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00
나 혼자 프리서버 200화
200
오유찬이 말했다.
“말기 암에 걸려 있는 실험용 쥐입니다. 그럼 실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오유찬이 마력장의 전원을 올린다.
주사기에 액체가 주입되었고 혈관을 따라 이동하는 경로가 보였다.
대단히 디테일하였다.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상황을 보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과연 드워프들의 기술력이라고 할까.
나노로봇들이 정확하게 암세포가 위치한 곳에 이르렀다.
활동이 정지되어 있던 암세포들을 곧바로 나노로봇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레이저로 세포를 죽이는 것이로군요.”
“맞습니다. 완전히 태워 없애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오유찬은 수술을 하면서 말했다.
인간을 수술할 때에는 더욱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므로 이렇게 대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험이기에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
여기에 더하여 암세포가 들러붙어 있던 장기가 말끔하게 회복되었다.
“암세포는 혈관에 밀착하여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과감하게 절단할 수 있습니다.”
“바로 회복을 하기 때문이군요.”
“그렇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정도면 충분히 수술할 준비는 되었다고 보았다.
“수술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반나절이면 충분합니다.”
“좋습니다. 가시죠.”
우리는 다시 백 회장에게 돌아가기로 했다.
백강철은 수술받을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백연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괜찮겠어?”
“아까 보셨잖아요. 충분히 회복될 수 있어요.”
“기술이 너무 뛰어나서 넋이 나갈 지경이더군.”
“그럴 거예요. 저도 며칠 동안 지켜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죠. 처음에는 불안하기도 했는데 몇 번이나 실험하는 모습을 보면서 확신했어요.”
“장인어른이 회복하실 수 있다는 그런 확신?”
“네.”
백연하가 확신을 할 정도라면 되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수술에 들어가도 된다.
“좋아, 그럼 수술에 들어가도록 하자고.”
수술 직전에 백강철이 나에게 넌지시 말했다.
“혹시 잘못되면 딸을 부탁드립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허허허. 저도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모르니까요.”
“회복되실 겁니다.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최소한 결혼식은 보셔야죠.”
“예.”
“가능하면 수술이 성공하면 말씀 좀 낮추셨으면 합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백강철은 언제까지 나를 존대할 작정일까.
그가 말을 낮추어야 조금은 편하게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오유찬이 물었다.
“그럼 마취 들어갑니다. 나머지 분들은 나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차피 바깥에서도 수술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개복을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마음을 졸일 필요도 없었다.
밖으로 나와 모니터를 바라봤다.
“수술 시작합니다.”
위이이잉.
마력장이 형성되었고 곧바로 나노로봇들이 주입된다.
가장 먼저 폐에 붙어 있던 암세포들부터 제거한다. 그야말로 폐는 엉망이 되어 있었다. 암세포가 까맣게 퍼져 있어 보기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오유찬은 거침없이 암세포를 파괴해 나갔다.
파괴하면 곧바로 회복되었기에 손속에는 자비가 없었다. 순식간에 암세포 덩어리가 박멸되었다.
“다음 지점으로 이동합니다.”
이동과 파괴를 반복한다.
폐에 붙어 있는 암세포뿐만이 아니라 뇌에 붙어 있던 암세포까지 파괴한다. 그다음은 일사천리다.
백연하도 한시름 놓는 표정이다.
“이제 다 되었네요.”
“커피라도 한잔할까?”
“그래요. 아직 수술하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몇 시간 만에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백연하의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
폐는 물론이고 뇌에 붙어 있던 암세포까지 제거했다. 아무런 문제 없이 말이다. 나머지 암세포를 죽이는 일은 한결 가볍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백연하가 허리를 굽혔다.
“감사해요.”
“뭐가?”
“아버지를 살려 주셔서요.”
“장인을 살리는 것은 사위로써 당연한 의무가 아닐까. 이제 120살까지도 너끈히 사실 테니 걱정 놓아도 되겠어. 지금 장인의 나이가 일흔이시니까 앞으로 50년은 더 사시겠네.”
“그건 그 나름대로 걱정인데요? 앞으로 50년이라니. 함께 늙어 가겠네요, 아버지와.”
“우리가 다 같이 함께 늙어 가겠지.”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백연하다.
그녀가 문득 전쟁에 관해 묻는다. 지금까지는 아버지의 병 때문에 신경을 못 쓰고 있었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는 아버지를 잃을까 염려할 것도 없고 말이다.
수술과 동시에 회복하는 시스템이니 수술만 끝나면 백강철 회장은 퇴원을 해도 될 것이다.
“아, 전쟁은 어찌 되었죠?”
“터트렸지.”
“시작을 했나요?”
“그건 아니고 진군을 해서 대기하는 중이야.”
그녀에게는 자세하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이번 수술이 끝나면 곧바로 이면 세계로 향할 것이다. 그곳에서 전쟁을 시작해야 했기에 백연하도 알고 있어야 했다.
“역시 당신이네요.”
“수술 끝나면 가 보자고. 아마 오늘 퇴원하실 수 있을 거야.”
“암이 이렇게 간단하게 정복되다니.”
“드워프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사실은 나도 놀랐다.
인류가 처음으로 암을 정복하게 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제 내려가 볼까요?”
“그래, 마무리하는 모습은 보아야지.”
우리는 수술장으로 향했다.
수술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금은 뼈에 달라붙어 있던 암세포를 제거하고 있었다. 내친김에 대장에 붙어 있는 혹도 같이 제거한다.
그야말로 몸에서 좋지 않은 것들을 모두 없애는 중이었다.
6시간에 걸친 수술이 끝났다.
