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대별산 가는 길(1)
기성복점은 시작부터 대량의 주문을 받고 고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이 시작된 것 같다.
“어머니 기성복점은 안정적으로 시작한 것 같아요.”
“그래, 이게 모두 우리 아들 덕이지. 복식시연회라니 생각도 못 한 방법이었다. 복식시연회를 본 개봉의 대인들이 정기적으로 구매의사를 밝히고 있으니 순조롭게 시작한 게로구나.”
“전장사업은 수표 발행 배포 기간이 걸리니 다음 달에나 시작할 거예요. 그래서 그 사이에 어디 좀 다녀오려구요.”
“어디를 다녀오려고?”
“대별산 구경 좀 하려고요.”
“대별산 구경?”
어머니는 의문를 표시했지만 내 행동에 대해서 더 이상 묻지는 않는다.
내가 하는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 항상 몸조심 하고.”
“네.”
어머니는 그저 내 건강과 안전을 당부할 뿐이다.
“오빠, 대별산에는 왜 가는 거야? 정말로 경치나 보러 가려는 것은 아니지?”
“경치 보러 갈 수도 있지.”
“말이 안 되잖아. 기성복점에 전장사업까지. 신규사업 준비로 정신없는 상황에서 무슨 경치야. 제대로 말해 봐. 무슨 일로 가는 거야?”
“나도 정확하게는 몰라. 그곳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서. 혹시나 해서 가보는 거야. 내 예감이 틀려서 아닐 수도 있고.”
“이상한 일 무슨 일?”
“가봐야 알아.”
“그래, 알았어. 그럼 여행 준비할게.”
“어째 신난 표정이다?”
“오빠랑 둘이서만 가는 거잖아. 당연히 신나지. 백정학관에서도 합방을 못 했고 여기서도 부모님 눈치가 보여서 합방을 못 하잖아. 여행 중에는 둘만 한 방에 있으니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잖아. 기대가 돼. 흐흠, 조금 흥분도 되고.”
“일에는 관심 없고 엉뚱한 것에 관심 가지는 것 같은데?”
“엉뚱한 거라니. 부부 사이에 밤일이 얼마나 중요한데.”
“우리 아직 부부 아니잖아.”
“심신은 이미 부부나 마찬가지잖아. 부모님도 인정하셨고.”
뭐 그렇기는 하지. 어머니는 이미 당비취를 확고한 며느리로 취급하고 있으니까.
사실 청루단에서 얻은 정보고 나만 알고 있는 정보라 혼자 가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맞지만 이번에는 당비취를 떼어놓고 갈 생각을 안 했다.
강시 관련 일에는 나보다 비취가 더 지식이 많기 때문이다.
강시 제작을 위한 각종 약물에 대한 지식이 있으니 대별산행에는 당비취가 필요하다.
개봉을 출발해 며칠을 이동하는 동안 당비취는 정말 매일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정말 사전에 언급한 것처럼 둘만의 밤을 하루도 쉬지 않고 보낸 것이다.
“체력도 좋다. 밤새우고도 안 지쳐?”
“체력하고 뭔 상관이야. 이건 서로에 대한 애정의 힘으로 하는 거라구. 그러니 지쳤다면 애정이 지친 거라구.”
“그렇게 말하니 힘들다는 말도 못 하겠다.”
“힘들어? 정말? 나는 좋기만 하던데. 오빠는 내가 싫어?”
“아니, 좋기는 하지. 하지만 어떻게 하루도 안 쉬냐?”
“좋으니까. 역시 오빠는 내가 예상한 그대로야.”
“예상한 그대로라니?”
“어려서 얼마나 인상이 깊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크고 우람했잖아.”
처음 만난 날의 내기를 말하는 것 같았다.
“실물로 본 것도 아니잖아.”
“그림자지만 다른 아이들하고 엄청난 차이를 보였지. 훗.”
“흠흠, 그 이야기는 그만 하자. 대별산에 거의 왔다.”
며칠을 걸려서 대별산 입구에 도착했다.
“대별산이네. 이제 여기서 뭐 할 거야. 정말로 경치 구경이나 할 거는 아니지?”
“응. 이곳에서 목내이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온 거야.”
“목내이가? 오래된 무덤이라도 출토된 거야?”
“아니, 일반 백성이 목내이로 발견되었대.”
“일반 백성이? 그럼 사술에 의해 당했다는 거잖아.”
역시 단번에 상황을 이해하는 당비취.
“응, 그렇지.”
