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621)
621화. 어쭈! 내가 만만하다 이거지?!
창조신의 사원.
“오늘도 많이 나왔네.”
촤르르르.
에밀라가 영롱한 색을 내는 모래 알갱이만 한 구슬들을 통에 부었다.
미숙한 창조신의 눈물을 대성장의 비약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것들로.
창조신도 구슬의 정체가 뭔지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에밀라는 구슬을 계속 모아두고 있었다.
“언젠가 쓸모가 있을지 모르니까.”
그때
착.
애밀라가 넣은 구슬과 기존의 구슬이 서로 달라붙었다.
“어?!”
에밀라가 합쳐진 구슬을 들어 살펴봤다.
“뭐지?”
특별한 건 없었다. 단지 짝을 찾은 것처럼 딱 붙은 것만 빼면.
두 구슬은 힘으로 떨어트릴 수 있었지만, 다시 가까이 가져가면 착 소리를 내며 자석처럼 붙었다.
혹시 다른 것들도?
구슬의 비밀을 알아낸 에밀라가 구슬들이 든 통을 들어 흔들었다.
그러자
착.차자작.
구슬들이 서로 결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통을 계속 흔들자, 모두 짝을 찾았는지 구슬들이 합쳐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에밀라는 통 안을 살펴봤다.
안에는 짝을 이루지 못한 구슬들도 일부 있었지만, 짝을 찾아 넓적한 판 형태를 만든 것들도 여럿 보였다. 구슬은 2차원으로만 결합했다.
에밀라가 판 하나를 들어 살펴봤다.
“이건···그림?”
에밀라는 판에 뭔가가 그려져 있다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가장 큰 판도 손바닥보다 작았고 판의 중간중간에 구멍들도 뚫려있어 무슨 그림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림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몇 점의 그림을 그린 건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알 수 있는 건, 어둡고 낮은 톤으로 그려져 그림의 분위기가 상당히 암울하다는 것 정도.
창조신님이라면 뭔가 더 아시겠지?
“창조신님, 이것 좀 보세요!”
에밀라가 구슬이 든 통을 들고 창조신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이건, 그 아이의 기억이구나.”
창조신은 판을 보자마자, 판의 그림이 멸망의 기억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아무런 힘도 가지지 않은 구슬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수천억 개의 피스로 이루어진 거대한 기억의 한 장면.
누군가의 시선을 피해 꽁꽁 숨기는 동시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이 분명했다.
“그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게 퍼즐 놀이였지.”
아직 포기하지 않아도 되겠느냐?
창조신은 자신과 퍼즐 놀이를 같이 하던 아이를 떠올리며 구슬로 만들어진 판을 이리저리 움직여 배치했다.
하지만
“전혀 모르겠군.”
무슨 기억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도대체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창조신이 슬픈 표정으로 구슬이 채워지지 않은 빈 공간들을 바라봤다.
빈 공간은 자신과 멸망과의 거리만큼 아득했고 또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
검은 거탑 99층.
“얘들아, 집 잘 지켜.”
위잉!
께엑!
세준의 말에 독꿀벌들과 버섯개미들은 자신들만 믿으라는 듯 힘차게 대답했다.
음머!
블랙 미노타우루스들도.
설마 미치지 않고서야 탑 99층까지 도둑질을 하러 올 간 큰 존재는 없겠지만, 항상 나가기 전에는 문단속을 철저히 하라는 말을 듣고 자란 세준이었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자신도 잘 지켜볼 테니 그대는 걱정말라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합니다.]에일린도 세준의 말에 대답했다.
“응. 그럼 에일린만 믿고 갔다 올게.”
세준은 에이린과 인사를 나누고 일행들과 웨이포인트로 이동했다.
그리고
···
..
.
“세준 님, 어서 오십시오!”
크리셀라에게 미리 세준이 올 거라는 언질을 받은 은색탑 99층 보스 자이언트 실버 몽키 데리우스가 세준을 환대했다.
