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58
58화. 작약만향(1)
자리를 잡고 술이 들어오자 시작된 술자리.
“뭐야? 맛이 왜 이래? 진가반점의 술에 비교하면 완전히 물맛이잖아? 여기가 낙양 최고의 객잔인 거 맞아? 야, 무비야. 제대로 온 것 맞아?”
첫 잔을 마시자마자 귀신처럼 술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린 당비취. 미각 하나는 중원 최고에 근접한 당비취답게 술에 문제가 있음을 파악하며 미간을 찌푸린다.
‘떠그럴 새끼들이. 물을 탄 술을 내오다니.’
홍청루가 진가반점보다 술이 맛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술맛이 나쁜 집은 아니다. 비싼 집인만큼 기본은 하고 최고급주가 많은 집이다. 거기에 술을 가져오면서 시중을 드는 종업원들의 미모도 좋은 편이고. 그래서 종종 가는 곳이었는데, 세월이 지나는 동안 많이 변질된 모양이다.
‘역시 술맛은 진가반점이야.’
진가반점의 술이 맛있는 이유는 하나다. 고객이 살수이기 때문이다.
여기 홍청루처럼 물탄 술을 속여서 판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딴 술을 팔았다가는 당장 종업원 손모가지부터 날아간다.
살수란 놈들이 워낙 거친 놈들이 아니던가. 그런 놈들에게 가짜술을 팔면 바로 손모가지 날아간다. 맛없는 술을 팔아도 난장판을 벌인다. 그러니 낙양에서 가장 맛있는 술을 가져다 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살수를 상대로 장사를 한다는 것은 항상 긴장 속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 일이다.
“야, 무비 니가 책임져. 이게 뭐야. 내가 진가반점으로 가자고 했잖아.”
당비취가 화를 내면서 나를 노려본다.
“이게 술맛이 안 좋은 거야?”
다른 조원들은 술맛이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하긴 이 나이에 술을 마셔본 놈이 얼마나 되겠어. 나처럼 술에 빠져 살던 놈이나 다섯 살때부터 술을 마셔온 당비취 정도는 되어야 술맛을 구분할 줄 알지.
“이봐 아가씨, 루주 좀 나오라고 그래. 술맛이 좀 이상한 것 같아.”
“루주님을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얼굴이 반반한 여자 종업원이 술을 가지고 오길래 루주를 불렀다.
이럴 때는 한바탕 거칠게 놀아줘야지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장사를 못 하는 법이다.
“호호, 손님, 저를 부르셨어요?”
루주라고 나타난 여자의 미모가 상당하다. 기루에 가더라도 가히 최고 등급이라 할 수 있는 여자다.
‘이렇게 젊은 여자가 루주라고?’
그러나 젊고 예쁜 루주라고 해서 봐줄 내가 아니다.
“왜 불렀는지 알겠지?”
“호호, 모르겠는데요. 저를 왜 부르셨을까? 저랑 한 잔 하고 싶어서는 아니겠죠?”
“술에 물을 탔잖아. 이걸 술이라고 파는 거야? 한바탕 난장판을 벌여야 정신 차릴 거야?”
“어머, 잘 생긴 소협님이 왜 이렇게 말을 거칠게 하시나. 술에 물을 타다뇨.”
“뭐라는 거야? 이게 물 탄 술이 아니면 뭐야?”
당비취가 눈을 부릅뜨면서 루주를 노려본다. 노기가 가득한 눈. 그러나 루주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미소를 짓는다.
“어머, 우리집 술맛이 조금 부드럽기는 하죠. 부드러운 맛이다보니 강하지 않게 느껴지기는 할 거예요.”
“지랄한다. 내가 다섯 살때부터 술을 마셔온 사람이야.”
“어머,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분이 다섯 살때부터? 에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시네요. 허풍을 쳐도 정도껏 쳐야지. 다섯 살 때부터 술을 마신 사람이 어디 있어요. 누가 어린애에게 술을 준다구.”
“우리 당문은 그래. 사천당문을 무시하는 거야? 다섯 살때부터 술을 끼고 산 사람이 나야. 어디서 사기를 치려고 그래?”
정작 루주를 혼내는 것은 내가 아니라 당비취다.
“사천당문? 호호호! 어머, 그러시구나. 그래서 그런 거예요. 당문에서는 독 같은 것도 마신다면서요? 너무 강한 것만 먹다 보니 우리 홍천루의 부드러운 술이 연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이봐, 루주! 지랄하지 말고 제대로 된 술로 내와. 안 그러면 오늘 장사 못 할 줄 알아.”
“어머, 왜 이러실까. 이거 제대로 된 술이거든요. 보세요. 저기 저쪽 탁자의 손님들은 아주 즐겁게 마시잖아요. 저분들도 백정학관 학생들 아닌가요?”
