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513)
513화. 히힛. 형 있으니까 완전 좋은데?!
513화. 히힛. 형 있으니까 완전 좋은데?!
내 이름은 아무르 랭지.
>메오>라는 세상에서 군림했던 위대한 전사였다.
그리고
[아무르 랭지를 열다섯 번째 창조의 사도로 임명합니다.]2000년 전, 시스템에게 창조의 사도로 선택받았다.
지금은 두 번재지만, 그때는 자신이 막내였다.
“고맙다. 내 이름은 맥이야. 네 덕분에 나 막내 탈출했다. 환영한다. 막내야.”
“뭐?! 막내?! 내 이름은 위대한 전사 아무르···커억!”
“내가 막내라면 막내다. 막내야.”
자신의 선배들은 한 세상을 군림했던 자신을 햇병아리로 여길 정도로 강했다.
아무르는 선배 창조의 사도들과 아직 열리지 않은 블랙문 너머로 넘어가 멸망의 세력이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신성한 임무를 수행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고독한 싸움.
창조의 사도들은 신성한 임무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무장하고 끔찍한 멸망과의 전투를 이어갔다.
그렇게 1000년을 싸우자, 창조의 사도 중 다섯이 명예롭게 전사하며 창조의 사도 수는 10명으로 줄었다.
아무르는 열 번째 창조의 사도가 됐다.
그렇게 500년이 지나자 10명은 7명으로, 다시 500년이 지나자 5명으로 점점 줄어들었다.
점점 멸망의 힘은 강해지는 데 반해 자신들의 전력은 점점 깎여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쿨럭···젠장. 내가 막내보다 먼저 갈 줄이야···아무르, 이제 네가 두 번째 창조의 사도다.”
“맥!”
항상 막내라고 부르며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던 선배이자 친구였던 맥은 요르문간드에게 하반신을 먹히고 나서야 자신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한 번 불러준 후
“뱀 새끼야! 혼자는 안 간다!”
뱀의 머리를 가르고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영원한 잠에 빠졌다.
그리고
멸망은 절대 못 이겨.
위대한 전사였던 아무르는 신성한 전투를 이어간 지 1800년 만에 마음이 꺾여버렸다.
이후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니 자신은 탑 89층에 있었다.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싸움은 지겨웠다. 쉬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주변에 대한 신경을 끈 채 집 안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아무르는 무료한 일상이 심심해져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했는데···
집의 하인들이 관심을 가지길래 하나씩 나눠줬고 그 물건들이 탑에 풀리며 어느새 아무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유명해졌다.
아무르의 명성이 올라가는 만큼 아무르를 찾아오는 이들의 지위도 점점 높아져 집에 가만히 있어도 아무르는 탑의 고급 정보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물론 정보는 꺾인 아무르의 마음처럼 탑의 형세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음울한 내용들뿐이었다.
그렇게 손님들이 가져오는 정보를 통해 탑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듣는 게 일상이 된 지 200년쯤 됐을 때
“아무르 님, 들으셨습니까? 이번에 리자드 왕국이 지배하는 탑 67층에 로커스트들이 침입했다고 합니다.”
손님은 평소보다 더 나쁜 최악의 정보를 가져왔다.
100년 전인가 오더니 또 왔나 보군.
이번에도 용이 개입하지 않으면 탑의 멸망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위대한 검은용께서 키우신 견고한 칼날 대파로 로커스트를 퇴치하고 있습니다.”
며칠 후 다른 손님이 가져온 정보는 아무르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네?! 용이 뭘 키워요?”
“대파요. 칼날처럼 날카로운 대파인데···”
이게 무슨 소리지?
용이 대파를 키운다는 것도 믿지 못할 일인데, 대파로 로커스트를 잡는다니?!
아무르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로커스트가 멸종했다고 합니다!”
용의 직접 개입 없이 로커스트를 멸종시켜?!
“상인 통로에서 상인들이 멸종되는 일이 많았는데 알고 보니 멸망의 사도가 보낸 파편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위대한 검은용의 부하 테오 박 님이 아니었으면···”
위대한 검은용이 고양이족을 부하로 부린다고?! 거기다 고양이족이 멸망의 사도 파편을 처치해?!
이후로 손님들이 아무르에게 가져온 정보들은 아무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꺾인 아무르의 마음과 다르게 탑의 형세는 변했다는 것.
탑은 더 이상 바닥을 향해 추락하지 않았다. 음울하지 않았다.
그리고
“로커스트에게 멸망했던 레드리본 왕국이 이번에 건국식을 한다고 합니다.”
“이번에 탑 99층에서 파티가 열렸는데 진짜 맛있는 게 많더군요.”
