예인을 불러 경복궁을 홍보할 좋은 기회였다.
물론 경복궁만 따지고 보면, 다른 홍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이미 방문객이 많았다.
그러나 문화재청 홍보팀 쪽에서는 다른 여러 가지 유적지 홍보 팸플릿과 추가 행사도 준비할 예정이었다.
“경복궁에서 악수회라니······.”
처음 하는 악수회의 장소가 경복궁이라는 것이 도준은 얼떨떨하기만 했다.
“너는 진짜, 복은 타고 났다. 데뷔가 박찬종 감독 작품이더니, 첫 주연은 40%를 넘겨 버리고. 이제는 경복궁에서 악수회를 하네.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는지······. 진짜 왕이라도 했던 거 아냐?”
진성현 실장의 말에 도준은 피식 웃었다.
더 이전의 생이 있었다면, 그것까진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도준이 살았던 직전의 생은 왕과도 복과도 거리가 먼 삶이었다.
그러나 현재 분홍색 도포를 입고 담 아래에서 궁을 바라보고 있는 도준은 정말 궁에 사는 왕처럼 보였다.
“궁에 오니 옛 기억이 떠오르시는가.”
옆에서 검푸른색 도포를 걸친 이치훈이 물었다.
“뭐······ 조금 기억이 나는 듯도 하고.”
도준이 받아치자 옆에서 듣고 있던 김세희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연기밖에 몰라 딱딱한 성격인 줄로만 알았는데, 세 달 가까이 동고동락하며 지내다 보니 도준의 편안한 모습도 많이 볼 수 있게 됐다.
“근데······ 아무도 안 온 것 아냐?”
매니저들이 벤을 세운 곳은 경복궁 옆쪽의 한산한 주차장이었다. 일반관람객이 입장하는 문과는 꽤 떨어져 있었다.
악수회 장소인 경복궁 앞에 도착했음에도 현수막 하나 찾아보기 힘든 일상적인 풍경에 그래도 꽤 사람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던 이치훈도 뒤늦게 걱정했다.
주차장에 내리기무섭게 주변을 둘러 보며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 걱정인 김세희와는 다른 고민이었다.
“오빠, 여기는 뒤편이잖아요.”
김세희가 답하기도 전에 한편에서 세 사람을 알아 본 행인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매니저들이 주변을 살피며 세 사람을 보호했다.
“그런가. 하긴 그래도 어제 인터넷에서 150명 추첨했다고 했지? 그분들은 오셨겠지. 하하.”
어색한 웃음을 흘리는 이치훈에 도준이 이치훈의 어깨를 토닥였다. 역시 실전 체질인 도준은 막상 현장에 오니 걱정도 긴장도 없이 편안했다.
이 악수회도 일종의 연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강도준을 만나러 오는 게 아니라 의 왕세자를 만나러 오는 거겠지.’
그냥 도준의 개인 악수회가 아니라 악수회였다.
극중 의상을 갖춰 입은 채였고, 장소는 궁. 의 애청자들에게는 화면 속에서만 보던 등장인물들을 직접 만날 절호의 기회였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내 본모습이 아니라 왕세자의 얼굴을 한 나야.’
카리스마 넘치고, 다정한, 화면 속 왕세자를 기대하고 올 이들이었다. 그러니 도준은 그 모습을 연기할 생각이었다.
‘그런 환상을 구현해내는 게 배우이기도 하니까.’
물론 자신의 연기와 캐릭터를 사랑해주는 이들을 대하는 도준의 마음만은 진심으로 기쁘고, 반가울 것이다.
세 사람이 도착한 것을 발견한 경호업체 인원들이 세 사람의 곁으로 다가왔다.
세 사람은 경호원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궁 안으로 들어섰다.
***
“꺄아아아!”
“어머, 어머! 너무 잘생겼어!”
“헐, 언니 너무 예뻐요-!”
“강도준? 뭐야? 나 꿈꾸고 있는 것 같아.”
“세상에······..”
“왜 저렇게 잘생겼어? 홀로그램 아냐? 진짜 강도준 맞아?”
“여러분, 이러면 안 됩니다! 물러나세요!”
“손 한 번만 잡아주세요!”
“뒤로 가세요!”
배우들이 등장하자 궁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경회루 뒤편에 설치한 행사용 단상에 가는 길을 따라 사람이 구름떼처럼 몰렸다.
평일 오후 3시라는 애매한 시간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인파였다.
악수회가 열리는 것을 알고 온 이들이 반이었고, 경복궁에 나들이를 왔다가 팀이 왔다는 소식에 달려온 이들이 반이었다.
몰려든 사람들로 길이 반쯤 막혀 있었다. 배우들을 만지려는 사람들에게서 몸을 움츠린 채 배우들은 비좁은 길을 빠져나와 겨우 단상에 다다랐다.
혼잡한 상황 때문에 오 분이면 걸어왔을 거리를 몇십 분이 걸렸다.
단상 앞에는 악수회에 당첨된 인원 150명이 간이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 뒤로 행사를 보러 온 이들이 가드라인 뒤로 수백 명이었다.
행사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도 상당했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호업체 직원들은 긴장한 채 단상 아래에서 주변을 살폈다. 경호원들과 함께 배우들을 보호하며 여기까지 온 진성현 실장과 매니저들은 뒤편에서 겨우 땀을 식혔다.
“와아······..”
단상 위, 지정된 위치에 선 이치훈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감탄했다.
오는 길이 워낙 험난해 정신없기도 했지만, 자신들을 보러 모인 사람들을 보니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도준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눈을 빛내며 자신들을 올려다 보는 인파를 보자 체감하지 못하고 있던 인기가 드디어 피부에 와 닿았다. 팔뚝에 소름이 돋는 듯했다.
