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8
8화. 첫살인(1)
생후 3~4개월이 되면 신생아들이 목을 잘 가누게 된다. 머리를 떨구지 않고 지탱할 수 있기 때문에 바닥을 보고 엎드려도 머리를 바닥에 찧는 상태가 되지 않는다.
감정 표현도 다양해진다. 어떻게 다양해지냐 하면 소리 내어 웃기도, 울 때 화난 목소리를 실어 울기도 한다.
“응애애애애애─! 응애애애─!”
이런 식으로 화가 난 감정을 실어 울기도 한다. 색깔 구분이 가능해지면서 사물을 주시하는 시간도 는다. 수유 회수는 줄어든다. 밤낮 구분 없이 수시로 하던 수유는 하루 5~6회 정도로 줄고, 수유 간격도 규칙적으로 바뀌게 된다.
생후 4~5개월이 되면 목을 완전히 가눌 뿐만 아니라 몸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자꾸 물건을 잡으려 한다. 당연히 손으로 쥔 물건은 모두 입으로 가져간다. 시력 발달로 먼 곳을 볼 수 있게 되고 감정 표현은 더욱 풍부해진다.
소리에 대한 반응도 민감해진다. 이 시기의 신생아들은 자기 이름을 듣고 반응한다. 자기 이름을 부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이름을 부르는 사람 쪽을 쳐다본다. 물론 천재적인 내게는 해당 안 되는 일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내 이름에 반응했으니까.
6개월이 지나면 시력은 더욱 발달하여 3차원적인 시력을 갖게 된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원근감이나 입체감, 물체의 이동을 감지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물체가 가까이 있는 것인지 멀리 있는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부모님 얼굴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얼굴도 인식하고 구별하는 능력이 생긴다. 시야는 더욱 넓어진다. 색채감은 거의 어른 수준에 도달해, 색 구분 능력은 거의 완성된다.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신체는 뚜렷하게 발달한다. 외형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이가 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먹는 것도 달라진다.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는 것이다. 뒤집기천재인 내게는 해당되지 않지만, 대개의 신생아는 이때 쯤 되면 뒤집기에 능숙해진다.
이 시기는 내게도 꽤나 의미 있는 시기가 된다.
6~7개월이 될 때부터 잠깐이지만 앉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뒤집기에서 발전하면 앉기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앉을 수 있게 되면 시야가 3차원적으로 확장된다.
보통 6~7개월 쯤에는 부모가 앉혀주면 잠시 버티는 수준이 되고, 7~8개월 쯤에야 신생아가 혼자서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기가 된다. 앉을 수 있게 되면서 잔에 물을 따라주면 물잔을 잡고 마시는 것도 가능해진다. 두 손으로 물건을 잡고 입에 가져가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시기가 되면 물건만 잡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끝을 잡는 것도 가능해진다. 바둥거리던 몸뚱아리가 드디어 쭉쭉 몸을 펴는 시기로 접어드는 것이다.
8~9개월에 들어서면 기어다니기 시작하고, 혼자서 능숙하게 앉을 수 있으며, 물건은 손이 닿는 대로 잡을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잡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던지기가 가능해진다는 사실이다. 또한 부모가 붙잡아주면 잠시 서는 것이 가능해진다.
9~10개월 차에 들어서면 물건을 붙잡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기 별 변화는 통상적인 신생아에게 해당하는 것이고 나는 통상적 발달과정보다 두 세 달 정도 앞서나가고 있었다.
시력이나 청력은 다른 신생아와 같은 속도로 발달했지만, 근력만큼은 아니었다. 무공을 수련하고 있는 나는 다른 신생아보다 근력이 훨씬 빠르게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내공까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4개월 차부터 앉기 시작했고, 6개월 차부터는 물건을 던질 수 있었고, 7개월 차부터는 물건을 붙잡고 일어설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하하, 우리 무비는 무공천재가 틀림 없소. 다른 아기보다 몇 달을 앞서가고 있지 않소. 다른 아기들보다 빨리 뒤집고, 빨리 앉고, 빨리 서지 않소.”
아버지는 그런 내가 예쁜지 나를 볼 때마다 웃었다. 그건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호호, 맞아요. 상공 말씀대로 무비는 다른 아기들보다 빨라요. 몸으로 하는 것은 다른 아기들보다 두세 달은 빠른 것 같아요.”
