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55
55화. 야외수업(5)
“크크, 반 교관, 이게 무슨 일이야? 포박이라니?”
“호호, 무슨 일은. 내가 학생들에게 당한 거지. 현무조를 너무 만만히 본 대가를 치른 거지.”
“흠, 힘으로 당한 건가?”
표 교관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손연설 학생의 계략에 당했다고 봐야지.”
“그렇군. 역시 손연설 학생을 주의했어야 하는 거군.”
현무조만 제외하고 나머지 세 개 조는 깃발을 뺏긴 모양이었다. 식사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였다. 반면 현무조는 오늘도 사슴을 포함하여 풍족할 정도의 사냥과 채집이 이루어졌다. 어제 먹고 남은 재료에 오늘 잡은 것까지 합치면 이틀은 더 먹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재료를 갖춘 셈이다.
“야, 나 현무조 하고 싶다.”
“오빠, 나도.”
먹을 것을 본 팽씨 남매는 현무조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 침을 삼킨다.
“흥, 먹을 것 정도에 화산파의 자존심을 팔 정도는 아니지. 학관 복귀하면 다시 잘 먹을 수 있다구.”
“맞다. 사매 말이 맞지. 화산파 사람이라면 음식욕 정도에 화산파 자부심을 버려서는 안 되는 법이지.”
추지란이 코웃음을 치자 악운재가 맞장구를 쳐준다.
“맞아, 겨우 음식 정도 자존심을 버린다면 남궁세가 사람이 아니지. 안 그래 오빠?”
“맞다. 남궁세가의 자긍심을 지켜야지.”
남궁 남매도 자긍싱 어쩌고 하며 떠든다.
자긍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열흘만 굶어봐라. 자긍심이라는 단어도 잊을 거다.
“알다시피 전투나 전쟁에서 패하면 저녁 한 끼가 아니라 목숨이 사라지는 법이다. 한 끼를 굶으면서 내일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고민해보기 바란다. 오늘 저녁은 현무조만 먹을 수 있겠군.”
표 교관의 말에 입이 튀어나오는 다른 조 학생들.
다만 교적풍은 뭔가 깊이 생각하는 표정이다. 아마 백호조를 추격한 표 교관에게 깃발을 뺏긴 이유를 분석 중인 것 같다.
‘교적풍이 깃발을 뺏겼군. 확실히 아직 교적풍으로서는 표진투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 표정을 보니 내일은 어떻게 깃발을 안 뺏길까 고민하는 것 같군.’
교적풍과 같은 성격의 인간은 이미 벌어진 일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의 결과와 원인 분석은 철저하게 한다. 그래야 다음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두 번의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원인 분석을 철저히 하지.’
저녁식사 준비가 시작되자 축제 분위기가 된 현무조.
“우와, 오늘도 맛있게 먹겠는데. 고기도 넘쳐나고 채소도 많이 채집했어. 나물에 찌개에 고기까지. 배 터지게 먹겠다. 며칠은 먹고도 남겠어.”
당비취는 저녁식사를 준비하면서 신이 났다. 그건 다른 조원들도 마찬가지다.
“자 먹자. 현무조는 달려들어.”
당비취의 신호와 함께 달려드는 현무조 조원들.
“무비야아─!”
또 다시 다정한 말투로 부르는 팽무해.
“왜?”
“너네 음식 많잖아. 우리 좀 나누어주면 안 될까?”
“야, 무해 너는 오늘 토끼하고 꿩 주기로 한 것도 지키지 못 했잖아. 오늘 갚을 것도 못 갚은 주제에 음식을 달라고?”
깃발을 지키느라고 사냥을 못 한 다른 세 개 조는 어제 나와 약속한 사냥감도 마련하지 못 한 상태다.
“여기서 못 갚으면 학관에 가서 갚을게.”
“학관에서? 가만 그럼 음식을 돈 받고 파는 형식이 되는 건데. 현무조 생각은 어때? 남는 음식 팔아서 학관에 복귀하면 장사한 돈으로 술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응, 나는 찬성. 어차피 여기서 잡은 거 가져갈 수도 없고. 다 먹거나 버려야 하잖아. 남는 것을 나중에 돈으로 받는다면 나쁘지 않지.”
당비취는 바로 찬성을 부른다.
“나도. 찬성.”
현무조 학생들이 찬성을 하니 남는 음식을 팔 수 있다.
“좋아. 그럼 주작조는 한 끼에 은자 1냥씩만 내라. 학관에 가서 갚아야 하는 조건이고.”
