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74
나 혼자 프리서버 174화
174
랭턴 공작은 곧바로 황궁으로 돌아왔다.
칼리어스 왕국에서 거리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장거리 텔레포트가 도시마다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랭턴은 곧바로 국왕을 찾았다.
“폐하, 상인들과 만나고 왔습니다.”
“그런가.”
그렇지 않아도 칼번 역시 랭턴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지의 국가에 대해 몹시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자네가 본 판도라 왕국은 어떻던가?”
“상인들의 말만 들어 봐서는 대단한 국가인 것 같습니다.”
“대단하다?”
“마법이 그리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무기술이 극한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의 말로는 무기 하나로 왕국을 통째로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라고 하더군요.”
“과장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어느 정도는 과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금단의 무기가 존재하기는 할 것 같사옵니다.”
“금단의 무기라.”
칼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만큼 강력한 무기가 있다면 되레 이쪽에서 침공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이건 군주의 성향을 알아보아야 하는 일이다.
판도라 왕국이 얼마나 발전을 하였는지, 국왕의 성향은 어떠한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자네가 직접 가도록 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가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모두 긁어 오도록. 그쪽에서도 정보를 캘 수 있는 방법이 있으리라 본다.”
“정보를 파는 자들은 어디든 있기 마련입니다. 그들에게 정보를 산다면 어느 정도는 판도라 왕국에 대해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하라.”
랭턴은 고개를 숙이며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칼번 국왕은 잔에 위스키를 따랐다.
동부대륙이 열렸으니 반드시 그곳으로 진출해야 한다. 칼리어스도 이제 제국으로 나아갈 때가 된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갈 길을 서둘렀다.
원래 정오까지 마정석을 받아 가기로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빨리 왕국으로 돌아가 대책회의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마탑에 부탁을 했다.
다행히 어젯밤에 물건이 모두 준비되었다고 한다.
해가 뜨고 얼마 되지 않아 마탑에서 수레 하나를 끌고 왔다.
“벌써 가십니까?”
지점장 레이턴이 직접 물건을 인계하였다.
한데 수레 주머니들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이 정도라면 그냥 몸에 매달고 가도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정석은 모두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아공간 주머니에 있지요.”
“허어, 그 많은 양이 들어갑니까?”
“앞으로 거래를 많이 할 것이니 저희 마탑에서 선물로 드리는 겁니다.”
아공간 주머니라니.
물론 나에게는 인벤토리라는 훌륭한 기능이 있다. 문제는 인벤토리의 용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는데 마탑에서는 그런 용량의 한계가 없어 보인다.
어찌 그들이 하는 일들은 하나같이 대단해 보였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수레는 가져갈까요? 필요하실지 몰라서 가져오기는 했습니다.”
“아공간 주머니가 있으니 굳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하하하하! 배려라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 당연한 일입니다.”
마탑에서도 출혈이 꽤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공간 주머니까지 준 것은 아마도 앞으로의 거래를 위해서일 것이다.
게다가 마정석이라는 것이 이곳에서는 그냥 돌멩이에 충전을 하면 되는 상품이었으니 이문이 많이 남았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막 출발을 하려 할 때였다.
두두두두!
일단의 무리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무장한 병력이었는데, 일개 기사단으로 보였다.
“기사단이 어째서?”
“선두에 랭턴 공작이 있군요.”
눈을 가늘게 뜬 롬멜은 즉시 랭턴 공작을 알아보았다.
“설마.”
“그 설마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사절단을 보내올 것이라는 사실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사절단을 구성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랭턴 공작이 인사를 했다.
“또 뵙습니다.”
“랭턴 공작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이번에 폐하께서 판도라 왕국에 사절단을 보내기로 하셨습니다. 제가 대표로 가게 되어 동행을 요청하려 합니다.”
“동행이요?”
“저희는 길을 모르니까요.”
“그렇습니까.”
거절할 수가 없는 요구였다.
그저 동행을 하자고 하니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게다가 기사단이 추가되면 상단을 보호하는 병력이 늘어나는 것이다.
랭턴은 무시무시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들은 모두 마검사입니다. 저희 기사들은 기본적으로 마법과 검술을 모두 익힌 상태이지요. 도적 따위에 어찌 되지는 않을 겁니다.”
“마검사라.”
기사 전원이 마검사라고 한다.
마검사가 얼마나 무서운 자들인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일행들의 표정도 굳어 있었다.
그렇다면 중앙대륙의 기사들은 모조리 마검사라는 뜻이 아닌가. 기본적으로 검과 마법을 모두 다루어야 기사단 입단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것 같았다.
인상이야 절로 구겨졌지만 나름대로 정치판에서 구르다 보니 내공이 생긴 모양이었다. 웃으며 인사를 할 수 있었다.
“다행입니다. 아직 도적 떼가 다니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요. 수천만 골드의 화물이 있으니 함께 가 주신다면 든든할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랭턴 공작은 사람 좋게 웃었다.
단순한 사절단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저들도 동부대륙의 정보를 얻고자 애쓸 것이 틀림없다. 내가 그런 목적으로 왔듯이 말이다.
‘까딱 잘못하면 어마어마한 전쟁이 터질 수도 있겠구나.’
전쟁을 직감했다.
생각보다 판도라 왕국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단숨에 할퀴고 물어뜯을 것이 틀림없다.
랭턴 공작이 외쳤다.
“상단을 보호하면서 이동한다!”
“예!”
“그럼 가시지요.”
나도 어쩔 수 없이 일행들을 출발시켰다.
작열하는 태양.
매우 더운 날씨다.
하지만 랭턴 공작을 비롯한 기사들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였기에 매우 기이한 여행이 되었다.
사막 한복판을 걷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이 마르지 않고 주변에 막이 형성되어 있어 덥거나 춥지도 않다.