그나마 김세희만이 예상했던 상황이었지만, 김세희도 아예 놀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남녀와 나이를 불문한 인기는 김세희도 처음이었다.
진행자에게 마이크를 넘겨받은 세 사람이 차례로 인사했다.
이치훈의 인사에 환호하는 이들도 꽤 많았다. 주로 연령대가 높은 것에 이치훈은 앞으로 자신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안녕하세요, 왕세자 이창입니다.”
“꺄악!”
도준의 인사에 함성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정말이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도준을 보며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악수회에 당첨된 엄마가 데리고 온 듯 앞에 앉은 어린 남자아이가 별안간 소리쳤다.
“내가 바로 이 냐라의 왕이 될 국뽀니다!”
어린아이였지만, 워낙 목소리가 또랑또랑했고, 함성이 가라앉아 고요한 순간의 외침인지라 단상 주변의 모두가 아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이가 이 빠진 발음으로 따라한 대사는 14부 엔딩을 장식한 도준의 대사였다.
‘내가 바로 이 나라의 왕이 될 국본이다.’는 대사를 치는 도준은 정말로 위엄 넘치는 왕세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굉장한 호평을 받았고, 이후로 여기저기에서 해당 대사를 따라하고, 패러디하기 바빴다.
아이가 따라한 대사는 위엄 가득했던 도준의 연기와는 너무 달랐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단상 위의 세 사람도 아이의 귀여움에 웃음을 터뜨렸다.
도준은 자신의 대사를 어린아이까지도 따라하는 것에 놀라면서도, 가슴 한편에 차오르는 뿌듯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어린 시절, 도준도 화면 속 멋진 주인공들을 보며 그 인물이 되길 꿈꿨었다.
“어머, 얘가. 그렇게 큰소리로······.. 얘가 왕세자를 너무 좋아해서요.”
시선이 집중된 것에 아이의 엄마가 부끄러워하며 서둘러 아이에게 큰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아이를 타일렀다.
그러나 진행자는 과열되었던 열기가 아이 덕분에 시선도 분산되고, 훈훈하게 변해 다행이라고 생각 중이었다.
“여기 그 대사의 주인공이 계신데 화제의 대사를 안 들어볼 수 없죠. 배우님, 가능하실까요?”
갑작스러운 부탁이었지만, 도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연기를 하기에는 무척 산만한 상황이었지만, 처음부터 연기한다는 생각으로 단상 위에 올랐던 도준이었다. 도준은 순식간에 집중했다.
“내가 바로······. 이 나라의 왕이 될 국본이다.”
도준의 낮고 깊은 음성에는 분노와 결의가 가득 차 있었다.
여기저기 대화 소리가 들려오던 단상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잠시간의 정적이었지만, 꽤 길게 느껴졌다.
도준의 연기가 사람들을 압도한 것이다.
곧바로 칭찬의 말을 기계적으로 내뱉을 생각이었던 진행자도 잠시 당황해 그 타이밍을 놓쳤다. 뒤늦게 진행자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와, 역시. 대단하네요. 정말 왕세자가 다녀간 것 같았어요.”
진행자의 칭찬에 도준이 머쓱해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디선가 젊은 여성의 앓는 소리가 들렸다. 도준은 반짝거리는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단상 아래의 아이와 눈을 맞추었다.
간단히 감사 인사를 전한 후, 악수회는 곧장 시작되었다. 모두 바쁜 스케줄이었기 때문에 악수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150명의 인원은 각자 자신의 방법대로 배우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을 좋아하는지 전했다.
많은 이들과 연달아 악수를 하다 보니 손이 뜨겁고 아팠지만, 무척이나 뜻깊은 시간인 것만은 확실했다.
‘이렇게나 사랑받고 있었다니······..’
도준은 벅찬 감정을 간직한 채 팬들과 악수했다.
뒤이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김세희에게 커다란 선물을 전하는 팬들이 있었다. 옆에서 다음 팬을 기다리던 도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들에게로 향했다.
“언니 보러 한국 왔습니다······.”
“감사해요. 중국 어디에서 오셨어요?”
김세희는 억양과 차림새, 선물의 붉은 포장지를 보고 곧바로 그녀들이 중국에서 온 팬임을 알아차렸다.
김세희는 이미 지난 작품으로 중국에도 이름을 꽤 알린 상태였다. 중국 쪽에서 반응이 좋아 팬도 꽤 많았다.
전날 악수회 공지를 올렸으니 곧바로 비행기를 끊어 온 게 분명했다. 놀라운 열정이었다.
“우리 상하이! 언니, 오빠······ 너무 좋아요.”
중국 팬들은 김세희뿐 아니라 도준도 알고 있었고, 심지어 그들 중 한 명은 도준을 보러 온 것이었다.
중국 내에 은 정식 방영되지 않았지만, 이미 인터넷으로 을 접한 중국 시청자가 많았다.
도준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자신을 찾아 온 이가 있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빠! 중국 반드시 오세요! 내 친구 다 좋아해요!”
한국 스타의 팬답게 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중국인이었다. 도준은 신기한 기분으로 손을 잡고 악수를 하며 끄덕였다.
***
단상 아래에서 악수회 현장을 지켜보던 진성현 실장은 팔짱을 낀 채 낮은 한숨을 쉬었다.
진성현 실장은 차근차근 관중들을 보았다.
악수회에 당첨되지 못한 가드라인 뒤의 인파 속에도 어렵지 않게 중국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거 아쉬운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