“응. 안녕.”
세준은 데리우스와 인사를 나누고
“그럼 갈게.”
다시 탑 82층으로 이동했다.
어제 은색탑의 바람을 약화시킬 정보를 탐문하던 중
포세가 자신이 아는 게 있다고 했기 때문.
[은색탑 82층에 도착했습니다.]···
..
.
그렇게 세준이 탑 82층에 도착하자
[세준 님, 어서 오세요!]거대한 몸을 가진 포세의 넝쿨 하나가 세준을 향해 살랑거리며 인사를 했다.
주변에는 은색탑 주민들이 포세의 넝쿨에 열린 포도를 열심히 따고 있는 게 보였다.
아직도 청포도 1000송이를 따면 청포도 3알을 주는 세준의 정책을 계속 유지 중인 포세였다.
“응. 포세도 잘 있었어?”
[넵! 저야 세준 님이랑 불···]“불?”
불꽃이 이름을 말하려던 포세가 서둘러 말을 번복했다.
“흐흐흐. 뭐 불행할 것까지야.”
포세의 말에 괜히 기분이 좋아진 세준이 머리를 긁적거렸고
“푸후훗. 박 회장, 머리 가려우냥? 그러니까, 깨끗이 씻어야 한다냥! 어디냥?! 나 테 부회장이 특별히 박 회장의 머리털을 그루밍 해주겠다냥!”
테오가 서둘러 세준의 머리로 올라가 머리카락을 핥아댔다.
“얌마! 떨어져! 나 오늘 머리 감았거든!”
“냥! 나 잘할 수 있다냥! 믿어보라냥!”
물론 세준의 거부로 많이 핥지는 못했다.
그렇게 위기를 넘긴 포세.
[제가 직원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갑자기 나타났다 갑자기 사라지는 폭풍이 있대요!]세준에게 자신이 아는 정보를 얘기했다.
“폭풍?”
[네! 나타날 때마다 주변을 초토화시킬 정도로 강한 폭풍이래요. 그 폭풍을 없애면 은색탑의 바람을 약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포세의 말은 굉장히 그럴싸했다.
거기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포세 열매 맛있다요!] [그래요? 꾸엥이 님, 많이 드세요!]이쪽에는 폭풍의 힘을 쓰는 꾸엥이가 있었다.
흐흐흐. 폭풍 따위 우습지.
“그럼 폭풍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계산이 끝난 세준이 폭풍과 어떻게 만날지 고민할 때
“안녕하십시까! 은색탑의 대상인 촬리입니다!”
은색털을 가진 족제비가 찾아왔다.
‘어차피 부하가 될 거 첫인상을 좋게 해야지.’
자발적으로 정직원이 되기 위해서.
아주 긍적적 마인드를 가진 촬리.
하지만
“응. 찰리, 반가워. 나는 박세준이야.”
“찰리가 아니고 촬리입니다! 제 이름을 마음대로 바꿔 부르지 마세요!”
자신의 이름을 멋대로 바꿔 부른 건 참을 수 없었다.
“하악!하악! 방금 우리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에게 언성을 높인 것이냥?! 용서할 수 없다냥! 잘못했으니까, 이리와서 도장을 받으라냥!”
“아니···세준 님이 제 이름을···”
“하악!”
“네···”
꾹.
그렇게 촬리는 자신의 계획과 다르게 자발적이 아닌 타발적 정직원이 됐다.
그리고
“푸후훗. 찰리, 돈 많으면 나 좀 주라냥!”
“찰리가 아니라 촬리···”
“하악!”
“네···”
돈도 상납해야 했다.
촬리가 집으로 돈을 가지러 간 사이
“잘하면 위대한 업적 2개는 가능할 거 같은데.”
