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93
운전석에 있던 기사가 차를 출발시켰다. 백정한 회장이 탄 세단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주차장을 벗어났다. 태블릿 PC의 화면을 켠 비서실장이 도준에 대해 조사해 온 것들을 읊기 시작했다.
“나이는 서른 둘. 서울 성북구 정릉동 출신에 인근 초중고 졸업했습니다. 대학은 예대 연극영화학과를 나왔고요. 모친은 미혼모로 혼자서 식당일을 하며 강도준을 낳고 길렀던 것 같습니다. 교통사고로 병을 얻어 사망했고, 그 과정에서 강도준이 입원비를 대느
라 택배 아르바이트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고 배우로서의 데뷔도 늦어졌습니다. 데뷔는 박찬종 감독 오디션을 통해서 했고······. 오디션 합격 당시에는 변변찮은 소속사도 없었던 모양입니다.”
보고서 내용 중 하이라이트 된 부분을 정리해 보고하며 비서실장이 백미러를 통해 백정한 회장의 표정을 살폈다.
백정한 회장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어느덧 차는 강변을 타고 한강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비서실장은 보고를 이어갔다.
“데뷔 이후 곧바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저희 그룹 계열사인 SG 푸드 브랜드 뉴 베이커리의 전속 모델이 된 것도 그때입니다. 이후 드라마 출연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고, 이라는 작품 활동 이후가 백정아 전무님과의 첫 대면입니다.”
“정아가 먼저 만나자고 한 것, 맞나.”
“네. 알고 계시는 그대로입니다. 그때 백 전무님과 틀어지는 바람에······. 이후에 강도준이 출연한 영화 와 백 전무님이 제작투자한 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게 되었고, 상영관 점유 문제로 약간의 잡음도 있었습니다. NEXT와의 인연은 해
당 영화 출연 때부터로 보여집니다.”
백정아 전무의 속내야 뻔했다. 자신의 딸이니 누구보다 잘 알았다.
대작 영화인 으로 강도준의 콧대를 완벽하게 밟아 버리려 했을 것이다. 실패한 게 문제였지만.
‘정아와 만나기 이전까지는 SG에 별달리 반감이 있었던 건 아니라는 건가? 뉴 베이커리 모델을 하기로 했었고, 먼저 접근한 것도 정아야. 하지만 그 이후에는 이쪽에 반감이 생겼겠지.’
백정한 회장이 눈썹 한쪽을 올렸다.
“정아, 난리났을 때가 이쯤 아닌가.”
“···네. 맞습니다.”
백정아 본부장이 잠시 외국으로 피신을 갔어야 할 만큼 여론이 좋지 않았던 사건이었다. 백정한 일가가 늘 이를 갈고 있는 일이었기에 비서실장은 대답조차 조심스러웠다.
“정아랑 붙어먹었던 놈이 누구였지.”
“배우 이혜석입니다. 그래서 찾아봤는데 같이 두 차례 음악방송 MC를 한 이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스케줄로 두 번 만난 것 외에는 아무런 접점도 없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이혜석도 백 전무님께 눈도장 정도만 찍은 상태이기도 했고요.”
“잘 알아 본 거야?”
“네. 근처 관계까지 샅샅이 뒤졌는데 백 전무님이 어울리셨던 무리와 강도준 사이에 접점이 될 만한 인물은 없었습니다. 백 전무님 녹음 파일 유출자나 백 사장님 영상 파일 유출자도 강도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인물들이었고요.”
“흠······. NEXT 얘기 더 해 봐.”
“네. 영화 출연으로 지금의 이진환 대표랑 인연을 맺었고 NEXT 쪽에 투자를 제안한 게 강도준입니다.”
“투자를 제안했다고?”
“화진 쪽에 알아 보니 대본에 맞는 연출 퀄리티를 위해서는 제작비가 더 필요했는데, 강도준이 발벗고 나서 투자를 받아오겠다고 한 모양입니다. 강도준은 당시에 NEXT가 드라마 사업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걸 알았고요. 그래서 투자를 제안했고······.”
