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29
29화. 당비취와 재회(5)
“무비는 내게 좋은 감정이 하나도 없는 거야?”
“있겠냐?”
자기랑 싸우겠다고 덤벼들고 툭하면 독살하려는 여자를 좋아할 남자가 어디 있다고.
“그럼, 내가 가진 것 중에서 무비에게 좋게 평가된 것은 하나도 없는 거야? 장점 같은 것도 없어?”
“니 장점? 얼굴 이쁜 점은 장점이지.”
“내 얼굴이 예뻐?”
예쁘냐고? 예쁘긴 하지. 예쁜 건 사실이니 사실대로 말해준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오늘 본 세 여자 중에서는 니가 제일 이쁘잖아. 뭐, 낙양 와서 본 여자 중에서는 니가 제일 이쁘긴 하지.”
갑자기 우울했던 당비취의 얼굴이 환해지며 입이 찢어지려고 한다.
“예쁘다는 말이 그렇게 좋냐? 갑자기 우울했던 얼굴에 웃음꽃이 피네.”
“예쁘다는 말 싫어하는 여자가 어디 있어. 더구나 무비 니가 예쁘다고 하니까. 그러니까 좋아하지.”
“별일이네. 둑수화라서 예쁜 것은 관심 없을 줄 알았더니 예쁘다는 말만 듣고도 좋아하고.”
“그것 말고 다른 장점은 없어?”
“다른 거? 니 독공 실력도 장점이긴 하지. 그 나이에 이원합독술이라니. 실력 하나는 탁월하네.”
“그래? 그럼 이런 장점이 있는 나를 왜 싫어하는 거야?”
“그 독공으로 나를 독살하려 하는데 좋아하겠냐? 실력 좋은 놈이 우리 편이면 누구보다 든든하지만, 적이 되면 가장 싫은 법이야. 실력 좋은 적은 아주 끔찍하지.”
수라검신 때 겪어서 안다. 적인데 실력이 좋으면 정말 끔찍하고 피곤하다.
“그러니까, 무비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는 내가 무비의 적이라서 싫다는 거야?”
“아니겠냐? 오늘도 나를 독살하려고 했잖아.”
“앞으로 안 한다고 했잖아.”
“그래 당문 사람이 한 말이니 그 말은 믿도록 하지.”
“그럼 내가 무비 편이 되면 나를 든든한 친구로 생각하겠네.”
“뭐, 그럴 수도.”
“그래? 오늘부터 나는 무비 편이야. 됐지?”
“되긴 뭘 돼. 어떻게 내 편이 된다는 거야?”
“간단하잖아. 누가 무비를 괴롭히거나 죽이려고 하면 내가 나서서 막아주고 퇴치하는 거지.”
“그건 나쁘지 않네.”
“그렇지? 그럼 오늘부터 나는 무비 편이니까 나를 싫어하지 않을 거지?”
“니, 하는 것 봐서. 너, 백정학관 들어가서 나랑 대결할 거라고 했잖아. 나를 따라다니면서 대결하자고 할 거 아냐.”
“아냐. 그것도 안 하면 되잖아.”
“그래? 웬일이냐? 나랑 대결을 포기할 생각을 다 하고.”
“그건 말이지…!”
갑자기 맞은편에 앉았던 당비취가 일어나더니 내 옆으로 와서 앉는다.
“갑자기 왜 내 옆에 앉는 거야?”
“마주보는 것은 적이라고 하잖아. 적을 향해 같이 보는 사람이 동료인 것이고. 나는 무비 편이 되었으니까 무비랑 같은 곳을 바라 봐야지. 같은 편이니 싸울 일도 없고.”
“흠, 뭔가 의미심장한 말처럼 들리네. 그런데 팔짱은 왜 끼는 거야? 다른 의도로 옆에 앉은 것 아냐?”
옆에 앉은 당비취의 손이 내 팔을 잡더니 자신의 옆구리에 끼운다.
– 물컹─
그 바람에 당비취의 가슴에 내 팔이 닿고 말았다.
“어?”
“왜?”
“아냐. 생각보다 좀 있어서.”
“뭐가?”
“내 팔에 닿는 거 말이야.”
“내 팔? 내 가슴? 뭐?”
“민망하게 그걸 왜 물어보냐.”
“무비 너도 생각보다 좀 있잖아.”
“뭐가?”
조금 전에는 당비취가 ‘뭐가?’라고 물었는데, 이번에는 내 입에서 ‘뭐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근데 정말로 뭐가 있다는 거냐?
“그거 있잖아.”
“그거라니?”
“어려서 7척남 별명에 오른 그거.”
뭐? 설마?
내 시선이 자연스럽게 내 사타구니 사이로 향하자 당비취의 시선도 같이 아래로 향한다.
