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8
반격 (4)
***
상영관이 아무리 적다고 해도 전국 상영관에서 전석 매진이 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두 주연 배우가 무대 인사를 도는 상영관들은 이미 모두 매진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시작부터 느낌이 좋았다. 매진 기사로 기대감이 고조된 가운데 개봉일이 됐다.
첫 무대 인사가 있는 날이기도 했다.
오늘 팀은 같은 극장에서만 10시 50분, 12시 50분, 15시 연달아 세 개의 무대 인사가 있었고, 저녁에는 강남으로 넘어가 다섯 개의 무대 인사 행사를 연이어 가질 예정이었다.
메가 엔터 극장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도준은 마침 벤에서 내리고 있는 박혜서를 발견했다.
“혜서 씨.”
박혜서가 도준보다 일 년 더 먼저 데뷔한 선배였지만, 나이가 다섯 살이나 어리다 보니 선배님이 아닌 ‘혜서 씨’로 정리되었다. 박혜서가 선배님은 너무 부담스럽다고 한 게 이유였다.
대부분의 배우들도 그런 식으로 도준과 호칭 정리를 하고는 했다.
“아, 도준 씨. 안녕하세요.”
“네. 어?! 이거 그 머리······.”
박혜서와 인사를 나누던 도준이 박혜서의 머리 스타일을 가리켰다.
도준이 예능으로 단번에 TV 속 시청자들을 영화관으로 불러들였다면, 박혜서는 패션잡지 화보와 인터뷰로 자신과 영화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홍보 차원에서 찍은 패션 화보 하나가 인터넷상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컨셉에 맞춰 찍은 순수하고 어딘지 모르게 묘한 분위기의 화보가 많은 이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다. 특히 화보에서 하고 나온 박혜서의 헝클어진 듯한 자연스러운 웨이브 머리가 여자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인터넷 사이트에 ‘올여름 도전하고 싶은 헤어스타일’ 순위에 오르내리며 여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박혜서 머리를 하고자 했고, 헤어샵에서는 “손님 이건 고데기예요.”라는 말을 하루에도 두세 번씩 해야만 했다.
도준도 박혜서의 머리가 유행하고 있는 걸 알 정도였다.
최근 소나무 엑터스 사무실에 들렀다가 여직원 몇 명이 비슷한 웨이브 머리를 하고 있는 걸 봤기 때문이었다.
“맞죠?”
“반응이 좋은 것 같아서······ 앞으로 무대 인사 돌 때도 이 머리로 가려고요. 영화 분위기랑도 잘 맞고.”
“네. 너무 잘 어울리시네요. 다들 따라 하고 싶을 만해요.”
도준의 칭찬에 박혜서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괜히 예쁘다, 귀엽다는 말을 남발하는 다른 남자 배우들과 달리 도준은 그런 말을 실없이 하는 편이 아니라는 걸 알아 더 수줍기도 했다.
박혜서를 칭찬하고 있는 도준은 여름용 얇은 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캐릭터를 살려 무대 인사를 도는 게 보통이라지만, 숲속에 살던 ‘은우’와 같은 차림새로 도심을 돌아다닐 수는 없었으니 최대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편안한 차림이었어도 얼굴이나 몸, 빠지는 곳이 없다 보니 백 미터 밖에서 봐도 ‘저 연예인입니다.’ 하는 느낌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정말 숲속을 산책이라도 하듯 편안해 보이기도 해 박혜서는 조금 궁금해졌다.
“도준 씨, 무대 인사 처음이시죠? 그런데 긴장은 안 되시나 봐요. 시사회 때도 편해 보이시더니······.”
무대 인사 타이밍은 영화 상영 전, 후 두 가지로 나뉘었다. 둘 모두 가까이에서 관객을 만나는 일이니 떨리는 건 당연했지만, 종영 인사는 아무래도 더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반응을 곧바로 알 수 있어 더욱 그랬다. 박혜서도 로 첫 무대 인사인데다 종영 인사라 긴장이 됐는데 도준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처음이라 뭐가 뭔지 몰라서 긴장도 안 되나 봐요.”
도준이 가볍게 답하자 뒤따라오던 진성현 실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얘는 원래 긴장 같은 거 안 해요, 혜서 씨. 인생 한 백회차예요······.”
진성현 실장의 말에 박혜서와 도준이 동시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편안해 보이긴 하지만, 도준도 물론 첫 주연 작품에 무대 인사를 앞두고 기분 좋은 긴장감 정도는 느끼고 있었다.
더군다나 첫 주 결과를 가지고 상영관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책임감도 느꼈다. 그러나 이미 언론 시사회의 반응으로 작품에 대해 확신한 후였다.
