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51
51화. 야외수업(1)
“교관님, 정말 이런 곳에서 수업을 하는 겁니까?”
남궁무훈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일단은 열흘 동안 이곳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그 후에 더 연장할지 여부는 너희들의 성과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숙식을 해결합니까?”
“나라면 그렇게 질문할 시간에 막사라도 하나 더 만들겠다.”
표 교관의 싸늘한 말에 남궁무훈의 불만이 쏙 들어간다.
“말도 안 돼. 이런 곳에서 수업을 한다고? 그럼 뜨거운 물에 씻지도 못 하는 거잖아.”
황보수영도 입이 댓 발은 튀어나온다.
“온수가 뭐냐. 찬물도 안 보이는구만.”
“그럼, 피부가 푸석푸석해지고 내 미모가 손상되잖아. 악 소협하고 남궁 소협의 얼굴도 망가지고.”
황보수영은 자신의 미모가 손상되는 것이 제일 먼저 걱정되는 모양이다.
“씻는 물은 필요 없는데, 밥을 해먹을 물은 있어야 하잖아?”
“맞아, 오빠. 밥은 해먹어야 하잖아. 근처에 물이 안 보이는데.”
팽씨 남매는 식사에 필요한 물부터 걱정한다.
“재미있는 곳이네. 현장감 있어서 좋네.”
당비취는 흥미롭다는 눈빛이다.
교적풍은 말 없이 주변을 탐색할 뿐이다.
야외수업으로 선택한 장소는 낙양 서쪽에 위치한 대미산. 삼문협을 끼고 있는 산으로 삼문협과 낙양 사이에 있는 산이다.
“설마 물도 길어 와야 하는 거야?”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주변에 온통 바위와 기암절벽 뿐이잖아.”
“숙수도 안 따라왔으니 우리끼리 알아서 밥을 해서 먹어야 하는 것 아냐?”
황량한 산 중에서 야영을 하면서 지낸다는 교관의 말에 모두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교관님, 그럼 밥도 우리가 하고, 우리가 밥 지을 물을 길어 와야 하는 겁니까? 냇가까지 거리가 꽤 되는데요?”
팽무해가 결국 식사에 대한 것을 질문하자 표 교관이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밥을 지어? 밥 지을 쌀은 있고?”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쌀이 없다는 말인가요?”
“쌀? 누가 쌀을 가져왔지?”
“저어… 쌀을 안 가져온 겁니까?”
“너희들 중에서 쌀 가져온 사람 있나?”
“⋯⋯.”
손을 드는 놈이 있을 리가 없다.
“쌀 가져온 놈들이 없다는데? 그럼 뭘로 밥을 지을 거냐?”
“⋯⋯.”
얼이 빠진 듯한 학생들의 표정. 입을 벌린 상태에서 굳어버린다. 설마 쌀도 안 가져왔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적과 대치했다는 상황에서 생존하는 실전훈련이다. 그러므로 식사도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크크, 학생들 표정 봐라.”
표 교관의 말에 모두 얼이 빠진 표정이 되자 도 교관이 재미있다는 듯이 킥킥거린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학생들. 곧 소란이 일기 시작한다.
「뭐야? 쌀도 없다는 거야? 그럼 식사를 어떻게 하라는 거야?」
「산짐승 사냥해서 해결하라는 소리 아닐까?」
「사냥하고 채집으로 해결하라고? 그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
「하여간 가져온 식량이 없다잖아.」
「하루 이틀이면 굶고 말지만 열흘을 어떻게 버텨.」
상황 파악이 된 학생들은 비로소 난감한 표정으로 술렁이기 시작한다.
‘쯧쯧, 내 이럴 줄 알았다. 흉악한 교관 놈들 같으니.’
대미산으로 간다고 할 때부터 심상치 않을 줄 알았다. 학생들은 잠깐 야외로 나들이 나가는 줄 알고 쫄래쫄래 따라왔지만 나는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었다. 각자 지라는 짐이 막사용 천과 막대기임을 파악한 순간부터 장기간 숙박이 될 줄 알았다.
‘저놈들 중에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놈들이 없다니까. 숭악한 놈들 같으니. 준비해오기를 잘 했네.’
그래서 준비했다. 생존에 필요한 물건들을. 가장 필요한 것은?
‘소금이지.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의 양을 가져왔지. 그리고 양념도 충분하고.’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물을 담아놓을 물주머니. 가죽으로 만든 물주머니를 준비해왔다. 이것만 있으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현장에서 해결해야지.
“자 첫날은 야영준비하고 식사준비부터 시작한다. 너희들이 짊어지고 온 것이 야영할 막사 재료다. 조별로 알아서 막사를 치도록. 식사에 필요한 재료는 산 중에서 알아서 충원하도록 한다.”
