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검각산행(3)
내게는 은천잠사환이 있다. 생존 팔찌 대용으로 쓸 수 있는 물건.
[허공으로 지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 [응? 어떻게?] [내게 은천잠사가 있어. 함정 바깥쪽에 이걸 연결하면 은천잠사를 도약대로 삼아 이동할 수 있어.] [뭐? 은천잠사가 있다고? 그 귀한 물건을 가지고 있어?]손연설의 표정이 급격하게 바뀐다. 막힌 상황에서 타결책이 나오니 반가운 것이다.
[비켜 봐. 내가 함정 바깥까지 연결해 볼게.]– 쉭─ 퍽─
은천잠사환의 환침을 쏘자 빠르게 날아가며 함정 건너편의 나무를 감더니 옆의 나무에 박힌다.
모두 그 모습에 탄성을 터트린다.
[와, 오빠에게 이런 물건이 있다니. 맞은편까지 은천잠사가 이어졌어.] [아미타불! 실로 놀라운 물건이군. 저 먼 거리까지 실로 이어지다니.] [감탄만 하지 말고. 모두 이동할 준비를 해. 은천잠사가 보이지?] [응, 투명하지만 자세히 보니 보여.] [중간에 실을 밟고 도약해.] [알았어.] [교적풍부터 움직여. 니가 시범을 보여줘.] [알았다.]교적풍이 자세를 잡더니 경신술을 펼치며 도약하기 시작한다.
– 휘릭─
그리고 도약력이 떨어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순간 은천잠사를 발로 딛고 다시 도약한다.
– 티잉─
은천잠사가 튕기면서 소리를 내는 가운데 다시 도약하는 교적풍.
그렇게 두 차례 도약을 하면서 마침내 함정 맞은편에 착지하는 교적풍.
바로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다음에는 당비취.]순서대로 당비취와 손연설, 운강 등이 모두 건넌 후에 마지막으로 내가 건넌다.
– 휘릭─
도약을 한 후에 바닥으로 떨어지려고 할 때 은천잠사환을 잡아당기자 그 반탄력으로 다시 앞으로 도약하는 내 몸.
그렇게 은천잠사환을 이용해서 다섯 명 모두 함정을 통과하자 다들 기가 막힌다는 눈빛으로 나를 본다.
[오빠는 어디서 그런 귀한 물건을 구한 거야. 은천잠사는 전설에나 있는 실인 줄 알았는데.] [운 좋게 얻게 되었어. 자 다음 관문으로 이동해야지.]4관문은 가장 어려운 함정 구간을 지나자 거의 끝난 것처럼 보였다.
협곡을 지나자 나타나는 동굴.
[여기가 마지막 관문인 것 같아.] [여기는 호위무사가 지키는 곳이라며?] [동굴이라 피할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어. 밀고 들어가야지.]신호와 함께 모두 안으로 들어간다.
동굴 안에는 등잔불이 있어서 시야에 문제가 없었다.
동굴을 조금 지났을 때 밝아지기 시작한다. 통로의 끝으로 보인다.
마침내 통로 끝에 도착하니 보이는 넓은 석실.
그리고 특작대 앞으로 가로막는 인영들.
– 착착착─
다섯 명의 젊은 청년이 앞을 가로막는다. 모두 몸에서 적지 않은 기세를 발산한다.
“정해진 시간이 아닌데 들어왔고, 소림승이 입는 승복. 여자가 포함되었고. 침입자로군. 혈왕을 노린 침입자들이야. 모두 긴장해라. 이놈들이 4관문을 통과할 때까지 연락을 받지 못한 상태다. 무시할 수 없는 놈들이라는 뜻이야.”
차가운 눈빛으로 무심하게 내뱉는 말. 그러나 그 말 속에는 스산한 살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나 같이 만만해 보이는 놈들이 없네. 역시 5관문이 가장 어려워.’
특작대 역시 다섯 명의 기세를 읽고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관문을 최대 통과할 수 인원이 다섯 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호위무사도 다섯 명을 배치시킨 것 같아.”
호위무사의 수를 보고서야 짐작하는 손연설.
내가 봐도 그런 것 같다. 침입자의 수가 다섯을 넘을 수 없으니 호위무사도 다섯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아마 일대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실력들일 것이다.
“말이 필요 없겠지. 공격해라.”
선두에 선 무인이 싸늘한 조소를 날리면서 지시하자 다섯 명이 동시에 움직인다.
서로가 상황을 뻔히 알고 있는 상황.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싸움일 뿐이다.
– 휙휙휙─
– 챙챙챙─
5대5로 시작된 전투.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우열이 가려지기 시작한다. 특작대가 확연하게 밀린다.