“봐, 동료는 같은 곳을 본다고 하잖아. 너랑 나랑 보는 곳이 똑 같네.”
“정말로… 이거 말하는 거냐? 이걸 왜?”
“응. 그림자로 봤지만, 어린 내게는 충격적이었거든. 그 인상이 아직도 깊게 남아있어.”
“인상이 깊게 남아?”
“우뚝 선 모습이 크고, 우람했잖아. 와아, 그게 마구 위로 올라갈 때는 정말 신기했다니까. 웅장하더라구.”
당비취가 말하는 것이 뭔지 알겠다. 내력을 이용해서 발기했던 장면을 말하는 거다.
“그게, 그렇게 인상적이었냐?”
“응. 나는 처음 봤잖아.”
“보긴 뭘 봐. 누가 들으면 실물을 본 줄 알겠다. 그림자였잖아?”
“그림자라도 비교는 되지. 다른 두 아이 그림자는 초라했잖아.”
“아, 그렇긴 하지.”
“아직도 크고 우람해?”
“⋯⋯.”
설마 이렇게 대놓고 물어볼 줄은 몰랐다. 얘가 이렇게 밝히는 여자였나?
“비취 너 말이야. 맞은 것 때문에 나를 안 잊은 게 아니라 다른 이유라 그랬잖아. 혹시 내 물건 때문인 거냐?”
“반은!”
“반은? 나머지 반은 뭐야?”
“비밀!”
얘가 내게 배운 말을 잘 써먹네.
“어쨌든 반은 내 물건 때문이라는 거네? 너 그런 거 밝히는 여자냐?”
“그런 거라니? 그런 거가 뭐야?”
당비취는 내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면서 생글생글 웃는다.
순간 당비취의 몸에서 나는 체향이 훅 하고 코로 들어온다. 그 체향에 잠시 아랫도리가 불끈해졌다. 이렇게 가까이서 성인여자의 체향을 맡아본 것이 언제더라?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22년만이지?
코를 자극하는 내 또래 여자의 체향에 나도 모르게 성욕이 불끈 일어난다.
내 몸의 변화는 느낀 걸까? 당비취의 시선이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그러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시 얼굴을 돌리는 당비취.
“왜 분신이 꿈틀거리는 거야?”
보통의 남자라면 이런 경우 당황하거나, 돌려 말하겠지. 하지만 내가 누구인데. 나도 직설적이라고.
“말 돌리지 말고. 그런 거가 뭐냐고? 성적인 거 말이야. 남녀의 애정이나 성적 행위 밝히냐고?”
“어쩌면.”
“어쩌면은 또 뭐야? 밝히면 밝히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훗! 그게 환경이나 조건 따라 대답이 달라지니까.”
“밝히긴 한다는 소리네.”
“상황과 조건 따라서.”
“어떤 조건이면 밝힌다는 거야?”
– 스윽─
“남녀가 둘이 한 방에 있는 지금 이런 상황이면 밝힐만 하지 않아?”
당비취가 갑자기 내 허리를 껴안으며 몸을 돌린다.
– 물컹─
그 바람에 이번에는 제대로 당비취의 가슴 사이에 내 팔이 끼고 말았다. 분위기가 왜 이래? 뭔가 위험한데?
“알았다. 사생활이니 그건 그만 묻도록 할게. 그런데 안 들어갈 거야? 이제는 들어가도 될 것 같은데.”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 맛집 같이 가줘서 고마웠어.”
“그래. 말이라도 고맙다니 좋네.”
“이제 같은 편이라니까.”
당비취는 뭔가 아쉬움이 남은 듯한 눈빛을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 나가려는 듯해서 문까지 배웅하려는데 당비취가 갑자기 뒤돌아보면서 한 마디 한다.
“아참, 무비야. 조심할 거 있어.”
“뭘 조심해? 나는 너를 제일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
“훗, 나를 왜 조심해. 같은 편 되었다니까. 개천혈교에서 후기지수를 노린다는 소식이 들어왔어.”
“개천혈교 놈들이?”
“이번 백정학관이 개천혈교의 발호에 대응하기 위해서 긴급 편성한 학관이잖아. 인재들이 많이 몰려들 경우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 놈들이, 일부 지원자들을 살해해서 공포감을 조성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들어왔어. 개천혈교 본교의 세작에게서 들어온 정보라니 틀린 정보는 아닐 거야. 그러니 백정학관에 입학해서 백정맹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조심해야 해. 시험까지는 아직 이틀이나 남았으니까.”
“흐음. 알았다. 충고 고맙다.”