난리가 났다. 웅성웅성하면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하는 학생들.
“야, 현무조 모여 봐.”
당비취가 학생들을 불러 모으더니 머리를 맞대고 할 일을 의논한다.
“일단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뭐지?”
“일단 먹을 거지. 식량하고 물부터 확보해야 하잖아.”
“그렇지. 그런데 물을 어떻게 길어 오지? 개울은 오다가 봤잖아. 그런데 물을 어디에 담아서 가져오지?”
당비취의 말에 모두 난감한 표정을 지을 뿐 해답을 내놓지 못 한다.
“일단 내게 물주머니가 몇 개 있다. 이걸 이용하면 마실 물은 해결이 될 거야.”
“무비 너에게 물주머니가 있어?”
반색을 하는 당비취와 학생들.
“응, 몸통은 가죽으로 되어 있고, 주둥이는 박음질된 마개로 마감 된 것이라 물이 흐르지 않게 휴대할 수 있어. 하지만 이걸로는 마실 물밖에 해결이 안 돼. 밥 지을 물은 해결이 안 돼.”
“쌀도 없는데 무슨 밥 지을 물이야. 식량은 어떻게 해결하지?”
“사냥하고 채집이지. 산짐승을 사냥하고 먹을 수 있는 나물들을 채집해야지.”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먹을 수 있는 식물하고 독이 있는 식물은 모두 구분할 수 있거든. 내가 손연설과 함께 식용식물하고 버섯을 채집하도록 할게. 무비 너는 남자들을 데리고 토끼나 꿩이라도 사냥해 와.”
의외로 당비취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학생들이 해야 할 일을 척척 제시했다.
‘당찬 구석이 있단 말이야. 적극적이고 진취적이고. 그리고 산에 있는 식물 중에서 식용과 독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확실히 큰 도움이 되지.’
당비취의 말에 반대할 학생은 없었다. 즉시 역할을 나눈 현무조 8명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사냥?
그건 생존의 기본이다. 수라검신 때 산 속에서 은신하며 사냥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니 야생에서 생존하기 정도는 내게는 아주 손쉬운 유희거리에 불과하다.
“그리로 가면 안 돼. 나를 따라와. 내가 짐승들이 잘 다니는 곳을 알아.”
“무비 너가 사냥하는 법 알아?”
“응, 경험 있어.”
“개봉에서 살았다면서?”
“그래도 사냥 많이 해봤어. 나를 믿어보라구.”
현무조 학생들을 데리고 짐승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런 바위절벽에는 초식동물들이 있지 않지. 초식동물이 없으면 육식동물도 없고. 초식동물의 먹이가 있는 곳 주변부터 뒤져야 해. 그러면 풀밭이지.’
초식동물이 좋아하는 먹이가 있는 지역부터 찾아야 한다. 산 중턱에서 주변 지형을 대충 확인한 후에 후보지역을 확보한다.
“따라와. 저기에 풀밭이 있는 것 같다.”
야생 도라지나, 야생무가 있는 곳은 초식동물들이 좋아하는 지역이다. 풀밭 형태로 된 지역은 초식동물이 많이 출현하는 곳이고 육식동물도 많이 출현하는 곳이다. 대개의 산은 경사 진 숲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중간중간 넓은 풀밭 형태의 평평한 초지가 펼쳐지는 곳이 있다. 이런 곳이 사냥에 좋은 곳이다.
초지 주변을 확인해 본다.
“사슴 발자국들이다. 오래 된 발자국이 아니야. 이곳에 사슴과 토끼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이야기야. 여기에서 매복하자.”
“알았어.”
“자, 지금부터는 모두 전음으로 주고받도록 해. 동물들은 인기척에 예민해. 특히 냄새에 예민하거든. 그러니 몸에 흙을 발라서 체향을 지우도록 해. 그리고 우리들의 포위망 안에 들어올 때까지 움직이면 안 돼.”
“흙을 발라? 그러면 옷이 더럽혀지잖아.”
“굶을래? 아니면 옷을 더럽힐래?”
“그야… 알았다. 무비 말대로 할게.”
먹을 것 앞에 장사 없다. 옷이 더러워지는 것보다는 굶는 것이 더 무서운 법이다. 많이 굶어봐서 안다. 옷은 일 년 내내 안 빨아도 되지만, 음식은 며칠만 없어도 견디기 힘들다.
그렇게 매복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첫 번째 사냥감이 나타났다. 포위망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호와 함께 덮친다. 사방에서 덮치니 토끼는 우왕좌왕하다가 그대로 잡혔다.
