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위기(3)
한 시진 정도 지났을 때다.
– 사사삭─ 자박자박─
숲 속을 헤치고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나무들 사이로 보이기 시작하는 적들.
모두 긴장한 모습으로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적들의 모습에 집중한다.
네 명의 젊은 사내가 숲길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주변을 살핀다.
[적들이 숲을 탐색하고 있어. 모두 소리 내지 말고 숨죽여.]“⋯⋯.”
모두 대답이 없다.
소리를 낼 수는 없고, 내공이 없어서 전음을 사용할 수 없으니 눈만 끔벅이면서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전음 사용이 가능한 사람은 나와 당비취뿐.
숲 사이를 이동하는 적들이 곧 우리가 은신하는 앞까지 다가온다.
[안 들킬까?]당비취는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적을 보면서 당황한다.
우리는 바위와 나무에 의지해 겨우 은신한 상태.
과연 우리가 적들에게 보이지 않는지 궁금하다.
[안 들키겠지.]탐색조들은 우리 앞에서 잠시 생각하더니 손짓으로 오른쪽을 가리킨다.
– 사사삭─ 자박자박─
우리 앞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트는 적들.
그렇게 네 명의 사내가 사라진 후에야 한숨을 내쉰다.
“휴우, 긴장했잖아.”
“아미타불! 이런 적들도 이제는 무섭네.”
“저 넷을 해치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넷을 해치우는 순간 이곳이 갑 지점으로 지목이 되니까. 적을 해치우는 것보다 적을 해치우지 않는 것이 더 힘들어.”
“맞아. 무비 말이 맞아. 적이랑 싸우는 것보다 더 힘들다. 엄청 긴장했다.”
그렇게 한 차례 탐색조가 지나간 것으로 탐색이 끝나나 싶었다.
그러나 탐색조는 한 차례 또 왔다.
두 번째 탐색조도 우리가 은신한 바위 앞에서 다른 길로 방향을 꺾었다.
“이런 식으로 적들이 우리를 찾지 못하고 간다면 반나절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글쎄, 아직 시간이 남은 상태라. 적들도 우리의 동선이 발견되지 않으면 탐색을 강화할 거야.”
이제 반나절 중 사분의 삼이 지나고 반 시진 정도만 버티면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을 기대하는 순간이 되었다.
그때 또 다시 나타나는 탐색조. 그런데 이번에는 앞서의 두 번과 다르다.
일단 숫자가 열 명으로 많다.
그러나 내가 주목하는 것은 그들을 이끌고 있는 한 사내.
젊은 무인들이 탐색했던 아까와 달리 이번에는 한 중년 사내가 탐색조를 이끌고 있다.
딱 봐도 고수의 냄새를 풍기는 중년 사내.
머리에 홍색 두건을 질끈 두른 두건남은 손으로 탐색조를 지시하면서 움직이는 중이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물을 탐색하면서 사람들을 좌우로 넓게 포진시키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두건남.
마침내 두건남이 바위 앞에 와서 잠시 멈추더니 우리 쪽을 향해 뚫어지게 쳐다본다.
[허억, 오빠 우리 들키는 거 아냐?] [아직은 안 들킨 것 같은데. 지켜보자고.]우리가 은신한 곳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한 두건남은 바위 옆의 나무를 들추어보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대원들 모두 초긴장 상태가 된다.
하지만 소리를 낼 수 없으니 모두 혹시 모를 기침을 방지하기 위해 입을 막으면서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때 내 손을 잡는 부드러운 손 하나.
[왜?]손연설이 긴장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내 손을 잡은 것이다.
그런데 그 손이 땀으로 젖어서 축축하다.
얼마나 긴장을 했기에 손이 젖을 정도로?
손연설은 두건남을 보면서 눈동자를 떨고 있는 중이다.
손연설은 내 손을 가져가더니 손바닥을 펴보라는 시늉을 한다.
손바닥을 펴자 글씨를 쓰기 시작하는 손연설.
전음이 안 되니 필담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 [저자는 위험해. 지금 이곳이 수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눈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손으로 저렇게 나무를 움직이다 보면 눈에는 보이는데, 손에는 안 잡히는 환상을 발견하게 될 거야.] [위험한 상황이라는 거잖아?]
– [진을 보완해야 해.] [어떻게?]