“거절할 이유가 없었겠군.”
“네. NEXT로서는 공동 제작 타이틀을 얻어 드라마 진출에 발판을 마련하기만 해도 얻는 게 더 많은 투자였을 테니까요.”
그런데다가 는 생각보다도 더 많는 수익을 얻었다.
드라마로서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한국 드라마가 주로 수익을 얻는 중국 쪽 수출이 금지된 상태였음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수익이었다. 때문에 SG 미디어도 와 같은 대작을 만들기 위해 드라마 사업에 잔뜩 투자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NEXT와 강도준의 친밀한 관계가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다만 자신의 작품을 위해 투자를 받아왔다는 도준의 이야기는 백정한 회장을 놀라게 했다. 제 딸과 놀아나던 머리 빈 남자 배우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하긴 그 눈만 봐도 범상치 않기는 했지······.’
꽉 찬 눈동자는 백정한 회장의 앞에서도 주눅드는 법 없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백정한 회장이 굳이 나서 뒷조사를 서둘러 시킨 것도 그 이유였다.
별것 아닌 놈이 분명할 텐데 무언가 자꾸 신경을 거슬렀다.
“ 성공으로 NEXT는 중국 큰손인 장웨이 회장의 투자를 받아냈는데, 여기에서도 강도준의 도움이 개입한 모양입니다.”
“배우놈이 뭘 어떻게 도와.”
“자세한 내막까지 알아내긴 힘들었지만 장웨이 회장이 투자를 결정하는 미팅에 강도준도 동행했다고 합니다. 장 회장에게 받은 투자금이 화진 인수에 쓰인 것이구요.”
“······하!”
백정한 회장이 기가 차다는 듯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미 수행비서에게 연락을 받아 백정한 회장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아는 운전 기사와 비서실장은 잠시 마른침을 삼켰다.
성질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백정한은 백정한이었다. 백정아 전무와 백천 사장의 불 같은 성격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따로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두 사람을 합한, 아니 곱한 것이 백정한 회장잉었다. 차 안에 잠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백정한 회장이 기가 찬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백정아와의 일 이후 SG에 원한이 생겼다고한들 배우인 도준이 할 수 있는 일은 SG 제작 작품에 출연하지 않는 일 정도였다.
뉴 베이커리 모델 계약을 해지한 이후 SG와 관련된 모든 곳에서 도준에게는 모델이나 작품 계약을 제안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도준이 출연을 거부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강도준은 그저 자신의 작품을 위해 움직이고, 자신과 친한 NEXT를 도운 것뿐이라는 건데······.’
백정한 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NEXT가 사업 확장 과정에서 백천 사장이 계획한 일들을 가로챈 것이라고 해도 백천 사장의 무능력에 짜증이 일 텐데 그 뒤를 도운 게 일개 배우인 도준이었다.
도준의 뒷배경이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애비도 없이 궁상 맞게 자란 자식이······.’
들어 보니 백천 사장보다도 어째 사업 수완이 좋았다. 백정한 회장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애미 교통사고는······.”
“평범한 사고였습니다. 가해자도 개인 운전자였고. 강도준이 아르바이트했던 곳들도 SG와는 크게 상관없는 곳들뿐이었습니다. 그 어머니인 강은희 씨가 일했던 곳도 인근 식당들 정도였고요.”
백정한 회장의 질문 의도를 안다는 듯 비서실장이 답했다.
애초에 백정한 회장이 뒷조사를 시킨 이유 중 하나도 백정아와의 일 외에 도준이 무언가 원한이 있고, 의도를 가진 채 SG의 사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혹시나 쥐고 있는 약점이 있을까 싶었으니까.
SG가 대기업이 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고, 백정아 전무나 백천 사장 사건 때만 해도 알 수 있듯 원한이 있는 이가 한둘은 아니었다.
“과거를 더 캐볼까요.”
