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the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30)
> 음악천재를 위하여 – 230화 >
“화학 산업에서 두각을 드러낸 그라이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뜻밖의 질문이었다. 더벅머리를 한 소년의 질문에 좌중의 시선이 모였다. 몇몇 아이들은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의아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강현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년을 바라봤다.
“학생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
“존 카라일입니다.”
강현은 ‘존 카라일’의 이름을 머릿속에 되뇌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으니.
지난 삶 본래 동주 화학이 해외 자본에 팔려나간 후 그라이핀을 개발했던 연구팀의 총괄 화학자의 성이 카라일이었다.
“그라이핀은 꿈의 물질이라고 불리던 신소재입니다.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할뿐더러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의 이동성이 빠르니까요. 하물며 지금 그라이핀의 개발을 성공시킨 동주 화학에서는 보다 다양한 그라이핀의 산업 접목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시일 내에 고차원적인 산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반경에서도 그라이핀의 접목을 쉽사리 마주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일상생활에 접목시킬 수 있을 만큼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것입니까? 제가 보기엔 아직도 불안정성을 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중결합과 단일결합을 반복한 탄소 원자 6개의 고리 모양으로 이루어진 벤젠을 두고 안정성이 있다고 말하지요. 분명 그에 비해서 그라이핀은 불안정한 것이 맞습니다. 오로지 순수한 탄소만으로 육각형의 고리 구조를 만들었으니까요. 하지만 동주 화학에서는 그러한 불안정성을 해소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학생의 눈이 부릅떠졌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본래의 역사대로라면 2010년에서나 발견되는 방법이었으니까.
하지만 강현의 발달된 소프트웨어 덕분일까? 지난 삶 그라이핀의 개발연구서류에서 봤던 것들을 동주 화학의 티호노프 박사에게 넌지시 말해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천재는 조그마한 단서에도 무수한 가능성을 열게 만들었으니.
티호노프 박사가 그라이핀의 불안정성을 해소시키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방법을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때 학생은 애가 타는 듯한 시선으로 강현을 향해 물었다.
“분자의 합성에 첫 번째로 가장 필요한 것은 극저온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이름이 존 카라일이라고 했었죠?”
“네?”
“카라일 학생께서 직접 동주 화학을 찾아 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동주 화학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으니까 말이에요.”
한 명이라도 더 뛰어난 인재를 모으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 화학 산업에서는 캐시카우가 되는 기존의 화학자들이 기반을 다지고 천재들이 앞날을 설계한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으니.
존 카라일은 강현의 말에 무언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누가 명문 고교의 학생들 아니랄까 봐, 질문들의 수준이 달랐다.
하나같이 사회와 산업 그리고 문화에 대한 질문이 가득했으니. 지식 수준부터 일반 고등학생들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강현이 누구란 말인가. 지난 삶 독종이라 불리며 수재들 사이에서도 뛰어난 두뇌를 지녔었다.
더군다나 삶을 회귀하면서 발달된 소프트웨어 덕분에 이 정도 강의는 긴장되기는커녕 도리어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현으로서의 모습을 쫓던 여학생들 또한 강현의 막힘없는 대답과 지적 수준에 반하고 있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명문 필립스에서 똑똑하기로 소문난 학생들이 강현의 대답에 입을 쩌억 벌리고 있는 지경이었으니 오죽할까.
* * *
“유하, 너무 멋있어―!”
미쉘은 호들갑을 떨며 유하의 어깨를 두드렸다. 눈동자는 흥분을 한껏 머금고 있었으니.
비단 미쉘뿐만이 아니었다. 명문 필립스의 여학생들이 하나같이 완연한 가을 녘의 단풍처럼 볼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단상 위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강현이 너무나도 멋있었기 때문이었으니.
‘괜히 부탁했나?’
유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강현이 강의를 잘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음악에 관한 질문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막히는 경우가 없었다. 더군다나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을 해왔으니.
여태껏 명문 필립스에서 강의를 했던 유명 인사들은 많았다. 대개가 아이비리그 출신의 사업가이거나 지역의 정치가였는데 강현처럼 이토록 질문자의 수준에 맞춰 세세하게 대답을 해주는 사람은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유하, 완전 사기 아니야?”
“어?”
“보통 예체능을 잘하면 공부를 못하잖아. 현이 오빠가 이렇게 똑똑한 사람인 줄 몰랐어.”
미쉘은 감탄을 넘어서 동경 어린 시선으로 강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강현을 두고 음악의 신동이라고만 여겼기에.
하지만 유하는 어려서부터 강현을 봐오지 않았던가. 그녀가 보기에 강현은 음악뿐만이 아니라 웬만한 모든 지식의 분야에서 뛰어난 두각을 드러냈었다.
모르긴 몰라도 음악이 아니었어도 분명 다른 학문에서 대성했으리라. 그때였다.
“학생 여러분들에게 마지막 격언을 하기에 앞서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바이올린을 연주해 주지 않는다면 너무 섭섭하겠죠? 필립스 고교의 학생분들의 멋진 앞날을 위해 제가 바이올린 곡을 한 곡 연주해 드리겠습니다.”
강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강당이 떠나가리만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여학생들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앞자리로 가려는 모습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강의가 아니라 유명 가수의 콘서트라고 착각이 들 정도.
곧이어 강현이 바이올린 케이스에서 바이올린을 꺼내 들었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자세에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져 나오며 모두가 숨을 죽였다.
