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the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37)
> 음악천재를 위하여 – 237화 >
-오스트리아의 벤처기업인 드림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와 관련한 안정성 확장에 성공했다는 속보입니다. 아직 1차 개발에 불과한 성과이지만 이는 리튬이온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지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전문가분을 모셔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렴, 인재들만이 모여 있다는 실리콘 밸리에서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던 리튬이온 배터리 안정성 개발이었다.
그런 중대한 개발을 대학을 고작 중퇴한 풋내기들이 이뤄낸 것이니 리튬이온 배터리 업계는 마치 파도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항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 재림이 아니냐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으니 그 파급력은 실로 엄청났다.
김상국은 브라운관 속 뉴스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일찍이 드림사에서 연락을 받아 수개월 전부터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김상국은 강현의 과감한 투자방식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달랐다.
마치 미다스의 손처럼 강현이 지목한 인재 중 열에 일곱은 성공을 거듭하지 않는가. 예컨대 투자의 황제라 불리는 워런 버핏도 이 정도는 아니리라.
“이러다가 현이가 정말 대한민국 최연소 회장님 되는 거 아니야?”
불가능한 가정도 아니었다. 김상국은 제일그룹에서 일을 하며 숱한 재벌가의 일원들을 봐왔지만 강현처럼 자기 손으로 이뤄낸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더군다나 아직 한국 나이로 스무 살에 불과하지 않은가.
또래의 재벌 3세들은 대부분이 외국에서 유학 중이거나 하릴없이 놀고먹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물며 똑똑한 재벌 3세들 또한 처지는 마찬가지였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제아무리 재벌이라고 하더라도 스무 살이 대기업의 임원을 떡하니 차지하는 경우는 없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강현은 대한민국 재계 역사를 갈아엎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실장님, 진일증권에서 또 연락이 왔는데요? 이번에는 진일증권 부사장이 직접 연락을 해왔습니다. 실장님과 한 번 저녁 식사 자리를 가지고 싶다고요.”
“인마, 실장이 아니라 이사님이라고 부르라니까?”
“죄송해요. 아직 실장님이라는 호칭이 입에 붙어서 말이죠. 그나저나 진일증권에서 온 연락은 이전처럼 제선에서 자르겠습니다.”
김상국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VH컴퍼니가 한국에 둥지를 튼 지 불과 몇 개월도 되지 않았건만 벌써부터 대외적으로 숱한 연락이 오고 있었다.
증권사에서 투자제휴는 물론이고 기관에서까지 연락이 올 정도였으니 더 말해봐야 무엇하랴.
하물며 증권시장에서도 VH컴퍼니의 인기는 과장을 더해 말하자면 제일그룹 전략기획실 못지않았다.
그 이면에는 강현의 전폭적인 지원과 복지혜택이 있으리라.
바바라 채광과 오스트리아 칼빈 제약회사 투자 건으로 인해 투자계에서는 이미 한 획을 그었다시피 하지 않았던가.
하물며 월급이 동종업계 최고를 달성한 것도 모자라 복지혜택조차도 웬만한 서구권의 대기업 이상으로 좋았다.
한마디로 강현이 기업이윤을 내부순환으로 아낌없이 쓰고 있다는 뜻이었으니.
그 탓일까, 투자업계에 종사하는 인물들 중 대다수가 VH컴퍼니에 입사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췄을 정도였다. 허나.
VH컴퍼니의 주요 직원들은 하나같이 김상국이 직접 뽑은 인물들이었다.
전략기획실을 퇴직한 자원들은 물론이고 김상국이 직접 탐을 내고 있었던 타기업의 인재들까지 쇼핑백에 담듯 하나도 빠짐없이 모인 것이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웬만한 커리어로는 VH컴퍼니에 이력서조차 들이밀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사님, 제 선에서 자르려고 했는데 진일증권 부사장이 워낙 강경해서 말입니다. 제가 계속해서 거절의사를 표시하니 이번에는 사장이 직접 VH컴퍼니의 대표와 만나보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강경록 사장 말하는 거야?”
“예, 아시잖습니까. 그쪽 양반들 원래 성미가 불 같은 거 말이에요.”
전략기획실에서 몸을 담았기에 국내의 내로라하는 증권사들의 대표들에 대한 정보는 전부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나저나.
“VH컴퍼니의 대표님께서는 너무 바빠 시간이 없다고 전해.”
“그렇게 말을 전하면 길길이 화를 낼 텐데요? 이전처럼 업계에 VH컴퍼니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낼 겁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소문내라면 내라고 해. 어차피 겁많은 개새끼가 더 짖는 법이니까 말이야.”
하물며 강현의 뒷배에 누가 있는 줄 안다면 자기 손으로 직접 관 뚜껑에 못질을 하는 격이니라. 더군다나 강현은 그런 잔챙이를 만날 시간이 없었다.
* * *
엘넌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파티장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좌중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이유는 간단했다. 바바라 그룹의 회장인 바바라 탄넨바움이 파티장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으니.
‘진짜 바바라잖아?’
개중에는 옷소매로 눈을 비비고는 바바라의 모습을 확인하는 이도 있었다.
것도 그럴 것이 바바라 탄넨바움이 누구인가. 유대계로 광산업, 철도업, 부동산업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대부호였다.
하물며 그의 식견과 안목은 투자업계에서는 익히 소문이 파다했다. 워렌 버핏 또한 그를 인정했을 정도였으니 오죽할까.
하물며 과장을 더해 말하자면 백악관의 주인만큼이나 만나기 힘든 인물이었다.
야외파티장에 참석한 사람들 또한 뉴욕에서 힘깨나 쓴다는 인사들이었지만 바바라에 비하면 태양 앞에 반딧불에 불과하리라.