‘빌어먹을. 후기지수 중에서 좀 한다 하는 놈들을 뽑았는데도 놈들에게 밀리잖아. 이 나이에 이런 무공이라니. 개천혈교에서 괴물 같은 놈들을 키워냈군.’
무공이 강한 교적풍조차 밀리고 있다. 살수의 한계다.
적을 죽이는 일에 특화된 교적풍이지만, 정면대결에서는 확실히 약점이 있다.
몰래 암살하는 일에 탁월한 것이지, 힘으로 싸우는 일에는 약점이 있다.
운강은 확실하게 밀린다. 무기를 든 적과 싸움에서는 역시 약점이 있다.
오래 버티기 힘들어 보인다.
가장 심각한 쪽은 당비취와 손연설. 몇 초를 버티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 당장 위태로울 정도다.
우세를 보이는 것은 나뿐. 내가 오래 끌면 그 사이에 다른 대원들이 당한다.
‘비취가 위험해. 몇 초 버티지 못하겠어. 괴물 같은 놈들이네. 특작대 대원이 또래에서는 적수를 찾기 어려운 실력인데, 이놈들에게는 모두 압도당하고 있을 정도라니.’
하긴 그 정도는 되어야 혈왕의 호위무사로 적합할 것이다.
4관문까지 통과한 침입자라면 엄청난 고수들일 테니, 당연히 호위무사도 그 수준에 맞추어 선발했을 것이다.
나를 상대하는 놈도 만만치 않다.
놈을 제압하려면 상당한 시간이나 적지 않은 내력을 소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력을 소모하고 나면 다음 전투에서 어려움이 생긴다.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더욱 안 된다. 당장 대원들이 위험하다.
‘빠른 승부. 그러면서도 내력은 소모되지 않는 승부. 그렇다면 신병이기를 이용해야지.’
일단 나를 상대하는 놈부터 최대한 빨리 제압해야 한다.
– 휘릭─ 부웅─
얼굴에 빈틈을 보이면서 공격을 들어가자 놈의 눈이 빛난다. 분명 빈틈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 쉬익─ 캉─
역시 놈은 내 목을 노리고 검을 찔렀다.
놈의 공격이 내 목에 닿을 때 펼쳐진 묵철방패신환.
그리고 당황하는 놈의 눈.
그러나 고수와의 전투에서 승부는 눈 깜짝할 사이에 결정되는 법.
– 푸욱─
“끄윽, 제기랄…!”
묵철방패신환의 존재를 몰랐던 놈이기에 빠르게 처치할 수 있었다.
– 휘릭─ 부웅─
이번에는 당비취를 공격하는 놈을 향해 공격한다.
놈은 당비취와 전투 와중에도 다른 전투를 감시하고 있었다. 내가 공격을 하자 바로 뒤로 물러선다.
“손에 착용하는 방패라니. 신병이기를 차고 있군.”
이때 들리는 비명.
“까악!”
손연설이 적의 공격에 부상을 입으면서 비틀거린다.
“비취야, 연설이를 도와. 이놈은 내가 상대할 테니.”
“알았어.”
– 휘릭─ 촤라락─
당비취의 사복검이 손연설을 상대하는 무인을 향해 움직이자 손연설에게 다시 공격하려던 놈이 뒤로 물러서며 당비취의 사복검을 막는다.
‘일단 당비취와 손연설이 합공을 한다면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하지만 그래도 운강이나 손연설이 위험하다. 눈앞의 놈을 빨리 해치워야 한다. 이번에도 내가 가진 신병이기를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 쉬익─ 부웅─
놈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내 공격 속에서 빈틈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묵철방패신환의 존재를 알고 있기에 섣불리 내 공격권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놈이 속으려면 묵철방패신환조차 방어하지 못할 정도라는 확신이 들어야 해.’
그래서 왼쪽 심장에 빈틈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놈은 마침내 은밀하게 만들어진 내 심장의 빈틈을 눈치챘다.
묵철방패신환과 내 검 사이에 만들어진 틈.
놈은 그 틈을 노리고 빠르게 쇄도한다.
고수가 아니었다면 발견하지 못할 틈이다.
고수만이 발견할 수 있는 틈.
그래서 놈은 그 빈틈을 자신의 실력으로 발견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아는 것이 병이라는 것이라는 것은 이럴 때 해당하지.’
놈의 공격은 날카롭고 위력적이었다. 내 방어를 뚫고 심장을 향한다.
당연히 놈의 검이 내 심장에 먼저 닿는다. 묵척방패신환의 방어는 피했고, 내 검은 놈보다 느리다.