‘평론가와 관객이 영화를 보는 시선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 있어. 사람들이 좋아해 줄 거야.’
도준은 생각하며 휴대폰 속 시간을 확인했다.
10시 45분. 아침 9시에 시작한 개봉 첫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막 올라가고 있을 시간이었다.
***
러닝 타임 105분.
관객석의 사람들은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을 보며 잠시간 멍한 상태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105분의 시간 동안 관객석이 얼마나 집중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중 대다수는 눈물을 흘리는 중이었다.
후반부부터 객석에서 들려오던 훌쩍거림이 한두 명의 소리가 아님을 증명하듯,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고 불이 켜지자 옷 소매나 휴지로 눈물을 닦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미정아······. 그렇게 슬프냐. 그만 좀 울어.”
찬호는 미정을 달래며 말했다. 찬호는 여자친구인 미정이 얼마 전부터 도준에 빠져 이른 아침부터 끌려나온 상태였다.
“너무 슬프잖아. 흐윽······. 오빠는 슬프지도 않아?”
“아니이······ 나도 슬프긴 한데.”
사실 그조차도 동물 얘기라 그런지 괜히 집에 있던 강아지 둥둥이가 생각나 조금 울컥해 있는 상태였다.
사람들이 눈물을 터뜨린 부분은 모두 같았다.
개발을 위해 은우가 기거하던 숲속 나무들이 밀리게 되고, 은우는 자신이 태어나 자란 숲을 떠나 새로운 숲을 찾아 떠나는 장면이었다.
여자주인공인 은지와 헤어질 때, 호랑이로 변하기 직전 은우가 뒤 돌아서며 흘린 눈물 한 방울과 짐승이 앓는 듯한 신음이 모두의 마음을 울려버린 것이다.
“흑······. 근데 강도준 연기 진짜 잘하지 않아? 처음에 숲에서 나타날 때랑······ 진짜 호랑인 줄 알았어.”
“그러게. 목소리에 효과음 입힌 건가? 진짜 짐승 울음소리처럼 내던데.”
“연기도 잘하고······ 진짜 너무 잘생겼어. 크흥. 어떻게 얼굴에 더럽게 검댕 칠해놨는 데도 잘생겼지. 몸도 좋고······.”
찬호가 건네는 휴지에 눈물을 닦고 코를 풀면서도 미정은 도준의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안 되겠어. 나 강도준 팬클럽 들어야겠어. 지금 모집기간일까?”
“그래······.. 남친 두고 네 맘대로 해라.”
영화 중반부에 포악한 야수의 얼굴을 했던 은우가 점점 순한 얼굴이 되는 모습에서 참지 못하고 “어떡해, 너무 잘생겼어.” 하는 감탄사를 반복하던 미정이었다.
물론 은우가 산발하던 머리를 깎는 순간에는 미정뿐만 아니라 상영관 전부가 들썩 거릴 정도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당장 자신과 헤어지고 도준과 사귀겠다고 해도 이해될 정도로 미정은 스크린 속 도준의 모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태였다.
물론 자신의 여자친구인 미정이 도준에게 사귀어달라고 해도 도준이 사귀어줄 것 같진 않았지만.
“난 박혜서 팬클럽 들 테니까.”
“그래, 예쁘더라. 나도 박혜서 그 머리 할까 봐······.”
찬호는 대꾸도 않고 조금 어이 없는 얼굴로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러나 객석에 앉아 있는 대다수가 여성이었고, 또 대다수가 미정과 같은 상태였기 때문에 더 할 말도 없었다.
찬호는 지금이 첫 상영 타임이기도 했고 무대 인사 스케줄이 있기도 했기 때문에 상영관에 도준의 팬이 많아 이런 분위기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문제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자신만 해도 계속해서 훌쩍거리는 미정을 이해할 만큼 속 도준의 모습은 완벽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데이트를 하다 보면 일주일에 한 편 정도는 꼭 영화를 보게 되기 마련이었는데 그중에서도 간만에 지루하지 않고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는 영화였다.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다.
상업영화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평이었다.
“이후로 이진환 감독님과 강도준, 박혜서 배우님의 무대 인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행사에 참여하실 관객분들은 착석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때 직원의 안내 멘트가 상영관을 울렸다.
영화의 여운에 빠져 있던 이들이 한층 더 술렁이기 시작했다.
찬호는 다가올 난리에 벌써부터 아찔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였다. 이진환 감독을 선두로 도준과 박혜서가 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옆을 돌아 보자 미정도 입을 틀어막은 채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
그렇게 하루에 최소 다섯 타임에서 많게는 열 타임까지 진행하는 무대 인사 스케줄이 계속되었다.
