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83
1화가 방영된 다음 날, 도준의 대사는 이미 유행어가 돼 있었다.
여자주인공인 ‘정영원’과 사랑싸움을 하다가 난처해진 ‘유진오’가 하는 대사였다.
“불가능할 것 같아도 끝까지 포기 않고 방법을 만들어내는 거. 그게 대한민국 군인입니다.”
“무슨······.”
“그게 바로 나고.”
그렇게 말한 ‘유진오’는 화난 얼굴의 ‘정영원’에게 기습 키스를 하고, 놀란 얼굴의 송초희와 부드럽게 눈을 감는 도준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게 1부 엔딩 씬이었다.
1화에서의 키스 씬이 나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그 화제성은 엄청났다.
게다가 자칫하면 유치할 수 있었던 대사는 도준의 진지한 눈빛과 낮고 진중한 목소리와 어우러지며 멋지게 연출되었다.
덕분에 군대 이야기라 여성 시청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질 거라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랑 앞에서도 군인 정신으로 무장된 것처럼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유진오’는 드라마를 시청하던 여심을 흔들기 충분했다.
1화를 시청한 이들은 ‘유진오’가 ‘정영원’을 쳐다만 보고 있는 장면에서도 설레고 떨린다며 난리였다.
자기 일에 사명감 넘치고,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느라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유진오 중위’는 보통의 돈 많은 직업인 남자주인공보다 더 여성들의 심금을 울리는 부분이 있었다.
때문에 방송 시간 이후 올라온 인터넷 기사 댓글에는 카테고리를 불문하고 해당 대사가 쓰였다.
예능에 나온 연예인이 다이어트 때문에 힘들다는 기사에도, 프리미어리그 축구 선수가 새벽에 출전한다는 기사에도 ‘그게 대한민국 연예인’, ‘그게 축구 선수’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그뿐만 아니라 인스타 등의 온갖 SNS에도 도준의 대사를 패러디해 의지를 다지는 글들이 올라왔다.
[토익 600이지만 다음 달에는 900점으로 만들어내는 거, 그게 대한민국 대학생입니다. 그게 바로 나고!! 아자아자!!]
[불가능할 것 같아도 매일 밥 먹듯이 야근하는 거, 그게 대한민국 직딩입니다. 그게 바로 나고… (나 울고 있냐)]
가장 화제성이 큰 장면이 엔딩 씬이어서지, 엔딩 씬만 화제인 건 아니었다.
‘유진오’의 ‘정영원’을 향한 유치찬란한 대사를 읊는 장면 전부가 화제였다.
김진숙 작가의 대사들은 유치했지만, 그만큼 사람들에게 한 번쯤은 따라해 보고 싶고, 들어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그 대사를 하는 게 도준이라서 더 그랬다.
본래 진지하고 담백한 이미지의 도준이었기 때문에 느끼함이 빠지고, 의외성이 두드러지면서 대사가 더 살아난 것이다.
김진숙 작가와 보조작가들이 가편집본을 보고 축제 분위기가 되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도준은 자칫하면 과해질 수 있는 대본의 대사들을 전부 조화롭게 소화해냈다.
***
1화가 방영된 다음 날 오후, ‘소나무 엑터스’ 사무실 분위기는 무척이나 좋았다.
어느덧 소나무 엑터스 대표 배우로 우뚝 선 도준의 작품이 하루 만에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궈 놓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직원들은 모이기만 하면 어제 방영한 얘기를 했다.
도준을 케어하는 소속사 직원이기도 했지만, 도준에게 홀려 버린 여성 시청자이기도 했기 때문에 부서마다 꺄악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 흘러나왔다.
안 그래도 도준을 좋아하는 직원들이었는데 에서 도준이 다른 때보다 더 멋있게 나온다는 게 모두의 의견이었다.
홍보팀 대리 정은지도 마찬가지였다. 정은지는 소속사 SNS에 올릴 홍보물을 만들기 위해 1화 영상을 다운받아 주요 장면을 캡처하고 있었다.
“다시 봐도 너무 멋있다.”
“진짜······ 너무 짱이에요······. 복근 봐. 저런 게 초콜릿 복근인가 봐요.”
정은지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인턴도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피부가 희니까 화이트 초콜릿 복근?······.”
“아, 맞네요······.”