오유찬이 수술실에서 나왔다.
“대성공입니다.”
“와아!”
주변에서 탄성이 터졌다.
지금까지 동물실험은 수도 없이 해 봤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나노로봇 수술은 처음이었다.
의료진들은 새삼 감회에 젖어 들었다. 앞으로 암 수술에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암세포 부유물질들은 나노로봇이 대장으로 내려보냈습니다. 나노로봇들도 대장을 통해서 나올 것이고요.”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일단 경과를 보시죠. 뇌수술을 했으니 경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그런가요.”
“곧 깨어나실 겁니다.”
백강철 회장은 입원실로 옮겨졌다.
우리는 백 회장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으음…….”
30분 정도 흘렀을까.
백강철이 눈을 뜨고는 바로 앉았다.
“수술 끝났군요.”
“기분이 어떠십니까?”
“날아갈 것 같군요. 수술 후에 회복 기간이 없으니 살 것 같습니다.”
지금 보면 그냥 정상적인 사람이었다.
암 수술을 한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았다. 이 정도라면 퇴원을 해도 되는 것이 아닐까.
치프가 상태를 확인한다.
“완벽합니다. 사실 오늘 퇴원해도 되지만 혹시 모르니 내일 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여러 가지 검사도 하고 말입니다. 물론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술은 완벽하게 끝났습니다.”
치프는 완벽함을 강조하였다.
이로써 백연하는 완전히 걱정을 내려놓았다.
“모두에게 감사드려요.”
백연하가 허리를 굽힌다.
그녀의 이런 행동은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감정 표현에 서투른 백연하가 이렇게 행동을 할 정도라면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백강철 회장은 우리를 재촉했다.
“저는 괜찮으니 이제 가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면 세계에 중요한 일이 진행 중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
“전쟁이 진행 중이기는 합니다.”
“허허허! 그렇다면 더더욱 빨리 가 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말씀 낮추세요.”
“험험. 그럴까?”
백강철이 드디어 나에게 말을 낮추었다.
황제가 될 사위였기에 그랬던 것이겠지만, 사실 이면 세계는 이면 세계이고 현실은 현실이었다.
나는 현실에서까지 황제 대접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그럼 곧 술 한 잔 제대로 하도록 하죠, 장인어른.”
“그래 주겠나? 그렇지 않아도 술이 간절하던 참이었지. 허허허허!”
백강철은 호쾌하게 웃었다.
다시 정력적으로 변하였으니 회사에 대한 일도 전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 부분만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장인어른, 회사는 정말 저에게 인계하실 겁니까? 이제 쾌차하셨으니 없던 일로 해도 됩니다.”
“아니, 이번에 깨달은 것이 있지. 몸이 회복되었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네.”
그의 결심은 확고했다.
앞으로 유유자적하며 여행이나 하면서 살겠다고 밝힌 것이다.
마음은 확인하였으니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좋습니다. 대한그룹은 제가 더욱 번성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덕분에 안심하고 여행을 다닐 수 있겠어.”
“이만 가 보겠습니다.”
나는 백연하와 함께 드워프 물산을 나왔다.
많은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이면 세계로 향한다.
리바트로 향하는 길.
백연하는 시종일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정말 고마워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뭘.”
“당신이 아니었다면 결코 이루어 낼 수 없었던 일이죠. 설마 암이 정복될 줄은…….”
“후후후.”
나도 사실 놀랐지만 그런 내색은 별로 하지 않았다.
앞으로 의료계에는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비단 그것은 암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술을 응용하면 현존하는 거의 모든 불치병을 고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의학기술은 발전할 것이고 그리되면 인간의 수명도 연장될 것이다.
빠르게 달려 리바트에 도착하였다.
여전히 이곳은 찌는 듯한 더위가 한창이었다. 곳곳에서 병사들이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내리자 지휘관들이 달려왔다.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
오세근도 인사를 했다.
“왔소? 백 회장님은?”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니까 백연하를 데려왔지.”
“암이 정복된 거요?”
“그렇지.”
“와아! 우르카 족장이 뭔가 해낼 줄 알았다니까. 물론 지금까지도 여러 일들을 해냈지만 말이오. 설마 암이 정복될 줄이야.”
웅성웅성.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이곳 사람들은 몰라도 현대인들이라면 암이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지 잘 알고 있었다.
초기에 발견하면 모르겠지만 암세포가 퍼지면 골치가 아파진다. 특히나 말기에 이르면 회복할 가능성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암에 걸려 말기가 되어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어떤 질병이든 이제는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제는 전쟁을 논할 차례다.
“적들의 반응은 어때?”
“아직은 잠잠하지.”
“시간을 벌어 보겠다는 건가.”
“저놈들도 황당하겠지. 교역을 튼 지 일주일 만에 군대를 이끌고 나타났으니까. 아마 주변국과 동맹을 맺으려 난리일걸?”
“저녁에 최종적으로 항복 권고를 하고 내일 아침부터 포격하자.”
“전쟁 시작이네?”
“내 생각대로라면 쉽게 끝날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예상하고 있었다.
지금 정도의 무기를 가지고 고전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리바트 성채를 초토화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리바트에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해가 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판도라 왕국에서 사자가 당도했다.
사자는 간단하게 말했다.
“항복을 권고하십니다.”
“거절한다면?”
“내일 아침을 기해 전투가 벌어질 겁니다.”
“알겠다고 전해라.”
“예.”
사자가 물러나고 칼번 국왕은 근심이 깊어졌다.
어찌어찌 하루는 벌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하루를 더 늦춘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물론 병력을 좀 더 끌어모을 수는 있지만 그것뿐이었다.