“한 끼에 은자 1냥? 좀 비싼 거 아니냐?”
“싫음 말고.”
“아, 아냐. 오빠, 지금 우리가 비싸다고 버티면 한 끼 굶게 되는 거야.”
음식에 진심인 팽유진이 옆에서 화들짝 놀라서 만류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팽무해.
“잠시만 조원들하고 상의하고.”
팽무해가 조원들과 상의하자 조원들 고개가 끄덕인다. 나중에 돈을 내더라도 당장 한 끼를 굶는 것이 아쉬운 것이다. 남궁가의 자긍심을 이야기했던 남궁무훈도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다. 그럼 은자 1냥. 됐지? 그럼 음식 가져간다.”
“응. 필요한 만큼 가져 가.”
팽씨 남매가 주작조 음식을 가져가자. 다른 조도 기웃거린다. 결국 다른 조도 은자 1냥을 갚기로 음식을 싸간다.
“호호, 현무조는 장사까지 하는데?”
“크크, 저놈들은 음식이 남아돌잖아.”
“호호, 실전중심에 딱 맞잖아. 실제로도 전쟁나면 부족한 것을 동료끼리 거래하잖아.”
그렇게 실습훈련 첫날이 어수선하게 지나가고 다음날 다시 실습훈련이 시작된다.
“오늘도 어제와 동일하다. 깃발을 뺏기지 않아야만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
“네. 알겠습니다.”
다른 조들의 대답을 보니 밤새 나름 토론을 많이 한 모양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한 흔적이 표정에 나타난다.
“오늘의 정보다. 청룡조는 반 교관, 백호조는 백 교관, 주작조는 도 교관, 현무조는 내가 추격하기로 결정했다. 반 시진 후에 추격을 시작하겠다.”
현무조가 모여서 이동한 다음에 숲 속에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한다. 어제 손연설의 전략에 힘입어 반 교관을 잡았기에 현무조는 손연설을 쳐다본다.
“연설아, 오늘도 무슨 전략 있어? 표 교관을 잡을 전략 있는 거야?”
당비취의 질문에 고개를 젓는 손연설.
“아니, 표 교관은 잡을 수 있는 교관이 아니야. 무공이 가장 강한 교관이잖아. 더구나 실전형 교관이라 함정에 당하거나 그럴 교관이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해? 반으로 나누어 피해 다녀?”
손연설이 잠시 생각하더니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식사준비는 해야 해. 그러니 5명은 식사준비를 하도록 해. 오늘은 당비취 너 혼자 채집을 해. 그리고 네 명이 사냥을 하고. 그리고 나하고 두 명이 표 교관을 속여야 해.”
“속여? 어떻게?”
“핵심은 깃발만 안 뺏기면 되는 거거든. 그러니까 깃발은 한 명이 들고 피해 다니는 거야. 나머지 두 명은 그 기수 한 명을 위해서 위장전술을 펼치는 거지.”
“그렇지 깃발만 안 뺏기면 되는 거지. 그럼 세 명이 깃발을 보호하겠다는 거야?”
“응. 기수를 맡을 사람이 중요해. 최대한 은신하면서 깃발을 보호해야 하거든. 우리 조에서 누가 제일 잘 할까?”
그야 물론 당연히 나지.
“내가 잘 할 자신 있어.”
“그래 그럼 무비가 기수를 맡아. 너는 신시까지 깃발을 뺏기지 않고 막사로 복귀하는 것이 일이야. 그리고 나하고 다른 한 명이 거짓 정보를 흘리면서 표 교관을 유인할 거야. 표 교관을 이길 수는 없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많이 끄는 것이 내가 할 일이야. 진법을 이용하면 표 교관을 혼란스럽게 만들면서 시간을 끌 수 있을 거야.”
“연설이 니 전략대로 하면 표 교관의 추격을 피할 수 있는 거야? 무비가 깃발을 끝까지 보호할 수 있는 거야?”
손연설이 고개를 젓는다.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아냐, 사실 자신은 없어. 내가 파악한 표 교관의 능력이라면 이 방법을 선택해도 뺏길 가능성이 높아. 왜냐하면 표 교관이 내게 속아 낭비하는 시간이 한 시진 정도일 것 같거든. 하지만 이 방법이 최선이야. 최대한 표 교관의 이목을 내 쪽으로 속이고 기수가 피해 다니는 것이 최선이야. 한 시진 정도는 기수인 무비가 알아서 피해야 해.”
“좋아, 모두 손연설의 전략에 동의하는 거지?”