두 분의 웃음 속에 나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섬세근육 수련은 잘 되고 있으니 이제부터는 물건을 이용한 무공을 해볼까?’
아직 걸을 수는 없지만 앉을 수 있고, 물건을 던질 정도의 근력이 생기자 물건을 이용한 무공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을 사용할 수는 없으니 작은 물건을 이용한 무공이라도 연습해야지. 그렇다면 암기술이지.’
내가 익힌 ‘수라신공’은 정파 무공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파나 마도의 무공도 아니다. 살수들의 무공이다. 살수와 자객은 유파를 가리지 않고 무공을 배우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관심사는 딱 하나. ‘효율성’이다.
당연히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명분과 수단방법을 가리는 정파와 다른 점이다.
─ 수라암천술!
내가 익힌 수라신공에 포함된 암기술이다. 기본은 단검이나 비수를 던지는 기술이지만, 응용하면 모든 물건을 암기로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이다.
다행히 내가 물건을 던지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던지기용 물건을 가져다주셨다.
─ 호두!
호두의 크기는 아기 손에 딱 잡기 좋은 크기다. 워낙 껍질이 딱딱해서 깨질 위험도 별로 없다. 그야말로 내가 사용하기에 딱 적절한 암기다.
“이게 다른 아이라면 입에 넣기 때문에 아기들에게 줄 수 없는 놀이기구인데, 우리 무비는 입에 넣지 않으니 이걸 장난감으로 줘도 될 거요.”
‘물론입니다. 아버지!’
나는 호두를 손에 넣자, 호두를 손에 쥐고 던지기 연습을 하면서 더 달라고 눈빛을 반짝였다.
“우리 무비가 호두를 좋아하나 보네. 무비야 호두가 좋아?”
– 끄덕끄덕─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호두 더 줄까?”
“응응!”
옹알이를 꽤 연습한 덕에 이제 내입에서는 가부를 나타내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예!’에 해당하는 말은 ‘응응!’으로 나온다. ‘아니오!’에 해당하는 말은 ‘아아!’로 나온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응응!’ 하면 ‘예!’가 되는 것이고, 고개를 저으면서 ‘아아!’라고 말하면 ‘아니오!’가 된다. 어머니는 내가 호두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자 더 많은 호두를 가져다 주었다.
– 딸그락딸그락─
내 앞에는 호두가 적지 않게 쌓여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호두를 쥐고 던지기 연습을 한다.
– 휙─ 탁탁탁─
처음에는 아기답게 아무렇게나 던진다. 이때는 순수하게 팔근육을 강화하고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이 안 계실 때는 ‘수라암천술’을 수련하며 던졌다.
– 휙─ 탁─ 데구르르─
‘수라암천술’ 수법으로 던진 호두는 파괴력이 달랐다.
‘너무 강한데? 이러다가 집안 기둥이 남아나지 않겠네.’
나무로 된 된 단단한 기둥임에도 호두에 가격 당한 기둥에 상처가 났다.
“응? 이게 무슨 흔적이지? 기둥이 파이고 들어간 것 같은데?”
아버지는 호두 자국을 보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불을 이용해야겠네.’
– 휙─ 퍽─ 데굴─
내 밑에 깔린 이불을 이용해 충격흡수 장치를 만든 후에 ‘수라암천술’을 수련해 나갔다. 그렇게 한 두 달이 지나자 호두를 이용한 ‘수라암천술’의 숙련도가 꽤 숙달되었다.
‘훌륭한데. 아주 만족스러워.’
꽤나 숙련된 수라암천술의 성취도에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신체적 성장에 비례하여 내공과 암기술도 같이 성장해갔다.
신생아부터 무공을 수련하지만 과거처럼 사람 죽이는 일에 쓸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신생아부터 아이 시절에는 무공을 배우기만 하고, 쓸 일은 없지. 더구나 어린아이가 사람을 죽일 일은 더욱 없고. 그래도 만일을 대비해서 무공을 배워두는 것이 좋지.’
내공이야 어려서부터 축적하는 것이 좋지만, 암기술은 순전히 만약을 위한 예방 차원에서 익히는 무공이었다.
─ 어두운 밤!
어머니가 곤히 잠든 깊은 밤. 나는 갈증 때문에 잠이 깨었다.