“피냄새 풍기면 안 되니 충격으로 잡아야 해.”
칼날로 베지 않고 칼등으로 기절시켜 첫 번째 사냥감을 잡는다. 토끼는 곧잘 출몰했다. 그렇게 토끼를 한 마리씩 잡는데, 사슴이 나타났다.
[야, 사슴이다. 저놈은 눈치가 빠르니 주의해야 해. 포위망 안에 들어설 때까지 절대 움직이면 안 돼.]사슴은 눈치도 빠르고 발도 빠른 놈이다. 그러니 주의해야 한다.
사슴이 초지의 풀 쪽으로 움직이다가 귀를 쫑긋하며 얼굴을 번쩍 든다. 그러면서 쳐다보는 곳은 현무조 대원이 매복한 곳이다.
‘저런 눈치 챘어.’
– 타다닥─
인기척을 눈치 챈 사슴은 왔던 길로 재빨리 도망간다.
“잡아야 해. 저거 한 마리면 이틀은 해결 돼.”
6명이 우르르 사슴을 향해 달려들지만 산에서는 사슴의 속도를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지.’
토끼 몇 마리로 8명의 세 끼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사슴은 꼭 잡아야 한다.
‘수라암천술─!’
오랜만에 사용한 암기술인 수라암천술이 내 손에서 펼쳐진다. 내 손을 벗어난 단검이 화살처럼 날아가더니 달리는 사슴의 목을 정확하게 파고든다.
– 퍽─ 콰당─
사슴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 하고 쓰러진다.
“와, 무비가 단검을 던져서 사슴을 잡았어.”
“무비 대단하다, 어떻게 단검을 그렇게 잘 쓰냐.”
칼을 빼들고 달려들던 조원들이 모두 내 단검술을 보고 놀란 표정이다.
‘내 무공을 알아보는 놈이 없어서 다행이네.’
표 교관이나 도 교관이었다면 내 단검술을 본 순간 나를 의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강호경험이 적은 학생들은 사슴에 신경을 쓰느라 내가 ‘수라암천술’을 펼치는 과정도 제대로 보지 못 했고, 관심도 없는 상태다. 지금 이들에게는 사슴을 잡았다는 것이 중요하고, 쓰러진 사슴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이들을 흥분시키고 있을 뿐이다.
“와, 이렇게 큰 사슴을 잡다니. 이 정도면 이틀은 충분히 먹겠다.”
“맞아. 사슴을 잡을 줄이야.”
“사슴을 잡았으면 돌아가도 되지 않을까?”
“식량은 확보했으니 돌아가자.”
우리 조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돌아오자 교관들의 눈빛이 바뀐다.
“뭐지? 현무조가 사슴하고 토끼를 잡았네. 운이 좋았나 보네. 벌써 식량을 확보하고.”
철심염희 반수란은 우리가 돌아오자 의외라는 눈빛으로 우리 조를 쳐다본다.
“운이 좋은 게 아냐. 토끼들이 상처가 없어. 그리고 토끼가 세 마리나 돼. 그 이야기는 토끼 출몰지역에서 매복했다는 뜻이야. 현무조 전원이 옷에 흙칠한 것이 안 보여? 사람 체향을 없애기 위해서 흙을 칠한 거잖아. 그 이야기는 짐승에게 안 들키도록 매복을 했다는 뜻이고. 그리고 사슴 역시 단칼에 목이 뚫렸어. 상처가 작은 것을 보니 검에 베인 것이 아니라 단검에 당한 것 같아.”
“호호, 표 교관 말은 운이 좋은 게 아니라 동물들 출몰지역에서 매복했다가 잡았다는 이야기야?”
표 교관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이야기지.”
─ 소름!
하여간 표진투 저 인간의 관찰력은 무시 못 한다니까. 조심해야 할 대상 일순위다.
아직 당비취하고 손연설은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야, 사슴 손질하면 피도 묻고, 채소도 씻고 해야 하니까 일부는 물을 길어오고 일부는 나무를 해와라.”
“나무야 간단한데, 물은 뭐로 길어? 물통이 없는데.”
“물통 만드는 법 알려줄 테니 나를 보고 따라 해.”
“물통 만드는 법? 그런 것도 알아?”
“자 우선 덩치가 제일 큰 나무를 잘라.”
– 쉭─ 수수수─ 쿵─
검을 이용해 덩치가 큰 나무를 자르자 모두 내가 하는 것을 지켜본다.
“그 다음에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등에 짊어질 수 있으려면 세 척 정도가 적당해.”
– 쉭─ 서걱─
내공을 실은 검으로 자르자 나무가 몇 토막이 난다. 다들 내가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내가 하는 행동에 시선을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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