손연설은 조심스럽게 기물 하나를 꺼내더니 내 손에 글씨를 쓴다.
– [저자의 발 한 자 앞의 땅. 거기에 세 치 깊이로 박아야 해. 그런데 소리를 내면 안 돼. 진동이 있어도 안 되고. 할 수 있겠어?]
꽤나 까다로운 요구사항이다.
박는 것 자체야 아무 문제가 없지만 소리도 내지 않고 진동도 내지 않아야 한다니.
– 사사삭─ 사사삭─
두건남은 자꾸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뭔가를 찾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운강과 교적풍, 당비취의 안색이 점점 굳어간다.
이러다가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다.
– [무비야, 급해.] [해볼게.]
모든 내력을 끌어 모은 뒤에 기물을 던진다.
그러나 땅에 박지는 않았다.
허공에 살짝 뜬 상태의 기물. 그 모습을 보면서 대원들 모두가 눈을 크게 뜬다.
[오빠, 허공섭물의 경지에 도달한 거야?]당비취는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조용, 집중해야 해.]진짜 몸 안의 모든 내력을 끌어 모아 진기를 조절 중이다.
‘진기를 이용해 기막을 형성해 소리를 막고.’
기물 주변으로 기막을 이용해 소리를 막는다.
범위는 겨우 다섯 치에 불과하다. 매우 작은 범위다.
평소 내가 기막으로 소리가 새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범위는 삼 장 정도.
최소한 방 하나 크기의 공간을 기막으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방 하나 크기에 비교할 수 없는 손바닥만 한 공간에 기막을 형성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
진기를 발산하는 내 주변으로는 진기를 이용해 기막을 형성하는 일이 쉽지만, 지금 기물이 있는 위치는 나로부터 꽤나 떨어진 위치이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나를 중심으로 기막을 형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데, 나로부터 독립된 공간에 별도의 기막을 형성하는 일은 진짜 어렵네. 그냥 나를 중심으로 이 장 범위를 확 기막을 형성하고 싶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 진기를 적이 감지하게 된다.
어렵지만 떨어진 공간에 별도의 기막을 형성해야 한다.
정말 모든 힘을 다해서 진기를 발출해 손연설이 지정한 위치에 기막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 기만 안에 살짝 떠있는 기물.
‘하강─!’
이번에는 진기를 이용해 기물을 아래로 하강시키면서 땅에 박는다.
결코 쉽지 않은 일.
단순히 물건을 허공섭물로 움직이는 것도 어려운데, 단단한 땅에 박아야 한다.
그것도 내 몸 가까이가 아니라 몸에서 꽤 떨어진 곳에.
정말로 모든 내력을 총동원해서 섬세하게 조정해 가면서 기물을 박기 시작한다.
– 사악─
소리를 내지 않고 땅으로 박히기 시작하는 기물.
한 치, 두 치, 그리고 세 치!
마침내 기물을 정확하게 박고 나자 모든 내력이 다 고갈된 것 같다.
‘아, 정말 힘드네. 칼 들고 싸우는 것보다 소리 내지 않는 게 더 힘들어. 아, 빌어먹을. 어쨌든 했네.’
손연설을 쳐다보자 눈이 반짝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 [무비는, 정말 대단해. 잘했어.]
손연설은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내 손바닥에 글씨를 써준다.
옆을 보니 당비취를 비롯해 운강하고 교적풍도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나를 쳐다본다.
설마 저 정도로 내가 내공을 사용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하긴 나도 이런 난이도 상급의 일은 처음 해본다.
[그런데 연설아, 저거 박으면 뭐가 달라지냐?]– [지켜 봐.]
우리 모두 숨죽이면서 두건남의 행동을 주시한다.
조금만 더 나뭇가지를 치면서 앞으로 전진하면 진이 설치된 것이 들킬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저놈을 죽여야 한다.
여기 있는 놈들을 모두 죽이는 거야 큰 문제가 아닌데, 그러면 이곳에 우리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니 문제다.
“으응?”
– 촤작─
갑자기 나무 사이를 뒤지던 두건남이 흠칫 놀라면서 뒤로 물러선다.
꽤 놀란 모습이다.
두건남은 손짓으로 다른 방향을 지시하더니 자신도 오른쪽 길을 따라서 올라간다.