“건질 만한 건 지금 말한 게 다일 거 아냐.”
“네. 솔직히 너무 평범하고··· 배우가 돼서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한 터라 별것 없이 깨끗합니다.”
“그럼 됐어.”
“네? 네. 그럼 강도준은 어떻게 할까요.”
비서실장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던 백정한 회장이 입을 열었다.
***
백정한 회장과의 만남 이후, 도준은 SG 식품 공장에 대해 조사했다.
‘SG 식품 공장이 있던 곳이 진관동이야······ 어머니가 ‘진관동 강영순’이라고 하면 알 거라고 했는데······ 어머니는 이 공장에서 일했던 건가?’
시기상으로도 잘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더 많은 얘기를 유추하기는 힘들었다. 인터넷을 다 뒤져 보아도 SG 식품 공장에 관해 눈에 띄는 기사는 공장 화재 사건으로 진관동 식품 공장이 문을 닫게 되었다는 기사뿐이었다.
당시 식품 공장 총 관리자가 백정한 회장이었으니 실제로 잘못이 있든 없든 책임이 백정한 회장에게도 갈 수 있는 문제였다. 때문에 SG 쪽에서는 백정한 회장의 이력에서 SG 식품 공장 관련 이력을 딱히 넣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무언가 더 알아 보고 싶은 도준이었으나 한계가 분명했다.
삼십 년도 더 된 일이라 인터넷으로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 얼굴이 알려진 도준이 동네를 수색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당장 도준은 아시아 투어가 있어 국내에 머무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도준은 빠르게 내막을 파헤치고 싶었지만, 우선은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해외 팬들을 만나는 공식적인 자리였고, 도준도 많은 것을 준비한 행사였다.
***
-기내에 계신 손님 여러분, 태국 방콕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비행기가 완전히 멈춘 후, 좌석벨트 사인이 꺼질 때까지 잠시만 자리에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태산항공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착륙을 알리는 기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싱가포르에서의 첫 번째 해외 팬미팅을 마친 도준이 도착한 곳은 태국 방콕이었다.
싱가포르 팬미팅은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아시아 투어 국가 중 가장 가 늦게 수출되었던 국가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그리고 태국은 반응이 가장 뜨거운 곳 중 하나였다. 싱가포르 팬미팅 때의 반응을 생각하면 기대가 되는 지역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싱가포르보다 훨씬 더 습한 공기가 도준을 덮쳐왔다. 도준은 찌뿌둥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굳어 있던 근육을 풀었다.
도준이 기내에서 내리자 곧바로 대기 중이던 태국 공항의 경찰들이 도준의 주위를 에워쌌다. 도준의 경호를 위해서였다.
태국 경찰 쪽에서 경호 지원을 나올 것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그 인원이 많았다. 이미 싱가포르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분위기도 훨씬 격양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경찰 중 하나가 도준의 옆에 있던 현지 통역사에게 무언가 설명했다.
통역사와 경찰이 얘기를 하는 그 잠깐 사이, 도준을 알아 본 여행객들이 도준의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경찰들이 여행객들을 저지하고 있었다. 도준은 주변을 둘러보며 어서 통역사가 통역해주길 바랐다. 규홍도 도준의 곁에 바짝 붙은 채 통역사를 기다렸다.
“저, 규홍 씨?”
통역사가 매니저인 규홍부터 불렀다.
“네, 폰폰 씨.”
태국인 통역사의 본명은 훨씬 더 길고 복잡한 것이었지만 그가 스스로를 ‘폰폰’이라 소개했기 때문에 규홍은 “폰폰 씨” 하고 답했다.
“경찰이··· 뭐라고 하는 건가요? 왜 바로 입국장으로 가지 않고 여기 서 있는 건지······.”
“지금 도준 씨 공항 밖으로 못 나갈 것 같다고 해요.”
“네?”
폰폰의 말에 도준도 놀란 채 폰폰을 보았다. 폰폰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가득했다.
끝
ⓒ 천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