“그런데 목내이하고 오빠는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
당비취는 이해가 안 되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아무래도 이 목내이가 활강시왕하고 관련이 있는 것 같아서.”
“활강시왕? 옛날에 유명했다는 강시술사?”
“응, 역시 알고 있네.”
당비취의 고개가 더 기울어진다.
“워낙 유명한 사람이니까. 그런데 활강시왕은 오빠랑 무슨 관계인데?”
“지옥혈왕의 부활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지옥혈왕과? 오빠는 정말로 지옥혈왕이 강시로 변했다고 생각해?”
“응, 어쩐지 그럴 것 같아.”
그럴 것 같아가 아니라 거의 확신에 가깝지만, 왜 그렇게 확신을 하는지 설명하기 힘드니 대충 돌려 말한다.
“그러니까 오빠 생각에는 활강시왕이라는 사람이 지옥혈왕의 강시설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거네.”
“그런 거지.”
“그런데 대별산에서 목내이가 발견된 사실은 어떻게 안 거야? 나랑 계속 같이 있었잖아. 그런데 나는 그런 소문 금시초문인데?”
“내가, 정보조직하고도 연줄이 있어서. 그쪽 사람 통해서 얻은 정보가 있지.”
“정말 재주가 대단해.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도 내가 모르는 면들이 계속 나와. 기성복점도, 복식시연회도 신기한데, 목내이 정보까지 어떻게 구한 거지?”
당비취는 내가 목내이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 사실이 신기한 모양이다.
하긴 계속 해서 나랑 붙어 다니는데도 자신이 모르는 정보가 계속 나오니 신기하기는 하겠다.
“먼저 들를 곳은 목내이 피해를 당한 집이야.”
작약만향이 준 정보를 상기하며 대별산의 한 촌락에서 가장 최근에 목내이 피해를 당한 집을 수소문한다.
“실례합니다.”
“누구시죠?”
“목내이 관련해서 뭐 좀 물어보려고 온 사람입니다.”
“관련된 내용은 관아에서 전부 말했습니다만.”
“따로 관련 일을 찾아보고 있는 사람입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주시죠.”
평범한 농부 집안이 아낙이었다. 피해자는 남편.
“그러니까 약초를 캐러 갔다가 나중에 발견이 되었다 이거죠.”
“맞아요. 남편이 약초를 캐러 갔는데, 갑자기 산골에서 목내이로 발견되었어요. 옷하고 피부에 난 반점이 아니었다면 남편인지도 모를 뻔했어요. 피가 다 빨려서 아주 흉칙한 목내이가 되었거든요.”
“혹시 남편분 시체는 어떻게 처리하셨나요?”
“관아에서 사건 처리가 끝날 때가지 보존하라고 해서 일단 관에 넣어서 보존하고 있죠. 얼른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하도 괴이한 사건이라 관아에서도 빨리 사건을 처리하지 못하나 봐요.”
“이 동네에서 목내이 피해를 당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죠, 맹 씨라고. 그 사람도 약초를 캐다 변을 당한 건가요?”
“맹 씨도 농사일을 하는 농민인데, 쉬는 시간에 뱀을 잡으러 다니는 땅꾼 일도 해요 . 그러니까 뱀을 잡으러 갔다가 당한 거죠. 이곳 대별산에 사악한 요괴가 사는 것이 틀림없어요.”
말을 하는 피해자의 부인은 몸을 소스라치게 떨면서 두려움에 떨었다.
한 마을에서만 두 명이 피해를 당했으니 두려울 만도 하다.
“혹시 남편분 시체를 우리가 볼 수 있을까요?”
“그건… 관아에서 처리하기 전까지는 누구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해서요”
“남편분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살림이 어려울 겁니다. 약소하지만 이 돈이면 남은 식솔들이 당분간 지내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 철그렁-
“이, 이렇게 많은 돈을?”
내가 꺼낸 은자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뜨는 부인.
은자 사십 냥이다. 대도시에서도 한 가족의 2년 생활비에 해당하는 돈.
이런 촌동네에서는 4년 생활비에 해당하는 큰돈이다.
“남편분 시체를 보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남편분의 원수를 찾아서 원수를 갚아드릴 수도 있고요.”
“원수를 찾아서 갚아주신다고요? 그럼, 보여드려야죠.”
원수를 갚는다고 하자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부인.
“이리로 오세요.”
방을 나와 옆의 허름한 건물로 안내한다.
“광으로 쓰는 곳이고 일단은 여기에 보존하고 있어요. 목내이가 된 상태라 부패하거나 썩지는 않으니까요”
부인이 광문을 열자 보이는 목관 하나.