그렇게 두건남이 완전히 시야에서 멀어진 후에야 겨우 한숨을 내쉬는 대원들.
“아미타불! 휴우, 정말 긴장했다. 적이 우리의 진을 발견하는 줄 알았어.”
“나도.”
“휴, 정말 위기였어. 다행이야.”
“그런데 연설이 네가 설치한 기물이 뭐길래 두건남이 흠칫 놀라면서 물러선 거냐?”
“독사떼가 우글우글한 것을 보고 놀란 거지.”
“독사떼?”
“아미타불! 독사떼라니? 나는 본 적이 없는데?”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 된다.
“독사떼? 그자에게만 보이는 거야?”
“응, 한두 번만 더 휘저으면 들킬 수 있어서, 그자가 나무를 휘저어서 나타난 공간에 독사떼가 보이도록 한 거야. 그래서 그자가 이곳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거고, 더 진입하면 독사떼에게 당할 것 같으니 물러선 거야. 사실 환상을 추가로 보여주는 일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닌데, 기물을 설치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지. 그런데 정말 말도 안 되게 무비가 잘 설치해 줬어. 수고했어.”
“어쨌든 다행이다. 들키지 않고 지나가서.”
“조금만 더 버티면 내공을 회복할 수 있을 거야. 그 다음에는 놈들에게 들킨다 하더라도 우리가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어.”
“물론이지. 조금만 더 버티자고.”
위기를 한번 벗어난 대원들은 사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반 시진이 지난다.
“어? 무비야, 내공이 느껴진다. 내공을 다시 쓸 수 있을 것 같아.”
“나두. 나도 점차 내공이 다시 회복되는 느낌이야. 완전 바닥까지 사라진 내공이었는데. 내공이 다시 돌아오고 있어.”
세 사람이 드디어 산공독 효과에서 벗어나 내공을 다시 회복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비로소 한숨이 놓인다.
“휴, 다행이다. 내공 회복 때까지 무사히 잘 버텼네. 연설이 공이 크다.”
“아냐, 기물을 설치한 것은 무비잖아. 그리고 위기 때 추가기물을 설치한 것이 정말 컸고. 무비 아니었으면 꿈도 꾸지 못할 기물 설치였어. 소리를 막으면서 내공의 힘만으로 기물을 설치하다니. 상상도 못 했던 수법이야. 정말 대단해.”
내공이 서서히 돌아오자 대원들 표정에 여유가 생긴다.
반나절 내내 긴장 속에서 보내던 놈들이 드디어 예전 같은 여유를 찾은 것이다.
마침내 모두 내공을 온전하게 회복하자 이동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손연설은 땅 위에 지도를 그려가면서 이동할 동선을 잇는다.
“여기 구채구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가 청천이야. 아마 놈들도 그쪽으로 우리가 이동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쪽 방향에 감시망을 만들어 놓았을 거야. 그리고 우리의 외모 특성상 사람들 눈에만 보이면 바로 감시망에 걸려들어.”
“그렇겠지. 미녀 둘에 빡빡이 한 명이니 바로 눈에 뜨이지.”
“그래서 놈들의 감시망을 벗어날 때까지는 누구도 만나면 안 돼. 일반 백성이라 하더라도 소문이 날 거야.”
“아무도 안 만나면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고?”
“굶어야지.”
“굶는다고?”
“정상적이라면 여기에서 동쪽으로 이동해 청천으로 가야 해. 하지만 감시망에 걸릴 위험이 크니 북쪽 산을 타고 넘어가는 거야. 청천에서 한중, 서안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감숙성 천수로 이동한 다음에 동쪽으로 꺾어서 바로 서안으로 넘어가는 거지.”
손연설은 나뭇가지로 북쪽으로 선을 긋는다.
“북쪽? 북쪽에는 아무것도 없어. 도시는커녕 촌락도.”
“그래서 북쪽으로 이동하자는 거야. 사람이 없으니 감시망을 벗어나기가 쉬워.”
“산을 타야 한다니까? 밥도 못 먹고 산을 타자고?”
“힘들지만 그것이 천라지망을 벗어나는 방법이야.”
손연설의 전략에 모두 고민을 하지만 답은 뻔하다.
굶는 것보다 놈들의 천라지망이 더 무섭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