두 사람의 대화는 곧 끊겼다. 어느새 드라마에 집중한 탓이었다.
그 뒤를 지나던 진성현 부장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며 말했다.
“정 대리, 지금 일하는 거 맞지?”
“어머, 진 부장님.”
마우스에서 손까지 놓은 채로 그저 화면에 넋을 놓고 있던 정은지가 놀라 뒤를 보았다. 팀은 달랐지만 진성현 부장은 어쨌든 회사의 상사였기 때문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 이게······ 그······ 캡쳐해서 홍보물 올리려고 하고 있거든요.”
“아아. 알아. 사무실인데 설마 일하고 있는 거지 배우 얼굴 보면서 침 흘리고 있는 거겠어?”
“부장니임······.”
진성현 부장이 짓궂게 놀리자 정은지 대리가 얼굴을 붉혔다.
“재밌긴 재밌더라.”
“진 부장님도 보셨어요?”
“당연하지. 난 도준이랑 같이 봤어.”
“부러워요······.”
진성현 부장이 팔짱을 낀 채 흘러나오는 장면을 함께 감상했다.
‘1988년도에 올림픽보다 중요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게 교과서에 안 실려 있었네요.’
‘올림픽보다 중요한 사건?’
‘당신 태어난 거요.’
‘유진오 씨. 이런 캐릭터였어요?’
‘알았으면 더 빨리 찾았을 텐데, 당신.’
화면 속 도준이 송초희를 향해 씨익 미소를 짓고 있었다. 화제가 되고 있는 러브 씬 중 한 장면이었다.
“세상에······.”
진성현 부장이 새삼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어제 보았을 때도 경악했던 장면이었는데, 밝은 대낮에 보니 민망할 지경이었다. 두 번째 보는 데도 전혀 적응되지 않는 오글거림이었다.
“도준이는 저런 걸 잘도 했어. 어휴······.”
진성현 부장이 간지럽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을 보며 정은지 대리가 불퉁하게 말했다.
“재밌게 보셨다면서요.”
“난 액션 씬을 재밌게 봤지.”
화제가 되고 있는 건 러브 씬뿐만이 아니었다.
초반 도준과 선우태, 부대원들이 나와 테러리스트와 총격전을 벌이는 씬 같은 액션 씬도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
폭파 씬에 이어 도준과 부대원들을 작전지에서 데려오기 위해 헬리콥터 부대가 등장하는 장면은 백억 대 제작비를 실감할 수 있게 하는 장면이었다.
“헬리콥터 장면 같은 거, 그런 거 멋지더만.”
“맞아요. 거기서도 강 배우님 진짜 멋있게 나오시던데······.”
“세상에, 여기가 회사야 도준이 팬클럽이야. 정 대리 상태보니까 홍보물은 잘 나오겠네.”
“당연하죠. 야근을 해서라도 아주 고퀄로 뽑을 겁니다.”
“그래, 그래. 자발적으로 그렇게 해주면 나야 좋지. 그럼 수고해. 침은 적당히 흘리고.”
“부장님도 참!”
진성현 부장이 기분 좋게 웃었다.
‘여직원들이 저 정도 반응인 걸 보면······ 주 시청층은 확실히 잡은 것 같은데······ 시청률이 어디까지 오르려나.’
의 경우 사극이었기 때문에 40%가 넘는 시청률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현대물 로맨스 드라마로 그 정도 시청률은 아무리 김진숙 작가라고 해도 힘든 수치였다.
‘인터넷이 생긴 데다 예전과 달리 방송 채널도 너무 많아졌고······.’
진성현 부장은 대충 나올 수 있는 최대 시청률을 계산하며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그런 진성현 부장의 뒷모습을 잠시 흘기던 정은지 대리는 다시 열심히 마우스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어젯밤 방영된 2화 시청률이 공개되자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전날인 1화 시청률이 18.2%였다. 반응이 좋아 오를 거라는 예상은 가능했지만, 많이 올라 20%대에 진입하길 바라는 정도였다.
그런데 2화 시청률은 27.9%였다. 시청률이 단 하루 만에 10% 가까이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시청률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김진숙 작가조차 겪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제작사와 방송사, 모든 제작진과 배우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짜릿함을 느끼고 있었다.