‘어머니가 주무시네.’
옛날이었다면 울어서 어머니를 깨운 뒤에 젖을 먹었을 것이다. 젖을 제때 먹지 못 하면 성장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성숙한 상태고, 이유식도 먹고 있는 상태. 곤히 자고 있는 어머니를 깨워서 젖 달라고 하기가 미안했다.
‘하는 수 없지. 무공이나 수련하다가 다시 자야지.’
기왕 깬 김에 내공이나 수련하기로 마음먹고 심법을 운용한다.
‘수라심법─!’
그렇게 심법을 운용하면서 축기를 하는데 갑자기 이상한 기운이 감지된다.
‘응? 이건… 자연의 기가 아닌데. 이거 많이 맡았던 기운인데.’
평소에는 전혀 맡아보지 못 했던 생소한 기운이다. 그런데 분명 익숙한 기운이기도 하다.
‘어디에서 많이 맡아본 기운… 뭐야? 이거 수면분이잖아?’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생소한 기운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집중한다.
맞다! 수면분을 모를 수가 없다. 살수들이 적을 소리 없이 죽일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 중 하나가 수면분과 수면향이다.
‘수면분을 누가?’
일단 수면분이 방 안에 뿌려진 상태니 당하지 않도록 호흡부터 차단해야 한다. 심법을 이용해 호흡을 차단하면서 긴장된 눈빛으로 방 안을 경계한다.
– 스으윽─
잠시 후 조용하게 문이 열리면서 방 안으로 들어서는 한 인영.
‘이 야심한 시각에 수면분을 뿌리고 침입한 놈이라. 좋은 의도를 가진 놈은 아니라는 이야긴데.’
방 안에는 어머니만 주무신다. 나 때문에 아버지는 다른 방에서 주무신다.
놈은 어머니 옆으로 다가가더니 잠에 든 어머니를 내려다 본다. 나는 실눈을 뜨고 놈을 쳐다보았지만 놈은 처음부터 내게 관심도 주지 않았다. 놈의 시선은 처음부터 어머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흐흐흐…! 개봉일미 설유진! 곱게 잠들었군. 이제 넘겨주기만 하면 되는데… 좀 아깝긴 하네.”
‘어머니 이름이 설유진? 그런데 지금 저 새끼가 어머니를 납치하려는 거 아냐?’
상황을 보니 수면분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어머니를 납치하려는 모양.
‘넘겨준다고? 그럼 이놈은 납치를 해서 넘겨주는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소리인데. 어떤 놈이 어머니 납치를 지시한 거지?’
놈은 어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음습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넘겨주기에는 아깝단 말이야. 이런 최고의 미인을 차지할 기회가 흔한 것은 아니니까. 강물에 배 지나간다고 흔적 남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한 번 먼저 먹고 데려다주어도 충분하지.”
놈의 말을 듣는 순간 분노가 머리 끝까지 솟구쳤다.
‘이, 개자식이 뭐라는 거야? 감히 내 어머니를 넘 봐? 그런 후에 납치한다고?’
내가 누구던가? 수라검신으로 인생 2회 차를 버틴 놈이다. 수라검신 시절의 나는 자비가 없었다. 내 것을 넘보는 놈이라면 가차 없이 응징했다. 그래야만 살 수 있는 시대다. 2회 차 인생 1년 동안 굶주림과 폭력에 죽을 뻔한 나는 내 밥그릇을 넘보는 놈은 가차 없이 죽여 버렸다.
지금 내게 어머니는 내게 밥줄이고 생명줄인 분이다.
‘이 새끼가 내 밥통… 아니, 하늘 같은 내 어머니를 넘 봐?’
봐줄 필요가 없는 놈이다. 가차 없이 죽여야 한다. 죽여야 하는 것은 분명한데, 하나 문제가 있네.
‘씨부럴…! 이놈에게 어머니 납치를 수주한 놈이 누군지 알아내고 죽여야 하는데.’
수라검신 시절이었다면 분명 놈을 제압한 다음에 무자비한 고문을 해서라도 나른 노린 놈들을 알아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천장을 보고 누운 신생아의 몸. 심지어 말도 할 수 없는 몸이다. 그러니 놈을 제압한다 해도 배후를 밝혀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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