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the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31)
> 음악천재를 위하여 – 231화 >
“대표님 인기가 장난 아니네.”
김상국 실장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강현의 인기를 실감할 수가 있었다.
비즈니스 석에 배치된 잡지와 신문에 강현의 얼굴이 실린 것은 물론이고 승객들 중에는 강현의 팬들 또한 있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그들이 강현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니.
‘이러다가 월드스타 되는 거 아니야?’
20세기의 마지막을 이끌었던 서태지나 HOT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국내에서는 엄청난 팬덤을 보유하고 인기를 끌었지만 해외까지는 진출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같은 아시아계열도 아닌 미국과 유럽에서 이토록 인기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하물며 영국에서는 이미 강현의 팬클럽이 개설되어 있다고 했다.
‘세상 참 불공평하다니까.’
김상국 실장은 일전 있었던 코튼과의 미팅을 떠올렸다. 자신 또한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내로라하는 인재들 사이에서도 뛰어나다고 평가받은 전략기획실의 수장이었지만 까탈스러운 코튼을 설득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현은 어떠했는가. 자신 또한 잘 알지 못하는 나노칩 분야에 대해서 코튼과 장장 한 시간이 넘는 대화를 나눴었으니.
‘도대체 언제 그렇게 공부를 한 거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나노칩 분야에서는 이미 천재라고 소문난 코튼 또한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현의 지식에 놀라움을 표하지 않았던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김상국 실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강현이 바이올리니스트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한국에서 규모를 키워라…….’
강현의 다음 지시는 간단했다. 한국에서 VH컴퍼니사의 규모를 키우라는 이야기였으니.
현재로서는 김상국 실장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소수의 정예부대로 움직이고 있는 실정이 아니었던가.
투자회사에서 굴리는 자금의 규모에 비하며 조촐하다 싶은 정도의 구성원들이었다.
강현은 앞으로 VH컴퍼니사에서 해야 될 일이 더욱 많아질 거라고 부연했다. 거기에 발맞춰 회사의 규모 또한 확장하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강현 씨가 출연한 다큐멘터리7의 시청률이 25.7%라는 시사 교양 부문에서는 기염적인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K 방송국 측에서는 기존의 재방송 편성을 더욱 늘리기로 결정하였고 경쟁 방송사인 S 방송국 측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강현 씨의 일대기가 담긴 연주회 영상을 특별 편으로 제작해 방송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공항 로비에 설치된 거대한 브라운관에서는 앵커가 강현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브라운관 속 강현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천재를 좋아한다. 더군다나 영화배우 뺨을 칠 정도로 잘생겼으니 그 관심은 오죽할까.
김상국 실장 또한 마찬가지였지. 뉴욕에서 봤던 사업가의 모습과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모습은 천지 차이였으니. 한편으론 궁금하기도 했다. 강현의 십 년 후 모습이.
* * *
“와!”
강현의 입에서 순수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널찍하다 못해 과장을 더하자면 대궐 같은 작업실이었다. 소속사에 부탁한 작업실이 아닌가. 임혜라 이사장의 손이 큰 것은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제대로 해야겠는걸.”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샌드위치를 포장해 온 것도 잊을 정도였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악상을 오선 위에 음표로 그려 내리고 직접 신디사이저를 통해 선율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모르긴 몰라도 다른 음악가들 또한 이 작업실을 본다면 같은 마음일 것이다. 2000년도에 구비할 수 있는 모든 기계들은 빠짐없이 구비되어 있었다. 만약 토미가 이곳을 본다며 주근깨가 다 떨어지도록 호들갑을 떨어댈 것이 분명하다.
“짐 필머 감독의 작품은 1차 작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네.”
가장 먼저 영감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짐 필머 감독의 작품은 1차 작업이 끝나가는 단계였다. 아무렴, 밤낮 할 것 없이 악상이 떠올랐으니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하지만 다른 작곡가들이 강현의 작업량을 본다면 기염을 토할 것이다. 애초에 영화에 전반적으로 들어갈 삽입곡을 작곡한다는 것이 단 기간 내에 끝나는 것이 분명 아니었기에. 그나저나.
“이 사람은 어쩐다.”
강현은 콧잔등을 쓸어 보였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코튼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던가.
일전 나노칩 분야에 관해서 나눴던 대화 때문일까. 코튼은 강현을 자신과 마찬가지의 천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미래에서 봤던 논문의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전부 말해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는가. 강현은 본의 아니게 신비를 머금은 천재가 되고 있었다.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작업실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이곳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임혜라 이사장을 제외하고는 없을 텐데.
“오빠!”
그때 유하가 작업실 문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는 음식을 한가득 들고 있지 않은가.
과거 런던 심포니에서 연주회 리허설을 할 때 야식을 들고 찾아왔던 모습과 일맥상통했다. 어떻게 저토록 어린 나이부터 내조를 잘하는 것일까 싶을 정도였으니.
“작업실 진짜 넓다.”
유하 또한 작업실의 규모에 놀란 모습이었다. 아무렴 강현 또한 작업실 규모에 놀랐을 정도니 유하의 반응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작업실을 둘러보던 유하가 일순 눈을 번뜩이며 강현을 바라봤다.
“이 넓은 작업실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오빠와 나뿐이라니!”
마치 비밀 공간이 생긴 것처럼 기뻐하는 표정이 아닌가.
“좋네, 아. 무. 도 없고. 앞으로 데이트 종종 여기서 하면 되겠다.”
유하의 눈이 게슴츠레해 보이는 것은 내 착각일까?
* * *
“유하, 질문 좀 해도 돼?”