“저는 무서워서 관을 열기 어려워요”
“관은 우리가 열어보죠. 무서우시면 방에서 기다리셔도 됩니다.”
“네, 저는 방에 가서 기다릴게요. 다 보시면 원래대로 해주세요.”
– 끼이익-
관 뚜껑을 열자 보이는 목내이 한 구. 부인의 남편이다.
“흠, 일반 목내이하고는 확실히 다르네. 오래 되어서 마른 것이 아니라 기가 빨리고 피까지 빨려서 진짜로 거죽만 남았어.”
당비취는 목내이를 보더니 신기한 눈으로 이리저리 살펴본다.
“혹시 단서가 될 만한 것 있으면 찾아 봐.”
“응, 알았어.”
당비취가 목내이를 들추어보면서 꼼꼼하게 살펴보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혹시 이 시신의 옷을 벗겨도 될까?”
“부인이 없으니까 될 것 같은데. 다시 입히면 되니까.”
“응, 옷이 입혀진 상태라 제대로 살피기가 어려워서.”
당비취는 목내이를 바깥으로 꺼내 관 뚜껑 위에 올려놓더니 옷을 벗겨가면서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한다.
“뭐를 찾아보는 거야?”
“피를 뺀 곳하고, 피를 빼는 방법.”
“피를 뺀 곳?”
“피가 빨린 상태잖아. 그럼 어딘가를 통해서 피를 뽑아냈을 것 아냐. 옷을 입고 있으니 안 보여서.”
꼼꼼하게 살피던 당비취가 시선을 멈추더니 눈이 빛나기 시작한다.
“찾았다. 팔뚝이 동맥에 관을 꽂아서 뺀 거였네.”
“그걸 어떻게 안 거야?”
“여기 이 팔뚝을 봐.”
당비취가 소매를 걷어서 보여주는데 목내이 팔꿈치 바로 밑에 작은 구멍이 보인다.
“이 구멍이 동맥에 나있는 것이 보이지. 채혈용 관을 동맥에 꽂은 자국이야. 그러니까 관을 이용해서 피를 뽑았다는 이야기지.”
“죽은 상태에서 피를 뽑은 건가?”
“아니, 죽으면 피를 뽑을 수 없어.”
“응, 그래?”
“피를 쉽게 뽑으려면 심장이 동작할 때 뽑아야 해. 죽은 뒤에는 혈관 곳곳에 있는 피가 흐르지 않기 때문에 뽑기가 어려워. 살아있을 때 뽑아야 피를 쉽게 뽑을 수 있지. 사슴피 같은 것을 뽑을 때도 살아있는 상태에서 뽑잖아.”
“그럼 이 사람들이 살아있을 때 피를 뽑히면서 죽어갔다는 뜻인가?”
“응, 그런 뜻이지. 이 사람들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사술에 당한 거야.”
“살아있는 상태에서 피를 빨리다니. 고통스러웠겠네.”
“아니, 그렇지는 않아. 피가 부족해지면 마약을 먹은 것처럼 정신이 제 기능을 못 하니까. 고통을 느끼지는 않았을 거야. 오히려 환각 증세를 겪다가 죽었을 거야.”
“피를 왜 뽑은 걸까? 강시를 만들 때 피를 뽑을 이유는 없잖아?”
“글세. 나도 그게 궁금해. 생강시를 만든다면 피를 뽑을 이유가 없거든.”
당비취는 피를 뽑은 방법을 찾아낸 뒤에도 꼼꼼하게 여기저기를 살피기 시작한다.
“킁킁! 이 냄새는?”
“무슨 냄새를 맡은 거야?”
“응. 어디선가 맡아본 냄새인데. 무슨 냄새더라.”
미간을 찌푸리면서 생각에 잠기는 당비취.
“킁킁!”
그러다가 뭐가 생각났는지 목내이의 한 부분에 대고 냄새를 다시 맡는 당비취.
“아, 알았다. 침목애 냄새야”
“침목애가 뭔데?”
“나무 냄새를 풍기는 쑥이야. 그 향이 일종의 마약 성분이 있어서 마취제 대신 사용하기도 하는 약초야.”
“그 침목애 향이 왜 목내이에서 나는 거지?”
“피해자를 환각상태로 만드는 데 사용한 것 같아. 그런데 이 침목애는 매우 희귀한 약초인데, 이걸 어디에서 구한 거지?”
당비취는 좀 더 살펴보더니 목내이 시신 원상복귀 시킨다. 충분히 다 봤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