이제 개봉 5일 차였다. 주말인 오늘은 일산과 의정부 쪽 무대 인사가 예정돼 있었다.
“여기는 안 그래도 사람 많은 쇼핑몰이라서······ 가드라인 다 치고, 경비 인력 많이 세워놨다고는 하는데. 조심하자.”
“네, 알겠어요.”
벤에서 내리기 전, 진성현 실장의 당부에 도준이 답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무대 인사 일정에 익숙해진 도준은 다 비슷비슷하게 많은 인원일 거라 생각해 버리고 말았다.
“와아아아―.”
“오, 강도준, 강도준!”
“박혜서는? 뒤에 박혜서 맞아? 너무 예쁘다. 이야.”
“뭐야? 왜 온 거야?”
고양 스타마켓. 지하 4층부터 지상 4층까지 세워진 10만 평의 쇼핑몰에는 아이들과 놀러온 가족부터 연인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있었다.
그 스타마켓이 도준과 박혜서의 등장에 일순 술렁였다.
메가 엔터 영화관은 가장 꼭대기 층인 4층에 있었다. 무대 인사 일정을 준비한 배급사 쪽에서는 홍보 대행사와 상의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일부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아닌, 쇼핑몰을 가로 질러가는 길을 선택했다.
쇼핑몰 쪽에서 먼저 제안한 홍보 방안이기도 했다.
영화관까지 처진 기다란 가드라인을 따라 도준과 박혜서가 빠르게 걸음을 이었다. 가드라인 뒤쪽 사람들이 두 사람을 보기 위해 서로 밀치는 등 싸움이 일기 직전이었다.
“은우다!!!”
“어?! 호랑이! 호랑이!”
가는 길목마다 선 어린아이들이 도준을 보며 소리쳤다. 를 이미 관람한 아이들인 듯했다. 도준은 피식 웃으며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자, 몇몇 아이는 반갑게 마주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몇몇 아이는 무섭다고 울음을 터뜨려 함께 있던 아빠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스타마켓 4층은 도준을 보러 몰린 사람들로 완전히 마비가 되었다. 점포를 운영하던 매장 직원들도 손님이 들어오지 않는 터라 모두 장사는 접어두고 길목으로 나와 두 주연 배우를 구경했다.
북새통을 뚫고 도준과 박혜서는 겨우겨우 상영관 문앞에 다다랐다.
도준과 박혜서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스태프가 이제 상영관 문을 열겠다고 두 사람에게 알려왔다.
그렇게 문이 열리고, 가 막 끝난 상영관 안으로 도준과 박혜서가 들어섰다. 이번 상영관 내부에도 울음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
“도준 씨!”
“혜서 언니! 귀엽다!”
두 사람을 부르는 목소리는 이미 익숙한 것들이었다. 도준과 박혜서의 무대 인사 호흡도 촬영 때만큼이나 많이 맞춰진 상황이었다.
마이크가 전달되자 박혜서와 도준이 차례로 인사를 했다.
“은우 역의 강도준입니다. 만나뵙게 돼서 반가워요. 다들 영화는 잘 보셨나요?”
도준이 묻기 무섭게 “네!” 하는 답이 합창으로 들려왔다. 도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도준이 웃자 또 한 번 “꺄아” 하는 함성이 들려왔다. 도준의 행동 하나하나에 팬들이 반응하고 있었다.
동시에 어디선가 카메라 플래시가 마구 터졌다.
“어떤 장면이 제일 좋으셨어요?”
“눈밭 달리는 거요!”
“헤어질 때요!”
“키쓰― 씬!!!”
도준의 질문에 여기저기서 소리치듯 답이 나왔다. 항상 묻는 질문이었지만, 사람들 느끼는 게 비슷해서인지 늘 대답은 비슷했다.
눈밭을 달리는 장면과 은지, 은우가 헤어지는 장면은 도준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었다. 가장 고생한 장면이기도 했다.
엄동설한에 맨몸으로 달리는 장면을 촬영해야 했으니 기억에 남지 않을래도 기억에 남았다.
“은우야, 가지 마락!!”
헤어지는 장면 속 박혜서의 대사를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너무 큰 소리로 외친 탓에 약간 쉰 소리가 섞이며 삑사리가 나버렸다. 도준을 비롯해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도준은 웃으며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내 영화를 보고 울고, 웃고, 즐거워 하는 사람들······.’
홍보를 위해 무대 인사 일정을 늘린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도준은 배우로서 너무나 행복한 순간을 맞았다.
그리고 를 둘러싼 변화는 빠르게 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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