수줍은 미소를 지닌 여학생이었다. 유하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수학시간에 풀지 못했던 문제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유하가 명문 필립스에서도 내로라할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문제풀이가 끝나자 여학생이 짐짓 뜸을 들이고는 부연했다.
“유하, 혹시 현이 뉴욕에서 연주회를 열지는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그럼 그렇지.
손유하의 얼굴에 잠깐이나마 짜증스러운 기색이 올라왔지만 이내 털어냈다.
요즘 들어 부쩍이나 친해지려고 드는 여학생들이 많았다. 평소 같았으면 시베리아의 얼음장 같은 손유하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이들조차 전부 용기를 내서 먼저 말을 걸고 있지 않은가.
이 모든 게 강현 때문이었다.
“오빠가 뉴욕에서 연주회를 열지 안 열지는 나도 몰라.”
“그렇구나. 고마워, 유하!”
유하는 자신이 괜히 퉁명스럽게 말한 것이 아닌가 싶어 입술을 쓸었다. 처음에는 친구들의 관심이 상관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짜증이 났다.
들리는 소문에는 이미 학교 내에서 강현과 관련한 팬클럽까지 개설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현이 오빠의 강의가 너무 임팩트가 대단했잖아. 유하, 네가 이해해.”
그때 미쉘이 유하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위로했다.
미쉘의 말 그대로였다. 강의를 하는 동안 보여준 지적능력은 물론이거니와 강의 끝자락에서 보여준 바이올린 연주는 말 그대로 환상 그 자체였다. 명문 필립스의 전교생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저, 유하야?”
하물며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과학을 맡은 여선생님까지 쉬는 시간에 손유하를 찾아오지 않았던가. 대부분이 강현의 연주회와 관련한 일정을 묻고 싶어서 온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학교 대자보에 ‘강현 뉴욕 연주회 일정 없음’이라고 붙여놓고 싶었다.
“오빠.”
학교가 끝나자마자 유하는 강현의 작업실로 향했다. 오늘 있었던 일을 하소연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모든 일의 원인이 된 강현한테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누구 마음대로 그렇게 잘난 모습을 전교생 앞에서 보여준 것인지. 따지고 보면 자신의 부탁으로 인해 시작된 일이었지만 열일곱 소녀의 마음은 이미 화가 나 있었다.
“오빠?”
하지만 작업실 테이블을 베개 삼아 누워 있는 강현을 보자 손유하의 마음이 거짓말처럼 사르르 녹아내렸다. 아마 하루 종일 악보를 써 내려간 것일 터였다.
유하는 조심스럽게 강현의 머리맡을 정리해주다 일전처럼 입술을 샐쭉 내밀었다.
쪽.
그때였다.
“뭐 해?”
강현이 두 눈을 뜨고는 유하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어어!”
유하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려고 할 때였다. 강현이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나 유하의 허리를 팔로 감싸 안는 것이었으니. 졸지에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유하의 볼이 붉어졌다.
* * *
“오 마이 갓―!”
할리우드의 명장 짐 필머가 탄성을 터뜨렸다. 그는 황급히 자신의 에이전시로 향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현이 1차 작업을 끝마치고 가장 먼저 자신에게 작업물을 보내왔기 때문이었으니.
전화로 강현에게 묻지 않았던가. 어째서 자신의 작품이 선택된 것이냐고.
‘각본이 악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음악가다운 대답이었다. 에이전시에 도착하자마자 직원들의 인사를 받지도 않은 채 짐 필머는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강현의 작업물을 들을 생각을 하니까 벌써부터 심장이 파르르 떨려왔다.
“후우.”
짐 필머는 조심스럽게 강현이 보낸 테이프를 기기 안에 밀어 넣었다. 찰나의 묵음이 지나감과 동시에 사무실을 가득 메운 스피커 사이로 선율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짐 필머가 각본과 제작을 맡은 영화의 주제는 스릴러였다. 과연 일생일대의 역작이라고 생각할 만한 각본이었으니.
두근 두근 두근.
강현이 작곡한 삽입곡은 서두부터 손에 진땀을 맺게 했다. 파도가 절벽에 부딪혀 부서지는 것처럼 스산한 음색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어둠 속에서 어슬렁거리는 살인범을 표현한 것처럼 서슬 퍼런 선율은 계속되었다. 머리가 쭈뼛 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바짝바짝 입술이 마르고 목이 타올랐다.
짐 필머는 숨을 죽이며 강현의 음악을 들었다. 감탄이 터져 나올 새도 없었다. 삽입곡을 듣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서 각본이 영상화되어 나타난 것 같았기에.
스르릉.
칼날 소리처럼 서슬 퍼런 음색이 짐 필머의 목울대를 크게 출렁이게 했다. 곡조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를수록 심장이 터질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터질 듯한 음색은 곧장 온몸의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왕의 발소리처럼 쫓아오는 박진감에 숨이 터질 것만 같았다.
마왕의 기다란 손톱이 짐 필머의 등줄기를 긁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오한이 들었다.
곧이어 마왕이 아쉽다는 듯이 손을 거두자 겨우 참았던 숨을 토해낼 수 있었다.
선율이 끝나고 묵음이 찾아왔지만 깊은 여운을 곧장 떨쳐낼 수는 없었다.
아직도 등줄기에는 장대비가 내린 것처럼 식은땀이 한가득이었다.
“이게 1차 작업물이라고?”
짐 필머의 입에서 믿기지 않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강현은 분명 수정할 부분이 많은 1차 작업물이라고 했다.
더군다나 비단 한 곡만 보내온 것이 아니었다. 아직 듣지 못한 삽입곡이 더욱 남아 있었으니.
짐 필머의 눈동자에 긴장과 흥분이 한 줄기 강물처럼 뒤섞여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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