이후로도 손님들이 가져오는 정보는 계속 희망차고 밝았다.
탑의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됐다. 기울어져 가던 탑의 비상. 아니. 비상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승천!
그리고
“이게 다 위대한 검은용 박세준 님 덕분입니다.”
“위대한 검은용 박세준 님이···”
검은 탑을 승천시킨 박세준, 넌 누구냐?
꺾였던 아무르의 마음에 이 거대한 변화의 시작점인 세준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의욕이라는 불길이 조금씩 타오르기 시작했다.
용은 아닐 거다.
검은용은 ‘프리타니’라는 성이 있다. 저런 이름을 쓰지 않는다.
아니면 이름을 바꾼 용의 유희인가? 하지만 그러면 위대한 검은용이라는 말은 쓰지 않을 텐데···
아무르가 집 안에서 손님들이 가져오는 정보를 들으며 세준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갈 때
“아무르 님, 이거 세준 님이 키우신 농작물이에용.”
얼마 전 아무르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대상인 미미르가 세준이 키운 농작물들을 선물했고
재배자 :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지구 출신 인간)
탑농부라고?!
용도 아닌 지구 출신?!
창조의 사도로서 다른 이들보다 농작물에서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었던 아무르는 세준이 아주 평범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됐다.
아무것도 아닌 탑농부가 탑을 이렇게나 바꿀 수 있다고?!
동시에 전투를 하지 않을 때는 항상 화단을 가꾸던 첫 번째 창조의 사도 에밀라 이베너스가 생각났다.
왜 그런 걸 키우냐는 질문에 그냥 웃던 선배. 자신들보다 1000년을 더 싸웠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선배.
싸우고 있었구나.
아무르는 전투만이 신성한 임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꺾였던 부끄러움 때문인지 자신의 앞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 때문인지 얼굴이 심하게 뜨거웠다.
“···돌아갈 때가 됐군.”
디자이너 아무르 랭지가 아니라 두 번째 창조의 사도 아무르 랭지로 복귀하기 위해 아무르가 자신의 장비를 챙기며 돌아갈 준비를 할 때
“마지막 손님은 받고 가야겠군.”
멀리서 느껴지는 강대한 마력.
“곧 대파괴의 마법사 이오나가 올 거다. 오면 나한테 보내도록.”
하인을 시켜 가드에게 자신의 말을 전달하게 하고 기다리자
“뀻뀻뀻.”
창문으로 콧노래를 신나게 부르며 저택으로 다가오는 작고 새하얀 햄스터 한 마리가 보였다.
이미 완성된 존재.
하지만
꽤 완성됐군. 같이 있는 영혼은 뭐지?
아무르가 볼 때는 부족한 점들이 보였다.
몇 가지 선물을 해야겠군. 운이 좋으면 막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아무르가 이오나를 보며 몇 가지 선물을 준비했다.
아직 막내가 들어온 지 모르는 아무르였다. 창조의 사도 모두가 덤벼도 못 이겼던 최강의 막내가.
***
[하얀탑 99층에 도착했습니다.]세준이 하얀탑에 도착하자
“세준이 형~!”
웨이포인트 앞에서 세준이 오길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아작스가 세준의 품에 안겼다.
세준이 다치지 않게 최대한 힘을 빼고 여러 가지 안전 마법을 걸어 충격을 줄였지만
“컥!”
개복치 세준은 항상 예상을 벗어났다.
[치명적인 공격을 받았습니다.] [무적 상태입니다.]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다행히 무적 효과 덕분에 오늘도 목숨을 건졌다. 물론 세준도 여러 가지 스킬과 권능이 있기에 죽지는 않았을 거다. 죽지는···
그렇게 아작스의 허그 어택을 견뎌낸 세준.
하지만
고오오오.
끝이 아니었다. 이제 아작스의 기운을 견딜 차례.
그러나
“아작스, 잘 지냈지?”
“응! 형!”
세준은 아작스의 기운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나름 강해진 스탯과 그동안 얻은 스킬, 재능, 이명, 권능이 아작스의 기운을 견디게 도와줬다.
“아작스 님, 반갑다냥!”
물론 아작스의 기운을 견디게 해준 일등공신은 어느새 아공간 창고에서 나와 세준의 무릎에 매달린 채 아작스의 기운을 흘리고 흡수하는 테오였다.
꾸엥!
[오랜만이다요!]테오를 따라 나온 꾸엥이도 아작스에게 인사했다.
까망이 패밀리는 아공간 창고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작스의 기운에 다칠까 봐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놀게 했다.
“슈복치(슈퍼개복치)들은 이거 먹으면서 기다려.”
군고구마 말랭이를 주면서.
지난번처럼 아공간 창고를 개판으로 만드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였다.