루주가 가리키는 곳에서 신나게 술을 마시는 놈들. 주작조 학생들이다.
‘돈이 많기는 많네. 이런 비싼 곳에서 술을 마시고. 하지만 술맛은 모르는 놈들이라니까. 물 탄 술인 줄도 모르고 좋다고 마시는 꼴 좀 봐라.’
아마도 홍청루는 나이 어린 학생들이 손님으로 오니 술맛을 모를 것이다 생각하고 물 탄 술을 파는 모양이다. 그리고 주작조는 물을 탄 술도 좋아라 하면서 부어라마셔라 하고 있고.
“이봐, 저놈들하고 우리를 동일시하면 안 되지. 지금 못 들었어? 다섯 살 때부터 술을 마신 친구가 이 친구야. 나는 한 살 때부터 술을 마셔왔고.”
“어머! 한 살 때부터요? 호호, 그건 정말 아니다. 어떻게 한 살짜리가 술을 마셔요? 아니 한 살 때 일은 기억도 못 하잖아요.”
“하여간 술이라면 지긋지긋하게 마셔서 잘 안다고. 그러니 좋게 말할 때 제대로 된 술로 바꿔 와. 이건 도로 가져가고.”
“호호, 이제 막 스물 넘은 젊은 소협께서 허풍을 쳐도 너무 심하게 치신다. 무슨 술을 이십 년 동안 마셨다고 그래요.”
“정말인데? 이십 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데. 긴말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술로 다시 내와.”
“제대로 된 술이요? 호호, 이게 제대로 된 술이라니까요?”
“지금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거야?”
“시험이요. 호호, 그럼 손님이 정말 술맛을 감별할 줄 아는지 시험해 볼까요?”
“시험을 하자고?”
“제가 술을 몇 병 가져와서 맛을 보고 어떤 술인지 맞추면 제가 졌음을 인정하고 이곳 최고의 술을 죽엽청주 가격으로 제공할게요. 하지만 틀리면 두 배의 가격으로 술값을 지불하는 것 어때요?”
“괜찮군. 좋지.”
“무비야, 너 술을 감별할 정도로 능력이 되는 거야? 그런 건 우리처럼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사람 아니면 어렵다구.”
“걱정 마, 내가 누구야? 나 현무비라고.”
“흐응, 그래. 항상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곤 했지.”
“정말로 시험해볼 건가요?”
“한다고 했잖아. 내가 농담하는 것으로 보여?”
“호홍, 좋아요. 바로 가져올게요.”
잠시후 루주가 세 병의 병을 가지고 온다.
“자, 이 세 병의 술을 마시고 술이름을 맞추면 제가 진 것으로 하죠.”
“그러지. 차례대로 따라보라고.”
– 쪼르르─
루주가 첫 번째 잔을 따르고 내가 술잔을 든다. 당비취 뿐만 아니라 모든 조원들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중이다.
“무비야, 다 맞추어야 해. 니가 맞추면 우리는 비싼 술 먹는 거잖아.”
“맞아, 무비야 잘 맞추어야 해.”
조원들의 응원 속에서 첫 번째 잔을 마신다.
– 쭈욱─ 꿀꺽─
“카아, 좋군.”
“무슨 술인지 알겠나요?”
“훗, 이 정도 쯤이야. 두강주지.”
“호호, 첫 번째 술은 좀 쉬운 걸로 냈어요. 그래도 잘 맞추셨네요.”
“두 번째 술을 받아보시죠.”
– 쪼르르─
두 번째 잔을 받을 받고 마시자 진한 향이 입에 감돈다.
“두 번째 술은 맞추기 어려울 걸요. 정말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맞출 수 있지만요.”
“훗, 이 정도 술은 당연히 마셔본 술이지. 이건 절강성의 결흥주, 아니. 아니군. 결흥주를 병에 오랫 동안 담아서 색이 더 진해지고 향이 진해졌으니 노주로군.”
“흐음, 놀랍네요. 결흥주라고 해도 정답으로 처리해드릴 생각인데, 결흥주를 묵힌 노주라는 것까지 맞추다니. 어쩌면 제가 소협의 술 실력을 잘못 판단한 것일 수 있겠네요.”
“역시 무비야. 하나만 더 맞추면 최고급주를 맘껏 마실 수 잇어. 무비야, 힘내!”
“걱정 마. 내가 누군데. 술이라면 다 맞출 수 있어.”
당비취를 비롯한 조원들이 이제 모두 한 마음으로 나를 응원하기 시작한다.
“자, 마지막 세 번째 술이에요. 이건 쉽지 않을 걸요. 낙양에서 만든 술이 아니거든요.”
– 쪼르르─
루주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술을 따른다. 내가 맞출 수 없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나 역시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술을 받아 마신다.
