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5
5화. 위험한 건 무공으로 배출
─ 흔들흔들!
눈 앞에 뭐가 왔다리갔다리 하는 것이 보인다.
오호? 드디어 움직이는 물체의 움직임이 인식되는 건가? 그러면 1개월 정도 지났다는 이야기인데?
동물 새끼들은 태어나자마자 걷고 뛰어다닌다. 태어나자마자 눈도 잘 보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인간 신생아는 태어나서 1년 동안 걷지도 못 한다. 눈도 안 보인다.
인간 신생아의 시력이라는 것은 보잘 것 없다. 눈을 뜨고 나서도 명암만 겨우 분간하는 수준이다. 한 달 정도 되면 비로소 물체의 움직임에 대해서 조금씩 인식이 가능해진다. 지금 내 눈에 뭐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면 한 달 정도 된 것 같다.
시력과 달리 태어날 때부터 열려 있는 청각은 꽤나 발달했다. 이제는 사람들의 대화 내용이나 주변의 미세한 소리까지 모두 알아들을 정도가 되었다.
신생아 경험 1달 차에 접어드니 보고 듣는 것이 많아진다.
일단 아버지의 하소연을 많이 듣게 된다.
“진매! 참으로 아름답구려.”
“가가! 고마워요.”
“하하, 그런데… 아직 안 되는 거요?”
“아잉… 이제 며칠이나 되었다고. 한참 멀었어요.”
“에효, 정말 답답하네. 이렇게 아름다운 진매를 두고 사랑을 나누지 못 한다니.”
아버지는 어머니와 사랑을 원했고, 그때마다 어머니는 좋은 말로 타일렀다.
“최소 두 달은 걸릴 걸요. 수모가 말하기를 산욕기가 그 정도 된다고 들었어요.”
임신으로 인해 커진 자궁의 크기는 임신 전에 비해 100배나 커진다. 이렇게 커진 자궁이나 변화된 몸이 임신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기간을 산욕기라고 한다. 대개 6주 정도는 걸리니 한 두 달은 걸리는 것이다.
“하아아─! 그 기간을 어찌 참는단 말이요.”
아버지의 한숨이 깊게도 나온다. 아니 고작 이런 일로 나라 잃은 한숨을 짓는 건가?
“두 달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잖아요.”
맞아. 사내가 아내를 위해서 두 달 정도는 참아야지.
“두 달이 아니니 하는 말 아니요. 진매가 임신을 한 후부터 따져야 하는 거 아니요? 벌써 10달이요. 거기에 두 달이면 1년을 넘어가는 거란 말이요. 이렇게 아름다운 진매를 1년 동안 보고만 있어야 한다니. 그거야말로 고문 아니요?”
“하… 하긴… 그렇기도 하네요. 제가 입덧한 이후부터니까 1년이 되어가네요. 상공에게 미안해요.”
“하하…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요. 진매가 미안해 할 일은 아니요. 우리 무비를 낳아준 진매에게는 그저 감사할 뿐이요. 어찌 진매가 미안하다는 말을 한단 말이요. 그저 나로서는 진매를 예전처럼 품에 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거요.”
‘흐음… 1년? 그래 이 정도면 인정. 1년이면 많이 참은 거지.’
아버지 심정이 이해된다. 혈기왕성한 나이에 1년을 참으라고 하는 것은 고문이지.
아버지가 어머니와 사랑을 아쉬워할 정도로 두 분의 사이는 좋았다. 나를 낳은 후에 기분이 좋아진 아버지는 술상까지 챙겨 드시면서 하하호호 좋아라 애정을 과시했다. 술이 들어가면 기분 좋게 취한 두 분이 약간의 스킨십을 하고 서로 술잔을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술상에서 나는 안주 냄새에 허기를 느낀 나는 울면서 나도 뭐 좀 달라고 의사표시를 했다.
“응애응애─ 응애─!”
“어머, 무비가 깼어요.”
어머니…! 진즉부터 깨어있었답니다.
“배가 고픈가 보네요.”
– 물컹─
오늘도 어머니는 평소처럼 내게 젖을 물렸다. 아쉬웠다. 나도 술이랑 안주를 먹고 싶은데.
