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73
나 혼자 프리서버 173화
173
물론 놀란 것은 롬멜뿐만이 아니었다. 나를 비롯하여 모든 일행들이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칼리어스 정벌이 생각 이상으로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백연하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마법사 전력이 10만은 나오게 생겼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이곳을 칠 수 없어요. 오히려 칼리어스 왕국에서 판도라 왕국으로 쳐들어오는 것을 걱정해야 하지 않나요.”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백연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호전적인 기질을 가진 칼리어스의 국왕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과연 칼리어스 국왕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칼리어스의 수도 브론티아.
마법이 번성한 문명답게 수도에는 고층 빌딩들이 즐비하였다. 모두 마법으로 유지되고 있는 건물들이다.
그중에서도 황궁은 압권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은 200층 높이의 건물 꼭대기에는 황제의 궁이 위치하고 있다. 하늘이 맑은 날에는 꼭대기에서 제도는 물론이고 다른 영지들까지 관찰할 수 있다.
칼번 국왕은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 듣고 있는 중이다.
“폐하, 동부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래폭풍이 사라졌다고?”
“그렇습니다.”
랭턴 공작이 허리를 굽혔다.
그는 재상의 직위에 있지만, 왕국의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하여 상인들의 존재까지 언급했다.
“판도라 왕국에서 상인들이 와서 교역을 했다고 합니다.”
“교역이라?”
“유제품이라는 것을 판매하였다는데 맛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오호, 그래?”
“이겁니다.”
랭턴은 품에서 치즈를 꺼내었다.
구워 먹는 그 치즈를 랭턴은 손으로 비벼 따듯하게 하여 내밀었다.
황제는 치즈를 먹어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단한 맛이로군.”
“각종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합니다.”
“이것과 다른 제품은?”
“도자기와 유리 제품입니다. 질이 매우 뛰어납니다. 비싼 값에 거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이 판도라 왕국에서 왔다고?”
“동부대륙은 판도라 왕국이 통일했다고 합니다.”
“으음.”
“단일 왕국이 형성된 것이지요.”
“그 정도라면 제국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제국을 지향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만, 우리는 아직까지는 정보가 너무 부족한 실정입니다.”
칼번은 턱을 쓰다듬었다.
대충 들어 보니 마법이 발달한 국가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칼리어스에서 쓸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정복의 욕구가 솟구치고 있던 칼번이다.
좋은 먹잇감이 있다면 먹어 치워야 직성이 풀렸다.
“아직 전력을 확인할 수는 없으니 사신을 파견하도록 하지. 상인들은 언제 돌아간다던가?”
“내일 돌아간다고 합니다. 마정석을 대량으로 구매하여 내일 정오까지 배달해달라고 했답니다.”
“그렇다면 그들과 함께 판도라 왕국으로 사신을 보내라.”
“명을 받듭니다.”
칼번은 치즈를 먹는 데 열중하였다.
뛰어난 음식과 문화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동부대륙이다.
지금까지는 모래폭풍이 가로막고 있어 갈 수가 없는 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길이 열렸다.
과연 이건 무슨 뜻일까.
칼번은 이것을 일종의 계시로 보았다.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계시 말이다.
그날 저녁.
오후 내내 도시 곳곳을 돌아다녔다.
만약 이곳으로 병력을 이끌고 쳐들어온다면 어느 정도의 손실을 보아야 점령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보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지금의 병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분수대 근처에서 맥없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는 각자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백연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퀘스트가 극악인데요.”
“정벌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롬멜이 이어 말했다.
하지만 제인의 생각은 좀 달랐다.
“가능할 수도 있죠.”
“어떻게?”
“우리에게는 핵이 있잖아요.”
“핵이라!”
틀림없이 핵은 비장의 무기다.
게다가 이곳에는 핵확산 금지조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조약에 묶여 핵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도시 전체가 마법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돔처럼 방어막이 펼쳐져 있었고 각 가정마다 방어막을 설치했을 정도이다. 그런 곳에 핵을 떨어뜨려 봤자이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걸로는 안 될 텐데.”
“실드를 뚫는다면요?”
“그렇다면 식은 죽 먹기지.”
“지금은 현대과학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어요. 하이브리드 무기를 만들어야만 해요. 원거리 무기가 없다면 정벌은 불가해요.”
“후유, 돌아가면 원거리 핵무기부터 개발해야겠군.”
“실드를 뚫는 것이 중요해요.”
아무리 칼리어스 왕국이 대단하다고 해도 핵을 떨어뜨리면 별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다. 도시 하나가 사라지면 항복하지 않을까.
문제는 기술력이었다.
실드를 뚫을 수가 없는 데다 실드가 보편화 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제인이 말을 이었다.
“EMP 폭탄처럼 실드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기가 개발된다면 그리 어렵지도 않은 일이에요.”
“기술력이 되어야 말이지.”
“드워프라면 개발할 수 있겠죠.”
제인은 희망적으로 말했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몬스터에 대한 문제도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원거리에서 타격하기만 하면 될 테니까.
핵무기도 필요 없다. 실드가 벗겨지면 현대화기를 이용해 몬스터를 가볍게 쓸어버릴 수 있다.
애초에 1차 웨이브 당시 인구의 3할이 죽어 나갔던 것은 화학무기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하기만 한다면야 두려울 것이 없다.
“그만 일어날까?”
나는 손을 털며 일어났다.
여기 이러고 앉아 있는다고 해서 우울한 기분이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가서 맥주라도 마실까요?”
“그거 좋은 생각이로군.”
