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the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63)
> 음악천재를 위하여 – 263화 >
‘말도 안 돼.’
피디 마리아의 얼굴에는 믿기지 않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는 장대한 교향곡의 틀린 부분을 찾는 일이었다. 제아무리 음악에 능통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단숨에 어떻게 교향악단이 만들어낸 옥에 티를 찾아낼 수가 있겠는가.
교향곡을 연주한 단원들의 숫자와 그에 맞먹는 관현악과 타악기의 숫자를 본다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사실 러시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안나가 2개를 찾아냈을 때만 해도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도저히 사람의 청각으로는 불가능한 일 같았기에.
하지만 마에스트로 에덴 시므온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마치 강현이 모든 것을 맞힐 거라는 것을 기정사실이라고 단언하듯이 말이다.
‘설마.’
마리아의 시선이 천천히 강현에게로 돌아갔다. 강현은 여전히 여유로운 태도를 고수한 채 객석의 한 자리에서 무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리아뿐만 아니라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지원자들의 눈가에도 의문과 호기심이 서렸다. 강현에 대한 명성은 이미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지 않았던가.
개중에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도 분명 있었다. 가령 강현이 부서진 하프로 제대로 된 연주를 해내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오랫동안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지 않았던 스트라디바리우스 ‘피오레’를 일깨웠다는 이야기까지.
하지만 대부분이 과장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으레 소문을 부풀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구이리라.
호기심과 의문이 뒤섞인 시선 속에서 강현이 천천히 운을 띄웠다.
“1악장의 서주에서 큰북을 연주한 단원의 채끝이 흔들렸습니다. 채를 잡은 단원의 손끝이 미세하게나마 이완을 풀어냈습니다. 단순히 실수라고 보기에는 어렵고 아무래도 마에스트로께서 의도한 지시 같더군요.”
뭐?
“또한 호른을 게쉬탑으로 연주할 때 단원의 손이 벨브안을 손으로 완전히 막지 않았어요. 그 탓에 날카로운 금속적인 음색이 아니라 부드러운 음색이 찰나였지만 흘러나왔죠. 아무래도 핸드스토핑을 할 때 의도적으로 3분의 1쯤 비워둔 것 같았습니다.”
강현의 입에서는 거침없이 틀린 부분이 흘러나왔다.
피디 마리아는 물론이고 신예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눈가에는 믿기지 않는 기색이 점점 더해지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악장과 3악장의 틀린 부분은 이미 바이올리니스트 안나 씨께서 찾아냈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4악장의 대미를 장식하는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마에스트로의 지휘 방향이 틀렸습니다. 하지만 단원들은 동요하지 않고 제대로 연주를 하더군요. 마치 미리 약속한 것처럼 말이에요.”
강현의 말이 이어질수록 장내의 술렁임도 커져갔다. 개중에는 말도 되지 않는다며 불신 어린 시선으로 강현을 바라보는 이도 있었고 또 다른 이들은 몰래카메라가 아니냐는 듯 방송국 관계자들을 힐끔힐끔 쳐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당황한 것은 마리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강현이 그냥 마음대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었으니.
하지만 이어지는 마에스트로 에덴 시므온의 뒷말에 모두가 숨을 집어삼켰다.
“역시 정확합니다.”
피디 마리아의 눈동자에는 경악이 차올랐다. 나머지 신예 바이올리니스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새롭게 벨기에 교향악단에 입단한 단원들 또한 반응은 다르지 않았다. 설마하니 마에스트로의 수수께끼를 전부 맞히는 인물이 있을 줄이야.
그때 피디 마리아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올려 보였다.
“마에스트로, 실례가 안 된다면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방금 전 정확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뜻이 현 씨가 교향곡의 틀린 부분을 전부 찾아냈다는 말씀이십니까?”
에덴 시므온은 엷은 미소로 긍정을 대신했다. 모두가 경악으로 인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현, 괜찮다면 총보에서 틀린 부분을 찾아내서 수정해 줄 수 있나요? 아무래도 다른 바이올리니스트들은 그 비결이 궁금한 모양이군요.”
강현은 에덴 시므온의 부탁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대로 향하는 그의 얼굴에는 자만이나 거만한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과도한 관심을 싫어하는 기색이 강했다.
무대 위로 올라서는 강현의 뒷모습을 신예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경외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뒤쫓았다. 언제나 그렇듯 이 모든 광경을 촬영감독이 줌인해서 촬영하고 있었다.
* * *
“이게 말이나 돼?”
샤펠, 선율의 여명이라 불리는 저택에는 신예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모여 있었다.
마지막 무대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들은 오늘 하루만큼은 연습을 멈춘 채 대화를 나누었다.
미국에서 올라온 쌍둥이 형제 빌과 맥스는 마치 기적을 마주한 사람처럼 목청을 높였다.
“난 바이올리니스트 현에 대한 소문이 여태까지 다 과장된 거짓말인 줄 알았어.”
“나도 마찬가지야. 미국에서 빌보드 차트까지 섭렵했을 정도로 유명인이기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로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말이야. 더군다나 유럽의 거장들이 앞다투어 현 씨를 제자로 삼으려고 했다지? 이제 보니 거장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돼. 만약 저런 광경을 눈앞에서 목도했다면 탐이 나지 않고서는 못 배겼을 거야.”
평소 아시아의 클래식을 자신들보다 한 수 아래로 보던 쌍둥이 형제는 어느새 강현의 열렬한 팬이 되어있었다. 북유럽 출신의 에단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형제의 의견에 동조했다.