세준은 폭풍을 기다리며 다른 은색 거탑 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에 직원 100만 명 거느렸을 때랑 100만 명한테 배불리 먹이고 위대한 업적을 얻었으니···
직원 좀 받고 배불리 먹이면 위대한 업적 2개는 금방이겠네.
현재 세준컴퍼니 직원 수는 170만 명 정도. 직원 30만 명만 더 받으면 업적 달성이다.
거기다 이곳은 세준컴퍼니 직원이 되고 싶어 하는 주민이 많은 곳.
위대한 업적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다.
“테 부회장, 직원 좀 채용하자.”
“푸후훗. 알겠다냥! 지금부터 세준컴퍼니 직원을 채용하겠다냥! 와서 도장을 받으라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신이 나서 외쳤고
“어?! 세준컴퍼니 직원을 뽑는다고?”
“그럼 이제 청포도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건가?!”
포세의 청포도를 따며 일하던 은색탑 주민들이 서둘러 테오의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꾹.꾹.
테오에게 도장을 받으며 1년짜리 비정규직 직원이 됐다.
[노예를 1명 거느렸습니다.] [>이명 : 노예왕>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0.01 상승합니다.]···
..
.
덕분에 세준은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면서 세준컴퍼니 직원 채용과 세준의 스탯 상승까지, 1석3조의 효과를 보고 있었다.
“모두들, 여기 와서 밥 먹어. 꾸엥아, 시작하자.”
세준이 요리를 만들며 외쳤고
꾸엥!
꾸엥이는 세준이 만든 음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끼히힛.낑!낑!낑!
[히힛. 집사야! 위대한 까망이 님이 도와줄게! 위대한 까망이님 주먹밥 만들 줄 알아! 얍!얍!]까망이도 열심히 밥을 밟으며 주먹밥 만들기를 시도했지만, 당연히 될 리가 없었고
“그거 까망이가 점심으로 먹어.”
낑···
[위대한 까망이 님이 먹으려고 만든 거 아닌데···]까망이는 자신이 밟은 밥을 먹게 됐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테오 님, 저 왔습니다. 여기요.”
집에 갔던 촬리가 자신의 재산을 들고 와 테오에게 건넸고
“푸후훗. 찰리, 수고했다냥! 이제 저기 가서 박 회장을 도우라냥!”
“아니. 저 찰리 아니고 촬리···”
“하악!”
“네···”
세준을 도와 음식을 나눠줬다.
덕분에 음식 공급 속도가 늘어났고
“찰리, 도와줘서 고마워.”
세준은 촬리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네···”
촬리는 촬리라고 불리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 다음 날 점심이 되자
[노예 200만을 거느리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위대한 업적이 하나 달성됐고 다시 이틀이 지나 늦은 밤이 되자
[200만 명을 배불리 먹이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나머지 위대한 업적도 달성됐다.
덕분에 위대한 업적 달성 보상으로 세준의 >이명 : 노예왕>과 >이명 : 배불리 먹이는 성자> 효과가 두 배로 강화됐다.
거기다 업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이명 효과로 모든 스탯도 1만 정도 상승했다.
아. 달다. 달아.
너무 고생해서 입에서 단내가 났다.
“얘들아, 이제 좀 쉬자.”
세준이 발라당 눕자
“푸후훗.”
꾸헤헤헤.
끼히힛.
일행들이 하나둘 세준의 몸으로 올라왔고 촬리도 눈치를 보다 슬쩍 세준의 곁에 몸을 말고 엎드렸다.
씻고 잠자리를 만드는 것도 귀찮았다.
커어어.
고로롱.
꾸로롱.
끼로롱.
···
..
.
촤로롱.
그렇게 피곤에 지친 모두가 곤히 잠들며 코를 골기 시작할 때
휘이잉.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준 님, 일어나세요! 폭풍이 나타났어요!]포세가 서둘러 세준을 깨웠다.
기다리던 폭풍이 드디어 나타난 것.