잠시 후.
짭.짭.짭.
신나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던 까망이.
생각해 보니 슈복치?! 뭔가 기분 나쁜데?!
아까 세준이 자신들을 부른 호칭이 거슬렸다.
‘집사가 잘못한 거야! 날 기분 나쁘게 했어!’
히힛. 위대한 까망이 님의 분노를 한 번 알려줘야겠군.
낑!
[얘들아, 놀자!]뛰어놀고 싶었던 까망이가 명분을 얻었다.
그렇게 까망이가 아공간 창고를 엉망으로 만드는지도 모르고
“아작스, 이거 먹어.”
세준은 챙겨온 핫케이크 1000장을 아작스에게 전달했다.
“와! 형! 잘 먹을게!”
받은 자리에서 핫케이크 3장을 뚝딱 해치운 아작스.
“으히힛. 너무 맛있어!”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흥에 겨워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다.
“아작스, 여기 앉아서 먹자.”
그사이 세준이 파 이파리 돗자리를 깔고 아작스를 불렀다.
“이것도 마셔.”
“응! 형!”
아작스는 세준이 챙겨준 초코 우유를 원샷하고 본격적으로 핫케이크를 먹을 준비를 했다.
원래라면 혼자 먹었을 아작스였겠지만
“형! 꾸엥아! 우리 같이 먹자!”
세준과 함께 지내면서 맛있는 음식은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는 걸 알았다.
“테오는 안 먹어도 되지?”
“그렇다냥! 나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은 박 회장이 만든 생선구이랑 츄르만 먹는다냥!”
“그래.”
남의 취향은 존중해야 한다는 것도.
그렇게 다 같이 맛있게 핫케이크를 먹고 있을 때
“아작스, 우리 이따가 탑 67층에 내려가려고.”
세준이 하얀탑에 온 이유를 얘기했다.
“탑 67층이면 태양 찾으러 가는 거야?”
“응.”
“오! 재미있겠다!”
세준의 말에 아작스의 눈이 반짝거렸다.
“아작스도 가려고?”
“그럼! 세준이 형이 가면 나도 가야지! 우리에 나도 포함되는 거잖아!”
세준이 형, 미워! 나만 안 데려가고!
세준의 물음에 아작스가 소리쳤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형도 당연히 아작스 데려가고 싶지. 근데 그러면 탑 67층 주민들이 다치잖아.”
너 가면 애들 숨도 못 쉬어.
세준이 그런 아작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그럼 내가 할아버지한테 말해서 탑 67층 주민들 쫓아내라고 할까?”
세준의 쓰다듬에 진정한 아작스가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만큼 아작스는 세준과 함께 탑 67층에 가고 싶었다.
“안돼. 만약 누군가 아작스한테 여기서 나가라고 하면 어떻겠어?”
“음···아주 화가 나. 바로 브레스 쏴줄 거야!”
세준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아작스는 당장이라도 브레스를 쏠 것처럼 가슴을 부풀리며 대답했다.
“만약 아작스의 브레스로도 상대가 안 되면?”
“어. 그럼 나 쫓겨나나?”
“그렇지. 쫓겨나면 아작스 마음이 어떻겠어?”
“슬퍼. 내가 여기 토마토밭 만드느라 엄청 고생했는데···”
아작스가 주변에 펼쳐진 새하얀 방울토마토들이 열린 밭을 보며 말했다.
“그래. 탑 67층 주민들도 그런 마음일 거야. 아니. 주민들은 아작스처럼 브레스도 못 쓰니 반항도 못 하겠네.”
“알았어. 안 따라갈게.”
똑똑한 아작스답게 세준의 의도를 이해하고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해는 했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대신 태양 찾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올게. 그때는 고기 파티하자.”
“정말?!”
세준의 다시 온다는 말에 아작스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그렇게 세준은 탑 67층 주민들의 안전과 아작스의 웃음 두 가지 모두 지켰다. 고기는 지키지 못했지만.
“그럼 우리 갔다 올게.”
“응! 형! 으히힛. 나 고기 파티 준비하고 있을게!”
“그래.”
세준은 테오와 꾸엥이를 아공간 창고에 넣고
촤르르르.
하얀탑 67층 땅문서를 펼치며 사라졌다.
“하악! 박 회장의 말을 어겼다냥! 빨리 치워야 한다냥! 박 회장이 싫어한다냥!”
꾸엥!꾸엥!
그사이 아공간 창고에서는 테오와 꾸엥이가 창고를 엉망으로 만든 까망이 패밀리와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었다.
히힛. 형 있으니까 완전 좋은데?!
사고를 쳐도 뒷수습을 도와주는 형들이 있다는 건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까망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