여심을 단단히 잡아 입소문을 탄 데다가, 진성현 부장과 같은 이도 재밌다고 느낄 만한 액션 씬과 군인이라는 직업 설정이 남성 시청자까지 끓여서 드린 게 시청률 상승의 주원인이라는 분석이었다.
이제 2화가 방영되었을 뿐인데 27.9%라는 시청률이 나왔다면, 앞으로 남은 12화 동안 시청률이 얼마나 오를지는 감히 예측하기도 힘들었다.
덕분에 김진숙 작가실은 계속해 오는 축하 연락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른 시청률에 맘껏 기뻐할 시간도 없었다.
“선생님, 저 메시지 답장 다 보냈어요.”
보조작가 박민지가 김진숙 작가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어, 고맙다. 민지야.”
계속해서 쏟아지는 메시지에 괴로워하는 김진숙 작가를 위해 박민지가 잠시 나서 메시지 답장을 대신했다.
평소 연락을 했던 이들이라면 모를까, 연락조차 뜸하던 사돈에 팔촌, 얼굴 한 번 스쳤을 뿐인 제작사 관계자, 얼굴도 모르는 신인 배우 매니저까지 연락을 해 오니 직접 다 답을 하기도 번거로울 수밖에 없었다.
꼭 이렇게 작품이 잘되면 난리였다. 축하를 해주는 게 고맙기도 했지만, 다들 속내가 훤해서 정성 어린 답을 해주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제대로 답을 해주지 않으면 스타 작가라서 콧대가 높다느니 안 좋은 말이나 하고 다닐 것도 뻔했다.
그때 또 한 번 김진숙 작가의 전화가 울렸다. 점심 내내 울리는 휴대폰에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했던 김진숙 작가인지라 전화벨이 울리기 무섭게 김 작가의 표정이 대번에 굳어졌다.
“어······ 잠깐 화장실 가셨다고 할까요.”
얼른 데뷔해 자신도 김진숙 작가와 같은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 한편, 유명 작가의 삶도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박민지였다.
김진숙 작가는 휴대폰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며 고개를 저었다. 메시지라면 모를까 전화까지 걸어왔는데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네, 여보세요.”
낮은 한숨을 쉬며 김진숙 작가가 전화를 받았다.
***
김진숙 작가가 그 정도였으니 진성현 부장이나 도준의 경우도 난리였다.
다른 보통의 드라마였다면 촬영 중이라는 핑계로, 아니 실제로 촬영 중이라 잡다한 연락을 다 받을 수도 없었을 테지만 는 사전제작 드라마였다.
촬영 중이라는 핑계가 통할 리 없었다.
축하도 축하였지만, 안 그래도 쏟아지던 출연 제의와 광고 제의가 더욱 쏟아지는 바람에 소나무 엑터스 직원들은 애를 먹었다.
이런저런 관계자나 배우들을 통해서 도준에게 직접 연락이 오는 경우도 많았다.
도준은 매니저에게 연락해 달라는 말로 에둘렀다. 도준이 혼자 결정할 일도 아니었다. 덕분에 규홍도 매니저로서 많은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실수 없이 진성현 부장에게 배운 대로 스케줄 관리도 철저히 해내고 있어 도준도 규홍을 칭찬해주었다.
“미리 머리 깎고 전의를 다지길 잘했지 말입니다.”
“아, 말투만 따라한다고 유 중위님 되시겠습니까?! 얼굴을 따라해 주십시오!”
규홍의 말에 수진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받아쳤다.
3화 시청률은 30%를 넘어섰고, 12화까지 방영된 지금은 40%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열풍이었다.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인 규홍과 수진마저 속 대사나 군인 말투를 따라해 도준을 멋쩍게 만들었다.
도준은 피식 웃으며 대기실 한편에 놓인 의자에 앉아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았다. 오늘은 송초희와 함께 잡지 화보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송초희도 촬영 때만큼이나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고, 바로 전에도 광고 촬영이 있어 30분 정도 늦는다고 했다.
그때 규홍이 진성현 부장의 전화를 받았다. 한참 고개만 끄덕이다가 전화를 끊은 규홍이 도준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저, 형······.”
“어, 왜?”
“형······ 군대 한 번 더 가셔야 할 것 같지말입니다.”
도준이 무슨 말이냐는 듯 규홍을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끝
ⓒ 천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