“으음···폭풍?! 그럼 잡아야지. 가자! 꾸엥아!”
세준이 잠기운을 지워내기 위해 서둘러 눈을 비빈 후
척.
꾸엥이의 양 옆구리를 두 손으로 잡고 들어 올려 폭풍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꾸에에엥.꾸엥!
세준의 손에 들려진 꾸엥이도 늘어지게 하품을 한 후 벼락봉을 들고 폭풍을 향해 포효했다.
그러자
“어?! 야! 왜 도망쳐!”
꾸엥!
[이리 온다요!]꾸엥이를 피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 폭풍.
“서라냥! 빨리 잡고 다시 잘 거다냥!”
[뱃뱃! 멈춰요! 우리 세준 님 자야 돼요!]테오와 조금 일찍 일어난 뱃뱃이도 합세해 폭풍이 도망가지 못하게 포위했다.
테오는 >이명 : 바람을 제아하는 자>의 효과를 이용해서 뱃뱃이는 그냥 맞바람을 만들어 푹풍의 움직임을 견제했다.
낑!낑!낑!
[너 때문에 위대한 까망이 님 못 자잖아! 집사야! 빨리 쫓아! 위대한 까망이 님이 박치기할게!]잠을 방해받은 까망이도 분노하며 짖었다.
그렇게 분노한 세준의 일행들에게 포위당한 폭풍은 일행들의 포위에 크기가 점점 작아졌고
[자유로운 바람의 영혼들을 가둔 무자비한 폭군, 바람의 제왕 폭풍 윈드론]자색탑의 의지를 가진 독 네크마처럼 은색의 작은 구슬로 변했다.
몸을 작게 만들어 도망치려는 것.
하지만
흐읍.
-안돼!!!
호로록.
이쪽은 뭐든지 빨아들이는 꾸엥이가 있었다.
윈드론을 낼름 삼켜버린 꾸엥이.
꾸엥!
[너희들은 이제 자유다요!]꺼억.
트림을 하며 윈드론에게 잡혀 있던 바람의 영혼들을 풀어줬다.
[상급 약초꾼 박꾸엥이 자유로운 바람의 영혼들을 가둔 무자비한 폭군, 바람의 제왕 폭풍 윈드론을 처치했습니다.] [상급 약초꾼 박꾸엥이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1300억을 획득했습니다.]동시에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바람의 제왕 폭풍 윈드론의 안에 잠들어 있던 마검 스톰브링어를 획득했습니다.]꾸엥이의 앞에도 메시지가 나타나며 꾸엥이는 마검 하나를 얻었다.
······
스톰브링어는 마검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아주 얌전했다.
“오. 꾸엥아, 그거 뭐야?”
멋진 검을 든 꾸엥이를 보며 묻는 세준.
꾸엥!꾸엥!
[꾸엥이가 윈드론 삼키니까 줬다요! 이거 아빠가 쓴다요!]“흐흐흐. 잘 쓸게.”
신난 표정으로 꾸엥이에게 마검 스톰브링어를 건네받았다.
하지만
우웅.
세준이 잡자, 꾸엥이가 잡았을 때와는 다르게 스톰브링어는 살기를 뿜어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어쭈! 내가 만만하다 이거지?!
“까망아, 얘 좀 혼내줘.”
세준은 까망이에게 마검의 정신교육을 부탁했고
끼히힛.낑!낑!
[히힛. 집사야! 위대한 까망이 님한테 맡겨! 위대한 까망이 님이 교육할게!]꿍.
까망이는 마검의 손잡이에 박치기를 했다.
그러나
낑···낑···
[집사야, 미안···별로 안 혼냈는데 소멸해 버렸어···]까망이의 의욕이 너무 넘친 나머지 마검 스톰브링어는 자아가 소멸하며 평범한 검이 됐다.
아. 우리 까망이, 보통 늑대가 아니었지.
덕분에 세준은 까망이가 위험한 녀석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