“응. 동의.”
현무조가 모두 손연설의 전략에 동의하자 손연설은 조원을 나누어서 각자 할 일을 알려준다.
“자 일단 반 시진 동안 흩어지기 좋은 지점까지 이동하도록 하자.”
손연설이 현무조를 이끌고 이리저리 이동하더니 한 계곡에서 멈춘다.
“여기야. 숲은 흔적이 남지만 바위는 흔적이 적게 남지. 이곳에서 흩어지도록 하자. 기수인 무비가 먼저 출발하고, 나머지 사냥조가 출발해. 나는 흔적과 방향을 조작하면서 가장 늦게 출발할 거야.”
“알았어. 먼저 출발한다.”
지금으로서는 손연설을 믿을 수밖에 없다. 일사불란하게 조원들을 지휘하는 손연설을 보면서 계속 출신 문파에 대한 의문이 든다.
‘교관이 바뀌면 해당 교관에 맞는 전략을 구사해. 저런 기술을 어디에서 배운 걸까?’
내가 봐도 손연설의 전략이 최적이었다. 모여 있다가는 표 교관에게 당한다. 손연설이 파악한 표 교관의 능력은 정확했다.
‘손연설이 하나 모르는 것은 나에 대한 능력치 파악이지. 나를 후기지수 중 한 명으로 생각했기에 표 교관이 이길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내가 누구인데. 표진투에게 잡힐 마음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표진투를 만만히 보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습성이라는 것은 어른이 된 이후에는 안 바뀌는 법이지.’
지난 20년 넘는 세월 동안 표진투의 무공이 일취월장 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습성이라고 하는 것은 성인이 된 이후로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사람 성격 고쳐서 쓴다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표진투의 습성은 살수로 다져진 습성이지. 거기에 흑사신존 천우천의 오른팔로 오랜 세월 동안 권위까지 더해졌고. 그렇다면 자신의 판단에 대한 자부심이 더 커질 거란 말이야.’
표진투의 습성을 이용해 추격을 피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일단 표 교관과 대결은 안 된다. 무력으로는 내가 밀린다. 또한 지난 번에는 자객을 향해 무공을 썼지만, 이번에는 표 교관을 상대로 무공을 써야 한다. 잘못 하면 내 정체를 드러낼 수도 있다. 그러니 표 교관과 직접 대결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그렇다면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뜻인데, 그게 쉽지 않다.
‘자 생각해보자. 내가 표진투라 생각하고 나를 추적한다고 생각해 보자고. 나를 추격하다가 흔적이 끊겨서 나를 놓친다? 그럴 리가 없지. 미세한 것도 놓치지 않을 거란 말이야. 그러니 표진투의 눈을 속이는 것은 어려워. 흠, 생각보다 어렵네.’
은신으로 추격을 피할 수 없다면 시간을 끌기 위해 이목을 속이는 것이 최선이다.
가짜 흔적을 만들어 다른 방향으로 이동한 것처럼 꾸민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표진투에게는 통할 수가 없지. 가짜 흔적으로 통할 인간이 아니야.’
확실히 까다로운 인간이다.
‘가만… 가짜 흔적으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역으로 생각하면? 진짜 흔적으로는 통할 수도 있다는 뜻인데?’
갑자기 떠오르는 멋진 생각. 내가 생각하고도 기가 막히다.
추격하는 대상이 진짜 흔적을 남긴다면 당연히 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이 주변에는 쫒고 쫓기는 조가 세 개 조나 더 있다.
‘어제 손연설이 쓴 방법이 있잖아. 우리가 반 교관을 역으로 잡는 방법. 내가 표진투에게 쫓긴다는 생각만 했지, 내가 누군가를 추격한다는 생각을 못 했네. 내가 누군가를 추격한다면 내가 추격하는 대상의 흔적은 진짜 흔적이 되는 거잖아.’
역발상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추격을 당하는 입장이 아닌 내가 추격하는 교관의 입장이 되는 방식. 물론 내가 표진투를 추격해서는 안 된다. 표진투를 추격해서 만나면 큰일이니까.
‘어디 보자. 역시 가장 만만한 것이 반 교관이지. 그렇다면 청룡조고.’
반 교관이 담당한 조는 청룡조. 나는 즉시 청룡조를 추격해나가기 시작한다. 청룡조는 현무조와 반대 방향으로 사라졌다. 다시 산을 크게 우회해 막사 쪽으로 이동한 다음에 청룡조가 움직인 방향으로 추격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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