개천혈교 놈이라면 능히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놈들이지. 백정맹이 있는 이곳 낙양에서 개천혈교 패거리가 움직이기에는 제약이 많지만, 무공이 약한 지원자들 몇 명 살해하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놈들이 신궁전으로 혼란을 일으키면서 지원자 살해까지 꾸미고 있다니. 아무래도 놈들의 도발이 가까워진 것 같다. 놈들이 전면 등장한다면 강호는 피바람이 불며 혼란으로 접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기는 약소문파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현무문 같은 문파 말이다.
당비취가 돌아간 후 무공 수련을 시작한다. 객잔이라 대놓고 칼을 휘두를 수 없으니 행공을 하면서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심상을 통한 수련을 시작한다. 정신세계 안에서 초식을 펼치면서 몸에 그 상상을 훈습시키는 수련법이다.
이때가 되면 내 몸은 내면 깊이 파고든 상태가 되고, 감각은 극도로 예민하고 맑은 상태가 된다.
‘외부인? 침입자?’
내 몸을 관조하고 있을 때 몸으로 전해지는 진동과 기척들. 지붕 위에서 전달되는 진동이 틀림없다. 그 진동이 벽을 타고 바닥을 통해 내 몸에 전달된 것이다. 행공 중이 아니었다면 잘 느끼지 못 할 미세한 진동이다.
‘지붕 위로 움직이는 놈들이라면 자객일 가능성이 높은데.’
진동이 가까워진다.
‘지붕에서 2층으로 내려왔어. 2층에 있는 누군가를 노리는 건가? 설마 나는 아니겠지?’
긴장하면서 모든 감각을 끌어올려 벽과 바닥으로 전달되는 진동을 따라 침입자의 동선을 따라간다. 침입자는 옆 방에서 멈추었다.
– 끼익─
창문을 여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리더니 방 안 공기가 휘몰아치는 것이 느껴진다. 극도로 에민해진 감각이기에 느낄 수 있는 미세한 변화다.
‘옆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잠시 후 그림자는 다시 창문 밖으로 빠져나가더니 지붕 위로 올라갔다가 자취를 감춘다.
‘일단 내 방은 아닌데. 옆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신경 끄자. 내일도 아닌데 신경 쓰면 피곤하지.’
일단 내 일은 아니라서 남은 수련을 마친 후에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이 되자 간밤의 일이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간밤에 이곳 낙빈루에 머물던 후기지수 한 명이 살해당했다며?」
「자는 사이에 자객이 들어와서 죽인 것 같다고 하던데. 침상에서 자다가 당했다고 하더만.」
「범인은 누구래?」
「그걸 알 리가 있나. 범인이 잡혔어야 알지. 알려진 것은 젊은 후기지수 한 명이 죽었다는 것뿐이야.」
「그럼 누가 죽였는지 모른다는 거야?」
「그런 셈이지. 누가 왜 잠자는 사람을 죽였는지는 모르지.」
「이번에 백정학관 입학하려고 올라온 후기지수라며?」
「맞아. 시험도 못 치고 시체가 된 거지. 」
「저런 안 된 일이네.」
간밤에 202호에서 벌어진 일은 살인사건이었다. 만약 당비취의 충고가 없었다면 나 역시 옆방 사람이 왜 죽었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설마, 옆 방 살인사건이 당비취가 말한 개천혈교의 공작 중 하나인 건가? 만약 맞다면 조심해야겠네. 나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낙빈루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은 파장이 컸다. 객잔 주인의 신고로 관아에서 사건을 조사한 것은 물론이고, 백정맹에서도 조사를 나왔다.
때가 때이니만큼 백정학관 지원자였던 후기기지수가 백정맹 관할 구역 안에서 살해된 사건은 파장이 꽤 큰 것이다.
아침 식사가 끝난 후에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백정맹 감찰대가 낙빈루로 들이닥쳤다. 감찰대는 낙빈루 주인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신과 방 안을 살펴보더니 몇 가지를 묻기 시작했다.
“203호 손님이죠. 간밤에 옆 방에서 무슨 소리 못 들었습니까?”
감찰대는 옆방 손님인 내게도 탐문을 했다.
‘뭔가 듣기는 했지. 하지만 들었다고 대답하면 골치 아파지지.’
당연히 자느라고 들은 것 없다고 말하고 감찰대 옆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대주님 오셨습니까!”
“그래. 새로 밝혀진 건 있나?”
“없습니다.”
백정맹 감찰대 대주가 온 모양이다. 그리고 백정맹 감찰대 대주를 본 순간 잠시 내 시선이 정지되었다.
‘이 친구가 감찰대 대주? 하긴 실력이 좋기는 하지.’
50살 전후로 보이는 중년 무인. 날카로운 눈빛이 꽤나 매서운 인상을 풍기는 그를 본 순간 그의 젊은 시절 얼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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