신생아로 태어나서 가장 큰 불만이 하루 종일 한 종류의 음식만 먹는다는 것이다. 지난 한 달 동안 내가 먹은 식사는 젖 외에는 없다. 다른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는 나는 다양한 요리에 대한 욕심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도, 술 하고 안주를 먹고 싶다고요. 아니, 하다 못 해 고기라도. 그런데 오늘도 나는 젖을 먹는… 응?’
오늘은 조금 달랐다.
순간 나는 머리 속을 관통하는 강렬한 충격과 쾌감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신생아로 태어난 후로는 단 한 번도 느끼지 못 했던 쾌감이었다.
‘이, 이… 이건… 죽엽청주…?’
어머니의 젖은 여느 때와 달랐다. 달콤하고 부드러우며 고소한 맛이 나던 젖이 아니었다.
오늘 어머니의 젖맛은 평소의 우유맛이 아니었다. 오늘 어머니의 젖맛은 죽엽청주 맛이었다.
이 맛을 내가 기억 못할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던 술 중의 하나가 죽엽청이니까.
믿기 어려운 현실에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조금 전에 내 혀 끝을 통해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짜릿하게 전달되면서 두뇌에서 펑 하고 터졌던 그 쾌감은 분명 알콜이 주는 쾌감이었다.
나는 잠시 당황하다가 어머니의 젖을 혀로 조심스럽게 빨면서 내 감각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봤다.
– 추루릅─ 추릅─!
‘와다다닷─! 술, 술이라니…!’
틀림 없다. 죽엽청주의 맛이다. 두 분이 술을 주고받은 과정에서 흘린 술인 것 같았다. 술에 취하면 원래 손이 떨리는 법 아니던가. 그래서 어머니의 가슴에 술이 묻은 것 같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죽엽청주의 맛에 나는 홀린 듯이 어머니의 젖을 빨았다.
아주 작은 양이지만 나는 상당한 취기를 느꼈다. 모든 것이 미성숙한 신생아답게 아주 작은 양의 죽엽청주에도 취기를 느끼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꺼어억… 좋네! 아주 좋아. 이게 얼마 만에 맛보는 술맛이야.’
고작 한 달짜리 신생아가 술맛을 알아버렸다. 아니, 원래 술맛을 알고 있었지.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끄억…! 알콜 기운이 너무 강해. 이것 위험한데?’
아주 작은 양을 먹은 것에 불과하지만 신생아에게는 그것도 꽤나 위험한 양인 것 같았다. 술기운에 정신이 어질어질할 뿐만 아니라, 몸이 비정상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기의 흐름이 달라진 것이다. 신생아에게는 알콜이 몸의 성장에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생아에게 알콜은 역시 위험해.’
신생아가 알콜 중독에 빠지면 성장에 필요한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술을 즐기되, 호르몬 분비에는 영향을 주지 않게 즐겨야지.’
문제가 발생했지만, 내가 누구던가? 3회차 인생, 수라검신이 아니던가.
‘수라심법─!’
“후아하─!”
알딸딸하게 술에 취한 상태에서 내공을 운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몸에 남아있는 알콜 기운을 모아서 정수리 쪽으로 몰아간다.
– 푸슉─
백회혈을 통해 술기운을 발출하자 미세한 소리와 함께 혈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난다.
‘개운하군. 이제 알콜로 인한 호르몬 분비 이상은 없을 거야.’
첫 번째 무공 출수는 젖빨기였고, 두 번째 무공 출수는 술기운의 배출이었다. 이런 일에 사용하라고 배운 무공은 아니지만 아무렴 어때. 행복하면 된 거지.
그렇게 즐거운 나날이 지나던 어느 날.
‘어라? 손에 뭐가 잡히는데?’
– 와락─
‘뭐야? 물건을 잡을 수 있네?’
이불보인지 뭔지 알 수 없지만 손에 잡히는 것이 있다. 천인 것은 분명하다. 손에 힘을 주고 잡아보니 잡힌다.
‘신생아가 손바닥에 닿는 것을 잡는 시기는 태어난 후 1개월에서 2개월 사이지. 그럼 지금 내가 그 정도 나이라는 것이고.’