“바, 바바라 회장님께서 직접 와주셨군요. 이번 저희 보스의 자선행사장에 직접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단상위에서 기부경매를 진행하고 있던 편집장 미구엘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마이크를 잡았다.
그 또한 설마하니 바바라가 직접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바바라는 신사답게 미소 지으며 환대에 응답했다.
바바라의 존재감 때문일까, 강현의 공연에 대한 기부경매가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잠시나마 잊혀졌을 때였다.
“200만 달러.”
바바라가 엷은 미소를 지은 채 운을 띄웠다. 미구엘은 의아한 눈으로 바바라를 바라보다 깊은 눈빛에 그제야 깨달았다.
“바이올리니스트 현의 공연에 대한 기부경매 첫 기부금액으로 200만 달러가 호가 되었습니다!”
과연 대부호였다. 200만 달러였음에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행운의 2달러쯤을 건넨 듯한 태도였으니.
하물며 그 몸짓과 걸음걸이에서 나오는 우아함과 기품이 어찌나 대단한지 방금 전까지 호시탐탐 강현을 농염하게 바라보던 팝스타 럭스조차 다가올 생각을 못 하고 있지 않은가.
한편으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의문이 가득했다.
도대체.
바바라 그룹의 회장 바바라 탄넨바움과 강현이 어떻게 아는 사이일까.
강현의 외적인 정보만을 규합하자면 동양에서 온 신비한 음악천재가 아니었던가.
겉으로만 보면 유대계 대부호인 바바라 탄넨바움과 조금도 접점이 없어 보였다.
하물며 바바라는 그 누구와도 쉽게 만나주지 않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오죽하면 일 년에 딱 한 번 소더비에 ‘바바라와의 점심식사’라는 티켓이 최저 백만 달러를 호가하며 팔리겠는가. 헌데.
꿀꺽.
그런 바바라 탄넨바움이 강현과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의 내용은 들리지 않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꽤나 친해 보이는 두 사람이었다.
엘넌을 비롯한 파티장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그 순간 강현이 자신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거물일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 * *
“현, 오랜만에 이렇게 만나니 좋군요.”
자선행사가 끝나고 강현은 바바라에게서 저녁식사를 초대받았다. 애초에 바바라는 강현을 만나기 위해서 뉴욕까지 온 것처럼 보였다.
자선행사장에 바바라 회장이 등장할 줄은 파티의 주최 측이었던 ‘보스’에서도 몰랐던 것 같았으니.
“제가 현의 체면을 제대로 세워줬나요?”
“물론입니다, 회장님.”
“사실 현의 연주에 비하면 그 정도 기부금액은 약소하지요.”
체면만 제대로 세워줬겠는가. 파티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시선이 아직도 강현의 머릿속에는 똑똑히 새겨져 있었다.
대부분이 놀라움과 의문을 가진 채 강현과 바바라를 번갈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엘넌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무렴, 도대체 강현이 바바라 회장과 어떤 접점이 있는지 궁금할 터였다.
“뉴욕에서의 생활은 괜찮나요? 탄야에게 듣기로는 칼튼 호텔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예, 지금은 칼튼 호텔과 소속사에서 마련해 준 작업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불편한 점은 제가 생각보다 유명해져서 그런지 길가를 지나가다가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 빼고는 없습니다.”
“현이라면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유명해질 겁니다. 괜찮다면 칼튼이 아니라 저희 호텔로 오는 건 어떻습니까?”
바바라 호텔을 말하는 것이었다. 바바라 회장의 성격이라면 최고가의 스위트룸을 내어줄 것이 분명했다.
강현은 괜찮다면 거절을 표시했다. 바바라 회장이 자신의 공연을 보고 그토록 많은 기부금액을 제시한 것도 고마운데 스위트룸까지는 너무 염치가 없었다.
강현이 지금 머물고 있는 칼튼호텔 또한 뉴욕에서 이름난 호텔 중 하나다. 그때였다.
“음, 사실 제가 오늘 현을 찾아온 이유는 한 가지를 물어보기 위해서입니다.”
바바라는 냅킨으로 입가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고는 부연했다.
“바바라 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생각 중인 기업이 있습니다. 재무제표는 물론이고 기업의 대외비적인 문서들 또한 이미 확인을 끝마쳤지요. 바바라 그룹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기에 꽤나 좋은 투자 상품이라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헌데 영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말이에요.”
강현은 의아했다. 바바라 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라면 모르긴 몰라도 미국에서도 알아준다는 수재들일 것이다. 더군다나 바바라 회장의 안목 또한 왕회장 못지않았으니.
“현에게 조언을 얻고 싶어서 찾아온 것입니다.”
“저한테 조언이요?”
“그래요, 저와 현의 첫 만남을 기억합니까? 동양에서 온 소년이 무턱대고 저에게 거래를 제시했었지요.”
‘바바라 씨와 제가 거래를 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불현듯 과거의 일이 강현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바바라는 강현과 마찬가지로 그날을 떠올린 듯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현이 한국에서 VH컴퍼니라는 투자회사를 운용 중인 것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현과 거래를 원해서 뉴욕까지 찾아온 것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현이 아닌 VH컴퍼니의 대표에게 말이지요.”
“회장님, 실례지만 투자를 하시려는 기업은 어디입니까?”
“현이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제약회사 중에서 요즘 이름을 떨치고 있는 AOA입니다.”
AOA······?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강현은 기시감이 드는 이름에 문득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지난 삶의 기억이 머릿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지난 삶 서브프라임모기지 이전에 미국을 대공황으로 이끌 뻔했던 제약회사 AOA를 말이다.
강현은 그 순간 바바라 회장이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잘 찾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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