‘힝, 괜히 불렀어.’
분명 엄청난 팬들이 또다시 양산되리라.
* * *
“지금 제게 이렇게 계약을 제의하시는 겁니까?”
의아함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계약서를 훑어보는 눈동자에는 경계 어린 기색이 가득했다.
김상국 실장은 언제나 그랬듯이 준비해두었던 코멘트를 읊었다.
“저희 VH컴퍼니는 코튼 씨의 미래를 사는 것입니다. 상당히 불합리해 보이고 어떻게 보면 VH컴퍼니의 자선 봉사처럼 보이는 계약 내용이지만 이 모든 것은 코튼 씨께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사업을 성공하시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입니다.”
“저의 미래를 산다고요?”
“예, 저희 VH컴퍼니의 대표님께서는 코튼 씨의 능력을 아주 높이 사고 있으니까요.”
“VH컴퍼니라면 익히 들어봤습니다. 말도 안 되는 투자를 하고 다니는 회사라고 알고 있기는 한데 막상 저한테까지 이런 제의가 들어오니 어안이 벙벙하군요.”
아무렴, 열에 아홉은 코튼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처음에는 사기가 아닐까 싶어 경계 어린 시선을 보내다 종국에는 VH컴퍼니와 투자계약을 맺게 되는 것이었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법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본다고 할지라도 그만큼 계약 조건이 좋았기에.
막말로 투자대상자는 설령 사업이 실패한다고 할지라도 리스크가 그리 크지 않았다. 헌데.
“하지만 이번 투자계약은 없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예? 코튼 씨, 그게 무슨 말입니까?”
“처음에는 VH컴퍼니사에서 저의 사업에 대해 투자를 해주시겠다고 해서 혹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지금 당장 자금이 부족해 창고로 사용하던 컨테이너에 사무실을 차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럼 저희의 제안을 수락하시면 될 문제가 아닙니까? 자금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저희 VH컴퍼니가 책임지고 융통해 드릴 수가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코튼 씨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습니다.”
“그래서 안 된다는 겁니다.”
코튼은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제 미래는 제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좀 더 나은 계약 조건이 아니라면 이번 투자계약은 없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김상국 실장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VH컴퍼니가 제시하는 투자지원의 조건은 그야말로 투자대상자에게 부족함 없이 작성되어 있었다.
헌데 코튼은 정말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는 것일까. 것도 아니면 단순히 욕심이 많은 것일까.
김상국 실장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때였다.
“코튼 씨, 저와 이야기를 해볼까요?”
김상국 실장의 옆자리로 멀끔하게 생긴 청년이 나타났다. 동양의 배우라고 해도 믿길 정도로 매력적인 얼굴이다. 하물며 신비스럽고 깊은 눈동자는 까탈스러운 코튼의 시선마저도 단숨에 빼앗을 정도였으니.
그때 청년이 코튼에게 엷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VH컴퍼니사의 대표 현입니다.”
* * *
“그러니까 강현 씨가 보기에는 제가 개발하고 있는 휴대용 나노칩 분야가 그다지 비전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비전이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개발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코튼은 강현과 대화를 나누면 날수록 마치 늪에 빠져들어 가는 것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도대체 자신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청년이 어떻게 이토록 나노칩 분야에 대해서 훤히 꿰뚫고 있는 것일까. 하물며 다른 IT 분야의 지식 또한 상당하지 않은가.
“코튼 씨가 개발 중인 휴대용 나노칩 분야는 이미 세계 각국의 대기업에서 뛰어든 상태입니다. 코튼 씨는 분명 선발주자로서 개발을 시작했지만 인력과 자원분야에서 밀려 결국 후발주자로 밀려나는 꼴이 될 겁니다. 만약 코튼 씨께서는 휴대용 나노칩 분야를 도전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연구 개발하시려고 하셨습니까?”
“아무래도 휴대용 나노칩 분야였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서 미뤄뒀던 일입니다.”
“저희 VH컴퍼니사는 코튼 씨의 휴대용 나노칩 개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싶습니다.”
“잠깐만요. 나노칩의 휴대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하시는 이야기입니까?”
강현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 읊어주었다.
물론 상당수가 지난 삶 스쳐 지나가듯 봤던 IT 칼럼지에 기고된 논문의 내용이었다. 발달된 소프트웨어 덕분에 찰나의 순간조차 기억할 수 있게 되지 않았던가.
그 때문이었을까. 강현의 말이 이어질수록 코튼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떠졌다.
“이래도 저희 VH컴퍼니사와 투자계약을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코튼은 방금 전처럼 확고하게 거절을 표시하지 못했다.
김상국 실장은 그 광경을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괴짜라고 불리던 천재를 단숨에 강현이 사로잡은 것이 아닌가.
하물며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던 코튼이 지금은 다소 초조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 순간 강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오늘 일은 없었던 자리로 하도록 하죠.”
“잠, 잠깐만요―!”
그때 코튼이 강현의 손을 부여잡듯이 다급한 얼굴로 뒤따라 일어났다. 코튼은 자신이 졌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VH컴퍼니사와 투자계약을 맺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에 답변만 해주십시오.”
“물론입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순수한 궁금증이리라. 나노칩 분야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뛰어난 천재성을 지닌 코튼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였으니.
강현은 그 물음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VH컴퍼니사의 대표 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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