한 달이 지나 두 달 째로 가면서 조금씩 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점차 이불 위에 누워만 있던 삶에서 벗어나 조금씩 서는 삶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 부모님은 나를 안아서 둥기둥기 흔들어주기도 한다.
– 꼴까닥─
그때마다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숨이 넘어가는 상태가 되었다. 목을 가누지 못 하니 고개 무게를 견디지 못 하고 고개가 뒤로 넘어가는 것이다.
신생아의 머리 무게가 이렇게 무거울 줄이야. 실제로 경험해보니 알 수 있다. 신생아의 머리는 무겁다. 그것도 엄청 무겁다.
‘씨부럴! 혼자 있을 때 이렇게 목이 꺾이면 숨도 못 쉬고 죽겠네.’
정말로 혼자 있을 때 목이 꺾이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험했다. 물론 내 옆에는 항상 따사로운 어머니가 계셨기에 그럴 위험은 없었다.
내가 목을 가누지 못 하고 뒤로 젖힐 때마다 어머니는 내 머리를 손으로 받치면서 둥기둥기 흔들어주셨다.
“우리 무비, 둥기둥기!”
– 꼴까닥─
어머니가 실수로 머리를 받치던 손을 놓기만 하면 목이 꼴까닥 뒤로 꺾였다. 이러다 목뼈 부러져 죽겠다.
‘목근육을 강화해야겠다.’
나는 목근육 강화를 시작했다.
‘먼저 고개 돌리기부터. 헛둘헛둘!’
고개에 힘을 주면서 내력을 목 근육에 집중했다. 그러자 목에도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머? 무비가 목을 가누기 시작해요.”
내가 목을 가누기 시작하자 어머니는 기뻐하셨다.
– 쪽쪽쪽─
“우리, 무비 대단하네. 벌써 목을 가누고. 무비가 성장이 빠른 것 같아요.”
“하하, 그런 것 같소.”
아기마다 차이가 있지만 목을 가누기 시작하는 시기는 대체로 3~4개월 사이다. 그런데 나는 그보다 한두 달 빨리 목을 가누기 시작한 것이니 어른들이 보기에는 발육이 빠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건… 근육의 힘으로 가눈 것이 아니라 내공을 이용해서 가눈 거랍니다.’
아무렴 어때. 목을 가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내공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좋다. 근육 발달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몸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보충해준다.
어머니와 있는 시간은 평화로웠다.
한국이었으면 태교음악이니 뭐니 하는 것을 틀어주고, 움직이는 모빌이니 뭐니 하는 것을 천장에 걸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는 그따위 것은 없다. 그저 부모님이 몸으로 해줄 수 있는 것만 해준다.
어머니는 쉬지 않고 내 등을 쓰다듬어주고 팔에 안아 흔들어주거나 내 몸을 안마해준다.
이상하게도 소화불량에 자주 걸린다. 신생아들이 젖을 소화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아니 소화불량이라기보다는 배에 가스가 차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그때마다 내 배는 개구리 배처럼 볼록 튀어나왔다. 배만 튀어나오면 괜찮은데 가스가 차면 복통이 느껴지는 것이 문제다.
“응애애애─ 응애애애─!”
“배가 아파? 우리 무비 트림을 해야지.”
– 토닥토닥─ 툭툭툭─ 쓰담쓰담─
“꺼어억─!”
소화불량으로 배에 가스가 들어차서 배가 튀어나올 때는 어머니가 내 등 뒤를 토닥토닥 두드리고 쓰다듬어 주곤 했다. 신기하게도 그러면 내 입에서는 트림이 나오면서 속이 풀렸다.
어머니는 참 따스한 분이다. 어머니가 나를 안고 둥기둥기 할 때마다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끼며 기분이 좋았다.
때로는 나를 안고 어깨에 내 머리를 걸치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어머니 어깨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아름다웠다.
물론 아직 내 시력은 색을 구분할 수도 없고, 선명하게 볼 수도 없지만 명암으로 구분되는 풍경을 통해 문 바깥 세상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곧… 저 넓은 세상을 다시 나가게 될 거야.’
먼거리 사물은 볼 수 없지만 한 자 정도 이내의 사물을 쳐다보는 것은 가능했다. 점차 여러 가지 물건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세상을 다시 인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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