– 캉─
놈의 검이 내 심장을 찌르는 순간, 놈의 눈에도 당혹감이 떠오른다. 그러나 늦었다.
– 서걱─
“끄윽!”
불신의 눈으로 쓰러지면서 놈의 시선은 내 심장을 향하고 있었다. 분명 심장을 찔렀음에도 관통되지 않으니 믿기 어려운 것이다.
‘둘! 신병이기 덕에 둘은 빠르게 해치울 수 있었어. 하지만 나머지 셋은 이런 수법에 당할 놈들이 아니지. 내가 사용한 수법을 봤으니까. 조심성이 강해질 거야.’
하지만 이제는 할 만하다.
– 휘릭─ 쉬익─
– 채앵─
당비취와 손연설을 상대하면서도 오히려 밀어붙이고 있는 놈에게 공격을 하자 검으로 막으면서 뒤로 밀려난다.
“두 사람은 운강을 도와. 이놈은 내가 처리할 테니.”
지금은 촌각이 급한 상황. 상황판단이 빠른 손연설과 당비취가 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두 놈을 해치웠으니 세 번째 놈도 내가 해치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두 사람이 운강 쪽에 붙으면서 거의 마지막 위기에 몰리던 운강도 숨을 돌리면서 살아난다.
“이상한 무기들을 가지고 있는 놈이군. 손목에 차는 방패에, 심장을 보호하는 보갑을 안에 입고 있다니. 그러나 그 잔재주로 나를 이길 것이라 생각하지 말아라.”
물론이지. 이제 잔재주로 이길 상황이 아님을 나도 안다.
그러니 세 번째 상대는 힘으로 밀어붙인다.
이놈만 해치우면 남은 적은 두 명으로 준다.
그 정도라면 다섯 명이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는다. 그러니 이번에 전력을 기울인다.
묵룡신검에 모든 내력을 쏟는다. 그리고 놈을 향해 그 내력을 내지른다.
‘신월비─!’
순간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는 묵룡신검.
– 휘융─ 카캉─ 퍽─
“끅!”
내 모든 내력이 담긴 초식을 놈이 경악한 표정으로 막았으나 놈의 검이 부러지면서 심장에 파고드는 묵룡신검.
묵룡신검의 강함과 초식의 파괴력에 의해 놈의 검이 부러지고 만 것이다.
더 이상 막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심장을 관통당한 놈은 짧은 비명과 함께 숨을 거두었다.
‘역시 현월7검의 위력은 대단해. 묵룡신검과 함께 사용하니 그 위력이 더욱 강해.’
이로서 세 명을 해치웠다. 세 번째를 해치울 때는 내력 소모가 컸지만 그 대가는 충분하다.
이런 엄청난 고수가 3명이냐 2명이냐의 차이는 크기 때문이다.
운강은 이제 위험하지 않았다. 당비취와 손연설이 합류하니 오히려 우위로 반전했다.
‘세 명이 덤비고서야 겨우 우위를 점할 정도라니. 괴물 같은 놈들이라니까.’
위태로운 쪽은 교적풍 쪽이다. 몇 초를 버티기 힘들 것 같은 수준이다.
– 휘릭─ 부웅─
교적풍을 상대하는 적에게 검을 휘두르며 합공을 시작한다.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 놈과 공방을 주고받을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면 교적풍이 빈틈을 파고든다.
교적풍은 말을 하지 않아도 내가 의도하는 바를 알아차렸다.
내가 놈을 공격하고 놈이 내 공격을 막느라고 다른 공격을 방어할 수 없는 때를 노려 공격했다.
– 부웅─ 서걱─
“크흑, 제기랄!”
– 부웅─ 서걱─
교적풍의 공격은 집요했다.
내가 놈과 부딪치는 순간. 놈이 나를 상대할 수밖에 없는 그 틈을 공격했다.
놈은 몇 초 만에 부상이 누적되어 더 이상 전투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 푹─
“끄윽… 제기랄…!”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우리 둘을 쳐다보면서 눈을 감는 네 번째 무인.
이제 남은 적은 한 명. 교적풍과 내가 가세해 5대1로 싸우는 전투는 싱겁게 끝났다.
결코 쉽지 않은 적 다섯을 모두 해치우자 모두 밝은 표정이 되면서도 약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처음 전투를 시작할 때는 상대의 고강함에 모두 죽음을 떠올릴 정도였는데, 결국에는 아무도 죽거나 심하게 다치지 않은 상태로 전투를 마무리한 것이다.
손연설이 조금 다치기는 했지만 큰 부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