“그 맥주, 제가 사도 될까요?”
누군가가 슬며시 끼어들었다.
60대 초반의 노인이다. 하지만 온몸에서 귀티가 흐르는 것을 보니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귀하는 누구십니까?”
“저는 왕국의 재상 랭턴이라고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 그렇다면 공작 각하 아니십니까?”
“그리 불리기도 하지요.”
우리는 황급히 허리를 굽혔다.
판도라 왕국에서는 고위급 인사라 하더라도 지금은 평범한 상인으로 위장한 상태이다. 몰락 귀족이라 설명하였으니 그와 우리들의 신분은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까마득하게 차이가 났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랭턴 공작의 태도였다.
예의범절이 몸에 밴 것인지 이렇게 허리를 굽히는 데도 불구하고 어떤 권위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위화감을 느꼈다.
“허허허! 동부대륙은 신비한 곳이군요.”
랭턴 공작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우리를 대접했다.
도대체 정치판에서 얼마나 굴러먹은 건지 혀 놀리는 솜씨가 매끄러워 절로 편하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재상이 정보부 수장이라고도 하더니, 과연 대단하군.’
어쌔신들의 정보에는 분명히 그리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랭턴 공작은 정보를 캐기 위하여 우리에게 접근했다는 뜻이 되었다. 그걸 알면서도 랭턴 공작에게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들어 보니 부강한 왕국 같습니다. 판도라 왕국의 국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국력이라면?”
“병력이나 그런 것들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럽니다.”
‘역시나.’
랭턴 공작이 원하는 것은 그런 정보일 것이다.
기본적인 정보를 원하는 것이었으니 가벼운 탐색이라고 봐야 했다.
나는 판도라의 전력을 조금 부풀리기로 했다.
“병력이 많은 건 아니지만 무기가 대단하죠.”
“무기요?”
“국가를 하나 날려 버릴 정도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
“그걸 우리는 핵무기라고 부릅니다.”
랭턴 공작의 눈이 흔들렸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보인 감정의 변화였다.
제110장. 사신단
과연 허세가 먹혔을지는 모르겠다.
랭턴 공작은 한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그건 너무 과장이 심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에 그런 무기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 보지 못하였습니다. 전설에나 존재하는 드래곤의 마법이라면 몰라도 말이지요.”
“처음 듣는 분은 그리 말씀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저 일개 상인일뿐이니 크게 괘념치 마셨으면 합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그렇게 믿고 계시니 국가 하나를 날려 버릴 수는 없더라도 도시 하나 망가뜨릴 정도는 되겠지요.”
랭턴은 웃고 있었지만, 말투에서 흔들림이 느껴진다.
친절함으로 위장하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칼번 국왕은 동부대륙에 깊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의 심복을 보내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보다 양국의 국왕께서 별다른 생각이 없으셔야 할 텐데요.”
나는 얼큰하게 취한 것 같이 행동했다.
맥주에 위스키를 섞어 일명 폭탄주를 말아 먹고 있었으니 빠르게 취하는 것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랭턴 공작이 호기심을 드러냈다.
“별다른 생각이 없으셨으면 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요?”
“저희 같은 상인들이야 평화가 유지되어야 돈을 벌지요.”
“사실, 전쟁이 가장 많은 돈이 됩니다만.”
“저는 군상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그렇군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 폐하께서는 누구보다 평화를 사랑하는 분이시니까요.”
‘웃기고 있군.’
속으로 웃음이 나왔지만, 겉으로는 안심한 척을 하였다.
평화를 사랑한다는 인간이 상인들에게 정탐이나 보낸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일까.
이건 전쟁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같이 보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상인과 정치권 인사들의 말은 믿을 수가 없다.
하기야 나조차 상인으로 위장한 정치인이니 그에 대해서는 할 말은 없다.
랭턴 공작은 30분 정도 더 대화를 나누다가 일어났다.
정치와 군사적인 정보를 우리에게서 더는 알아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뜨려 하는 것이다.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군요. 약속이 있는 것을 깜빡했지 뭡니까. 즐겁게 잘 놀다 갑니다.”
“다음에도 만나 뵐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랭턴 공작은 끝까지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랭턴이 자리를 뜨고 난 후에 우리는 맥주를 마셨다.
전부 위스키와 맥주를 1:1로 섞어서 독했지만, 누구도 취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기에는 너무 경지가 높았기 때문이다.
롬멜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국왕에게 침공 의도가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나도 그렇게 보았다.”
“칼리어스 왕국을 조심해야겠습니다.”
“지금 바로 쳐들어오면 꽤나 곤란한데 말이다.”
“핵에 대해 실제로 보여 주는 것이 어떨까요?”
제인의 의견이었다.
칼리어스가 정말로 군대를 일으켜 판도라 왕국으로 쳐들어오면 지금으로써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
핵을 사용한다고 해도 적들에게는 마법사의 숫자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실드에 무력화된다면 핵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렇다면 예방 차원에서 힘들 보여 주자고 제인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통할까?”
“통하겠죠. 언젠 한번 초대하여 보여 주는 것이 어떨까요? 마법이 발달한 곳이니 황무지에서는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잖아요.”
“음…….”
그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한다.
랭턴 공작이 찾아왔다는 것만으로 단순히 전쟁을 운운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었다.
칼번 국왕의 의도가 확실해지면 그때 움직여도 충분하였던 것이다.
“오늘은 그만 가서 자도록 하자. 내일 일찍 출발해야 하니까.”
“알겠어요.”
우리는 이만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