며칠 동안 사막을 걸은 끝에 판도라 영지 국경에 이르렀다.
구 파샤 왕국의 최서단 영지 울리카에 도착했다.
지금 판도라 영지는 대대적으로 성벽을 보수하고 있었고 증축하는 작업에 들어가고 있었다. 칼리어스만큼은 아니었지만 30m에 이르는 성벽은 매우 견고했다.
성벽에는 함포가 배치되어 있었는데 단순한 마법이 아니라 하이브리드 무기다.
랭턴은 함포를 유심히 살펴봤다.
“과학과 마법 문명의 결합입니다.”
“과학이요?”
“저걸 보시죠.”
이제 막 철도가 완성되었다.
사막을 관통하는 철로 위에는 날렵한 모양의 기차가 놓여 있었다.
거대한 철마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랭턴 공작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는 차를 타고 이동할 것이다.
“차량이 있으니 타고 가시죠.”
“차량이라니요?”
거대한 리무진이 허공에 떠 있었다.
랭턴과 기사들은 몇 대의 리무진에 나누어 탔다.
리무진은 제법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파샤 왕국은 드워프들이 투입되면서 어마어마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기 시작하였고 도시 전체가 변화하고 있었다.
도시를 빠져나오자마자 최고 속력을 지시했다.
“최대한 빠르게 수도까지 갑시다.”
위이이잉!
운전사가 부스터를 발동하였다.
피유유융!
하이브리드 차량은 순식간에 제로백을 돌파했다.
***
“이럴 수가……!”
랭턴 공작은 감탄을 내뱉었다.
마법 문명에서는 게이트를 통하여 이동하였다면, 이곳에는 과학이 있었다. 비록 게이트만큼은 아니었지만 어마어마한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쐐애애애액!
최대속력에 다다랐다.
제한속도는 시속 500㎞다.
물론 차로에 한해서였고 하이브리드 전용 도로에서만 그리 달릴 수 있었다.
엄청난 속도에 랭턴 공작은 혀를 내둘렀다.
“이 과학이라는 힘으로 만든 무기가 존재하는 국가입니다.”
“과학이라.”
“수도에 가면 더 놀라실 겁니다.”
수도는 한국의 웬만한 도시만큼 발달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 랭턴 공작 역시 함부로 판도라 왕국을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한 시간 만에 수도에 도착하였다.
이곳의 성벽은 50m가 넘었다. 그 성벽 위에 함포들이 빼곡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고층 빌딩들이 즐비하였다.
왕궁도 이제 완성 단계였다.
200층에 이르는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병사들이 훈련하는 모습도 곳곳에 보인다.
마법사들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병종들이 섞여 있었고 하나같이 하이브리드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쾅! 콰과과과광!
때마침 전투 헬기가 산을 향해 미사일을 쏟아 내고 있었다.
산등성이 한쪽이 초토화가 된다.
랭턴 공작은 내심 놀란 표정이었다.
우리는 수도에 도착하여 내렸다.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상단 일이 바빠서요.”
“감사했습니다.”
“돌아가실 때도 택시를 타시면 됩니다.”
“택시라니요?”
“돈만 지불하면 왕국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택시를 타고 국경까지 가시면 되겠습니다. 사신단이니 왕국에서 전용 차량을 내어 줄지도 모를 일이고요.”
우리는 랭턴 공작에게 인사를 하고 그와 헤어졌다.
랭턴 공작은 차량에서 내려 행정 절차를 밟았다.
이곳은 정말 신기한 나라이다.
과학이라고 하는 문명이 도시를 지배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이상한 기계들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것도 모자라 공중으로 쇳덩어리들이 날아다닌다.
“도대체 이건.”
“어마어마한 광경입니다.”
사신단에 참가한 아르탄 백작도 혀를 내둘렀다.
저런 기계들이 날아다니면서 마법을 사용한다면 왕국은 순식간에 초토화될 수도 있다.
물론 칼리어스 왕국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지만 정말로 전쟁이 터지면 양국은 피로 물들 것이었다.
‘아직은 모르지.’
랭턴은 고개를 저었다.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었다.
잠시 낯선 문명을 접하여 놀랐던 것뿐이다. 판도라 왕국의 상인들도 우리의 발달한 마법 문명에 놀랐다지 않았던가.
행정 절차를 밟는데 경호관들이 다가왔다.
“판도라 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왕궁에서 오셨습니까?”
“맞습니다. 저희는 왕궁의 경호관들입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꽤나 위압적으로 보인다.
그들의 가슴에는 무기가 하나씩 매달려 있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형태였다.
랭턴이 궁금해서 물었다.
“도대체 그게 무엇입니까?”
“총이라는 무기입니다.”
“총이요?”
“강철도 뚫을 수 있는 무기지요.”
“강철이라.”
전혀 새로운 문화.
여기에 더하여 마법까지 결합되어 있는 문명이다.
아직은 확신할 수 없었지만, 판도라 왕국은 칼리어스 왕국이 점령하기에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나는 만사를 제치고 곧바로 왕궁으로 복귀하였다.
여러 대신들이 인사를 한다.
“어서 오십시오, 폐하!”
“칼리어스 왕국의 사신단이 오고 있다고.”
맥스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지금 어디쯤 와 있나?”
“거의 당도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런가. 어서 준비를 서두르도록 하지.”
대신들은 한눈에 내가 긴장하였음을 알아보았다.
칼리어스를 정탐하기 위하여 상인으로 위장을 하고 갔는데 사신단을 달고 왔다.
아마도 이 모습에서 뭔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르겠다.
백연하가 말했다.
“이대로라면 알아보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경을 쓰고 헤어를 조금 바꾸면 되겠지.”
“의심을 하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