“내 형은 7년 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참가했었지. 당시 바이올리니스트 현과 함께 샤펠에서 합숙을 했다고 했어. 형은 그 누구보다도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었는데 바이올리니스트 현만큼은 인정했어. 7년 전 샤펠에서 그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바이올리니스트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이야. 오늘 보자르홀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면 자존심 강한 형이 왜 그렇게 쉽게 승복했는지 이해가 돼.”
대화를 듣고 있던 안나는 뜻밖의 정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하니 몸매가 얇고 과묵한 에단이 7년 전 에릭의 동생일 줄이야.
북유럽 출신의 에릭은 생긴 것만 보자면 바이킹의 후예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거구였다. 거대한 손으로 바이올린을 섬세하게 연주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저는 현 씨가 붉은 펜으로 총보에 틀린 부분을 수정해 나갔을 때 정말 놀랐어요. 처음에는 이 모든 게 저희를 놀래키려는 몰래카메라인 줄 알았지만 마에스트로 시므온이 다시 단원들과 함께 교향곡을 연주했을 때 틀린 부분이 정확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소름이 돋았다니까요.”
대화의 주된 주제는 강현이었다.
지원자들 또한 각자 고국에서 알아준다는 신예들이었지만 강현이 보여준 재능은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다들 신동이라 불렸던 이들이지만 궤가 다른 재능에 엄청난 벽을 느꼈다.
그때 일본 출신의 호타루가 붉어진 볼과 함께 동경이 가득한 눈을 빛내며 말했다.
“혹시 샤펠의 전설에 나오는 음악의 신이 강현 선생님 아닐까요?”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예부터 내려오던 전설, 샤펠은 끝없는 선율과 함께 음악의 신이 존재한다.
처음에는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믿고 있었지만 샤펠에 도착하자마자 신비로운 느낌에 모두가 혹하지 않았던가.
정말 샤펠이라는 성역에는 음악의 신이 존재할 것만 같았다. 호타루의 말에 그 누구 하나 반문하지 못했다. 그만큼 강현이 보여준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기에.
* * *
피디 마리아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카페인이 가득 들어간 커피를 마셔서일까. 벌써 몇 시간째 편집실에 앉아 있었지만 두 눈동자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형형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크으―!”
마리아의 입 밖으로 절로 감탄이 토해졌다. 벌써 몇 번째 되돌려보는 장면인지 모를 것이다.
보자르홀에서 마에스트로 에덴 시므온이 낸 전대미문의 수수께끼를 강현이 손쉽게 맞히는 부분 말이다.
피디 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장면은 처음 보았다. 베테랑 촬영감독 또한 놀란 것은 마찬가지인지 강현이 모든 수수께끼를 맞혀냈을 때 영상이 미세하게 떨리지 않았던가.
“시청률이 정말 대박이겠구나.”
금년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여러모로 국가적인 행사 이상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퀸엘리자베스 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벨기에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권에도 동시에 판매되었다.
하물며 첫 방영부터 시청률이 꽤나 높지 않았던가. 시사교양국의 국장이 아침부터 비명을 지르며 환호하는 통에 모를 수가 없었다.
헌데 만약 이 장면까지 송출된다면 분명 전 세계가 떠들썩하리라.
“다음 인터뷰 영상도 대박이지.”
보자르홀에서의 기적에 가까운 장면이 촬영된 뒤였다. 마리아는 기세를 몰아서 강현과 인터뷰까지 시도했다. 분명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았기에.
예상은 적중했다. 마리아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에스트로 에덴 시므온께서 내신 수수께끼를 다 맞힐 수 있는 요령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딱히 대답해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평소에 이런 훈련을 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 누구 자존심 강한 교향악단의 단원들을 상대로 일부러 틀린 연주를 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감이 좋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겠군요.
영상 속 강현의 얼굴에는 자만이나 거만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교향곡을 듣자마자 자연스럽게 알아차렸다는 뜻이었다.
마리아는 그제야 유럽의 숱한 거장들이 강현을 원한 이유를 깨달았다. 항간에 떠돌던 모차르트의 환생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이 날 정도였다.
물론 인터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퀸엘리자베스의 진정한 무대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입니다. 심사위원인 제가 우승자를 점치기란 너무 어렵군요. 오늘 마에스트로 에덴 시므온와 협연을 상의하는 태도를 보니 지원자들 모두 자신의 실력을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좋은 무대가 펼쳐질 겁니다. 피디님께서 만약 제가 참가자였다면 순위가 어떻게 될 거냐고 물으셨는데 그 질문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지원자들 중에는 강현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이 대다수였다.
만약 강현이 심사위원이 아닌 지원자로 참가했다면 어떻겠냐는 질문은 이미 공공연히 떠돌고 있었다. 마리아는 감히 예상컨대 7년 전과 결과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앞으로의 꿈이라…….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지휘자로서 명성과 업적을 쌓아가고 있는 강현이었다. 이미 런던 심포니에서 열렬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앞으로 그의 미래가 어떨지, 그가 바라는 이상향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클래식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전설적인 마에스트로? 아니면 음악의 신에게 사랑을 받는 비르투오소?
여러 가지 답안이 예상되었지만 뒤이어 들려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행복한 삶을 이루는 것입니다.
행복한 삶이요?
-이미 한 번 후회를 했으니까요. 이번에는 실수를 하지 않을 겁니다.
무슨 말일까. 하지만 대답을 끝마친 강현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홀가분해 보였다. 그 모습에 피디 마리아가 부연했다.
현, 그 뜻인즉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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