– 쭈욱─ 꿀꺽─ 탁─
마지막 세 번째 잔을 마시고 탁자에 내려놓자 모두의 시선이 내 입으로 향한다.
“자, 세 번째 술의 이름은요?”
“훗, 이건 확실히 흔하게 보기 어려운 술이군. 이름도 어렵고. 강소성의 양하대곡이로군.”
“세, 세상에… 정말로 세 개의 술을 다 맞추다니.”
“자, 이제 최고급주로 내오라고. 아니 그럴 필요 없군. 이 양하대곡으로 술을 내오라고.”
“야호, 무비 최고다. 역시 너는 난 놈이야. 술에도 박학다식하다니. 정말 놀라워.”
당비취는 환호성을 지르면서 주먹을 불끈 쥐며 흔든다.
“그럼, 어떤 술이라도 맛보면 알지. 술 하면 나라고.”
“흥, 소협의 주도는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모르는 술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은 인정할 수 없네요.”
루주가 코웃음을 치면서 나를 노려본다.
“뭐야? 내기에 졌다고 나를 시기하는 거야?”
“진짜 제대로 된 술은 선보이지도 않았다고요. 고작 스물 밖에 안 된 소협이 유명주 몇 개 맞추었다고 기고만장하는 것이 우습네요.”
“유명주 몇 개? 루주가 낸 세 개의 술을 모두 맞추었는데?”
“맞추기 어려운 술은 내지도 않았으니까요.”
“훗, 나를 뭘로 보고. 다른 술을 내와도 맞출 수 있다고.”
“그래요? 그럼 내기 한 번 더 하실래요?”
“어떤 내기?”
“이번에 내온 술도 맞추면 오늘 여러분의 술값은 안 받는 것으로 하죠. 무제한으로 술을 드리죠. 하지만, 못 맞추면 네 배로 술값을 지불하는 것으로요. 어때요? 그래도 자신 있나요?”
“야, 무비야. 공짜래. 이것만 맞추면 술값이 공짜고 무제한이래.”
당비취는 내기 내용을 듣자 흥분이 된 표정으로 내 어깨를 잡아 흔든다.
“좋지. 술은 공짜술이 가장 맛있는 법이지. 응하지. 네 번째 술을 가져와 보라구.”
“좋아요. 잠시 기다려요. 가서 제대로 된 술을 가져오죠.”
루주가 치맛자락을 날리며 사라지더니 얼마 후에 술 한 병을 들고 온다.
“이번 술의 이름을 맞추면 오늘 술값은 공짜예요. 하지만 못 맞추면 네 배. 아셨죠?”
“훗, 걱정 말라구. 내가 나름대로 주도에는 일가견이 있으니. 어서 술이나 따르라구.”
“좋아요. 시작하죠.”
– 뽁─
술병 마개를 잡아당기자 꽤 큰 소리를 낸다.
‘이 정도 소리면 꽤나 오래 묵힌 술이라는 뜻인데. 흔한 술은 아니겠군.’
홍청루 루주가 술값 공짜를 걸고 내기할 정도면 흔한 술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 역시 전국 각지를 돌면서 마신 경력이 있다.
– 쪼르르─
술잔이 채워지고 술잔을 입 근처로 가져가는 순간 코를 자극하는 향기.
‘이 향기는? 설마…?’
결코 흔하지 않은 향기다. 그리고 이런 향기를 내는 술도 흔하지 않다.
– 쭈욱─ 꿀꺽─ 탁─
술값이 걸린 술을 쭈욱 마신 후에 그 맛을 음미하면서 술잔을 내려놓는다.
루주를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린다. 엄청난 술값이 이 한 잔의 결과에 달려있는 것이다.
루주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나를 쳐다본다.
“호호, 이제 술의 이름을 말씀해보시죠.”
“⋯⋯.”
내가 잠시 대답을 못 하자 루주의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호호, 역시 이 술은 맞출 수가 없지요.”
“무비야, 모르는 술이야? 술 이름 모르겠어?”
당비취가 약간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니, 아는 술이야.”
“그래? 그럼 우리가 공짜로 술을 마시겠네.”
“호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네요. 소협이 어떻게 이 술의 이름을 맞출 수 있다는 건가요? 이 술은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판매된 적이 없는 술인데요. 소협은 이 술을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요. 그런데 먹어본 적이 없는 이 술을 어떻게 맞춘다는 거죠?”
“이 술을 만든 사람. 아직 이곳 홍청루에 있나?”
“이 술을 만든 사람이 아직 홍청루에 있냐고요? 설마 이 술을 만든 사람을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니겠지요?”
“작약만향, 그 여자가 아직 홍청루에 있냐고?”
“⋯⋯.”
순간 눈 주변을 부들부들 떠는 루주. 술병을 들고 있던 손까지 와들와들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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